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490)
“하지만 이런 경우엔 죽이는 게 더 이득이지요. 이건 귀족간의 사소한 분쟁에서 비롯된 영지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왕과 귀족의 권력투쟁이니까요.”
“응.”
몸값은 필요 없다.
이번 전쟁으로 적대적인 귀족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고 그들의 땅을 강탈, 여왕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야 하니까. 전쟁이란 그런 거다.
“으아아아아아악!”
이미 이긴 전투를 하고 있는 여왕의 용병들이 밀고 들어갔고, 귀족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도망치려는 자들도 내 다크엘프 부대원들이 전부 척살했다.
“흐흐흐.”
아무것도 모른 채 범의 아가리 안쪽으로 들어오다니. 너무나 당연한 결말이 아닌가.
“자! 다 정리하고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요! 혹시 모릅니다! 자얀트가 걸려들지!”
녀석이 걸려들면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 * *
자얀트 후작은 집결 지점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행군하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이틀 안에 도착할 것이다.
“미친 여왕 같으니라고… 아니. 오히려 고맙게 됐어. 스스로 발광해서 명분을 줬으니까. 멍청하긴. 왕비였으면 얌전히 왕비질이나 할 것이지 무슨 생각으로 여왕 따윌…”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이번 전쟁은 그저 지루한 외교절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차피 이길 것이다. 그러니 즐길만도 하지만 어차피 이길 전쟁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귀찮기 짝이 없다.
“괘씸한 것.”
그래도 한가지 의미는 있다.
감히 애인 따위를 왕으로 삼겠다고 지랄을 한 여왕을 응징하겠다는 의미가.
여왕은 멍청한년이지만 생긴 거 하나만큼은 정말이지 최고다. 여태까지 봐왔던 어떤 여자들보다도 아름답다. 선왕이 비비앙의 얼굴을 보고 왕비로 삼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 미모는 유명하기 그지없다.
자얀트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침대 위에서 여왕에게 본때를 보여주며 진득하게 처벌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처벌은 혹독하고 음란할 것이다. 감히 기어오른 대가를 밑구멍으로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며 군대를 진격시킨다.
그렇게 집결 지점에 도착하기 직전이 된 그때.
“자얀트. 불길하다.”
어느샌가 그의 뒤에 자리 잡은.
검은 후드와 로브를 뒤집어쓴 존재가 속삭였다.
“무엇이 불길하단 말이냐? 호오엘스.”
“마력이 느껴진다.”
자얀트의 물음에 호오엘스라고 불린 존재가 대답한다. 그는 자얀트와 계약한 마족이다. 자얀트의 영지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힘의 일부분을 되찾은 상태다.
“뭐…? 아니, 마력이라니?”
“말했을 터다. 이 중간계엔 다른 마족들이 있다고.”
“그게 이 주변에 있다 이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 마족은 얼마나 강하지? 네가 이길 수 있, 아니지. 우리 군대로 토벌할 수 있나?”
“알 수 없다.”
호오엘스는 그 마족이 자신처럼 귀족과 계약한 존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족은 혼자 다니는 일이 많지만, 요즘은 다들 경쟁적으로 중간계에 혈족을 보내는 중이다.
당연히 자신들처럼 행동할 확률이 높다.
“그냥 들판에서 혼자 걸어 다니고 있을 가능성은?”
“그 가능성을 믿고 싶다면 믿어라.”
“흐음… 그렇다는 건 내 부하나 여왕 측에 그런 놈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 대체 언제 그딴 짓을 한 건지 모르겠군.”
자얀트는 가슴이 차게 식는 것을 느꼈다.
마족과의 계약으로 특수한 힘을 얻은 것은 그의 은밀한 자랑거리이자 특별함이었다. 다른 녀석이 그런 힘을 쓴다고 생각하니 초조해진다.
특별한 힘이라는 것은 오직 자신만이 사용하고 있을 때 특별해지는 것. 누구나 다 쓴다면 전혀 특별하지 않다.
앞서나갈 수 없다.
