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81)
불길함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녹색 빛을 띄는 그 귀신이 일보를 내딛을 때마다 바닥에 꽃과 풀들이 피어났다. 언뜻 보면 신비로운 광경이었으나, 신비라는 것은 극도의 위험성을 포함하는 말이다.
ㅡ스륵.
그것이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병사들이 비명이 시작되었다. 바닥에서. 굵은 덩굴들이 솟아오르더니 마치 다리처럼 해자를 횡단해 연결된 것이다.
괴물이 덩굴로서 해자를 넘을 다리를 만들었다.
“끝이야…!”
“우린 끝이라고!”
숲의 마녀일까? 그녀는 손짓만으로 병사들의 비명을 연주했다. 해자의 물을 빼고 다리를 만든다.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케랴아아악!”
“케륵!”
저 앞에서는.
중무장한 오크들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위협을 하는 중이었다. 철갑으로 무장한 오크들의 얼굴에는 철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남작은 그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해자가 마르고 덩굴로 된 다리와 사다리가 만들어져, 저 악몽의 군대가 성벽을 넘어온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쉬이이이익!”
“쉭쉭!”
게다가 하반신이 뱀으로 된 괴기병(怪騎兵)들이 호시탐탐 기이한 소리를 내면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 저 괴물에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것뿐만이 아니다.
“피해라아아앗!”
ㅡ콰앙!
ㅡ쿠웅!
그 유명한 탈주천사들이 성에 마법의 불길을 떨어뜨린다. 자꾸만 폭격이 떨어지는 탓에, 해자를 마르게 하고 덩굴로 다리를 만드는 귀신들을 견제하기가 힘들었다.
“이걸 어떻게 버텨야 한단 말인가…!”
모리알 남작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게 존재할 리가 없다!”
적이 이런 귀신군대가 아니라 인간 군대였다면.
해자와 성벽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막아내며 버텼을 것이고, 저 뒤에서 백작이 지원군을 보내줬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적들에게 추가 병력이 없는 이상 이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성이 지닌 이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으니까. 천사들 역시 충분히 견제 가능하다.
물자는 충분히 비축해둔 상태다. 식량도 화살도 물도 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
근데 이건 아니지 않은가.
“대체…!”
공포와 함께 무력감이 느껴진다. 저 앞에 있는 것이 전설 속 마왕의 군대처럼 느껴진다.
저들이 올라온다면 전멸하지 않을까?
그런 죽음에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버텨야만 하는가?
모리알 남작은 자신이 미쳐가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 * *
단 하루.
성에 틀어박힌 인간들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투지를 공포로 바꾸는데 단 하루면 충분했다.
루미카의 힘으로 해자의 수위를 낮추고, 샤란이의 힘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사실 둘 다 그렇게까지 대단한 효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실제로 수위는 낮아졌고, 다리도 만들어졌다.
상상력이라는 게 있는 인간이라면.
이 미지의 상황에 대해서 불길한 예언을 내뱉기 마련이다. 결국 해자는 마를 것이고 덩굴로 된 사다리가 우리의 성벽을 덮칠 것이라고. 그러한 생각이 역병처럼 퍼져나갔음에 인간들의 공포가 느껴졌다.
“흐하하하하하하하!”
그에 반해 우리 쪽 분위기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큰 소리로 웃고 함성만 내질러도 저들의 정신력이 깎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천사들이 폭격하고, 임프들이 장거리 화염탄 투척을 행한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틀 내내 방어군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의 밤.
나난 여왕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럼 실행해주십시오. 여왕님.”
“조금 괴롭혀주고 오면 된다는 거지?”
“바로 그겁니다.”
“응. 알겠어. 하고 올게.”
“신호 내리면 바로 돌격하십시오. 리리엘!”
“알겠다!”
즉시 리리엘이 날아오른다.
ㅡ번쩍!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더니 흑염탄이 성을 향해 쏘아진다.
ㅡ퍼어어엉!
“으아아아악!”
“아아아악!”
성 위의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우선 공격을 하기 전에 폭격으로 혼을 좀 빼주고 난 뒤에.
ㅡ파앗.
리리엘이 부하들과 함께 하강한 순간.
“지금입니다!”
“응.”
ㅡ스릉.
대검을 든 렉사벨라가 앞으로 나섰고, 다크엘프 대전사들이 그녀들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ㅡ파앗!
그녀들이 질주한다.
순식간에 덩굴로 된 다리를 넘어서고 갈고리 밧줄을 성벽 위로 던진다! 하지만 여왕님에겐 필요 없는 일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귀신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렉사벨라는 수직으로 된 성벽을 딛고 점프하며 위로 솟구쳐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폭격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성벽 위에 올라간 순간.
뎅겅!
ㅡ아아아아악!
ㅡ으아아아아아악!
뼈와 살이 분리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동시에 병사들의 토막난 사지가 하늘을 난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뒤이어 대전사들이 갈고리를 타고 쉽게 성벽 위로 올라간다. 그것으로, 다크엘프의 여왕과 대전사들의 깽판이 시작되었다.
ㅡ스릉!
ㅡ콰앙!
제대로 된 대형조차 이루지 못한 성벽 위의 병사들. 그들이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면서 썰려나간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케륵케륵! 역시 강함다! 뫙님!”
