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414)
“그곳의 힘을 끌어오려면 많은 인력과 땅이 필요하죠. 지금 백작님이 지닌 것처럼요.”
강화 축복을 받은 병사들은 적들의 침략을 막아내는 한편, 토목공사에 동원되어서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끌어와서 무엇을 할 생각이냐.”
“힘을 끌어오면, 사제들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테면 저런 소환수든… 강화 축복이든. 더 크게.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되죠.”
“그 끝은?”
“글쎄요. 백작님의 능력에 결말이 따라 달라지겠죠.”
“똑바로 말해라. 이교도.”
“당면한 목적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에요. 천사와 저 연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물론 몹시 어려운 일일 테니, 그것을 최고로 치죠.”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다.
“따라서 현실적인 목표는… 이 백작님의 직할령. 수도 부근만을 확실하게 사수하는 것. 솔직히 이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네요. 여기까지 밀린다면 천사와 연합이 충돌할 자리 따위, 차고 넘칠 테니까요. 온전히 힘을 쏟지 못하겠죠.”
이교도들은 이 현실적인 타협안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
“아무튼 전쟁을 끝낸 뒤. 백작님께서는 이 적당히 생각해낸 이름… 자색여명 교단을 정식 종교로 삼아주셨으면 해요.”
“이교를 정식 종교로?”
“전쟁을 버텨내고 난다면, 아무도 이교인 줄 모르겠죠.”
“…”
“이 땅에는 아직 여러 신앙이 남아있으니까요.”
백작이 듣기로, 베스티나의 목적은 간단했다. 급한 불을 끈 뒤에 백작령에서 이교의 신앙을 키우는 것.
자색여명 교단은 이교를 벗어나지 못한 쓰레기 종교에 불과하지만, 한 영지에서 지원을 받으며 키워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목적이고. 그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백작님은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겨서 떠나는 것도 가능하겠죠. 물론 저로서는 백작님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자색여명교를 정식 종교로 삼아 지원해주기를 원합니다.”
백작은 생각했다.
결국 이 이교도들에겐 자신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영지야 뭐 이교도들이 어떻게든 빼앗을 수 있겠지만, 이교도들이 그걸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명망 높은 귀족인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천사를 적대하는 저 연합군과 협상해서 작은 땅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자신이며, 영지민들에게 자색여명 교단을 보급하는 것도 자신의 권위가 아니라면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교도들과 돕고 돕는 관계가 된다면 충분히 그리할 수 있다.
계산을 마친 백작이 말했다.
“결국 내 작은 지위 보전을 대가로… 인간을 배반하게 되는 건가.”
자신은 살겠지만 이교가 발호할 것이고, 결국 저 어딘가에 있는 마족들을 끌어오는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배신일 것이다.
“그렇죠. 하지만 백작님이 몰락해 사라지는 것보단 나은 일이에요. 마족이니 뭐니 하는 건 먼 미래의 일이니까요. 죽음이 유예되고 시간이 생긴다면… 그 모든 것이 백작님의 기회가 되지 않겠나요?”
그러나 완전히 몰락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백작은 너무 구석까지 몰렸다. 명예를 생각하기엔, 지금 손 쥔 것이 너무 없다. 몰락하면 몰락할수록 궁지에 몰리며, 궁지에 몰린 자에게 도덕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자색여명교에 가입하신 걸 환영해요. 백작님.”
베스티나가 사악하게 웃었고.
“…”
백작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럼 이제 전쟁을 기다려보죠. 백작님과 저희의 힘이라면 수성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최대한 많이’ 끌다가 협상을 한다면 이쪽 영지를 충분히 보존할 수 있을 거에요.”
그 말대로 이 이단자들의 힘이 있다면 충분히 수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티나의 말대로 마계에서 힘을 보급받는다면 사제들이 더욱 강해질 테니까.
* * *
“진군하라!”
내 명령에 마왕군이 진격하고.
“진군하라!”
베라의 명령에 인간들이 전진한다.
제법 장관이었다.
“세계수님을 위하여!”
“여제님을 위하여!”
저 앞에서는 정면승부를 맡을 엘프 군단이 세상을 지배할 기세로 행군하는 중이다.
