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47)
〈 47화 〉 홉고블린 놈들 x 7
* * *
“거창, 공격!”
“케륵!”
내 구령에 네 마리의 고블린 창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창을 내질렀다.
ㅡ휘익!
ㅡ척!
허공을 꿰뚫는 나무창의 일격들. 그 수가 네 마리였으니 단 한 번의 구령으로 네 번의 공격이 시행되었다.
물론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케륵! 케르륵!”
“케르릉!”
창병들은 계속해서 창을 내질러 허공을 공격했다. 마치 허공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처럼. 온갖 분노를 표출하면서 가상의 적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린다.
“크륵!”
“케르륵!”
그런 창병들의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은 방패병들이었다. 녀석들은 한없이 진지한 얼굴을 한 채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방패를 들어 올려 단단한 벽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ㅡ파앗!
허공을 찔러대는 창병들과.
ㅡ처억.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방패병들.
“완벽해!”
그저께 홉고블린 정찰병들을 창으로 찔러 죽인 뒤로, 녀석들의 창술 이해도가 대폭 증가한 상태였다. 일단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냈기 때문에 훈련이 아주 수월해졌다.
“이대로면 던전을 아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잘했다! 나의 병사들이여!”
“케륵!”
내 칭찬에 부릴이가 내게 경례를 실시했다.
솔직히 부릴이가 애새끼들한테 꿀밤을 먹여가며 열심히 설명한 것도 아주 컸다. 나 혼자서는 이렇게 훈련을 진행할 수가 없었겠지. 다 우리 에이스 부릴이가 열심히 해준 덕분이었다. 애들이 이 정도로 숙련됐으면 뭐, 다음 기수 고블린들 받아도 알아서 잘 훈련되지 싶다.
“공격 정지! 대열 정비!”
ㅡ척! 척!
구령에 따라 줄을 맞추는 분대원들!
“그럼, 전진! 앞으로오오오 갓! 하나! 둘! 하나! 둘!”
“케륵! 켁! 케륵! 켁!”
바로 전진하는 고블린들!
“에잉.”
여전히 발은 안 맞는다. 근데 뭐 다들 줄 맞춰서 걷는 거 보면 딱히 제식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지도? 진형만 유지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면 된 거다.
“이건 다음에 해야지. 그럼! 전진하면서! 거창! 공격!”
“케, 케륵?”
이건 좀 어려웠는지 녀석들이 날 돌아보면서 우왕좌왕한다.
“앞에 보고! 공격하면서 전진!”
“케륵!”
그걸 보고 답답했는지 부릴이가 창질을 하면서 앞에 있는 방패병 놈의 뒤통수에 살살 박치기를 한다. 그것을 본 고블린들이 마치 감을 잡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전진하며 창질을 했다.
어설프긴 하지만, 이해도는 있다.
“진형 유지해!”
그거면 충분해.
아무튼 나는 그런 식으로 아주 성실하게. 집요하게. 훈련을 실시했다. 내가 시발 군대 있을 때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지는 않았었다.
우리가 하던거?
전준태랑 국지도발. 또 뭐 있지? 잽싸게 장비 챙기고 물자 빼고 뭐해서 진지까지 신속하게 행군한 뒤에, 진지 잡고 하염없이 시간만 때우는 거. 그것만 했었다. 훈련이라는 것은 초반을 제외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냉병기를 든 군사훈련은 다르다. 이것은 구성원들 전부가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전원! 후퇴!”
“케르으으윽!”
ㅡ후다닥!
그래도 도망치는 것은 아주 잘한다. 후퇴란 말에 아주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그리 놈들이 다 후퇴하는 것을 본 뒤에.
ㅡ하압.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전원 위치로! 진형을 유지하라!”
외친다.
그러자.
ㅡ후다닥!
“케르륵!”
“케릉!”
다시 나의 고블린 병사들이 뛰어와 잽싸게 진형을 만들었다!
“크으!”
너무 좋아! 여기까지 진짜 존나 잘 훈련시켰다! 통로를 착실하게 막는 저 귀여운 녀석들을 보라! 양사이드 끝 쪽이 살짝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아주 훌륭한 벽이었다!
“훌륭한 알박기야. 그럼 다음 훈련 시작한다. 얘들아. 형 나가게 좀 비켜봐.”
“케륵?”
그렇게 고블린들의 맞은편으로 가서, 거꾸로 잡은 나무창을 내질렀다. 이번엔 내가 적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고블린들은 훌륭하게 대처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났다.
“후우! 자! 훈련 고생했다! 전부 쉬어!”
“케륵!”
쉬라는 말에 고블린들이 장비를 바닥에 내려놓고 주저앉았다. 저렇게 퍼질러져 있는 것을 보면 진짜 구라 안치고 군시절이 생각난다. 다들 행군하다가 휴식 시간 되면 저런 느낌이었지.
녹색녹색한 것까지 다 똑같다.
“그럼 샤란이 이리 와!”
“샤아!”
내가 부르자 던전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샤란이가 총총총 뛰어와 내 앞에 섰다.
“훈련 끝났으니 마력 주입해줄게.”
어차피 지배술을 더 쓸 일도 없는 상황이다. 회복한 마력은 전부 부하들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자, 주입.”
“샤앗…!”
마력주입을 해주자 샤란이가 평소처럼 움찔했다. 그리고는 기분 좋다는 티를 내면서 내게 달라붙어 왔다.
“샤아샤아.”
“흐흐흐, 그렇게 좋냐?”
