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69)
〈 369화 〉 원정 마무리 x 5
* * *
커다란 괴수와도 같았던 여왕이 쓰러지자 모든 라미아들이 전의를 상실했다.
싸우는 라미아는 소수였고, 대부분은 도망을 치려고 했다. 물론 이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
“캬하아아악!”
이곳저곳에서 눌리고 눌린 라미아들이 넘어진다. 심지어 뱀 하반신이 꼬여버린 녀석들도 속출했다.
“필수병력을 제외하고 포획모드로 전환하라! 라미아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케랴아아아악!”
내 병사들은 이런 일에는 아주 도가 텄다. 고블린 1개 중대만 전무 모드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포획모드로 전환하여 넘어진 라미아들을 제압한다.
“캬학…!”
저항은 거의 없었다.
여왕마저 간단하게 쓰러뜨린 우리에게 깝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해야할 일을 실시했고, 설렁설렁 전장 정리를 시행했다.
“다들 여기까지 와서 고생이 많다! 빡세게 하고 빡세게 쉬자!”
정리 끝나면 마무리 짓자.
* * *
모든 정리가 끝났다. 우리들은 라미아들의 수도를 장악했고, 패배한 라미아들은 겁에 질린 채 우리에게 굴종했다.
그런 상황이다.
아무튼 바로 포획한 여왕을 심문하려고 했는데.
“캬하아아악! 캬학! 캬하아아아악!”
말이 안 통한다.
“아니… 쥬리아님?”
“…네.”
내 물음에 쥬리아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대답했다.
“이거 이성이 있는 거 맞습니까?”
“아니 그게.”
라미아 여왕의 상태는 아무리 봐도 비정상 그 자체였다. 마치 이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날뛰고 있고, 대화 자체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거기에 눈동자를 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완전히 광기에 잠식되어 있는 상태다.
“어쩌면 치매가 와버렸을지도…”
“예?”
진심이야?
“진심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이네요.”
쥬리아가 탄식을 금치 못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게다가 향을 맡아보니 정신을 고양시키는 약초를 오랫동안 복용해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저런 약초를 태운 향에 상당히 장기간 노출되어 있던 것 같고요.”
치매에 약물 중독.
“그래서… 이성이 그렇게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럴 수가. 저도 여왕이 이런 상태일 줄은…”
내가 충격받은 만큼 쥬리아도 충격을 받았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쥬리아님. 이성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 괴수에 불과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마왕님.”
세상에. 기껏 사로잡은 라미아 여왕이 약물 중독에 치매 증상까지 있었다니. 이게 말이 되냐?
“아니, 근데 대체 이런 상태로 나라 운영을 어떻게 한 겁니까?”
“원래 라미아들은 인간들처럼 철저하게 국가를 운영하지 않아요. 가장 강한 라미아가 힘으로 군림할 뿐이니까요.”
“아.”
그것도 그러네.
“그래도 여왕이 이런 상태이니… 아마도 곧 반란이 일어났을 것 같네요. 지금이야 이성을 잃은 탓에 극도로 난폭해진 상태지만, 이대로 1년, 2년만 지난다면 힘이 전부 빠질 테니까요. 그때 정상적이고 강한 힘을 지닌 라미아들이 왕좌를 빼앗으려고 하겠죠.”
그런 식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건가.
너무 강해진 라미아 여왕은 그만큼 오래 살았고, 약초와 약물에 중독되었다. 결국 약해질 것이며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겠지.
말하자면 세대교체다.
“그 타이밍에 우리가 왔다는 거군요.”
어쩐지 다크엘프랑 라미아들이 박터지게 싸운다 했다. 여왕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서 라미아들이 난폭해진 모양.
“흐응, 그런 건가?”
옆에 있던 여왕님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어쨌든 이 여왕님의 상대는 아니었어. 말했지? 쉽게 이길 거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듯한 말투.
내게 공을 인정받고 싶은 모양이다.
“흐흐흐, 그렇네요. 이여 우리 여왕님이 너무 강해서 쉽게 잡았습니다. 뭐, 저희가 안 왔다면 라미아와 다크엘프와의 전쟁은 다크엘프의 승리로 끝났겠지요.”