무장 상태도 좋고, 보병의 뒤를 따르는 사슴 기병은 신기했으며, 보급품을 옮기는 ‘나무정령’들은 더더욱 신비했다.
“엘프들이 좋은 거 많다니까.”
말보다 큰 나무정령이 등이 보급품을 인 채 쿵쿵 움직이는 중이다. 그 속도는 크게 느리지 않았다. 뭐 마차로 옮기는 것보다는 느리겠지만, 저게 마차보다 효율이 좋다는 모양이다.
게다가 저 나무정령들은 일종의 골렘처럼 활용할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엘프들이 저런 걸 사용하다니. 알지 못했던 일이다.”
베라가 감탄했다.
“솔직히 저도 그래요. 생각보다 더 판타지…”
나무정령을 보니까 확실히 신비하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우리 마왕군이 저걸 다룬다면 아주 재밌어지겠지.
“아무튼 백작도 이젠 끝입니다.”
“제법 능력 있는 녀석이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사실 나도 사이딘 백작에게 여러 번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
“예?”
“정확히는 그 자식의 구애지. 사이딘 백작은 자기 자식과 날 결혼시켜서 동맹을 맺으려고 했다. 거들떠도 안 봤지만 말이야.”
“이거 참. 어머니가 넘어갔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군요.”
“후후후, 그렇지.”
그렇게 우리들은 진군했다.
몇 개 없는 백작의 성과 요새를 간단하게 점령하면서 쭉쭉 나아가며, 수도를 치고 백작을 쓰러뜨리면 될 뿐이다.
너무 간단하다.
그들에게 저항할 여력은 없다.
그렇게 백작령을 먹어 치우고, 잠깐 내정에 집중한 뒤에 힘을 갈무리해서 천사를 치면 끝.
그랬을 터인데.
“음…?”
이거 뭔가 이상한데?
* * *
엘프들과 연합해서 진군하는 우리 군대.
가면서 백작의 성과 여러 번 마주쳤고, 별거 아닌 전투가 예상되었지만.
“…”
예상이 좀 빗나갔다.
정도 이상으로 간단했던 것이다.
“뭐지?”
백작의 성. 요새. 전부 최소한의 병력만 있었고, 방어는 커녕 포위하고 공격을 하려고 하자마자 백기가 내걸렸다.
백작군의 사기가 이렇게까지 떨어진 건가?
전투다운 전투는 진짜 단 하나도 없었다. 성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포위를 하자마자 항복을 했다. 무기 한번 휘둘러보지 않고 승리한 것이다.
그렇게 항복한 백작군 병사들을 심문해봐도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성을 지키되 너희의 목숨을 더 우선시하라고 하는… 그런 명령. 그 탓에 병력도 최소한으로 배치된 것이다.
백작령의 수도 바로 앞까지도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우리는 수도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이상한데. 대체 뭐지? 백작이 이제와서 휴머니즘을 깨달은 것인가? 병사들을 살리려고 성을 포기해?”
“확실히… 이상하다.”
머리를 맞대 봤지만 딱히 답이 나오진 않았다.
“전투다운 전투가 없었다. 공을 세울 기회조차 없었군. 사실 우리들의 본 목적은 천사들을 치는 것이니 별로 중요하진 않다. 애초에 백작은 반쯤 시체였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
엘프 지휘관도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다.
아무튼.
이상함을 느낀 나는 백작의 수도 바로 앞에서 정지 명령을 내린 채 정보를 수집했다. 네크리와 다크엘프들을 풀어서 첩보활동을 좀 한 것이다.
“마왕님.”
그리고 네크리가 돌아왔다.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어요.”
“오오, 뭡니까. 네크리.”
“일단 백작군의 핵심전력… 그것들이 전부 수도에 남아 있다는 모양이에요. 뭐, 그렇다고는 해도 예전만 못하지만요.”
“그렇군요.”
“그리고 이상한 정보가 또 있는데… 무슨 사제들이 백작을 돕고 있다네요?”
“사제가? 수녀들을 말하는 겁니까? 그녀들이 돕는다고 해도 대세엔 영향이 없을 텐데?”
“수녀들은 아닌 것 같아요. 사제들이 병사들의 힘을 강화시키는 축복을 걸어줬다는 증언이 나왔거든요.”
