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515)
“그럴 수도 있겠는데!”
“그것보단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비키니에 부츠만 신은 거유 여해적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는다. 지금으로서 확정할 수 있는 건 없다.
“어쩔까요? 바르카님?”
“흠…”
바르카는 고민했다.
“일단 더 들어가 보자.”
“들어갔다가 습격 당하면요?”
“항상 그래왔잖아? 털어내고 빼면 돼.”
“그렇군요!”
명령에 따라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좀 수상하긴 하지만 마침 토벌군이 섬으로 간 상황이고 하니까 확인해둘 필요가 있어. 어차피 어인들이 공격해도 평소 했던 것처럼 털어내면 그만이니까. 잠깐 들어가서 확인 좀 하자.”
바르카는 자기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혔다.
해적 선장은 언제나 동료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해적선에 탄 모든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원하고 있으니까.
왕국의 해군 같은 경우엔 병사들을 노예 취급하며 권위로 찍어 누르지만, 해적들에게 그런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태생적으로 범죄적인 그녀들은 숨 막히는 질서를 거부한다.
“바르카 말이 맞네.”
“더 보자고.”
“어쩌면 그 토벌군이 잘해줬을지도 몰라.”
그렇게 해적선이 섬 쪽으로 더욱 가까이 접근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안개가 적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섬이 완전히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와, 와아!”
“저기 봐!”
“저것들…!”
여해적들은 경악했다.
“세상에! 저건!”
해변에 어인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대충 세봐도 수십. 백 마리 정도는 되는 어인들의 시체가 도살장의 고기들처럼 마구잡이로 방치되어 있는 중다.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
“토벌군! 토벌군이 어인들을 무찌른 게 분명해!”
“와! 그렇다면!”
“섬에 있는 우리 애들!”
여해적들의 얼굴에 희망이 감돈다. 그녀들은 쭉 섬에 억류된 동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온갖 범죄들을 저지르는 해적이지만 동료 의식만큼은 확고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가족과도 같은 동료들이 어인들의 손에 잡혀 살해당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해! 아직 모르니까! 섬 주변을 돌면서 조금 더 조사해보자! 토벌군이 활약했지만 결국 패배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여해적들이 군말 없이 감시를 실시했다.
그렇게 섬을 돌다 보니 난파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우리가 유인한 군함이야!”
“역시!”
“상륙하고 섬에 있는 어인들과 전투를 한 모양이지.”
바르카가 웃으며 말했다.
“상황이 좋아. 보아하니 토벌군은 섬 안쪽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야. 우리 동료들을 구출해줬을 거란 말이지.”
“바르카님. 그 해군 놈들이 우리 애들을 처형하지 않았을까요?”
“평소라면 했겠지만, 녀석들은 지금 섬에 갇힌 채 어인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야. 그런 상황에서 전력이 될지 모를 사람들을 처형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그렇군요!”
여선장 바르카는 평소엔 장난기가 넘치지만 결국 카리스마와 힘.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선장이 되었다.
모든 여해적들이 그녀의 말에 설득되었다.
“내리자. 섬 안에서 토벌군이 싸우고 있을지도 몰라. 어인들과의 전투로 피폐해졌을 테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거기에 어인들의 세력도 약해진 것 같으니까. 겸사겸사 깨부수면서 우리 집을 되찾을 수 있겠지.”
“좋아!”
“자, 가자! 우리의 동료들을 구하러!”
“응!”
모든 여해적들이 전투 무장을 실시했고, 적당한 곳에 배를 댄 뒤에 섬에 상륙했다.
“햐.”
실로 오랜만에 밟는 본거지의 땅이다. 경계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여해적들은 섬의 안쪽으로 진격했다.
하지만 즐거운 기분도 잠시뿐이었다.
“어어…?”
“이건.”
여해적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섬 안쪽에 있는 정글 지형. 그곳이 기묘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마치 바닷물 속에 한번 푹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해초나 산호. 따개비 같은 것들이 곳곳에 돋아있다.
거기에 섬이 너무 조용하다.
“…이건 대체.”
바르카 역시 미묘한 공포심을 느꼈으나, 동료들 앞에서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당당한 표정을 유지할 뿐이었다.
“잠깐, 바르카. 이상해.”
부선장이 말했다.
“응. 확실히 뭔가 수상한데.”
“정찰부터 해야겠는데. 뽑기 돌리자.”
“그러자.”
이럴 경우 뽑기를 해서 정찰대를 구성하기로 되어 있다. 바로 뽑기가 시작되었고 몇몇 여해적들이 뽑혔다.
“최대한 조심해.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고. 알겠지? 이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래.”
“함정이다 싶으면 비명 지를 테니까 알아서 판단해.”