진짜 샤란이한테 내 마력 많이 쏴주긴 했다. 이거 나중에 내 힘 계속 쌓이다 보면 지배술도 먹히는 건가? 사실 딱히 지배술을 걸 필요가 없기는 하다. 지금도 이렇게 나한테 좋다는 티를 잘 내는데.
근데 뭐랄까.
“샤아?”
샤란이를 보고 있으면 내 기운 비슷한 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뭐하고. 그런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든다. 설마 이거 계속 내 마력을 주입해주다 보면 샤란이한테 내 기운이 정착되는 건가?
샤란이도 마력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혹시 모른다.
마력을 주입받은 끝에 뭔가 강화가 되어버린 샤란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뭐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른다. 일단 내 마력이 몬스터들의 힘을 회복시켜주고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것이다. 아직 자료가 너무 적기도 하니까. 이건 계속 실험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부릴이.”
아무튼 다음 차례는 부릴이다.
“케륵!”
벌떡 일어난 부릴이가 마력주입을 받는 자세를 취했다. 부릴이도 소대장이니까. 많이 챙겨줘야 한다.
“주입!”
“켁!”
역시나 좋아하는 부릴이.
이렇게 계속 마력 주다 보면 부릴이도 성장하겠지? 막 극적인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홉고블린만큼 커졌으면 좋겠다. 이 새끼도 혹시 모른다. 나중에 존나 커질지.
“야, 야! 나머지도 차례대로 줄 서!”
그 말에 고블린들이 일어났고, 저 앞에서 끈을 만들고 있던 임숭이랑 규일이 패거리가 뛰어왔다.
지금부터 이 새끼들한테도 마력을 주입해 줄 것이다.
그동안 마력운용을 아주 열심히 한 탓에, 마력을 아주 세밀하게 조종할 수가 있게 되었다.
원래 마력 주입을 해줄 때 최솟값이 1이었다면, 이젠 그것을 잘게 쪼개서 한 0.2 정도의 마력을 주입해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마음 같아선 이 새끼들한테도 제대로 된 마력을 주입해주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샤란이랑 부릴이 챙겨주기도 힘들다. 얘들은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고 하자.
“자, 자. 차례대로 주입할 테니까. 가만히 서 있어.”
마치 예방 접종을 해주는 것처럼 한 새끼씩 차례대로 마력을 놓아줬다.
“케륵…!”
“끄륵!”
굉장히 적은 양의 마력이지만 그래도 녀석들이 참 좋아하기는 한다. 와, 진짜. 내가 만약 진짜로 강한 마족이었다면 이 지랄 하는 것도 순식간이었을 텐데 말이다.
“폐급 마족 시벌.”
그래도 엄마가 공작에 출신도 좋은데 뭐 혈통빨 같은 거 없냐?
“야. 그럼 지금부터 개인정비 하고. 조금 있다가 사냥 나가자.”
“케륵.”
그런 나날이 흘러갔다.
* * *
그로부터 며칠 뒤.
마침내 홉고블린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락. 그라락!”
“그라라락!”
제대로 무장을 한 홉고블린 분대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 감시망에 포착되었다. 경계를 나오길 잘했군.
“그락!”
보니까 작정하고 실종자 수색 겸, 복수를 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정찰병이 돌아오지 않았다. 죽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군대를 끌고 와서 조사를 하고. 원인을 제거할 생각이겠지.
“샤아.”
샤란이가 내 어깨를 잡았다.
“어. 괜찮아. 안 덤빌 거야.”
바로 작게 대답해준다.
지금 나랑 샤란이 둘이서 홉고블린 분대 하나를 상대? 미친 짓이지. 도발도 하지 않는다. 저 새끼들 위험한 놈들이다. 지배술도 함부로 걸기 힘든 마당에 다구리를 허용하다니? 터무니 없다.
“후퇴하자.”
녀석들이 이 주변까지 왔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던전 안으로 들어가서 존버타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지. 바로 샤란이와 함께 던전까지 후퇴했다.
“케륵?”
“부릴아. 긴장 빨아라. 이제 전쟁각이다. 애들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 내가 명령하면 바로 튀어나오고.”
“케륵륵!”
내 말을 알아먹은 부릴이가 부하들을 이끌고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샤아…”
“샤란이는 내 옆에 있어.”
그렇게 나는 던전의 안쪽. 저 바깥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샤란이와 함께 포복을 실시했다.
이제 여기서 홉고블린들을 감시할 것이다.
밝은 바깥에 비해 던전 안쪽은 어둡기 그지없다. 여기에 있으면 놈들을 일방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밖에선 안이 안보일 테니까.
ㅡ…
던전 조명으로 사용하던 반딧불이도 다 치운 상태다. 자루에 잘 담아놨고, 임숭이한테 관리를 맡겼다. 내가 명령한다면 임숭이가 던전 안에 반딧불이를 풀 것이다.
조명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포복을 한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으니.
마침내.
ㅡ처억.
홉고블린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
ㅡ꿀꺽.
긴장이 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온 홉고블린들이 던전입구 조금 앞에서 멈춰섰다. 놈들도 아는 것이다. 이 던전안에 불친절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 군대를 끌고 온 상황이다.
아마도 공격을 하려고 하겠지.
이제 전쟁이 시작… 음?
그때.
“그락락.”
조금 큰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홉고블린들보다 조금 더 큰 녀석. 보니까 몸이 좀 근육질인 것 같았다.
대장?
설마 족장 같은 건가?
“…”
이거 시발.
일이 좀 어려워지겠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