“응. 정확한 판단이야. 이 여왕님이 있다면 당연한 일이란다.”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웃는 여왕님.
우리 여왕님 이거 귀여운 면이 있네.
“라미아들이 뭉치기만 했다면 금방 밀어버렸을 거예요, 마왕님.”
그때 쥬리아가 불평하면서 말했다. 여기 귀여운 공주님이 또 있네? 바로 쥬리아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위로해줬다.
“아이고, 쥬리아님. 설마 삐졌습니까?”
“그럴 리가요…”
“뭐, 만약 쥬리아님이 여왕이었다면 아주 팽팽한 승부가 됐을 것 같습니다.”
“그야 물론.”
아무튼.
“캬하아아아악…”
이성 없는 여왕의 모습을 다시 봤다.
지금 힘이 쭉 빠진 건지 구속된 상태로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
이걸… 어떻게 지배하지?
가만있어봐.
“이성이 없다면 지배술이 통할지도 모르겠는데.”
“네?”
“마족지배술.”
이마에 그걸 쏴볼까?
ㅡ스윽.
바로 퍼져있는 여왕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리고 마족지배술을 전개한 순간.
ㅡ쭈욱?!
“엇?!”
마력이 대량으로 쭈욱 빠져나가더니, 그것이 아주 급격하게 라미아 여왕의 이마에 주입된다!
아니 이 무슨!
진공청소기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 빨아들인다고?
ㅡ파앗.
곧 여왕의 이마에 지배의 문신이 새겨졌다.
지배술이 통한 것이다.
“캬학…!”
“어, 어어?”
퍼져있던 라미아 여왕이 몸체를 움찔거리더니, 흐리멍덩해진 눈으로 날 바라본다. 아니, 이거 진짜로 걸린 거냐?
“무슨?”
“호오.”
쥬리아와 렉사벨라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본다.
나는 여왕에게 말을 걸었다.
“여왕? 이름이 무엇이지?”
“쉬익… 사츄렐… 쉬익.”
“사츄렐!”
특이한 이름이네!
“좋아! 우리 츄렐이! 손 좀 들어볼까?”
“캬학…”
내가 말한 즉시 츄렐이가 느긋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오오!”
지배술이 통해서 그런가?
말을 아주 잘 듣네?
“좋아! 그럼 꼬리도 들어보자!”
“쉬익…”
바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런저런 지시를 하면서 츄렐이를 조종한다. 츄렐이는 약간 말 잘 듣는 듯한 애완동물 같은 느낌으로 내가 시키는 것을 행하였다.
“명령을 잘 듣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
“치매에 약물중독. 그런 상태인데 제압까진 당한 상태라서 그런 건가? 지배술이 아주 잘 먹혀 들어갔어.”
그럼 쓸만하지!
“세상에, 마왕님. 손짓 한 번으로 옛 여왕을 애완동물로 만들어버리실 줄은.”
“그것이 바로 제 힘이지요, 쥬리아님!”
좋다!
우리 츄렐이도 잘 써먹어 보자!
* * *
“그래서 새 애완동물은 마음에 드냐?”
레이카의 말에 저쪽에 있는 츄렐이를 바라보았다.
“샤야! 사츄렐 귀엽다에여!”
“쉬익, 쉬익.”
샤란이가 츄렐이의 턱을 쓸어주고 있었다. 츄렐이는 그냥 흐리멍덩한 눈으로 천장을 보고 있을 뿐이고, 아주 그냥 얌전한 애완동물처럼 퍼져 있는데, 내가 명령만 내리면 바로 움직인다.
이성은 희박하지만 그만큼 말은 잘 듣는다. 저런 괴수를 적 진형에 돌진시킨다면? 그야말로 전차 그 자체겠지.
한쪽에선 츄렐이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라미아 창기병대가 돌진을 한다면 어떨까.
인간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 지르는 모습이 선하다.
“뭐, 마음에 드는군요. 귀여워서요.”
“저거에도 박게?”
“아, 아니… 그래도 좀… 너무 크지 않습니까?”
뭐랄까.
쥬리아의 크기를 확대한 것 같은 느낌이다.
