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9)
〈 39화 〉 던전의 주인이 되다! x 9
* * *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게 느껴진다. 살이 너무 가깝다. 지금 내 얼굴은 드라이어드의 부드럽고 풍만한 젖가슴 사이에 파묻혀 있는 상태였다.
이 너무 달콤한 향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진짜로 날 뭐 남편감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단순한 짝짓기 상대?
근데 드라이어드도 남자가 있나? 아마 있겠지? 무슨 종족이든 남녀는 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ㅡ흐하하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마냥 나뭇잎 하나만으로 자지를 가린 채 웃으며 활보해대는 네츄럴 본 초인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건 없어야 한다.
있어서도 안 되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그런 걸 상상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게 진짜 숲의 괴물이지! 드라이어드가 숲의 요정이라면 그건 진짜 괴물이다! 나뭇잎 하나만으로 자지를 가린 채 풀쩍풀쩍 뛰어다니며 덤블링과 풍차돌리기를 실시하는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아무튼.
나 역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으려던 순간.
“샤아.”
“어?”
젖가슴 감옥에서 나를 풀어준 그녀가 내 얼굴을 잡더니, 아까처럼 내 얼굴을 핥아주면서 그루밍을 해주기 시작했다.
“햐아… 햐아.”
“그러니까 왜 이런 짓을.”
“햐아.”
ㅡ핥짝.
ㅡ핥짝.
ㅡ핥짝.
기분 좋다는 듯 소리를 내며 계속 그루밍을 해준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먼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만큼 나 역시 그러고 싶었는데, 드라이어드는 일반적인 여자가 아니라 숲의 요정 같은 존재다.
상식이 다를 수가 있다.
말마따나 갑자기 내가 만져버렸다가 도망이라도 친다면 곤란하다. 얘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샤아… 샤아…”
가만히 누워있으니, 한참동안이나 날 그루밍하던 드라이어드가 잠들었다. 날 끌어안은 채 새근새근거리면서 편하게.
“…”
어쩌겠냐.
이렇게 잠들었는데.
나 역시 눈을 감았다. 하반신에 아주 극렬하게 피가 쏠린 상태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다.
“잠이나 자자.”
ㅡ스윽.
은근슬쩍 그녀의 허리에 내 팔을 둘렀다. 드라이어드는 여전히도 가만히 누워서 자고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이 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여자애랑 당장 뭘 하겠나… 내가 참아야지.
* * *
“샤아. 샤아샤아.”
드라이어드의 상큼한 목소리와 함께 눈이 떠진다. 주변이 좀 어스름하다. 던전 입구에서부터 아주 미약한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 일어날 시간인가.”
새벽의 끝자락.
해뜨기 직전의 시간.
항상 일어나는 시간이지만, 어젯밤에 너무 포근하고 기분 좋게 자서 그런지 더 자고 싶었다.
“샤아샤아.”
“음?”
내 앞에 쪼그려 앉은 드라이어드가 내 볼을 쿡쿡 찌르면서 날 깨우고 있는 중이다.
“알았어. 일어날게.”
“샤아.”
바로 몸을 일으킨다. 드라이어드는 바로 내 옆으로 와서 착 달라붙었다.
“아침부터 애교 부리기냐?”
“샤아샤아.”
기분 좋다는 듯 내 어깨에 머리를 비벼대는 그녀. 바라보고 있으니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드라이어드야.”
“샤아?”
“앞에 서봐.”
“샤아.”
알아들은 것인지 드라이어드가 내 앞에 섰다.
“뭐… 한 이불 덮고 같이 잔 사이니까. 계속 드라이어드라고 부를 수는 없지.”
“샤아?”
“이름 지어줄게.”
계속 드라이어드라고 부르긴 좀 그렇다. 애초에 그건 내가 그냥 종족명이랍시고 명명한 거였으니까. 부릴이랑 임숭이도 다 이름이 있는 마당에 계속 종족명으로만 부를 수는 없지.
“넌 자꾸 샤아샤아 거리니까, 음. 뭐 있지? 샤?”
샤한샤?
