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8)
〈 8화 〉 마계 x 7
* * *
“으윽… 크학.”
그렇게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나는 아예 바닥을 기면서 도서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삶이 너무 빡빡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나름 익숙해져서 요즘 지구 생각을 잘 안 했는데, 지금은 진짜 그때의 삶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재입대 열 번을 해도 좋다.
“…”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어. 애초에 난 뒤졌으니까. 뒤져서 여기에 떨어진 상태인데 돌아가고 나발이고가 있겠나.
그 생각을 하니 우울해서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자신의 원래 몸이 산산조각나고 마계로 떨어져 버린 사람의 마음을 누가 알리오.
“올리오. 감바스알하이오.”
ㅡ밍기적밍기적.
그리 애벌레마냥 힘겹게 계단을 기어오르면서 도서관이 있는 층에 올라왔을 때였다.
“응? 이상하네?”
옆쪽에서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도서관을 찾는 건 나밖에 없을 텐데?”
“아.”
보니까 아까 날 보면서 개빵터진 마족 소녀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품에 시꺼먼 책을 안아 든 채 고개를 갸웃하면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꺼먼 장발을 길게 늘어뜨린 소녀… 입고있는 것은 흑색 계통의 화려한 드레스다. 딱히 사나워 보이진 않고, 오히려 귀엽고 예쁘장한 소녀였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족들은 이렇게 다가와서 날 비웃는다는 것을.
“그리고 대체 왜 거기서 기고 있는… 아? 설마 오빠야? 이번에 강림 의식에 참가한다는 게?”
진짜 왜 다 알고 있냐?
이 새끼들 스마트폰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최신 뉴스를 받아보고 아는 척을 하는 거냐? 그런 커뮤니티가 있다면 나도 좀 알려줘. 유동으로 강림제가 뭔지 물어보게.
“아, 예. 바로 그게 접니다.”
대체 뭔 비웃음을 들을까 하면서 멘탈을 꽉 잡고 있었는데.
ㅡ스윽.
“음?”
품에 안고 있던 커다란 책을 바닥에 내려놓은 소녀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불쌍해라… 가면 죽을 텐데.”
그리고는 마치 불쌍한 강아지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기어 다니고 있었던 거네? 죽을 걸 아니까 절망해서.”
예리하군.
진짜 슬프다.
감정이 복받쳐 오를 정도로.
“흑… 크흑!”
“응? 오빠 울어?”
“흐윽!”
“어머, 어떡해. 자, 잠깐. 어쩌지? 울지 말아봐, 오빠.”
잠깐 우는 소리를 내니 순간 소녀가 진심으로 불쌍하다는 듯 반응하면서 내 머리를 만지려고 했기에.
“크흐으으으윽!!!”
나는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아앗!”
그러면서 소리쳤다!
울먹이는 얼굴로 절박하게!
“도, 동생? 이 불쌍한 오빠 좀 도와주지 않을래?!”
“으응?!”
당황한 표정.
하지만 동정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보인다!
“제발! 제발 도와줘!”
ㅡ파앗!
즉시 몸을 날려 소녀의 발목을 붙잡고 추하게 울부짖었다!
“꺄앗! 무, 무슨 짓이야! 잠깐! 말을 똑바로 해! 도와달라니?”
도와달라는 말에 반응을 한 것인가? 확실하다! 내게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어려 보여! 어리다면, 마음이 여릴 수도 있어! 나도 어릴 때 그랬으니까!
그것을 노린다!
“흐윽…! 도와, 도와줘어… 제발 살려주세요, 크흑!”
“그, 그러니까 뭘 도와달라는 거야… 곤란해… 이러면…”
내가 발목을 붙잡고 울고 있음에도 소녀는 일어나기만 했을 뿐, 내 손을 발로 차거나 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말투에 단호함도 없다!
이건 먹힌다!
“으아아아아아앙!!!”
그래서 나는 더 크게 울부짖었다!
마치 애새끼처럼!
“알았어! 도와줄 테니까 울지 마, 오빠. 세상에. 이걸 어쩐담…”
요시!
* * *
도서관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고요했다. 사서들조차도 부정형의 형태를 지닌 사역마들로 이루어져 있어 소리를 내는 일이 없었다. 가끔 날갯짓 소리나 꾸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건 뭐 소음이라고 할 수조차 없지.
“내 이름은 카르티야. 카르티 벨라크루.”
나를 자신의 지정석이라는 곳으로 데리고 온 소녀가 나를 앉혀놓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오빠 이름은?”
“나는 큘스… 큘스 벨라크루.”
“뚝 그치고 말해.”
바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쳤네?”
“그쳤습니다.”
맑아진 시야로 정면을 보았다.
아주 얌전하게 생긴, 그리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지금 확신한다. 이 소녀는 장차 그 심장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여공작과 비슷한 미모를 지니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비교가 안 되겠지.
자식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비정한 마족과는 달리, 눈앞의 있는 이 카르티라는 소녀는 내게 손을 내밀어줬다.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그리고 나는 지금.
추하게도 이런 인간의 마음을 지닌 카르티에게 울고불고 매달려 도와달라고 땡깡을 부린 끝에 도움을 받게 되었다. 정말 추하기 짝이 없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다. 대한의 건아, 그것도 육군병장 만기전역자인 내가 나보다 훨씬 어린 꼬맹이한테 도와달라고 빌다니?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 살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구두를 개처럼 핥을 수도 있어. 지금의 내겐 그런 용기가 있다. 누군가의 구두를 핥을 용기가 있다! 용기 없는 자가 그런 짓 따위를 할 수 있겠냐! 나는 누구보다도 용감하다! 용감하게 헤쳐 나갈 것이다!
