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574)
“아주 강하군! 저 정도의 방어력이라니!”
바네사가 감탄했다.
“케륵! 마법이 매섭슴다! 끝도 모름다!”
부릴이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어쩔까?
“소모전으로 끌고 가야 하나?”
보아하니 아주 잘 버틸 것 같다. 원래 공성전은 뚝딱 끝나는 게 아니다. 포위하고 식량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거지.
그동안은 강력한 마왕군이 있기 때문에 공성전이 몹시 쉬웠는데, 적들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상당히 까다롭다. 야전이라면 몰라. 공성전은 역시 난이도가 높지.
그래도 시간을 조금 들인다면 반드시 함락 가능하다. 유성 화살도 많이 봤다. 슬슬 어디서 날아오는지 감이 잡혀. 그걸 처리하고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함락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것도 내 손해.
공세를 걸면서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모전이라, 괜찮겠어? 적들이 준비를 단단히 해온 모양인데. 시간을 끌게 되면 위험할지도 몰라.”
여왕님이 그리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시험해볼 가치는 있지요. 일단 저 성문에 걸린 마법과 유성 화살만 어떻게 소모 시키면 바로 함락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걸 노리도록 하죠.”
나는 그리 명령을 내렸고, 내 지휘관들이 적들의 마법을 소모하기 위한 작전을 여러 번 펼쳤다.
하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적들은 계속해서 유성 화살과 방어 마법을 사용했으니까.
대체 언제 다 소모가 되는 거지?
그걸 생각하면서 한 번씩 항복을 제의하기도 했다.
“항복하라! 나는 이 제국을 정화하러 왔다!”
“꺼져!”
아무리 권유해도 항전 의지를 꺾을 수가 없다. 솔직히 저 정도 능력을 지닌 장군이라면 이번 정복전쟁에 아주 쓸만할 것이 분명하다. 제국을 함락한 뒤에 숙청을 해야할 것 같긴 하지만, 저런 영웅이라면 당장 강력한 전력이 될 터.
“제국의 폭정을 모르는가! 우리들은 제국의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났다! 우리와의 대화에 응하라!”
“결코 성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설득이 안 통하는군.
아쉽게 됐다.
“이거 참. 우리 마왕님이 드물게도 실패하고 있는 중이시네.”
“흐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전투가 고착되고 있으니 레이카가 그리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 놈들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깨달은 건지 마법 사용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길게 버틸 생각이다.
“타이칸이라는 장군, 아주 유능하군요.”
엄청난 인재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태어난 탓에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거지. 만약 저런 녀석이 이곳의 황제였다? 이번 원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뭐.
나는 이미 이 제국에 대해서 파악한 사람이다.
그동안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본 결과 이거면 직빵이다.
저 도시는 무조건 함락될 것이다.
계속해서 작전을 이어 나가며 파견보낸 에밀리를 기다렸다.
“마왕님!”
“오, 에밀리! 왔군! 작전은?”
“성공했어요!”
“잘했다! 상당히 어려웠을 텐데!”
“자료와 뇌물을 들고 가니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아무튼.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그쪽에서 반응이 올 테지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흐흐흐, 빨리 왔으면 좋겠군.”
제국 관리 중에도 입김이 쎈 놈들이 있다. 출신과 가문이 좋고 그만한 부가 있는 녀석.
물론 이런 놈들 역시 부패한데다가 일을 하지 않지만 자기 이득이 걸린 일이라면 기를 쓰고 해낸다.
에밀리는 그자와 접촉했고, 지금 가장 유능하게 항전하고 있는 타이칸 장군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지금 타이칸 장군은 관리들이 보기에 아주 탐스러운 먹잇감이다. 나는 제국 관리들의 심리를 끊임없이 공부했고, 그 허를 찌를만한 계책을 생각해냈다.
에밀리가 그 ‘고위 관리’와 잘 접선했다고 했으니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래도 이건 플랜B 나 다름없으니 지금은 공성전에 힘쓰도록 하자.
*
*
*
“과연 강력하군.”
타이칸 장군은 감탄했다.
적들의 공세는 엄청났다. 다행히 그동안 이런 비상사태를 대비해 준비를 한 탓에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뿐이다.
