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66)
〈 66화 〉 내실을 다지자 x 14
* * *
무장은 단순했다.
둘 다 기초적인 수준의 돌도끼를 들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복장은? 홉고블린보다 못하다.
홉고블린은 나름 무두질도 하고 바느질도 해서 옷을 만들어 입었지만 이 새끼들은 무슨 바바리안 간지를 노릴 생각인지 그냥 생가죽을 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뭬에에에에요!”
“슈와아아!”
그럼에도 이 새끼들은 사납고 흉포했다.
염소괴물은 인간보다 긴 팔로 돌도끼를 강렬하게 휘둘렀고, 비늘로 감싸인 리자드맨은 처맞으면서 머리를 들이밀어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ㅡ콰직!
ㅡ츄화악!
참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였다.
각 종족당 열 마리가 넘는 전사들이 한 곳에 뒤엉켜 전술 없이 마구잡이로 싸우고 있다.
“…”
그 광경을 전부 눈에 담는다.
이럴 땐 도망치는 게 안전하겠지만 그럴 순 없다. 이 세상에 싸움 구경 만큼 재밌는 게 또 없으니까.
물론 구라고.
처음 보는 종족들이 싸우고 있는데 그냥 물러날 수는 없지. 조금 위험하더라도 최대한 파악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 병신들이 뭐하는 놈들인지 알아내야 한다. 놈들은 이웃이 아니라 적이다. 정보는 아주 중요하지.
“메헤에에에!”
염소처럼 울부짖는 염소괴물과.
“슈와앜!”
파충류 소리를 내는 리자드맨.
역시 손 모양 때문인가?
염소괴물. 이족보행을 하고 있으나 하반신은 염소 같고, 상체는 인간과 비슷했지만 얼굴은 무슨 유인원 같다. 거기에 머리에는 염소 뿔이 나 있었다. 팔은 원숭이처럼 길지만… 손은 인간처럼 균형 있는 손이 아니다. 유인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군. 이 새끼들은 사티로스라고 명명을 해두도록 하자.
마찬가지로 리자드맨. 이 새끼들의 손 역시 투박하다. 뭐가 됐든 둘 다 도구를 만들기에 적합한 손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홉고블린들 손이 인간이랑 제일 유사하긴 하다. 그 탓에 도구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거겠지.
놈들의 덩치는 나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홉고블린보단 확실히 커. 그런데 기술력은 딸리는 모양이다. 거기에 막 싸우는 걸 보니 전술이나 훈련이라는 개념도 모르는 것 같고.
정리하자면, 둘 다 피지컬은 그런대로 좋지만 홉고블린보다 머리가 나빠 보인다. 무엇보다… 저놈들의 시체를 가공한다면 괜찮은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뿔. 이빨. 손톱. 비늘. 어우야. 다 보물들이네.
“좋아.”
그쯤 파악하고 잠시 후퇴했다.
그러자 입을 닫고 있던 샤란이가 말했다.
“마앙님. 쟤들뿐만이 아니에여.”
“뭐? 누가 더 있어?”
“저쪽.”
샤란이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샤란이를 따라가서,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다른 종족 또 있어여.”
저쪽.
이 전투를 살피고 있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아닛…!”
“암컷들 같아여. 샤란이랑 루미카같은?”
여자!
또 여성형 종족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들은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순간 사람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귀가 길었으니까. 그리고 등 뒤에 무슨 곤충의 날개 같은 것도 달려 있었다.
나비? 나방? 잠자리? 뭐 대충 그런 느낌의 날개다. 그리고 머리에 저건 뭐지? 머리띠인가? 아니면 더듬이?
“비행종족?”
머리색은 다양하다. 그리고 지팡이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옷을 입고 있는 상태다.
“…”
키는 좀 작지만.
가슴이 제법 크다.
샤란이. 루미카보다 조금 더 큰 수준.
몸매를 제대로 보고 싶었으나 옷 때문에 가려져 있어서 파악이 안 된다. 아무튼 옷의 재질이다. 저건 실크인가? 누에에서 뽑아낸 실? 약간 그런 느낌인데… 색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원피스처럼 잘 뽑았다.