“이게 뭐지?”
나는 바로 성녀님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했다.
“적어도 여신교의 수녀들은 아닌 것 같구나.”
이야기를 들은 성녀님이 그리 말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마… 다른 신의 신성력인가.”
다른 신?
“당연히 이 세계에는 여신 말고도 다른 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러한 신앙들은 자연스럽게 몰락했지. 신성력이라고는 하나 그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 몰락한 신들은 고대신들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를테면 전사신의 신성력을 받아봤자 마나를 다루는 기사만 못하고, 치료의 신의 신성력을 받아봤자 여신의 힘만 못하다.”
“그렇습니까? 그런 거라면 당연히 도태될만 하지요.”
결국 효율의 문제니까.
전사신의 신성력을 받아봤자 마나를 수련한 기사보다 약한데 믿을 이유가 없지.
성녀님은 이것이 다 신의 힘이 약해진 것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옛날에는 그런 고대신들의 성전사들도 아주 강했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병사들이 진짜 강해질 정도로 축복을 주다니… 이거는 이 성녀도 잘 모르겠구나.”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성녀님.”
이거면 됐다.
“아무튼.”
나는 할 일을 할 뿐.
“백작은 수도에 모든 힘을 집중시킨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건 다 넘겨줘도 수도만큼은 지키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일단 협상부터 해보고 안되면 뭐 끝장을 봐야죠.”
백작의 뒤엔 천사들이 있지만 성 하나를 점령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 사제들이 수상하긴 해도 뭐, 싸우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있겠지.
“부릴아! 임숭아! 규일아! 세리뉴! 쥬리아! 네크리! 이제 백작의 성을 공격할 거다! 여태까지 그냥 프리패스로 들어오긴 했는데, 그건 백작이 자기 성에 전력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되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케랴아아아악! 뫙님의 세계정복을 위해!”
ㅡ케랴아아악!
ㅡ끄르르르르르륵!
ㅡ규사아아아앗!
내 부하들이 함성을 토해냈다.
이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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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자를 보내 항복하라는 뜻을 전했다.
물론 협상은 결렬.
백작은 마지막까지 싸우다 쓰러질 생각인지 내가 보낸 사자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돌려보내 줬다.
“죽이지 않은 걸 보면 명예란 걸 알고 있기는 한 모양이지.”
삼국지 보면 사자로 간 새끼들 맨날 죽이던데 말이다. 물론 사자를 죽인 뒤에 패배하면 얄짤없다. 항복이고 나발이고 죄다 도살당할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자를 살려준 걸 보면, 아마 중간에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뭐 공성전이 지루해지고, 늘어지고, 길어진다면 협상에 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
“성을 포위하라!!!”
우리들의 공성 능력은 그야말로 초월적인 수준이었으니까.
“와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
베라의 병사들이 진격하고, 마찬가지로 엘프군단이 진격한다.
백작의 수도성인 사이딘 캐슬의 성벽은 높고 넓었다. 잘 발전된 도시 하나가 통째로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형태다. 그 성안에, 각지에서 후퇴한 백작의 병력이 모조리 모여있는 상태다.
탈영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지만 성벽 위로 보이는 병사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아마 성을 사수한다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다 징병한 모양이지.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줘라!”
도시의 인구를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 그들은 앞으로 살아서 노동력이 되어줘야 한다.
어차피 저 큰 도시 안에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사람들이 널려 있을 것이다. 투지를 잃은 그들을 포로로 삼는 건 일도 아니다.
아무튼.
ㅡ우르르.
우리 연합군이 백작의 성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족의 군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ㅡ쐐애액!
물론 성안에서 화살이 날아오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쓸 바는 아니었다. 다들 주의하고 있는 상태니까.
“리리엘. 궁수들에게 매운맛 좀 보여주고 와라.”
“알겠다!”
“세리뉴. 버프 좀 걸어주고.”
“응!”
ㅡ펄럭!
버프를 받아 타천사들이 날아올랐고, 성벽 위에 폭격을 가하면서 궁수들을 치워버렸다.
ㅡ콰앙!
천사들을 상대하던 엘리트 병사들은 거진 다 사라진 지 오래다. 천사가 폭격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