놀랍게도 적병을 단 하나도 처치할 수가 없었다. 공성전에서는 공격하는 쪽이 몇 배나 더 불리하다. 단단하게 방비된 성에서 수성하면서 막아내고 있는 상황임에도 적병을 전혀 잡지 못했다.
마귀군 역시 이쪽처럼 방어 마법과 공격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놈들의 목표는 이쪽의 유성 마법을 소모시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많이 준비해놨지만… 몇 년씩이나 버틸 수는 없겠지.”
하지만 괜찮다.
식량도 충분하고, 물자도 충분하다. 잘 훈련된 군대와 자신의 애제자들로 구성된 유성군과 함께라면 공세로 전환할 수는 없어도 시간을 끌면서 막아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서 버틴다면 결국 이 비상사태를 알게 된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할 테니까.
물론 그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무너지고 말 태지만, 부패한 조정이라고 해도 적병들을 방치하진 않을 것이 분명하다.
ㅡ콰앙!
그런 생각 속에 오늘도 적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으니.
“장군! 조정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뭐라?”
조정에서 극비리에 사람이 도착했다.
“무슨 일이오?”
“장군 타이칸! 황제의 사자께 예의를 다하라!!!”
딱 봐도 비열하게 생긴 사신이 허리를 곧추세운 채 예를 다하라고 소리쳤다.
‘이런.’
전쟁 중이고 급해 죽겠는데 그딴 걸 요구하다니?
“당장 예의를 다하지 못할까?! 타이칸 네놈에겐 황제를 향한 충성심이 없는가?!”
“위대한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사신님을 뵙습니다!”
ㅡ콰앙!
일을 크게 만들 수는 없다. 타이칸은 바로 별것도 아닌 사신에게 이마를 박으며 절했다.
“다음 예를 다하라!”
“알겠습니다. 여봐라! 사신께 선물을!”
“…네.”
전쟁 중.
안 그래도 물자를 아껴 써야 할 판에 사신에게 규정된 선물을 줘야 한다.
‘저게 있다면 유성 화살을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을까.’
곧 사신이 금은보화를 보고 흡족해하기 시작했다.
“부족하다! 고작 이딴 걸로 예를 다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두 배, 아니! 세 배를 더 내놔라!”
“…알겠습니다.”
기어이 선물을 더 뜯어낸 사신이 본론을 말했다.
“장군, 타이칸은 위대한 황제폐하의 부름을 받으라!”
“부름이라 하면?”
황제의 부름은 절대적이다.
“그대를 대장군으로 추대하기 위한 자리다! 어서 예를 올려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장군이라니?
‘드디어 조정에서 위기를 깨달은 건가? 멍청한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늦지 않았다!’
타이칸은 희망을 느꼈고, 사신과 이야기를 조금 더 한 뒤에 유성군에게 잠시 군권을 맡겼다.
“스승님! 위험합니다! 지금 스승님이 없다면…!”
“걱정하지 마라.”
“게다가 조정은 믿을 수 없습니다! 뭔가의 계략이 아닐지!”
“보통은 그렇겠지만, 이미 마귀군이 쳐들어온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할 이유 따윈 없다. 하지만… 아마 전쟁이 끝난 뒤에는 숙청을 조심해야겠군. 그래도 지금 당장은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권한을 늘려 힘을 키우는 쪽이 이득이겠지.”
“그렇다면야…”
납득한 유성군이 타이칸을 배웅했다.
유성군의 배웅 속에, 타이칸은 황제가 기거하는 수도로 향했다.
‘쓰고 버릴 사냥개인가.’
타이칸도 알고 있다.
당장은 위급하기 때문에 자신을 승진시켜서 써먹을 테지만, 적들을 제거하고 나면 바로 숙청을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건 기회다. 적어도 그때까진 안전하게 세력을 불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이건 제국을 바꿀 기회다.
‘강력한 외적들이 쳐들어온 지금, 조정에서 움직일만한 말은 나 뿐이다. 다른 무능한 장군들이 아니라 바로 나. 그렇게 대장군이 된 내가 잘만 한다면… 제국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이칸 장군의 희망은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
“대역죄인 타이칸은 고개를 들라!”
“크, 크하악…!”