정찰조의 여해적들은 공포심을 느꼈지만, 이것은 공동체를 위한 일이었고 선장조차도 포함된 뽑기에서 정당하게 선택된 일이다.
여기서 반발하면 축출당하는 것도 있지만, 본거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그녀들은 주저 없이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들. 수상하니까 전투 준비해.”
“좋아.”
“이거 이상한데.”
바르카의 명령에 여해적들이 진형을 잡았다.
그리고.
ㅡ꺄아아아아아악!
ㅡ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런! 정찰조 애들이야!”
“바르카!”
“구해야 돼!”
“기다려! 먼저 나서지 마! 선장의 명령부터 들어! 바르카! 명령을!”
여해적들은 동요했지만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었다. 모든 시선이 바르카에게 향한다.
바르카는 청각에 집중하면서 말했다.
“바로. 바로 끊겼어. 비명소리가.”
“그 말은…!”
“도망치는 소리도 안 들려. 한방에 당한 거야. 정찰조 애들 전부. 구하기엔 늦었어! 후퇴다!”
“그치만!”
“빨리! 이 섬에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
그 말에 여해적들이 진형을 유지하면서 질서정연하게 배까지 후퇴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복병은 없었는지 중간중간 대기시켜놨던 여해적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빨리! 배로 올라가!”
해변에 가까워진 그 순간.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고 있지?”
뒤쪽에서 수상하고 사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앗!”
그 말에 여해적들이 멈춰서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너는…!”
검은 갑옷을 입은 귀공자.
그러나 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검은색 머리카락은 불길했으며, 머리에 난 뿔과 등 뒤에 난 날개는 악마적이었다.
심지어 공중에 살짝 떠 있었으며, 주변에서 불길한 보랏빛 오라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바르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악마! 네가 어인들을 소환한 거지!”
틀림없다!
저 악마가 어인들을 소환해 섬을 점거한 것이다. 바르카는 복수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저것은 악마였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그때, 악마가 말했다.
“글쎄… 어인에 대한 건 나와 관련 없는 일이다.”
명백한 거짓말.
속지 않는다.
“전원 전투준비! 저 녀석이 이번 일의 원흉이야!”
“저 악마가…!”
“어인들을 소환했대!”
ㅡ처억!
커틀러스와 방패를 든 여해적들이 바로 전투 진형을 짰다. 그럼에도 악마는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섬 사람들을 어떻게 했어! 대답해!”
바르카가 악마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섬의 인간들 말인가? 내가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개자식이 보호라니…!”
그 말에 여해적들이 분노했다.
“저 씨발놈이!”
“우, 우리 동료들을!”
“다 죽였어!”
정황상 몰살했다는 소리가 분명하다. 악마가 인간을 가만 놔둘 리 없었으니까.
“죽이지 않았다. 보호하는 중이라니까. 너희들이 내게 협조한다면 풀어줄 용의가 있지.”
“거짓말하지 마!”
악마는 과연 악마답게 얼굴조차 바꾸지 않고 거짓을 읊조렸다.
“으음… 진실인데 말이지. 지금 너희가 저항하면 섬 사람들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무기를 내려놔라. 여해적들이여.”
그 순간.
ㅡ촤악.
저 바다에서.
“쮀에엑…!”
“줴엑!”
“줴에에엑!”
어인들이 걸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헉!”
“아앗!”
그것으로 여해적들은 포위됐다. 바다 쪽에는 어인. 그리고 앞에는 수상쩍은 악마.
“바르카…! 어떻게 해야!”
“싸, 싸워야 할까?”
“복수를 해야 해!”
혼란에 빠진 여해적들이 여선장에게 격하게 의지한다. 여해적들은 수많은 전투를 수행해 왔고, 약탈은 물론 몬스터와도 많이 싸워봤지만, 저런 악마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큿…!”
바르카는 판단했다.
항복? 해봤자 죽을 게 뻔하다. 악마와 어인의 조합이다. 항복한다면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살해당할 것이다. 분명 어떤 사악한 의식의 제물이 되겠지.
하지만 싸운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실책이야.’
섬에 와선 안 됐다.
그러나 후회를 해봤자 늦었다. 그렇다면 바르카호의 여선장으로서 부하들의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내게 복종할 생각이 들었나? 여선장.”
악마가 이쪽을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그의 눈에서 흐르는 보랏빛 기운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잘생긴 남자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다. 두려움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나한테 뭘 원하는데?”
바르카는 분노와 투지를 끌어올리면서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날뛰듯 싸워야 한다. 어떻게든 시선을 끌고 어인들을 끝장내면서 배 위로 올라가면 살 구멍은 있다.
“바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