샤가스?
샤가이?”
샤기컷?
샤넬? 오. 이건 좀 이쁜 것 같은데. 근데 명품 이름 붙이기는 좀 그렇고. 샤자로 시작하는 말들이 또 뭐가 있을까. 그렇게 잠시 고민을 했고.
“샤란.”
이름을 결정했다.
“앞으로 샤란이라고 부를게.”
“샤아?”
“샤란. 앞으로 니 이름은 샤란이야. 샤란. 따라 해봐. 샤란.”
“샤아?”
“샤아 말고 샤란.”
“샤아.”
역시 발음이 안 되는 건가? 샤란이는 계속 고개를 갸웃하면서 샤아거렸다. 아마 자기도 답답하지 싶다. 말이 잘 안 통해서.
“자, 그러면. 천천히 따라 해보자. 샤. 란. 따라 해.”
“샤아. 샤아.”
“이런.”
이번엔 내 입을 톡톡 두들기면서 따라 해보라고 말했다.
“따라 해. 샤.”
“샤?”
오!
좋아!
“란.”
“항.”
“항?”
란자 발음이 안 되는 건기?
“그럼 다시. 샤.”
“샤.”
“란.”
“항.”
샤항.
“붙여서, 샤란.”
“샤아?”
훌륭한 실패.
“샤아!”
하지만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활짝 웃은 샤란이가 다시 내 목을 끌어안았다.
“하, 이거 말을 가르쳐야 좀 편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언어를 가르친다? 그건 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나만 해도 마계어를 떼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으니까.
아무튼.
자기 이름을 알아들었을까?
“그럼 샤란아?”
“샤아?”
“오!”
샤란이라는 말에 반응을 한다! 아무래도 이건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래. 이름이라도 알아들은 게 어디냐. 장족의 발전이다.
“그럼… 샤란아. 아침이니까 그거 한번 해줄게.”
“샤아?”
마족지배술.
지금이라면 잘 먹힐지도 모른다.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여자애한테 지배술을 건다는 게 좀 그렇기는 한데, 어쩌겠나.
“잘 봐.”
바로 손가락을 치켜들고.
지배술을 전개한다.
ㅡ파앗!
심장에서부터 뻗어져 나간 마력이, 손가락 끝으로 분출된다. 그렇게 외부로 분출된 마력이 일점에 모였다. 그로서 손가락 끝에 구슬만 한 크기의 검은 오브가 생성되었다.
“샤아!”
샤란이는 그것을 보고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놀랍지?”
“샤아! 샤아샤아!”
그리고는 뭐 막 가리키면서 흥분을 한다. 아. 기억에 있는 건가? 저번에 고블린이랑 싸웠을 때 한번 해줬었지.
“그래. 주입해줄 테니까. 잠깐만.”
바로 그것을 샤란이의 목에 갖다 대주자.
ㅡ스륵.
오브가 샤란이의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샤, 샤앗…!”
한번 움찔하는 샤란이.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샤아아앗…! 샤앗!”
“엇!”
“샤아샤아!”
돌연 큰소리를 낸 샤란이가 다시 날 끌어안았다. 끌어안고는 자연스럽게 내 얼굴에 그루밍을 해준다. 조금 더 격하게.
“하하하, 이거 먹힌 거 맞냐? 샤란이? 앉아.”
“샤아.”
역시 앉지는 않는다.
이거 보니까 그냥 주문은 안 먹히고 에너지만 준 것 같은데? 그래서 기분이 좀 업된 건가? 마족의 마력이 체내에 들어간 탓에, 일시적으로 고양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내 마력을 계속 주입해주다 보면 통하려나?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마력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
뭐 아무튼.
“오늘 일이나 하자! 얘들아! 일어났으면 나와라!”
“케, 캐륵…”
“꾸르릉…”
그렇게 나는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내 부하들과 함께 던전의 바깥으로 나섰다.
* * *
일단 아침 일과가 바로 사냥을 나가는 것이었는데, 샤란이는 나랑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부릴이와 샤란이를 데리고 같이 필드로 나왔다.