옷 만드는 기술이 있는 건가?
그럼 발전된 종족 같은데.
“샤란아. 쟤들 뭔지 알아?”
이미 나는 샤란이와 함께 포복을 한 상태였다. 주변에 위장용 식물도 자라나 있었고.
“샤란이도 잘 모르겠어여. 그런데 위험하다에여. 암컷들 대체로 강해여.”
“딱 봐도 그런 것 같긴 해.”
아무튼 저 특이한 여성형 종족은 샤란이나 루미카처럼 혼자 사는 놈들이 아닌듯했다. 지금 보인 것만 해도 세 마리다. 놈들은 사티로스와 리자드맨이 벌이고 있는 전투를 관찰하고 있었다.
“흐음.”
신규 종족이 세 개나 나왔다.
사티로스.
리자드맨.
저 여성형 종족은 키가 좀 작고 가슴이 크고 곤충 같은 날개가 달렸으니까… 페어리의 진화판. 픽시? 픽시 정도로 명명하면 되겠지. 아무튼 픽시까지 해서 총 세 종족이다.
전부 적대적인 세력이라도 봐도 괜찮겠지.
“끄륵…!”
“어. 조용히 있어. 조용히.”
이제 막 테이밍한 임프. 놈은 완전히 겁에 질린 상태였다. 바로 나뭇잎을 뜯어 놈의 아가리에 물려준 다음에 다시 관측을 시작하려던 찰나.
ㅡ스륵.
저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메헤에에!”
“메에에에에!”
이런…!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니, 저 뒤쪽에서 사티로스 몇 마리가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저기서 리자드맨들과 싸우고 있는 놈들이 준비한 예비대인가?
“마, 마앙님.”
“어. 보고 있어.”
작게 속삭이는 샤란이한테 작게 대답해준다. 앞쪽은 전쟁터. 뒤쪽에는 예비대. 그리고 저기에는 픽시들이라… 시발 이거 좋은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내겐 그동안의 전투 경험이 있다.
ㅡ…
긴장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다.
“자, 샤란아. 저 새끼들 지나가면 몰래 빠져나갈 거야. 알겠지?”
“네. 마앙님. 몰래.”
“어.”
“…!”
임프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때를 기다리려던 순간.
“메헤에에에! 메에!”
그중 한 새끼가 우리 쪽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저 개새끼가!
“아니 이 새끼! 바로 찾기냐, 이 씹새!!!”
“메헤엥?!”
어차피 들킨 거 더 숨어있을 필요는 없다! 크게 소리치며 일어나니 날 발견한 녀석이 뒷걸음질을 치다 말고 엉덩방아를 찍었다, 동시에!
“메헤에에!”
“메에에에에에!”
사티로스 예비대들이 내게 돌도끼를 겨눈 채 소리를 쳤다.
ㅡ메헤에에에에에에에에엨!
그리고 들려오는 괴성.
“메헤헤?!”
“슈와아아앜?!”
괴성이 울려 퍼지자 전쟁터에서 전쟁을 하고 있던 사티로스와 리자드맨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 모든 상황을 파악하면서, 퇴로를 확인한다.
예비대 우익을 뚫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겠군.
문제없다.
충분히 도망칠 수 있어.
“샤란아. 저기. 오른쪽으로 뛴다. 알겠지? 가면서 길 막는 놈들 다 죽이고 냅다 튀는 거야.”
“네! 마앙님!”
ㅡ샤아아아아아아앗!
샤란이가 포효하자 적들이 움찔한다. 보니까 드라이어드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잘됐군.
튈 수 있다.
피지컬.
저놈들 전부 나보다 덩치가 작다. 솔직히 일 대 일이면 그냥 이기지. 충분히 뚫고 갈 수 있다. 뒤에 군대가 있지만, 지들끼리 싸우던 놈들이 어떻게 우릴 추적하겠나?
