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70)
〈 70화 〉 왕가슴 픽시들 x 3
* * *
“잠깐, 드라이어드?”
그건 내가 붙인 학명… 아니. 아니다. 픽시들의 언어마법이 전개된 상태다. 픽시들이 알고 있는 개념이 내게 해석되어 그렇게 들린 것이겠지.
따지고 보면 지금 대화하는 것도 일종의 신비였다.
“응? 왜?”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근데 길들이다니. 짐승도 아니고 뭐 그런 말을.”
어쩌다 보니까 샤란이랑은 매일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근데 길들인다는 말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
“사랑과 우정으로 친해진 거야.”
“사랑과 우정? 친구가 됐다는 소리야?”
“어. 뭐 그렇지?”
“어떻게 친구가 돼? 우린 그런 거 못 하는데.”
입술을 삐죽 내민 세리뉴가 마치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알려줘. 어떻게 친구가 된 거야?”
“알려달라고?”
“응.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안 싸워도 되잖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런 영업비밀 같은 걸 순순히 알려줄 거라고 생각하나? 음식점으로 따지면 첫 만남에 레시피를 덜컥 물어보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이거는 너무 예의를 밥 말아 먹은 일 아닌가?
“왜 자꾸 뜸을 들이는 거야? 떠올리기 어려운 일이야?”
“…”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세리뉴의 태도는 정말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했다.
뭐라고 해야 하지.
대화를 한 시간을 짧았지만 느껴지는 게 있다. 이 픽시라는 녀석들… 뭐랄까. 인간 같은 존재들과 비교하자면 매우 순수하고 순진한 것 같다.
뭔가 잘 속아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인데. 그렇게 속아서 애먼 짓을 당하게 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런 건 아니고. 네 말이 맞는 말 같아서. 안 싸울 수 있으면 좋긴 하지.”
“맞아! 싸움은 좋지 않아!”
자신의 의견이 긍정 받은 탓일까.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숲에는 싸움이 넘쳐나니까 계속 싸울 수밖에 없어. 그래서 궁금해. 드라이어드는 조금 위험한 존재야. 안 싸울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
역시 맹수 취급인가.
근데 내가 샤란이와 이렇게 된 건 그냥 내가 남자라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암컷뿐인 종족으로는 드라이어드랑 친해질 수가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샤란이도 날 처음 봤을 때 이성이라고 느껴져서 좋아한 상태고 말이다.
“빨리 알려줘. 너랑 나는 오늘부터 안 싸우기로 했잖아.”
그거랑 뭔 상관이냐.
안 싸우기로 했으니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논리는 정말 터무니없었다. 이거 역시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픽시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인간 기준으로 좀 어린 것이다.
사실 뭐 인간 같은 놈들이 영악한 거긴 하지만.
애초에 인간사회 자체가 수많은 인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굴러가는 곳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소수가 모여 사는 종족이랑은 사고방식도, 행동방식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숲에서 살아가는 이 픽시족이 다른 존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본 것도 드물 테고 말이다.
“그래. 드라이어드랑 친구가 되는 법이 알고 싶은 거지?”
“응.”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 근데 내가 알려주면 너도 내가 궁금한 걸 알려줘야 해.”
뭐가 됐든 이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픽시들이 기브 앤 테이크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다. 얘네들은 여기 원주민이들이다. 분명 아는 게 많을 것이다.
그런데.
“뭐? 내가 왜?”
순간 녀석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어?”
이 새끼?
“네가 궁금한 걸 너한테 내가 왜 알려줘?”
뭐, 뭐지?
세리뉴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뭐냐? 방금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던가?
이렇게 나오니까 조금 당황스러운데.
“그거야 내가 너 궁금한 걸 알려줬으니까. 그럼 너도 알려줘야지. 하나 받으면 하나 줘야 하는 거 몰라?”
그래서 최대한 풀어서 설명을 해주니.
“하나를 주다니. 그건 너한테 좋은 일이잖아.”
팔짱을 낀 세리뉴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안 싸우면서 지낼지는 모르는 일인데, 너한테 좋은 일을 막 해줄 순 없어.”
아니 시발아.
그러니까 하나를 그냥 받았으면 그냥 처먹고. 잠재적 적군일 수 있는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주겠다 이거냐?
“아니. 야. 그럼 내가 너한테 좋은 거 해주는 건 뭔데? 드라이어드랑 친구 되는 법 알려주면 그건 너한테 좋은 일이잖아.”
“너랑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좋은 건 최대한 취해놔야지. 반대로 너 좋은 일을 하면 안 되는 거고. 너. 큘스라고 했지? 숲에서는 언제나 신중해야 하는 거야. 이득과 손실을 잘 생각해야 돼. 잘못된 선택으로 큰 피해를 볼 수가 있어.”
ㅡ처억.
세리뉴는 아예 내게 삿대질을 하면서 그리 말했다. 이 새끼 뭘 가르치는 것처럼 말하는 거냐!
