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523)
“좋아. 따로 준비할 건?”
“크게 없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해. 아, 미루는 건 좋지 않아.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하셨거든.”
그리 말한 카르티가.
“올 거지?”
와달라는 듯한 눈으로 내게 슬쩍 뜻을 전했다.
“…”
여기가 분기점이다.
내가 여기서 뺀다면 앞으로 마계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와서 마계랑 연을 끊으려고 하기엔 여러모로 연결이 많이 되어 있지. 내 힘이 더 강해진 타이밍이라면 몰라도, 지금으로선 무리다.
마계로 돌아갈 수 있다니 예상도 못 한 일이다.
일종의 사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한번 가긴 해야겠지.
“그래. 가야지.”
“와!”
카르티가 만세를 불렀다.
“어머니께 간다고 전해줘. 시간은… 그래. 한 사흘 정도 있다가? 내가 또 왕이잖아. 출장 갔다 왔는데 할 일은 해야지.”
“알았어! 그렇게 보고해둘게! 정말 기대돼! 큘스오빠랑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리 말하는 카르티는 정말로 기뻐 보였다.
역시 내 여동생.
“그럼 준비 잘하고 불러줘!”
ㅡ파닥파닥!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돌아갔다.
“…”
나는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았다.
* * *
머리가 이렇게 복잡할 땐 섹스를 하는 게 최고다.
나는 바로 내 여간부들을 소집해서 여해적 복장을 입혀놓고 전부 따먹고 촉수로 능욕해주면서 하렘섹스를 실컷 즐겼다. 간만에 맛 보는 속살이 참 맛있더라.
“아.”
그리 한바탕 끝내고 침대에 누우니, 레이카가 내 품으로 기어 왔다.
“너… 마계로 간댔지?”
“네.”
“마계에서 버려졌다고 했잖아.”
“그렇지요.”
레이카의 얼굴을 봤다.
뭔가 날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다. 하긴. 옛날부터 그랬지. 틱틱거리긴 해도 내 걱정 많이 한다니까.
“이제와서 부르다니. 그거 좀 좆같은 거 아냐?”
“뭐 그렇긴 하지만… 사실 왕으로서 개인적인 감정 따위는 접어둔 지 오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실리니까요. 그래서 딱히 그걸로 뭔가를 느끼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러냐?”
날 박대한 원한이니 뭐니 하는 건 실리 앞에 녹아내렸다. 물론 여공작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정도 감정은 얼마든지 숨길 수 있지.
“…안가면 안 돼?”
“갈 겁니다. 필요한 일이니까요.”
“에휴. 제발 살아서 돌아와라. 너 죽이면 여기 여자들 다 어쩌게.”
“그거 생각하면 죽지도 못하지요.”
내 소유의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당연히 죽기 싫다.
평생토록 즐겨야 하니까.
“아. 오랜만에 이러고 잡시다. 레이카.”
“응.”
거기까지 말하고 눈을 감았다.
의식이 침전한다.
중간계로 내려오고 난 뒤의 삶. 그것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밀도가 높았기 때문에 지구에 살던 전생과 마계 어린이로 지내던 시절을 거의 잊고 살았었다.
난 인간은 커녕 마족이고. 이젠 지구니 뭐니 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나는 마왕이다. 왕으로서 이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비전과 목표가 있다.
그걸 위해 나아갈 뿐이지.
그리고 마계 어린이… 애매하게 기억을 간직하고 환생한 탓에 여러모로 적응이 느렸다. 탄압받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내 또래 마족 어린이들에게 매일 공격을 당했지.
할 수 있는 거라곤 없었다.
힘이 전부인 세상에서 뭐 내가 누군지도 모를 엄마한테 이르겠는가, 경찰에 가겠는가? 혼자서 노력을 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다 함께 노력하는 마족 무리에 비할 수는 없다.
심지어 난 알에서 태어났다고… 뭐 그런 기억들이다. 결국 여공작에게 불려가서 강림의식을 치르고 중간계로 떨어졌지.
당시엔 몹시 불안하고 좆같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다시 태어난 것이다.
좋아.
가보자.
여공작이 내게 큰 호의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카르티 역시 날 좋아한다. 게다가 나는 아직 큰 이용 가치가 있다. 설마 날 불러놓고 숙청하려 들진 않겠지.
나만 띡 죽인다고 해서 중간계가 벨라크루 혈족의 손에 들어가는 게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내 여간부들이 극도로 반발하면서 복수하겠지. 그러니 암살의 위험은 없다.
말마따나 여공작이 날 보고 싶어하니 가게 되는 것이지.
“…준비를 해볼까.”
걱정되는 것은 여공작의 매혹이지만.
확신한다.
수많은 경험을 쌓아오면서 강해진 내게 여공작의 매혹이 통할 리가 없다. 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내게 이득이 되는 것들을 얻어서 돌아올 것이다.
* * *
“부릴아. 형 없어도 잘 하고 있어라. 알겠지?”
“케륵. 뫙님. 아니. 형님. 저 불안함다.”
“뭐가.”
“못 돌아오면 어떡함까? 잘은 몰라도 마계는 위험함다.”
“그렇기야 하지.”
“중간계 정벌을 끝내고 힘을 다 키운 이후라면 몰라도, 지금 적지에 홀로 들어가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님다. 케륵.”
어느덧 장성한 부릴이는 그야말로 대장군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진한 눈망울은 여전해서, 나를 향한 걱정을 보내오고 있는 중이다.
“케랴아아악! 진짜 가는 검까! 저 너무 불안함다! 케륵!”
ㅡ우당탕!
