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72)
〈 72화 〉 왕가슴 픽시들 x 5
* * *
자꾸 칭얼거리는 건 상당히 힘겹지만 여기선 잘 풀어 나가야 한다. 뭘, 어려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미 픽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은 상태였다.
“아니. 세리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지금 착각하고 있어.”
“뭐어?! 내가 왜 착각을 해!”
아주 그냥 소리를 빽 지르고 있다.
진심으로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모양이지.
“방법이 없다매. 근데 있어. 드라이어드랑 친구 되는 방법.”
“응?”
“내가 이걸 너한테 더 주면 되잖아.”
“무슨?”
뇌정지가 온 것처럼 정지해버린 세리뉴.
진짜 좀 많이 빡대가리인 것 같다.
“나한테 이거 받아서 너희가 드라이어드들한테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일단 확실한 건 아니다. 근데 괜찮다. 변명거리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설령 픽시들이 내 하양이로 드라이어드를 테이밍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그냥 드라이어드 개인차일 뿐이다.
“어? 그런 건가? 잠깐만.”
또 내 말이 바로 먹힌다.
ㅡ스윽.
경계 태세를 푼 세리뉴가 다시 자신의 턱과 입술을 쓸면서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와 했던 말을 차근차근 정리할 생각인지 뭐라고 읊조리는데, 이건 뭐 진짜 애들 등쳐먹는 사기꾼도 아니고.
되려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을 지경이다.
“잠깐만. 내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올게.”
“그래라.”
바로 젖가슴을 출렁이며 지 동료한테 가는 세리뉴.
“저기,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저, 저는 모르겠어요.”
“저도요.”
“왜 몰라! ”
“세리뉴님도 모르시는 걸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니까요…”
“아이! 중요한 건데! 너희가 모르면 어떡해!”
“죄송해요…”
“그치만 저희도 처음이라서…”
“이익!”
이거 대화하는 거 맞냐?
아무리 봐도 이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근데 말하는 거 들어보면 세리뉴님이라고 하고 있고. 태도도 나름 유하다. 역시 세리뉴는 지위가 높은 녀석인 것 같다.
왜 이런 놈이 지위가 높은 거냐?
짜증도 많고 머리도 나빠 보이는데.
“야. 세리뉴. 애초에 오늘의 선물 교환은 나랑 친구하려고 한 거잖아? 그럼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니냐? 화낼 필요가 없다고.”
“흐응…”
“그렇지? 차분히 생각해봐. 난 널 속이지도 않았고. 네가 화낼 일도 아니야.”
“뭐, 그러네.”
드디어 납득을 한 건가.
다시 세리뉴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해했어. 그런데 너는 머리가 좀 나쁜 것 같아. 설명을 잘 못 한다고 해야 하나.”
“이 새끼…”
진짜 제발.
꿀밤 한 대만 때리게 해줘.
“네가 속인 줄 알았잖아.”
“너가 그렇게 잘못 받아들인 거지.”
“뭐? 그럼 내 잘못이라는 거야?”
“…아니야. 이건 누구 잘못도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자.”
“아니야. 이건 네 잘못이야.”
아오!
“그래. 내 잘못 맞다.”
“인정하니까 좋네. 아무튼. 돌 돌려달라고 한 건 취소할게. 너 가져. 순간 속은 줄 알고 했던 말이야.”
딱히 쓸모도 없다고!
“그러면 이제 하던 이야기마저 할게. 그래서 이게 뭔데? 대체 뭐가 담겨 있는 거야? 예쁜 노란색 돌은 아니라고 했는데.”
돌에 대한 집착 좀 버려라… 아니다.
뭔 말을 하겠나.
ㅡ토옹.
바로 뚜껑을 열었다.
“이거야. 우린 하양이라고 불러.”
“샤아. 맛있어여. 그리고 몸에 좋아여.”
내가 말하자 샤란이가 부연 설명을 했다.
“뭐? 맛있어? 몸에 좋다구?”
근데 그게 먹힌 것인지 세리뉴가 금세 흥미를 드러내면서 기대감을 보였다. 너 너무 쉬운 거 아니니?