“좋아. 호오엘스. 그쪽으로 안내해라. 마침 군대도 다 끌고 온 상황이지. 이런 건 뿌리부터 뽑을 필요가 있어. 제일 큰 힘을 휘두르고 있는 지금 녀석을 토벌한다.”
“괜찮겠나? 아군일 수도 있다.”
“마족 계약자는 아군이 아냐. 경쟁자다. 호오엘스.”
“알겠다. 추적하지.”
자얀트는 바로 부관에게 명령을 내려 언제든지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 적 부대가 가깝다. 거리를 보면 먼저 도착한 자기 부하들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설마 몰래 마족과 계약을 하다니.
녀석은 잘못 걸렸다.
“호오엘스는 힘을 되찾고 있는 중이지.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야. 경쟁자는 보는 족족 없애야 해.”
마침 호오엘스가 잘 성장해서 다행이다.
녀석과 자신의 힘이라면 경쟁자를 무리 없이 제거할 수 있으리라. 아군이라도 빠르게 토벌하고 여왕의 짓으로 꾸미면 된다.
“저쪽이다.”
곧 호오엘스가 적의 위치를 특정했다.
“으음?”
그곳에 걸린 건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파엘슨 남작의 깃발이었다.
자신의 자식과 놈의 자식이 혼인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저 새끼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사자, 사자를 보내라!”
혼란스러웠지만,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설령 최측근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자라고 판명되면 냉혹하게 제거할 뿐이다.
자얀트 후작은 그렇게 살아왔다.
* * *
마치 떡밥을 본 물고기처럼 우리 진영을 향해 순조롭게 다가오고 있던 자얀트 후작의 군대가 돌연 멈춰섰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는데 녀석이 사자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난 놈이 뭔가 수상한 점을 눈치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을 보니 그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얀트 이 새끼 마족의 힘을 제법 잘 다루나 보네.”
내 힘은 숨길 수 있지만.
내 부하들의 힘까지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도 자얀트를 돕는다는 그 마족이 우리 측 기운을 읽어버린 모양이지. 그래서 사자 따윌 보낸 거고.
물론 나 역시 녀석들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이건 뭐 전쟁밖에 없다.
“파, 파엘슨 남작의 가신들은 어디 있소?!”
마침 우리 진영에 도착한 자얀트 후작의 사신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눈치채고는 고함을 쳤다.
당연하다.
이곳에 파엘슨 남작의 가신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있는 건 여왕의 가신뿐이다.
“죽여라. 전군, 공격 준비!”
“어억!”
비비앙이 냉혹하게 명령하자 사신의 목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미 준비하고 있던 여왕군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
“오오오! 여왕폐하 만세!”
“만세! 만세!”
“여왕폐하 만세에에에!”
전리품을 얻은 것으로 여왕군의 사기는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태였다. 그리 신속하게 대열을 이룬 여왕군이 진격했고, 이어서 여왕의 기병대가 양익을 보호하면서 이동.
그 뒤에 배치된 예비대가 본대를 따라 움직인다.
“네 마왕군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지원을 해줘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자얀트와 싸우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여왕군의 규모는 제법 크다.
아직 동료들과 합류하지 못한 자얀트 후작과 일대일로 붙는다고 해도 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얀트에겐 마족이 있지.
녀석이 뭔 짓을 할지 모른다.
내 소중한 부하들을 꺼내는 건, 여왕군이 장렬하게 희생해서 적들이 지닌 수단을 밝힌 다음이다. 솔직히 내 부하들이 소중하지 여왕군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애초에 여왕군이라고 해봤자 대부분이 다 용병들이다. 용병들은 소모해도 크게 상관없다.
“자, 보자고. 자얀트. 마족이랑 동맹을 맺다니. 그 힘.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보겠어.”
솔직히 말해서 궁금하다.
일국의 귀족이 마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녀석은 과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까?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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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엘슨 남작의 진영에서 군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신을 보낸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함정? 정말 함정인가? 어떻게 미리 알았지?”
자얀트는 큰 혼란을 느꼈다.
이상하다.
