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585)
며칠간 연전연승을 거듭한 내 병사들이 드높게 소리쳤다.
“그럼!”
다시 한번 전장을 관망한다. 적들의 본대는 멀어지고 있고 공성전을 실행하는 병력 역시 줄어들었다.
이대로 공격을 건다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겠지.
“세리뉴! 라미아들에게 전해! 내려가서 날뛰라고!”
“응!”
“라미아들이 상륙하면서 바로 돌격이다!”
그렇게 작전을 정했다.
*
*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저편에서 암흑의 구체가 연기를 흩뿌리면서 솟아올랐다. 라미아들이 하산해서 적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이제 시작이다.
“성문을 열어라!”
ㅡ끼이이익!
내 명령에 따라 성문이 열린 그 순간.
“고르곤 나이트! 출겨어어어억!”
성 안에서 숨죽이며 대기하고 있단 마물들이 튀어 나간다!
“쿠워어어어어!”
“쿠오오오!”
황소와도 같은 강인한 마물. 그리고 그 위에 탄 실력 있는 창기사! 그 고르곤 나이트들이 부대를 이룬 채 쐐기 진형으로 적들을 향해 돌진한다!
ㅡ두두두두두!
이어서.
“데스핀드 출격!”
“키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전쟁 내내 피를 전혀 보지 못한 데스핀드들이 광기에 빠진 상태로 질주한다. 그렇게 내 마물군단이 마치 분사되는 물줄기처럼 한꺼번에 성문 바깥으로 나갔다.
“출격, 출격!”
그렇게 나는 내 병사들을 성문 바깥으로 내보낸 뒤에 성벽 위로 올라갔다.
“오오오오!”
ㅡ두두두두두!
이쪽에서 기병을 보내니, 적 공성군들이 크게 당황해서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을.
ㅡ콰아아앙!
엄청난 돌격력을 지닌 고르곤 나이트들이 개박살을 낸다!
“와!”
미친 황소 기사들이 적 진형을 휩쓴다.
“이것이 바로 마물의 힘인가!”
나는 빠져들듯 전투를 감상했다.
EP.586 색선녀 홍연화 x 1
ㅡ쿠구구궁!
고르곤 나이트들이 적 진형을 간단하게 분쇄하고, 이어서 달려든 데스핀드들이 대낫 같은 손톱을 미친 듯이 휘둘러대면서 학살을 실시한다.
너무나 강력한 마물들의 공격에 적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뿐만이 아니다.
ㅡ펄럭!
날아올라서 시야를 확대하니, 저쪽에서도 라미아들이 훌륭하게 날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철갑을 두른 라미아들이 병장기에 검은 화염을 두른 채 마구잡이로 날뛰면서 병사들을 도륙한다. 저대로 이쪽의 마물 군단과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불도저가 되어 적들을 다 쓸어버릴 것이다.
물론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ㅡ척척척.
내 보병들이 타격대를 지원하기 위해 진격한다. 공세로 전환한 만큼 보병들도 투입해서 싹 다 끝내버릴 생각이다.
“케랴아아아악!”
“와아아아!”
진짜 제대로 싸우고 있군.
이렇게 박 터지게 싸운 게 얼마 만인지. 내 병사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내면서 진군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때.
ㅡ부웅!
픽시가 날아왔다.
“마왕아! 적들이 기병대를 내보냈어!”
“기병대라고! 반격할 생각인가!”
물론 다 대응할 수단이 있다!
“뷰티에에엘! 리리엘! 기병 사냥부대를 출격시켜라!”
“네!”
“알겠다!”
ㅡ펄럭!
그렇게 명령을 내린 순간 타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날아올랐다.
하늘하늘한 천사의 옷과 강철의 투구를 쓴 모습. 그러나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무기가 아니라 카우보이가 들법한 올가미였다.
“세리뉴! 픽시들도 출격! 타천사들을 보호해라!”
“응!”
ㅡ파앗!
내 공군들이 출격한다. 보내면서 이블아이를 하나 들려줬고, 곧바로 시야를 공유했다.
ㅡ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철갑을 두른 적들의 최정예 기병대가 지축을 울리면서 돌격해오고 있다.
“오오…!”
청나라 팔기군!
마치 청나라의 팔기군을 보는 듯하다!
당대 최강의 기병대였던 그들은 중화제국 내에서는 절대적인 무력을 선보였지만, 결국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날고 기는 1만의 최정예 기병대가 함성을 내지르면서 영국군의 화승총 방진을 향해 돌격했지만, 그 결과는 비참한 산화.
이것은 그것의 재현이다.
내가 보낸 건 적들의 기병을 제압하기 위한 공군이다. 저 철갑을 두른 놈들은 딱 봐도 마법 저항력이 상당해 보인다. 그런 놈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바로 지금처럼 밧줄을 쓰는 게 최고지.
“하아아압!”
기병들의 머리 위에서 날던 타천사가 올가미를 던진 순간.
“…!”
그것이 기병의 목에 휘감겼고, 그대로 잡아당겨진 기병이 뒤로 쭉 끌려가면서 떨어졌다.