“케륵…”
“괜찮다니까 임마. 샤란이 착해.”
“케룩케룩.”
부릴이는 아주 못마땅한 태도였다. 내가 괜찮다고 말을 해줘도 시발. 아예 양손으로 뒤통수를 짚더니 허리를 앞으로 쭉 빼고 팔자걸음으로 걷고 자빠졌다.
이 새끼 반항기 왔네.
“하, 요 새끼 요거.”
근데 부릴이는 봐줘야지.
“샤아샤아.”
“음?”
“샤아.”
“이거?”
근데 내 옆에 있던 샤란이가 내가 들고 있던 나무창을 가리켰다. 마치 달라는 것처럼.
“자.”
“샤아.”
바로 창을 건네주니, 그것을 잡고 살펴보던 샤란이가 다시 내게 창을 돌려줬다. 그리고는.
ㅡ쑤우욱.
저 앞에 있던 나무로 가서 다시 식물 마법을 부렸다!
ㅡ빠드득…!
일직선으로 아주 올곧게 자라난 가지. 그 가지 끝부분에 나무 덩굴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덩굴이 감기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뾰족하게 솟아오른다!
“설마!”
“샤아.”
창!
창이다!
샤란이가 내게 그 나무창을 내밀었다!
끝 부부분에 덩굴이 감겨서, 마치 나선창처럼 되어 있는 형태! 아주 날카롭고 견고해 보인다!
“차, 창까지 만들어 준 거냐!”
“샤아.”
바로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나무 창이었다! 이 정도 단단함이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 이쁜 것! 고맙다!”
“샤아?”
즉사 샤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ㅡ파닥파닥.
“샤아샤아.”
좋다는 듯 파닥거리는 나뭇잎 귀.
샤란이는 지금 내게 도움이 된 것을 기뻐하고 있는 상태다. 어떻게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잠깐.”
가만히 있어 봐.
이거… 앞으로 샤란이만 있으면. 도구 같은 것들을 며칠에 한 번씩 얻을 수 있는 건가?
샤란이는 나무를 조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창이나 삽뿐만이 아니라, 무슨 가구 같은 것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
그것을 생각하니 전율이 일었다.
의자. 책장. 침대. 물통. 잘만 하면 그런 것들도 뚝딱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무방패? 그런 것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걸로 내 부하들을 무장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샤란아…!”
“샤아?”
“너는 내 보물이야!”
ㅡ와락!
“샤앗!”
바로 샤란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샤란이는 내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케륵…”
옆에서 부릴이가 질투를 보내왔지만 어쩌겠나! 우리 샤란이 능력이 너무 좋은 것을! 옆에 샤란이만 있다면 이제 도구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샤아.”
이쁘게도 샤란이가 다시 그루밍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샤란이와의 스킨십을 즐기고 있는 그때.
ㅡ파삿!
저쪽에서 사냥감의 소리가 났다.
“케륵!”
바로 튀어가는 부릴이. 나 역시 샤란이가 준 창을 잡아 들고 부릴이를 쫓아갔다!
“부릴아! 덮쳐라!”
“케르륵!”
ㅡ파파팟!
곧 드러난 사냥감의 모습.
“케르르르륵!”
사냥감의 정체는 다름이 아니라 고블린이었다! 아, 이거 고블린 볼 때마다 부하로 삼고 싶긴 한데, 지배술 성공률이 너무 낮아서… 그 순간.
“샤아!”
샤란이가 소리쳤고.
ㅡ뿌드득!
“케륵?!”
갑자기 덩굴이 자라나 도망치던 고블린의 발목을 붙잡았다!
“케, 케르으윽! 케르으으으윽!”
발이 덩굴에 감기자 소스라치게 놀란 고블린이 넘어지면서 절규했다. “케랴아아아악!” 부릴이가 놈을 덮치려고 했는데, 잠깐.
가만 있어 봐.
이 고블린한테 우리 샤란이 보여주면 존나 겁먹는 거 아닌가?
“지배술.”
그리고 지배술은.
겁먹은 상대에게 더 잘 먹혀들어 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