“좋아. 그럼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네. 그럼 큘스오빠? 먼저 이것부터 물을게. 도서관 층에는 왜 올라온 거야?”
“아. 그게.”
아무튼 도움을 받게 되었다지만 카르티는 정말 강해 보였다. 일단 뿔도 상당히 예쁜 형태였고, 느껴지는 기운도 심상치 않았으니까. 내가 봤을 때 여공작의 힘을 강하게 물려받으면 물려받을수록 외모도 그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것도 기어서 올라오고 있었지.”
“그건… 카르티. 카르티라고 불러도 돼?”
“응.”
“카르티. 내 사정은 알고 있지?”
“강림 의식에 참가한다는 것? 알고 있어. 이전부터 소문이 파다했으니까. 궁전의 하위 혈족들은 자신들이 뽑히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뽑힌 건 큘스오빠였지.”
잘 아네.
“확실히 약해 보여. 출신은 좋아 보이는데, 탄생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런 것까지 알아?”
“대략적으로는. 하지만 자세히는 몰라. 그것은 어머니 여공작님만이 알고 계실 테니까. 아무튼. 도서관에는 왜?”
“그게 말이야. 내가 지금 강림제나 뭐 그런 거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거든?”
“뭐어?”
간단하게 내 이력에 대한 것을 설명했다.
머리가 문제인 건지는 몰라도 난 마력이 거의 없었고, 언어 취득능력에도 심각한 하자가 있어 말을 익히지 못해 겉돌면서 살았으며, 그런 탓에 마족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지식들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그러던 도중 여공작이 불러서 왔는데 인생, 아니 마생의 끝을 선고받았다고.
“부, 불쌍해…”
이야기를 들은 카르티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울먹였다. 날 진심으로 가엾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쌍하지?”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어머니 여공작님은 그런 부분에선 가차 없으시니까… 어머님은 다정하시지만 그뿐이야. 우리를 도구로 여기시지.”
그 말을 하는 카르티는 조금 슬퍼 보였다.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을 나이긴 할 것이다.
“언제든지 소모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는… 하아. 아무튼 그럼 오빠가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나랑 같이 궁전에서 지냈을 수도 있었겠네. 오빠가 실패작이라서 정말 가여워. 정말 불쌍해…”
뭐라고 반박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불쌍한 존재.
그것은 바로 나.
“그래. 바로 그런 상황이야.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리고 아무도 안 알려주니까.”
“안 알려주니까?”
“그런 정보 같은 것들을 찾아보려고 도서관을 찾았던 거야. 뭘 배우고 알아야지 살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그러니까 정보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 왔다는 이야기?”
“어.”
고개를 끄덕이자 돌연 카르티가.
“흐응, 확실히.”
뭔가 굉장히 우쭐대는 듯한 말투로. 또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한 말투로.
“정보를 찾아보는 데 있어서 도서관만 한 곳은 없지! 다른 마족들은 잘 모르는데 말이야! 오빠는 뭘 좀 아네!”
그렇게 말했다.
“오빠도 책을 좋아하는 거지? 응? 응응?”
“어… 뭐 대충은? 그런데 잘 아는 건 아냐.”
“좋아!”
뭐지. 독서하는 취미가 있는 건가? 근데 뭐 사실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들고 있던 커다란 마도서 같은 책도 그렇고.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취미를 긍정 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듯하다.
역시 애는 애다. 잔혹한 마족 태생이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순수함이 남아 있었다. 정말 터무니없이 귀엽군.
“그럼 카르티가 오빠를 도와줄게! 여기 도서관은 제법 어려운 책들이 많거든! 고르기 힘들거야! 카르티의 도움이 필요할걸!”
“뭣…?!”
와!
와!
와아아아아아아!
“고, 고맙다!!! 카르티!!! 고마워!!!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생명의 은인까지는… 아니고. 그보다 큘스오빠. 여기 어때?”
“여기라니?”
“여기! 내 지정석!”
카르티가 주변을 보라는 듯 빙글 돌면서 팔을 펼쳤다.
그러고 보니 여기 지정석이라고 했었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은 도서관의 거대한 책장과 책장 사이에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냥 빈 공간이 아니다.
ㅡ처억.
마치 블럭 놀이를 하는 것처럼.
두꺼운 책들이 쌓이고 쌓여 벽을 이루고, 또 책으로 된 지붕까지 덮여 있었다. 마치 어릴적 만들고 놀던 비밀기지 같은 그런 느낌. 양피지나 두루마리로 장식도 되어 있고, 또 안에는 조명도 있어서 아늑하게 느껴진다.
“책으로 만든 집이었네? 이거 무슨 비밀공간 같아서 아늑하구만.”
“그렇지?! 이거 다 내가 읽은 책들로 만든 거야!”
“이걸 다 읽었다고?”
“응!”
아주 기분이 좋다는 듯 눈을 빛내며 대답하는 카르티.
어린데 독서량이 장난이 아니다.
“와. 카르티 책 읽는 거 진짜 좋아하나 보네.”
“좋아해!”
순수한 미소.
“그러니까 카르티한테 다 물어봐!”
얘는 진짜 착한 애다!!!!!!!!
눈물 터져 나올 것 같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