파엘슨은 자신이 사신을 보내자마자 총공격을 걸어왔다. 마치 미리 알았다는 것처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확실하다. 사전에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둔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게 아니었다면 이런 속도와 결단력이 나올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뭐가 됐든 적들은 자신이 마족의 힘을 다룬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어쩌면 아주 옛날부터.
계속 판을 짜둔 것인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을 제거하겠다고? 일리가 있다. 파엘슨은 최측근이다. 자신이 죽는다면 많은 걸 얻을 수 있겠지.
“거둬준 은혜도 모르고…!”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다.
과연 마족 계약자라는 생각이 든다.
“후!”
아무튼 온갖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자얀트는 전쟁을 여러 번 거친 귀족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고민 따위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눈앞의 적들을 토벌하는 것뿐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병력을 잃는다고 해도 문제없다.
후퇴하면서 부하들과 합류하면 될 테니까.
어쩐지 적의 계획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조금 손해를 볼지언정 이 정도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호오엘스. 적 마족들은 무슨 힘을 사용하지?”
“알 수 없다.”
“직접 봐야 아는 건가?”
“그렇다. 이 정도 마력으로 적들의 수단을 읽어낼 수는 없다.”
마족의 존재를 눈치챈 건 좋지만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실책이다. 호오엘스를 더 키웠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더 키우지 못해서.”
“여왕이 갑자기 행동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자얀트.”
“그렇지.”
조금 더 안정적으로 호오엘스를 키우고 싶었는데 여왕이 돌발행동을 한 탓에 이렇게 되었다.
불만은 침대에서 푼다. 여왕을 벗겨놓고 변태적인 성희롱을 하면서 풀면 되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자얀트가 명령했다.
“그럼 호오엘스. 평소 훈련했던 대로 적들을 처치해라. 차근차근 적 부대를 깎아 먹으면서 포위하면 된다. 물론, 적 마족의 힘도 경계해라.”
“…알겠다.”
ㅡ사르륵.
호오엘스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ㅡ촤락.
곧 녀석이 준비해뒀던 예비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엘스의 능력은 전투 중 적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마계의 화살을 연속적으로 쏘아내 갑옷으로 무장한 적들을 허무하게 쓰러뜨릴 수 있다.
호오엘스는 그런 악몽의 석궁을 쓰는 분신들을 다수 불러낼 수 있으며, 그런 존재들을 중무장한 예비대 사이에 섞어놓고 전투를 시킨다면 필승.
예비대가 투입된 즉시 적들의 머리가 꿰뚫리며 순식간에 쓰러질 것이고, 그 사이에 마력으로 강화된 예비대가 특유의 광포함을 내비치면서 들어가면 곧바로 마주한 적들을 붕괴시킬 수 있다.
그렇게 적들의 진영을 바깥에서부터 빠르게 붕괴시키면 전투 승리다. 절대적인 공격력을 지닌 예비대라는 것은 충분히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호오엘스는 귀족들과 서열정리를 위한 영지전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가 화살을 쏘기 시작하면 적들은 버티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얀트는 호오엘스를 믿고 있었다.
“가라!”
“우와아아아아아아!”
정석대로 배치한 본대가 창과 방패를 앞세운채 전진하고, 그러한 본대의 양익에 호오엘스의 예비대가 배치된다. 기병들은 뒤쪽이다.
적들 역시 비슷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적들의 군대와 이쪽의 군대가 맞닿기 시작했고, 마침내 충돌.
ㅡ우와아아아아아!
ㅡ아아아아아!
격렬한 함성이 쏟아져 나오면서 양측의 본대가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죽여, 죽여어어어!”
“어깨 딱 붙여! 떨어지지 마라!”
“밀어버려!”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전열은 전부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다. 자연히 큰 소모 없이 지지부진한 비비기가 지속될 뿐이다.
“호오엘스!”
그리고 그 사이 진정한 타격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으으으!”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자얀트는 자신의 예비대를 보았다. 광포해진 병사들이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침을 흘리며 검을 치켜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 후드를 뒤집어쓴 마족, 호오엘스의 분신들이 암흑의 화살을 장전하고 있다.
저들이 투입되면 그 부위부터 적들의 진형이 깎여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