“그럼 샤란아! 내가 튀자고 하면 튀는 거야!”
ㅡ하압!
바로 숨을 들이쉬고!
“마족브레스으으으으!!!”
일단 비주얼적으로 무섭게 보이기 위해 화염을 내뿜었다! 적의 사기를 꺾고, 예비대의 우익 쪽을 분쇄하면서 도주하면 된다!
ㅡ화르르르르르륵!
분사된 화염이 허공을 훑고 지나갔고, 나는 최대한 사납게 포효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엨!!!”
그리고 딱 달리려고 한 순간.
“뭬, 뭬에에헹?!”
“쓔와아아아앜?!”
“음?”
사티로스 예비대는 물론이고 저 뒤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던 놈들이 갑자기 전투를 중지하고는 무슨 겁에 질린 것처럼 날 경계하기 시작했다.
“메헤에에에!”
“슈와아앗!”
사티로스들은 불안하다는 듯 소리를 치고 리자드맨들은 혀를 날름거린다. 위협하는 행위지만 난 알고 있다. 몬스터들은 겁에 질리면 더 큰소리를 낸다는 것을.
“메헤에엣…!”
나랑 싸우려는 게 아니라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지금 존나 쫄아있다.
“마앙님? 쟤들 겁먹었다? 겁먹었다에여?”
“이거.”
마족브레스 갈긴 게 잘 먹힌 건가?
그럴 법도 하지. 덩치도 크고 무슨 마력도 풍기는 데다가 처음 보는 종족이니까. 충분히 경계할만하다.
“좋아.”
이런 상태에서 냅다 도망치면 날 좆밥으로 볼 것이 분명하다. 일단은 좀 허세를 부리는 편이 낫겠지. 대충 계산해보건대 여기선 조금 쎈척을 해도 문제없다. 진짜 문제 생기면 그때 튀어도 될 것 같다.
“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개새끼들이!!!!!!!!!!”
다시 한번 포효하며 불을 뿜었다!
ㅡ화르르르르르르륵!
그 순간.
“메헤에에에에엨?!”
“쓔와아아아앗!”
사티로스와 리자드맨들이 혼비백산 도망을 쳤다! 좋아! 내 쎈척이 잘 먹혀들었다! 이렇게까지 잘 먹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주 훌륭하게 먹혀들어 갔어!
ㅡ후다닥!
앞에 있던 사티로스도, 뒤에서 전쟁을 하던 놈들도 싹다 후퇴를 했다.
“마앙님! 다 도망쳤어여!”
“흐흐흐! 이게 바로 내 힘이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걍 쨀려고 했는데 대성공했군! 아무래도 바게스트의 힘을 흡수하고 기운이 조금 더 강해진 탓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진짜로 싸우면 밑천이 드러나겠지만 허세는 진짜 최강이로군.
근데.
“아직 도망 안 친 놈들이 있었군.”
픽시들이 잔뜩 경계하는 기색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마앙님. 쟤들도 겁먹었다에여.”
“그런 것 같네. 그럼 샤란아. 이만 돌아가자.”
놈들을 조금 노려보다가 바로 몸을 돌렸다.
좀 뱅뱅 돌아서 가보도록 하자.
“어?”
근데 테이밍한 임프 이 새끼 기절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지. 바로 녀석을 들쳐멨다.
“샤란아. 가면서 좀 뱅뱅 돌아야 해. 주변 경계도 빡세게 해야 하고.”
“안전하게여?”
“바로 그거지.”
“네 마앙님.”
그런 식으로 샤란이와 함께 귀환을 했다.
그러고 있으니.
ㅡ뽈뽈뽈.
돌연 날갯짓 소리가 들려와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시발! 페어리?!”
보니까 페어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샤란이가 바로 자세를 잡으며 할퀼 준비를 실시했다! 오냐! 한 마리라면 이길 수 있어!
그런데.
“음? 샤란아. 잠깐만.”
“마앙님?”
“저 새끼. 뭐 들고 있어.”
“아.”