몸매야 뭐 비율상으로 따지면 문제없다지만 뭔가 확대가 된 것 같은 체급이다. 그러니까. 상체의 크기만 해도 내 키랑 비슷할 정도다.
물론 내 키가 좀 더 크긴 하지만 그만큼 거대하다는 뜻.
괴수 그 자체.
박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야. 이 새끼가 그런 걸 다 가리네?”
레이카가 날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아니, 레이카님. 진지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언제 이상한 여자랑… 한 적이 있습니까? 적어도 생긴 건 다 정상이지 않습니까?”
“픽시들은 쪼만한테 젖탱이만 존나 크잖아?”
“거기까진 씹가능이죠.”
“미친놈!”
픽시가 뭐가 문제라고?
아담한데 젖이 커서 마음에 쏙 드는구만.
근데 우리 츄렐이는… 좀 거인이다. 거인한테 박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거인녀는 좀 아냐. 츄렐이 앞에 서면 내가 상대적 쇼타가 된단 말이다.
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마왕. 라미아들이 전부 모였어.”
“오오, 그래?”
루미카가 소식을 알리러 갔다.
“쥬리아님. 시간이 됐습니다.”
“아, 벌써.”
“대관식을 시작하죠.”
이제 쥬리아를 이곳의 새 여왕을 추대할 시간이다. 바로 쥬리아와 함께 여왕의 거처 바깥으로 나갔다.
“쉬익, 쉭.”
“쉭쉭.”
“…쉬익.”
수도의 라미아들이 전부 모여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상태다. 나는 쥬리아와 함께 단상 위로 올라갔다.
“쥬리아님. 그럼 시작하세요.”
“네.”
대답한 쥬리아가.
ㅡ하압.
숨을 들이쉬더니.
“캬하아아아아아악!!!”
마력과 힘을 담아서 아주 강하게 포효했다.
ㅡ사아악.
ㅡ움찔!
동시에 허리를 숙인 라미아들이 움찔거린다.
쥬리아의 힘을 알아본 것이다.
당연히 쥬리아가 저 괴수같은 츄렐이랑 일대일로 싸우면 체급차에 밀려 지겠지만, 지금 이 라미아 왕국에서 쥬리아랑 일대일로 싸워서 쥬리아를 꺾을 수 있는 라미아는 아무도 없다.
“원래의 여왕은 쓰러졌다! 지금부터 내가 새로운 여왕이다!!!”
쥬리아가 꿈을 이뤘구나.
ㅡ스윽.
나는 츄렐이의 관을 쥬리아의 머리 위에 씌워줬다. 쥬리아는 아주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웃던 쥬리아가 다시금 날카롭게 포효한다.
“불만이 있다면 나와라! 이 여왕에게 도전하란 말이다!”
“캬하아악!”
바로 라미아 셋이 허리를 일으켰다. 이것도 라미아들의 전통인 모양이다. 새 여왕이 즉위하면 도전자를 받는다.
ㅡ스으윽.
“쥬리아님. 전부 끝장을 내버리십시오.”
“네. 마왕님. 여기서 여왕의 권위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칼을 받아든 쥬리아가 단상 아래로 내려간다. 그에 도전자들이 창을 잡아 쥐고 다가온다.
그리고.
ㅡ파앗!
전투가 시작되었다.
“캬하아아아아악!”
“캬하아아악!”
나름 난폭해 보이는 라미아 셋이 창을 앞세운 채 한꺼번에 돌격을 해왔지만.
“느려.”
쿨하게 한마디를 한 쥬리아가.
ㅡ파앗!
능숙하게 허리를 놀려 창끝을 피해낸 뒤에.
ㅡ빙글.
가볍게 칼을 놀려 도전자의 목을 베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다. 도전자의 머리가 떨어졌고, 다른 둘이 광분해서 덤벼들었다.
“캬하아아악!”
“전투 중에 이성을 잃다니… 참.”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쉰 쥬리아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ㅡ투욱.
그것으로 모든 도전자가 가슴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새 여왕을 찬양하라!!!!”
쥬리아의 부관, 사슈날이 소리쳤고.
“캬하아아아아!”
“캬하아아아아악!!!”
“캬하아아악!”
라미아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이걸로 다 먹어 치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