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49)
〈 49화 〉 홉고블린 놈들 x 9
* * *
“카르티 장군!”
“응. 보고해.”
분노에 찬 마계기사가 아주 사납게 고함을 치며 보고했다.
그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대천당이 중간계 침공의 야욕을 드러냈다는 것. 또한 중간계로 천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의식을 전개하려 한다는 것.
“이상입니다!”
“고마워. 가서 일 봐.”
“예!”
보고를 마친 마계기사가 내려갔고, 카르티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역시나 좋지 않은 일이다.
마족의 멸절을 원하는 대천당과 마계의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은 힘이 비슷하여 서로 밀고 밀리는 것의 반복이었지만, 만일 대천당이 중간계를 집어삼키고 그곳에서 힘을 불린다면. 마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로 뭉친 대천당에 비해 마계는 분열되어 있으니까. 심지어 마계귀족들 중 일부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대천당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놈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회담도 망해버렸어. 카르티 슬퍼.”
“망했어어어엇! 망했어어어엇!”
“조용히 해.”
카르티가 손짓을 했으나, 사역마가 조용해지는 일은 없었다.
“쓸모없는 놈드으으을! 쓸모없는 놈드으으을!”
“쯧.”
소란스러운 사역마지만 하는 말은 지극히도 옳았다.
강림의식이랍시고 다 같이 모여 회담을 가진 것은 좋았지만 생산적인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 과연 마족 새끼들답게 조롱과 비꼬기. 맥이기와 책임 전가 말고는 아무런 말을 나누지 않았다.
마족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해 보인다.
“대천당의 강림의식… 못 막아.”
중간계의 지성체들은 천사들을 반길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큘스오빠 살아있을까?”
강림의식이 끝난 뒤로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중간계를 감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수를 써 놓은 상태. 당연히 큘스에게도 그러한 수작을 부려놓았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ㅡ츠팟.
슬슬 됐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카르티는 업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ㅡ…
마치 공주님의 방 같은 공간.
수많은 프릴과 리본들로 장식된 방안에 참으로 이질적이고 불길해 보이는 기계들과 아티팩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디, 그럼 확인해볼까.”
그것들을 가동한다.
ㅡ우우웅.
흑마법이 전개됨에 따라 가동하는 기물들. 카르티는 정신을 집중하여 기물들을 조작했고, 큘스의 위치를 추적했다. 살가죽 아래에 추적용 마법진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살아있다면 추적될 것이고, 죽어있다면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 연결됐다.”
연결이 되었다.
ㅡ치지직.
눈앞에 화면이 떠오른다. 노이즈가 낀. 불분명한 시야. 하지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상적으로 살아있다는 뜻이다.
“큘스오빠 진짜 살아있잖아?”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카르티는 조금 더 조정을 했고, 마침내 비교적 깨끗한 화면을 얻을 수 있었다.
ㅡ시발!
들려오는 목소리.
“후후후, 큘스오빠 거지꼴이야.”
큘스는 거지꼴이었다. 그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저 어린 오라버니는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마족이다.
그때부터, 카르티의 관찰이 시작되었다.
* * *
처음에는 그저 살아있다는 게 놀라워서 흥미본위로 관측작업을 실시했다.
카르티 장군에겐 할 일이 많다. 장군이니까. 큘스가 흥미로운 마족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하고 위험한 시기에 그에게 관심을 쏟을 시간은 없다.
애초에 중요 인력도 아니다. 곧 죽을 것이 분명하다. 관측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자그마한 흥미 이상의 관심을 가지진 않았고, 쉬는 시간에 잠깐 관측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흐응, 큘스오빠 생각보다 잘하네?”
보고 있으니 나름대로 봐줄 만하다.
놀랍게도 큘스는 정말 하찮기 짝이 없는 미물에 불과한 고블린을 깊이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협동하여 생존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카르티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저런 마족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큘스오빠 너무 싸이코야.”
작은 흥미가 큰 놀라움으로 변했다.
저건 정상적인 마족이 아니다. 하찮은 고블린을 진심으로 아껴주면서 서로 웃고 울며 떠들고 있는 중이다. 마계에 저런 게 가능한 존재는 없다.
ㅡ부릴아!
ㅡ케륵!
둘은 협동하면서 생존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갔다… 그렇의 둘의 삶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당연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생존을 해나가고 있다.
ㅡ츠팟.
돌연 꺼지는 화면.
“앗! 시간 다 됐어!”
시간이 다 되어 화면이 꺼지고 말았다.
“카르티 더 보고 싶어! 보여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카르티는 관측을 이어 나갔다.
관측을 멈출 수가 없었다.
* * *
이제 큘스를 관측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이런저런 환경적 조건 때문에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무조건 본방을 사수했다.
너무나 흥미진진한 탓에 꼬박꼬박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큘스는 아예 코볼트 굴까지 공략해서 그 굴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해내기까지 했다.
“역시 이 카르티에게 배운 마족이야! 카르티가 가르쳤는데 못하면 그게 이상한 거야!”