보니까 페어리가 무슨 대나무 마디? 죽통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리 날아오던 페어리가 투욱, 죽통을 떨어뜨렸다.
ㅡ뽈뽈뽈.
그리고 바로 가버렸다.
“뭐냐?”
“페어리가 뭐 줬다에여?”
“확인해보자.”
바로 죽통을 확인해보았다.
ㅡ덜그럭.
안에는 대나무 막대기가 있었다. 제비뽑기치고는 좀 큰데, 하나 뽑아 들고 보니.
문자가 쓰여 있었다.
“이거 설마.”
편지 같은 건가?
페어리가 편지를 줬어?
“아.”
설마 픽시들이 보낸 건가?
일단 내가 못 읽는 문자였다.
“샤란아. 이거 읽을 수 있겠어?”
“읽다? 샤란이 몰라여.”
“흠.”
편지를 보냈다라.
이건 대화를 하자는 제스처인가? 약간 인간형으로 생겼으니 먼저 이렇게 접촉을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근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함부로 대화를 했다간 우리 밑천이 드러날 거다. 접촉을 하려면 좀 더 준비를 해야겠지.
바로 죽통을 주머니에 넣었다.
“샤란아. 일단 돌아가자.”
“네 마앙님.”
* * *
그리 돌아온 뒤에는 이번에 획득한 정보를 정리했다. 다른 종족들의 출현. 그리고 대화의 제스처를 보낸 픽시들.
이거 바게스트 죽인지 얼마나 됐다고 또 큰일이 난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정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양하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툼을 낳게 된다. 인간도 같은 인간끼리 세계대전을 하는 마당에 다른 종족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사티로스와 리자드맨이 전쟁을 하고 있었다. 싸운 이유는 뭐 이권 다툼이겠지. 다들 살기 위해 싸울 테니까… 어쩌면. 우리도 이제 곧 하나의 세력으로서 그 분쟁에 끼게 될지도 모른다.
“마앙님? 안 자여?”
ㅡ쪼물딱쪼물딱.
내 옆에 누운 샤란이가 내 자지를 쪼물딱대면서 물었다. 이거 같이 자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몸 만지면서 자게 되더라.
버릇이 됐는지 같이 누워 있기만 하면 샤란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내 자지를 쪼물딱댔다.
“자야지. 잠깐 아까 낮에 있었던 일 생각하고 있었어.”
“사티로스랑 리자드맨이여?”
“픽시도.”
“암컷들 많았어여.”
“그러게.”
“루미카처럼 마앙님이 가질 수 있을까여?”
가지면 좋지.
“그거는 뭐, 봐야 알지. 아무튼 샤란아. 내일 루미카한테 가서 이 소식 좀 알려주자. 호수에 혼자 있다가 그런 거 나타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알려줘야 돼.”
“네 마앙님.”
그리고 또… 야생 고블린들 좀 납치하고. 임프 숫자도 좀 늘어났으니 척탄병 훈련도 시키고 해야겠다.
“그럼 자자. 샤란아.”
“네 마앙님.”
샤란이는 잠들기 직전까지 내 자지를 쪼물딱댔다.
* * *
그렇게 아침 일찍 샤란이와 함께 루미카를 보러 갔을 때였다.
“어.”
호수 앞에.
웬 인간이 서 있었다.
그것도 무장한 남자가.
“…”
인간.
정말 인간인가?
나는 잠깐 그것을 생각했다.
루미카는 호수 중앙에서 눈만 빼꼼 내민 채 경계하는 기색으로 무장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남자는 호수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ㅡ홰액!
순간 깜짝 놀란 것처럼 우리를 돌아보았다.
“괴, 괴물!”
그러더니 경악을 하며 소리쳤다. 왜 알아들었냐면 루미카한테 말을 조금 배웠으니까.
ㅡ스릉!
그리고 놈이 다급하게 칼을 뽑았다… 이런 씨발!
“앰창!”
뭐 씨발 어쩌겠나!
바로 샤란이와 함께 튀었다!
“이게 뭔 일이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