수도에 도착한 즉시 체포된 타이칸은 고문을 당한 끝에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어전에 무릎 꿇게 되었다.
그에게 걸린 혐의는 반역죄.
황제가 결코 용납하지 않는 대역죄였다.
EP.575 구원 전쟁! x 6
타이칸은 절망했다.
‘제국은 이토록 썩어빠졌단 말인가…!’
적어도 외적이 쳐들어와 국토가 박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국충정의 정신을 지닌 자신 같은 장군들이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제국의 장군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태반이 무능한 쓰레기들이다. 군사적 지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숫자와 글자조차도 모르는 자들이 산더미다.
관리들은 백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축적된 부정에서 비롯된 재물로, 평생을 방탕하게 보내온 자식들을 장군으로 만든다. 뇌물만 있으면 모든 것이 조작 가능하다.
제국 장군들은 서류상으로는 제국 역사에 존재하는 모든 영웅들을 합친 것보다도 유능하다고 되어있지만, 현실은 농민만도 못한 지성을 지닌 자들이 대부분이다.
강력한 외적이 쳐들어온 지금, 그들에겐 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지식도 없다. 그런 상황인 만큼 자신 같은 능력 있는 장군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우대받을 수밖에 없을 터였는데.
그것은 타이칸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말도 안 된다! 적들이 쳐들어오자 성벽을! 성벽이 마음에 안 들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무너뜨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무기를 내다 버리는 행위다! 이 시점에서 나를 숙청한다면 제국은 멸망할 것이다! 설마 그 권력에 미친 귀신들이 제국의 멸망을 바란다는 말인가!’
티이칸은 절망 속에서 부르짖었지만, 제국 조정은 딱히 제국의 멸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망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라도, 권력자들은 결코 자신들의 권력이 다른 자에게 분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타이칸은 눈엣가시였다. 반드시 반란을 일으킬 불순분자. 언젠가 제거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타이칸 같은 녀석은 건드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번에 정확한 밀고와 증거물이 들어왔다.
반란군이 쳐들어왔고, 타이칸이 그걸 막아내고 있다는 밀고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평소 타이칸을 아버지처럼 따른다는 백성들이 눈이 불을 키고 일어나 타이칸에게 충성을 바치며 아무런 불만 없이 전쟁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민심을 사로잡은 자는 권력의 적이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죄인 타이판을 고개를 들라!”
비열하게 생긴 서기관이 소리쳤다.
“감히 반란을 모의한 죄! 감히 황제 폐하의 백성들을 세치 혀로 현혹해 세뇌하고 군림한 죄! 감히 황제 폐하께 칼날을 들이댈 사악한 군대를 양성한 죄! 감히 전쟁을 하고 있음에도 보고하지 않은 죄!”
전부 다 날조에 불과하다.
보고만 해도 그렇다. 열심히 상황을 알렸지만 그건 의도적으로 무시되었다.
곧 처분이 결정되었다.
“반역죄인 타이칸을 화형에 처하겠노라! 또한 반역도당의 소굴로 전락해버린 자후성의 모든 반역 도당들을 토벌하겠노라!”
자신은 화형을 당할 것이고.
지키려 했던 자후성의 백성들은 토벌 대상이 되었다는 말.
“크하악…! 제국은! 제국은 이렇게도 썩었단 말인가! 나는 반역자가 아니다! 이 내가 죽는다면 그 강대한 외적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폐하! 부디 재고를 바라오!”
타이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쳤지만.
“타이칸, 네놈이 감히…!”
위대한 첨탑 위에서 그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황제를 분노케 하는 결과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감히, 감히!!! 이 쓰레기 같은 반역자 놈이 감히 이 위대한 황제의 판결에 토를 다느냐!!!”
분노한 황제가 소리쳤다.
“여봐라! 저 쓰레기 같은 놈을 능지형에 처하노라! 아니, 이 내가 직접 집행하겠다! 녀석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형틀에 묶어라!”
“폐하!”
“당장 내 칼을 준비해라! 저 무능한 쓰레기 놈을 난도질해서 죽여야겠으니까!”
그날.
ㅡ촤하아아악!
제국에서 가장 유능한 장군이 황제의 손에 직접 처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