ㅡ홰액!
심지어 바로 내 통을 빼앗아 들었다.
“어? 하얀색이야. 그리고 끈적끈적해 보여.”
“맛있는 거니까, 세리뉴도 먹어바여.”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말하는 샤란이.
누구라도 저런 미소를 본다면 그대로 믿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저 미소가 무슨 사악한 것처럼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샤란이도 사람 유혹해서 잡아먹는 숲의 귀신같은 존재긴 하다.
“흐응… 꿀 같은 건가?”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세리뉴.
좀 비릴 텐데. 뭐라고 말하면 바로 아가리 털어서 스무스하게 속여넘겨야겠다.
근데.
“어머. 확실히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네. 이거 꿀 비슷한 건가 봐?”
“뭐?”
달콤해?
내께 달콤했던가? 아니. 먹는 거에 따라 정액 맛이 달라진다는 글을 옛날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비리다는 인상이 있지 않나?
살면서 내 하양이에서 달콤한 향기가 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샤란아. 이거 달콤한가?”
“네 마앙님. 하양이 달콤해여.”
“어… 왜 난 몰랐지.”
난 모르겠는데.
아.
설마 암컷 몬스터들한테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가? 가능성 있다. 그 왜. 몸에 좋은 건 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니. 이게 아닌가. 아무튼.
좋다.
빨리 먹이도록 하자.
먹는다면 분명 세리뉴도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다.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이 싸가지 없는 여자애 교육 시켜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빨리 마셔봐. 마시면 너도 분명 마음에 들걸? 나도 네가 준 돌이 마음에 들었거든.”
설득하기 위해 돌에 대한 칭찬을 덧붙이면서 말했다. 솔직히 뭐 돌이 예쁜 건 사실이다. 마음에 들기도 하고. 근데 거래 품목으로선 그냥 통수맞은 셈이다.
“그렇지? 예쁜 돌은 우리 다 좋아해. 뭐, 알았어. 그럼 먹어볼게. 이제 서로 소중한 걸 교환했으니까, 앞으로 우린 싸우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당연히.”
“나중에 배신하는 것도 안 돼. 안 싸운다고 해놓고 갑자기 싸우려고 하는 것도 금지고.”
뭔가 계약서 깐깐하게 따지는 것처럼 말을 하는데.
애초에 기습할 생각이라면 저런 말뿐인 약속 따위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진짜 지나치게 순진하구만. 저런걸 철썩같이 믿고 있다니. 이거 진짜 나 아니었으면 험한 꼴 봤을 것 같다.
“알았어. 절대로 안 싸울 테니까. 그러려고 친구가 된 거잖아.”
“좋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세리뉴.
그리고.
“그럼… 먹어볼까.”
세리뉴가 내 하양이를 마셨다.
ㅡ꿀꺽.
ㅡ꿀꺽.
“…”
진짜.
정말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마셔버린다.
픽시… 그러니까 대충 뭉뚱그려서 숲에 사는 요정족이라고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드라이어드도. 루살카도. 픽시도. 전부 요정족이라고 할 수 있다. 요정족의 특징은 아주 순진하고 남을 잘 믿는다는 점이다.
너무 무방비해.
이상한 거면 어쩌려고 저렇게 막 받아 마신단 말인가. 그것도 우리는 얼마 보지도 않았고, 친구니 약속이니 하는 것도 말뿐이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하지 않을 짓이다. 남이 주는 걸 함부로 먹는다는 게 위험하다는 걸 아니까.
그런데 픽시인 세리뉴는. 친구와 불가침조약이라는 말뿐인 것을 덜컥 믿어버리고 내 하양이를 흔쾌히 마셔버렸다.
“…”
아무리 짜증나게 해도 이 정도로 순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있을 정도다.
그 순간.
“앗!”
“엌!”
이 새끼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맛있어!”
“뭐? 맛있어?”
“응! 이거 맛있어! 달콤해! 그리고 목이 찌릿찌릿해! 이거 뭐야?!”
흥분한 세리뉴가 꺅꺅거리면서 거리감을 확 좁혀오며 그리 물었다.