“이상한 거어어!!! 이상한 거어어!!!”
뿐만이 아니라 드라이어드를 동료로 삼기도 한다.
그리고.
고블린들을 지배하여 병사처럼 훈련을 시키는가 하면, 던전을 만들어서 홉고블린 군대와 싸우기까지 했다.
ㅡ그라아악! 그락!
ㅡ공격!!
“잘한다! 잘해! 큘스오빠 잘한다!”
직접 훈련한 고블린 군대와, 정말 하찮기 짝이 없는 야생 몬스터 부족이 아기자기한 전쟁을 치른다.
공작령의 장군으로서. 여공작의 심복으로서. 수많은 전선을 넘어온 카르티에게 있어 이 소꿉놀이 같은 부족전쟁은 그저 장난에 불과할 것이었지만, 박진감은 엄청났다.
마침내 족장을 쓰러뜨렸을 때.
“와아아아아아!!!”
카르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ㅡ화아악! 들고 있던 과자봉지가 날아가 과자들을 뿜어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치우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이겼다! 이겻다이겻다이겻다! 큘스오빠 이겼다!”
“이겼다아아아!! 이겼다아아아아!!”
사역마와 함께 기쁨을 노래하는 카르티.
“후우! 좋아! 그럼 이제 저 족장의 힘을 추출한다면… 아! 아앗! 또! 또! 시간 다 됐어!!”
화면이 꺼졌기에 그 이후는 볼 수가 있었다.
“다음에 어떻게 됐냐구!!”
ㅡ쾅쾅!
가슴을 쳤지만 꺼진 화면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다음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뭐가 됐든.
카르티는 큘스에게 작은 기대를 품었다.
여기까지 온 큘스다.
정말로.
조금만 더 한다면.
* * *
“오오…!”
이런 격렬한 충동이라니?
ㅡ두근.
ㅡ두근.
이것은 내가 잘 모르는 감각이었다. 이게 바로 본능인가? 인간이 아니라 마족이라서 느끼는 본능? 그만큼 강렬한 이끌림이었고, 나는 홀린 듯이 마력추출법을 전개했다.
ㅡ고오오.
오른손에서 흑마법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샤아?”
“샤란아 잠깐만.”
날 끌어안고 있는 샤란이의 머리를 왼손으로 쓰다듬어주면서 그 품에서 빠져나왔다.
“…”
족장은.
완전히 눈을 까뒤집은 채 죽어있었다. 놈을 보고 있으니 더욱 격렬한 충동이 샘솟는다. 한시라도 빨리 저 마력을 추출하라고!
그래서.
“흐아아아아압!”
바로 손바닥을 쫙 펼치고, 녀석의 가슴팍을 내려쳤다!
ㅡ꾸물렁!
타격이 들어가진 않았다. 마치 진흙 속에 손을 집어넣은 것처럼, 내 손이 녀석의 가슴팍을 통과해 들어간다. 그렇게… 안에 있는 심장을 꽉 잡아 쥔 순간.
ㅡ사르륵.
족장의 시체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샤, 샤앗…!”
놀라움을 표하는 샤란이.
그렇게 시체가 사라졌고.
“…”
내 손에는.
빛나는 보라색의 마력석 결정이 남아있었다.
“빛난다고?”
저번에 코볼트의 시체에서 뽑아낸 마력석은 좋게 말해서 그냥 찌꺼기였다. 이렇게 영롱하지도 않았고 맥아리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족장에게서 뽑아낸 이 마력석은 어떤가.
ㅡ반짝.
영롱하다.
그 빛이 나를 홀리는 듯했다. 순간 이것이 마치 달콤한 초콜렛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지극히 충동적으로, 나는 마력석을 먹었다.
“냠.”
ㅡ오도독.
ㅡ오도독.
씹는 감각이 재밌다. 마치 간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루가 된 마력석을.
ㅡ꿀꺽.
삼켰다.
그러자.
“음?!”
무언가 뜨거운 것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듯한 느낌…! 그것이 아주 강렬하게 느껴졌다!
“오, 오오오오오오!”
순간 내면의 마력이 요동친다! 마력이! 마력이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나의 내부를 존나게 두들기는 듯했다!
ㅡ츠팟!
동시에 발밑에서부터 마력의 오라가 피어올랐다!
“오오오오오오오!”
마치 고통 같은 감각…!
그러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있는 마력이 성장하고 있음을.
뿐만이 아니다!
ㅡ뿌득!
내 뿔이 한 1미리 정도 자라난 것이 느껴졌다!
“강해, 강해졌다! 성장했다!”
족장의 힘을 흡수하는 것으로 내 마력이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마족의 힘!”
그것을 느끼자 격렬한 기쁨이 나의 뇌수를 집어삼켰다!
“케, 케륵…!”
“케르르륵!”
눈을 크게 뜬 고블린들이 나를 응시하면서 부들부들 떨며 아가리에 주먹을 밀어 넣었다!
“샤앗…!”
샤란이 역시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날 보았다.
“그래! 날 보아라! 이 마왕의 힘을 보란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