“끄르르르륵!”
“세리뉴! 쭉 날면서 궁수들만 깔짝깔짝 견제해줘!”
“응!”
바로 픽시들을 보내 렉사벨라를 지원한다. 물론 이건 본격적인 공격이 아니다. 그냥 좀 깽판을 치고 공포를 심어주려고 한 것일 뿐이다.
깽판을 친 렉사벨라는 기회를 봐서 부하들과 함께 성벽 아래로 후퇴할 것이다.
당연히 적병을 다 죽일 수는 없겠지만, 적들은 알게 된다. 이 마왕군의 기사가 성벽까지 뛰어넘고 와서 자신들을 죽일 수 있으리란 것을.
물론 그런 기예는 렉사벨라만이 가능한 거고, 대전사들은 혼란을 틈타 갈고리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뿐이지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따라오렴!”
곧 깽판을 마친 렉사벨라가 부하들과 함께 성벽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잔혹한 혈겁을 일으킨 탓에 전부 피투성이였다. 그러나 부상자도 사망자도 없었다. 죽은 것은 적 뿐이다.
“잘했습니다!”
그럼 슬슬 항복 권유를 시작해볼까?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자.
* * *
“들어라, 성의 병사들이여! 그리고 지휘관이여! 지난날 동안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수고했다!”
나는 성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이제 해자를 완전히 마르게 하고 다리를 만들어 총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그리고 성으로 들어가 너희들을 모조리 토막내고 해자에 던져버릴 것이다!”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면서 성을 덮친다. 내 협박이 귓가에 박혀 들어갔는지, 인간들의 공포가 증폭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렇게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에.
“그전에 기회를 주겠다!”
항복을 권유했다.
“항복하라!”
살 수 있는 기회.
당근을 던져준다.
“모두 갑옷과 무기를 성벽 밖으로 던지고, 지휘관은 바깥으로 나오라! 그렇게 항복 의사를 표시한다면! 성녀님의 명예를 걸고 너희들을 살려줄 것이다! 알겠나!”
성녀님의 명예.
“지금 너희들은 백작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악한 천사들이 몰려온 지금, 우리 세계를 분열시키고 정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백작을 막아야 천사를 상대할 수 있고, 인간이 살 수 있다! 우리 화합을 하자!”
희망찬 말을 던져주니 병사들이 술렁인다.
“그러니 마지막 기회다! 항복해라! 싸우다 몰살을 당하느냐, 그냥 살아서 잡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냐! 포로의 대우를 해줄 테니 결정해라! 1시간을 주지!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그렇게 연설을 마치고 뒤로 돌아선 순간.
ㅡ하, 항복하겠소!!!
성안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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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게 바로 나오네.
“그럼 항복의 증거를 보이도록 하시오! 방금 말대로 하면 정식으로 항복을 받아들이겠소!”
나는 바로 위압적인 말투를 예의 있는 말투로 바꿨다. 적에겐 막 소리쳐도 되지만 항복하면 이제 반쯤 우리 편이다. 전향했으면 그만큼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알겠소이다!”
근데 의심할 법도 한데 바로 요구에 따르려고 한다.
“케륵. 뫙님. 일이 잘 풀린 것 같슴다?”
“흐흐흐, 그러게 말이다. 샤란아! 루미카! 둘 다 너무 잘했다!”
“샤아. 넘 쉽게 끝나서 다행이에여.”
“내 물빼기 능력이 도움이 많이 됐네.”
간만에 활약한 두 요정이 즐거워한다.
아무튼.
곧.
ㅡ스윽.
ㅡ철컹.
밧줄에 연결된 병장기와 갑옷 같은 것들이 성벽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새 잘 벗어가지고 내리고 있나 보다.
“후후후, 일이 정말 쉽게 풀렸군? 확실히. 저런 상황이라면 이 여군주라도 빠르게 항복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요. 설령 원군이 온다고 우리가 너무 빨랐습니다.”
“실로 그렇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적들이 장비를 다 내리는 것을 구경했다.
“다 했소!”
“그럼 성으로 들어가겠소! 가자! 얘들아!”
이미 성문은 박살났고 그 앞에는 덩굴 다리가 만들어진 상태다.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적들의 성안으로 들어갔다.
ㅡ저벅저벅.
그래도 대비를 좀 하긴 했지만 기습이나 공격 같은 것은 없었다. 무장을 해제한 병사들이 쭉 앉아있었으며, 저 앞에는 성의 지휘관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허억! 몬스터 군단!”
겁에 질린 얼굴이다.
“케륵케륵.”
“쉬익, 쉭.”
“끄르르륵.”
내 부하들이 성 내부로 들어오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주로 항복한 적병들을 보고 있었는데, 싹 다 겁에 질린 상태다. 그런 놈들을 보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그대는?”
아무튼 지휘관과 이야기를 해야지.
“모, 모리알 남작이라고 하오. 항복했으니 포로 대우를 해주시오.”
“물론 그럴 것이오. 앞으로 그대는 사이딘 백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성녀님과 세상을 위해 힘을 쓰게 될 것이오.”
“성녀님이라…”
“바로 불러드리지. 성녀시여! 이 성은 이제 성녀님의 것입니다!”
ㅡ스윽.
뒤에서 성녀님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