그런 일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ㅡ쿠구구궁!
ㅡ콰아아아앙!
낙마한 기수, 통제를 잃은 군마. 그것들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기병대의 돌격이 혼란으로 치달았다. 마치 자전거 경주 중 사고가 난 것처럼 대열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ㅡ콰아앙!
적들의 최정예 기병대가 허무하게 쓰러진다. 임무를 마친 타천사들은 밧줄을 버리고 높게 날아올랐으며, 승리를 기념하듯 지상에 흑염포를 뿌리고 탈출했다.
그리고.
“홀드!”
나는 다시금 드래곤을 출격시켰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 피어를 내뿜으면서 정면을 향해 날아가는 홀드. 그것을 본 적들이 보일 반응은 뻔하다.
“우리의 승리다아아아앗!”
이번 전쟁은 우리 측의 대승리로 돌아갔다.
*
*
*
대패.
“이럴 수는 없노라!”
말 그대로 대패였다. 태라희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상장군은 체통을 지켜달라며 진땀을 뺐지만, 지금 태라희는 진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주 큰 손해.
놀랍도록 큰 손해를 보고 겨우 도망치는 중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적들의 괴수와 마법 수준을 볼 때 후퇴하다가 전멸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은 이쪽을 추격해오고 있다.
“고정하십시오, 황녀님! 탈렌성까지만 후퇴한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부대를 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전까지는 손해를 감당해야겠지만… 후방으로 뺄 수 있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을 겁니다!”
“상장군의 말이 옳다…!”
태라희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자신의 본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재기할 수 있다. 적들의 전력을 잘못 읽은 건 뼈 아프지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적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면 반드시 반격할 수 있을 터다.
“수많은 제국민들이 구원을 원한다…! 이 태라희가 여기서 쓰러지겠느냐! 반드시 황제가 되어 혼란스러운 세상을 평정하리라!”
태라희는 그리 마음먹었지만.
“장군! 적들의 추격이 상상 이상으로 빠릅니다!”
적들은 상상 이상으로 유능했다.
군기를 확립하고 각 부대가 서로 지원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진형을 유지하면서 후퇴하는 중이지만, 그만큼 속도가 느리다.
적들은 계속해서 이쪽 부대를 격파하면서 진군 중이고, 곧 이쪽 본대를 덮칠 것이 분명하다.
황녀군 최정예 철갑기병대조차 적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본대가 공격당한다면 모든 병력을 이용해 분전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패배할 터다.
“황녀님! 부대를 미끼로 삼아 도망치는 전략도-”
“아니. 됐다.”
ㅡ스륵.
태라희는 비녀를 풀었다.
“황녀님! 그건!”
“어쩔 수 없노라. 지금은 최대한 병력을 살려서 후퇴하는 것만 생각하자꾸나.”
“그렇지만 위험합니다! 그 사악한 선녀를 소환하는 건…!”
“괜찮느니라. 본 황녀가 생각하기에 이 사선녀의 봉인을 푼다고 해도.”
태라희의 시선이 동쪽을 향한다.
“저놈들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겠지. 물론 시간이 걸릴 테니 그 틈을 타 후퇴하면 될 것이고.”
“…”
“술법사를 모아라. 봉인을 풀 테니.”
“알겠습니다.”
전국시대.
그때 천하를 호령하면서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선녀가 있었다. 끔찍한 연단술과 의식술. 그리고 인신공양과 수행을 통해 인간을 벗어나게 된 희대의 악녀.
그녀는 스스로 선녀가 된 뒤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움직였다. 결국 영웅들에 의해 봉인되었고, 특수한 술법으로 인해 황실의 장기말이 되었지만, 이 사악한 선녀를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봉인이 풀린 직후라면 힘이 회복되지 않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겠지만, 그녀가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한다면 모든 금제를 깨고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사선녀의 봉인을 풀어라!”
“네!”
하지만 태라희가 생각하기에 이건 괜찮은 수였다.
적들도 그만큼 강하니까.
그녀는 충분히 시간을 끌어줄 것이다.
*
*
*
“이대로면 곧 황녀군 본대를 칠 수 있겠는걸?”
“여전히 항복 의사는 없답니까?”
“다들 충성심이 대단해.”
“정말 마음까지 강인한 용사들이로군요.”
태라희의 군대는 전부 항복을 거부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녀께 몸과 영혼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전사들.
이런 녀석들에게 이 마왕 큘스의 질서를 주입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강인한 영혼을 지닌 전사들을 교육하는 건 힘드니까.
나중에 내가 이긴다고 한들, 이 전사들이 큘스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생명 에너지를 바치는 삶을 살아가겠는가?
전사적 기질을 돌출시키면서 반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
그들은 내게 충성할 존재들이 아니다. 죽더라도 황녀에게 충성할 전사들이다.
“전사의 예를 다해 처형하십시오! 적들의 명예를 지켜줍시다!”
“응.”
안타깝지만 그런 녀석들은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 큘스교에 어울리는 건 적당히 나약한 인간들이다. 그래야 큘스교에 빠뜨릴 수 있으니까.
ㅡ촤학!
처형이 집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