역시 먹혔군.
“어떻게 만들었어?! 더 먹고 싶어!”
사탕을 처음 맛본 꼬마도 아니고.
지금 엄청 좋아하고 있다. 딱 봐도 나에 대한 호감도가 엄청나게 증폭된 상태. 아예 꽉 쥔 주먹을 가슴께에 모은 채 눈을 반짝이고 있는 중이다.
“아니. 그렇게 맛있어?”
“응! 이런 맛은 처음이야! 달콤하고 찌릿찌릿해! 다들 들어봐! 얘가 준 거 엄청 맛있어!”
ㅡ출렁출렁!
방방 뛴 탓에 젖가슴이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진짜 볼만한 광경이긴 해.
“그, 그렇게 맛있어요? 세리뉴님?”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순진한 건 얘네도 마찬가지였군. 갈색 머리의 수수한 픽시들이 내 하양이에 관심을 보였다.
“마앙님. 성공이에여.”
“그래. 그런 것 같다.”
아주 완벽하게 성공했다.
아니. 해버렸다.
픽시들에게 내 하양이를 먹인다는 계략이.
“하양이라고 했지? 너무 맛있어! 우리 친구야!”
찬란한 호의.
아주 그냥 신나게 웃으면서 내 손을 잡는다.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나도 돌 받아서 기뻤는데. 너도 기뻐하니 기분이 좋다.”
“푸후훗! 가치를 알아주다니! 생각처럼 머리가 나쁜 녀석은 아니었나 보네.”
여기서 그런 디스를?
“아무튼 나 하양이 더 먹고 싶어. 이제 우리 친구니까, 더 줬으면 좋겠어!”
“그럼 돌을 더 가져와.”
“뭐어?! 싫어! 지금 준 것도 귀한 것들이란 말야! 하양이 조금 더 받아야 해!”
아니 이 새끼 진짜 친구 선언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 지랄?
뭐 그래도 일단 순수한 일면을 봤고. 내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탓일까.
나름 귀엽게 보였다.
무엇보다.
ㅡ출렁.
가슴이 어우.
너무 커.
이제 여기서 쐐기를 더 박아보도록 하자.
“알았어. 뭐 나도 보니까 귀한 돌 같기는 하네. 그것도 엄청 귀한 돌.”
“그렇지?!”
“어. 그러니까 하양이 더 줄게. 이렇게 귀한 걸 받을 거라곤 생각 못해서 조금만 가져왔나 봐. 미안해.”
“그래! 너무 조금만 챙겨왔어! 너는 그런 거에 신경을 더 써야 해! 그럼 더 줘!”
“줄게.”
“야호!”
ㅡ뽈뽈뽈!
어찌나 기분이 좋은 것인지 세리뉴는 아예 날개를 움직여 저공비행을 하면서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맛있는 거 한번 줬다고 아주 그냥.
“근데 여기서 당장 만들 수는 없거든?”
“아, 네가 만든다고 했지?”
“일단 따라와 줄래? 가서 줄 테니까.”
“알았어!”
즉답.
진짜 즉답이다.
완전히 넘어왔다. 말로 더 구슬릴 필요조차 없었다. 맛있는 거 한번 줬다는 이유만으로 그 까탈스러웠던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신뢰를 받을 수가 있다니.
픽시족 너무 쉽다.
“같이 가자.”
손을 내미니.
“응!”
세리뉴가 내 손을 잡았다.
“너희들은 잠깐 여기서 기다려! 나 잠깐 갔다 올 테니까!”
“세리뉴님! 혼자만 먹는 건 너무해요!”
“그래요!”
“걱정하지 마! 너희들도 맛보게 해줄 거야! 그럼 어서 출발하자!”
완전히 신나서는 아예 먼저 가자며 앞장을 서려고 한다.
“그래.”
그렇게 나는 세리뉴의 손을 잡고 외진 곳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세리뉴는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으면서 좋아했다.
맹세컨대 지금 납치하는 거 아니다.
“흐흐흐, 같이 으슥한 곳으로 가자고. 아가씨.”
“빨리 가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