“아이고! 임마!”
역지사지 생각을 못 하네!
아니 그냥 이기적이다!
자기 이득만 취하겠다는 소리잖아!
“꺗?! 왜 소리 질러! 지금 우리랑 싸우자는 거야?! 방금 안 싸우기로 했잖아!”
아니 씹!
이 새끼 뭐냐!
존나 답답한데!
“큭!”
진정! 진정해라, 큘스! 김큘스!
여기서 빡친다고 뒤엎을 수는 없다! 이 새끼들 사고방식이 좀 좆같긴 해도 전투력 자체는 나름 괜찮을 것이다!
그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이 새끼들 딱 봐도 멍청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충분히 구슬릴 수 있어! 진정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거다!
“마, 말해! 안 싸우기로 했잖아! 약속을 어길 생각이야?!”
세리뉴와 함께 두 픽시가 자세를 낮추면서 경계했다. 마법이라도 쓰면 곤란하다. 후우, 빠르게 숨을 내뱉고, 최대한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뭐라고? 누가 싸우자고 했어? 방금 네가 말한 대로 우린 안 싸우기로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싸워?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안 그래?”
내가 말했지만 참 뻔뻔한 해명이었다.
인간이라면 이런 말을 듣고 바보 취급하냐고 말하겠지.
“응?”
근데.
“…맞아. 약속은 지켜야 해.”
먹힌다.
“그치? 근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싸워.”
“음… 방금 네가 소리 질렀잖아. 그러니까 싸우자는 줄 알았어. 괜히 소리를 질러서 오해했잖아. 오해하게 한 네 잘못 아니야?”
“…”
진짜 터무니없는 태도로군.
아무래도 이 픽시라는 놈들은 자각 없이 시비를 거는 종족인 것 같았다.
“그리고 네가 약속을 지킬지 말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우린 바보가 아니야. 방금도 그렇게 생각해서 경계한 거였고.”
남 탓을 해도 임마.
아무튼 변명 잘 들었다.
“좋아. 그럼 된 거지? 아무튼 안 싸울 거니까.”
그리 말하자 세리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틈을 타, 나는 기습적으로 한가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근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괜찮아?”
“뭘 물어볼 건데?”
고개를 갸웃하는 세리뉴.
지금부터 내가 할 것은 일종의 지능시험이다. 얘네들은 나랑 사고방식이 많이 다른 종족이다. 대화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너희들 그 페어리들이랑은 어떻게 친해진 거냐?”
“페어리? 그게 뭐야?”
“음? 몰라?”
뭐지?
언어가 통하는 게 아니었나?
“그 날아다니는 작은 친구들 있잖아. 너희가 우리한테 보낸 애.”
“아, 걔들? 걔들을 왜 페어리라고 불러? 걔들 페어리 아닌데.”
당연히 너희들 언어 기준으로는 페어리가 아니라 다른 말이겠지… 흠, 이거 고유명사는 일방통행으로 번역이 되는 건가?
“아무튼. 어떻게 친해진 거냐?”
지금 이 물음은 세리뉴가 말했던 `자기들 이득`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것이었다. 내가 궁금한 걸 묻는 상황이니까. 세리뉴는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답변을 해주면 나 좋은 일이라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런데.
“찾아온 애들이랑 놀아줬어. 그래서 친해진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고 있다.
“…”
얘들 진짜 머리가 좀 많이 나쁘구나.
“아, 맞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 하고 있었지. 드라이어드랑은 어떻게 친구가 된 거야?”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이 묻는 세리뉴.
“…그래. 알려줄게. 드라이어드랑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와아!”
알려준다고 하니 또 순수하게 기뻐한다.
“고마워!”
그러면서 만세를 부르는데.
ㅡ출렁!
커다랗고 무거운 젖가슴이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하면서 출렁인다.
진짜 바스트모핑 저거… 아오.
심지어 지금 살짝 유륜이 보였는데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
“빨리 알려줘! 기다리고 있는데 애태우는 건 좋은 게 아냐!”
“그럼 빨리 알려줄게. 드라이어드랑 친해지는 법. 그건 바로 선물을 주는 거야.”
“선물?”
“어. 선물.”
고개를 갸웃하는 세리뉴.
그런 그녀에게 설명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좋은 걸 상대방한테 주면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겠어?”
“그거야 모르지.”
“왜 몰라.”
아오 이 빡대가리가 진짜.
이런 것까지 말을 해줘야 아냐?
“왜 모르다니? 무슨 소리야?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게 상대방이 생각하기에는 싫은 것일 수도 있잖아.”
“뭣.”
아니 왜 여기서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음… 그럼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골라서 준다면?”
“걔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좋은 걸 줘?”
“…”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알고 있을 정도면 이미 친구 아니야? 난 싫어하는 존재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
세리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친구가 되는 법이지 이미 친구인 존재랑 더 친해지는 법이 아냐.”