돌연 부릴이가 그 근육질 육체를 날려 바닥을 구르더니 양팔 양다리를 마구 흔들어대면서 뗑깡을 부렸다.
“흐흐흐, 아이고! 야! 미친 짓 좀 그만해라! 마계 가는 거 뭐 별거라고! 형 갔다 올게!”
“케르으으윽!”
그럼 가야지.
“샤아… 마앙님. 멀리 간다에여? 샤란이두 같이 갈래여.”
“비, 비서나 보좌관 같은 거? 필요 없어?”
샤란이랑 루미카가 서로 붙은 채 불안해하면서 말한다.
“흐흐흐, 괜찮다니까 그러네. 뭐 좀 위험하긴 하지만. 그러니까 혼자 갔다 올게! 둘이 집 잘 지키고 있어라. 나 없으면 샤란이랑 루미카가 안주인이니까. 알겠지?”
안심시켜주기 위해 환하게 웃으면서 끌어안아 줬다.
“샤아…”
“읏…!”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를 제일 믿어주는 애들이다.
그리 등을 두들겨주니.
“뭐야! 나도 가고 싶은데! 왜 혼자 놀러 가! 나도 마계 갈래!”
이젠 세리뉴가 와서 뗑깡을 부렸다.
“아, 갔다 와서 놀아줄게. 선물도 가져올 테니까 기대해라.”
“선물?! 뭐야?! 뭐 선물 가져올 거야?!”
물론 선물이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눈을 반짝거린다. 이런 바보 같은 녀석 같으니라고… 하여간 제일 순진하다니까.
“뭐든 가져오마. 마계는 다른 세상이니까. 특이한 게 많을 거다.”
“야호!”
그리 배웅을 받은 뒤에.
“큘스오빠! 이쪽으로 와!”
마법진 위에 섰다.
이미 카르티가 다 준비해둔 상태다.
“바로 떠나다니… 얼마나 걸릴지 몰라 슬프구나.”
“그리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중간계 관리는 빡세게 해야 하죠. 왕의 부재는 치명적인 일입니다. 아마 짧은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되니 안심하세요. 성녀님.”
“…알겠느니라.”
시무룩한 성녀님이 술식을 보조한다.
“준비는 됐어? 큘스오빠?”
“물론.”
이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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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식은 이쪽에서 전개할게.”
카르티의 목소리가 진지해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제든지 술식에 응할 수 있도록 평정 상태를 유지했다.
“안심해. 큘스오빠에겐 꿈으로 정신체를 이동시키는 능력이 있잖아? 그게 길잡이가 될 거야.”
“그러냐? 역시 혈족 특성인가?”
“응. 혈족원들은 다들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아, 물론 큘스오빠 같은 특출난 존재들은 그런 특성을 보다 잘 이어받은 게 분명해.”
“그래. 어서 시작하자. 카르티.”
“응.”
ㅡ고오오.
발밑의 마법진에서 빛이 떠오른다.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모조리 다 대피를 했다. 이 공간에 있는 것은 카르티의 이블아이와 나뿐.
“그럼 강림의식의 역! 지금부터 시작할게!”
카르티의 목소리가 도플러 효과를 일으키면서 멀어진다.
그리고.
“어서 와! 마계에!”
ㅡ휘리리릭!
엄청난 마력이 몰아친다. 마치 발밑에서 돌풍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게이트는 어디에 생기지? 머리 위? 아니면 눈앞? 잠깐 그런 생각을 했지만,
ㅡ쑤우욱!
“아래였냐!”
나는 바닥으로 쑥 빠져버렸다!
마법진 그 자체가 원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게이트가 된 것이다! 조금 멋지게 입장하려고 했는데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라니! 이거 시작부터 마왕 가오 죄다 구겨졌다!
“후우!”
정신을 다잡으면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오랜만이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강림의식 때 느꼈던가. 얼마 전 일인지 기억도 안 난다.
나는 흐름에 몸을 맡겼다.
* * *
신기한 기분이다.
동시에 극도로 이상하다.
“크윽…!”
마치 내가 유성 비슷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들어왔던 차원 간 장벽이 느껴진다. 물론 그 사이에 구멍이 뚫려 있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통과하는 중이지만.
“압력이 무슨!”
구멍 사이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차원의 압력이 느껴진다. 깊은 곳에 잠수해서 수압을 느끼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상당히 괴롭다.
내 마력이 빠르게 소모될 정도.
그래도 내가 누군가? 강력한 마왕이다. 이 정도 압력 정도는 버틸만 하다. 피부에 마력을 두른 채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흐름에 몸을 맡겼다.
ㅡ파앗!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ㅡ번쩍!
눈앞이 한번 번쩍였고.
“큽!”
ㅡ투웅!
통과했다,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 발이 땅에 닿았다. 잠깐 몸이 휘청였지만 이런 걸로 넘어지진 않는다. 바로 중심을 잡고 주변을 살폈다.
“성공했나?”
하늘이 붉다.
저편에서는 보라색 색체가. 그리고 또 저편에서는 불길한 분홍빛 색채가… 그렇다.
“마계의 하늘.”
환생하고 질리도록 봐왔던 마계의 기괴한 하늘이다. 온갖 기이한 색채가 뒤섞여 혼돈. 태양 따윈 없었고 불길한 색채만이 부정한 대지에 내리쬘 뿐이었다. 신의 축복이 없는 세상의 하늘이 이러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별들은 반짝이고 있지만 하늘의 장막에 가려져 그 빛은 별로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그딴 것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하늘 저 멀리에 떠 있는 기괴한 악몽의 행성들이다.
생물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