이 새끼들 진짜 뭔 말을 못 하겠네.
“우린 드라이어드에 대해서 잘 몰라.”
“됐고. 난 일단 선물을 줬어. 근데 받고 나니까 드라이어드가 좋아했던 거지. 그래서 친해진 거야.”
“응? 그럼 우연인 거 아니야?”
“어. 우연이지.”
“뭐야. 우연이었어?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
씨발 진짜.
꿀밤 개마렵네.
“아무튼. 그럼 뭘 줬는데?”
“그건.”
하양이다.
“…”
잠시 세리뉴를 보았다.
그야말로 호기심이 폭발하고 있는 표정이다. 약간 예의 없고 싸가지 없긴 하지만 저러고 있는 모습은 귀여웠다.
“아주 좋은 걸 줬지.”
그래서 난 말했다.
“정말 아주 소중하고 좋은 걸 줬어.”
“아주 좋은 거?! 그게 뭔데?!”
흥미가 폭발했는지 아예 주먹을 꽉 쥐고 큰 소리로 묻는다.
“그건 막 말할 수 없어.”
“왜!!!”
“나한테 아주 좋은 거니까. 너랑은 아직 친구가 아니잖아. 친구도 아닌데 좋은 걸 막 말할 수는 없지. 안 그래?”
“아.”
내 말이 합당하다고 느낀 것 같군.
“그건 맞는 말이야. 친구도 아닌데 좋은 걸 막 말할 순 없지. 좋은 건 친구랑만 말하니까…”
“그렇지?”
“으응… 그럼 너랑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뭐냐? 나랑 친구 되고 싶어?”
이젠 나랑 친구가 되고 싶은 거냐?
“아주 좋은 게 뭔지 궁금해. 그걸 알려면 친구가 되어야 하잖아. 그러니까 친구 하고 싶은데.”
와 진짜 이렇게 순진한 놈들을 봤나.
내가 한 말을 그냥 덜컥 믿어버린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처럼… 요정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인간의 말을 믿었다가 험한 꼴을 당하곤 한다. 그것도 괴팍한 성격을 지닌 요정들이 말이다.
픽시는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뭐, 어렵지 않지. 방금 내가 한 말 기억해?”
“무슨 말?”
“선물을 준다는 거.”
“아!”
완전히 내 말에 말려들었군.
“우리 선물 교환하자.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거 줄 테니까 너희도 그렇게 해줘. 그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선물 주면 된다는 거지! 우리가 생각했을 때 좋은 걸로!”
흥분한 세리뉴가 그리 소리쳤다.
“흐흐흐, 어. 그렇게 하면 된다.”
“바로 가져올게!”
바로?
“아니. 오늘 당장은 말고. 내일 여기서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거기서 선물 교환하는 거야.”
“그래!”
ㅡ뽈뽈뽈.
활짝 웃은 세리뉴가 저공 비행을 실시해서 자기 무리로 돌아갔다. 저놈 저거 생각보다 잘 나네. 저런 무거운 가슴 달고 어떻게 날 수 있는 거지?
아무튼 무리로 돌아간 녀석이 막 신나서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좋아.”
그것을 보면서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런 내 옆으로 샤란이가 달라붙었다.
“마앙님. 픽시들한테 선물 줄 거에여?”
“어. 그러려고.”
“그럼 마앙님.”
“음?”
“몰래 하양이 먹여바여.”
“뭣.”
몰래 하양이를 먹여보라고?
“선물인 척 주면 먹지 않을까여?”
“아니, 샤란아?”
“네? 마앙님?”
“어떻게 나랑 생각이 통했냐?”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가!
“나랑 똑같은 생각 했어!”
샤란이랑 생각이 통했다!
저 싸가지 없는 픽시놈들에게 선물 교환이라는 핑계로 내 하양이를 먹인다면… 샤란이처럼 내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계산에서 한 말이었는데.
“샤아샤아! 샤란이 마앙님이랑 같은 거 생각했다에여!”
샤란이가 똑같은 것을 생각했다니!
“흐흐흐, 그래!”
저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지만 순진한 종족을 보라. 내 말을 덜컥 믿어버렸다. 그러니까 적당히 잘 구슬려서 내 하양이를 먹여 중독을 시킨다면… 샤란이가 그랬고 루미카가 그랬던 것처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방법은 안 쓰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아까 이야기하면서 너무 답답했어.
“그럼 샤란아. 하양이 담을 작은 통 좀 만들어줄래?”
“네 마앙님!”
신나 하는 샤란이와 함께 춤을 췄다.
“암컷들 마앙님 하양이 다 좋아하니까, 몰래 먹이면 마앙님 것으로 만들 수 있다에여!”
“우리 샤란이 머리가 너무 좋다니까!”
“샤아샤아!”
“흐하하!”
이것이 바로 사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