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87)
〈 87화 〉 섹시불량 수녀 레이카 x 1
* * *
그럼 이제 출발해보도록 하자.
“루미카. 집 좀 지켜줘.”
“벌써 나갈 거야? 몸도 이제 막 회복한 참이고. 다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지금 믿을 게 루미카 너뿐이다. 집 좀 지켜주라.”
바로 루미카의 어깨를 잡으면서 말하니.
“아앗!”
금세 얼굴이 시뻘게진 루미카가 고개를 숙였다.
“아, 알았어.”
“흐흐흐, 고마워.”
“딱히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니까… 갔다 와.”
좋아.
“그럼 임숭아! 규일아! 연장 챙겨라! 일하러 나가자!”
“끄륵!”
“규삿!”
힘차게 대답한 임숭이와 규일이가 지들 부하 놈들을 빠르게 지휘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즉시 임프와 코볼트들이 무장을 마치고 내 앞으로 와 정렬했다.
“굿.”
다들 창을 들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 새끼들의 훈련도는 고블린들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하지만 괜찮아. 이 정도 물량이라면 문제없다.
난 벌써 실전경험을 여러 번 쌓았다. 어떻게 싸워야 더 잘 싸울 수 있을지 대략 윤곽이 보인단 말이지. 내가 지휘한다면 문제없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전리품과 시체를 회수하러 간다. 알겠나?”
“끄륵!”
“규삿!”
인간들의 시체는 총 다섯 개.
그렇다는 것은 총 다섯 명 분의 전리품이 있다는 뜻이다. 무기는 물론이고 입고 있는 옷. 심지어 녀석들이 챙겨온 배낭까지. 그것들 전부가 내 것이 된다는 소리.
하나같이 오버테크놀러지 아이템이다. 옷부터 시작해서 각종 도구들. 아주 유용하겠지. 던전의 테크가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출격하라!”
그렇게 우리들은 시체와 전리품을 챙기러 나갔다.
* * *
“오우!”
시체는 멀쩡하게 숨겨져 있었다.
벌레조차 꼬이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건 전부 샤란이의 식물 마법 덕분이었다. 이 안에 피어있는 게 벌레를 쫓아내는 식물이라고 했지 아마?
“좋아. 여긴 확인했으니까. 제일 멀리 있는 것부터 챙기러 가자.”
“끄륵!”
내 지휘하에 임프들과 코볼트들이 질서정연하게 행군을 실시한다. 무슨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사실은 인간 놈들 시체 뒤지러 가는 건데 말이지.
이렇게 보면 내 감각이나 상식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
마족으로 환생했지만 난 인간이었다. 지구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한국인이었단 말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되다니.
종족이라는 게 참.
“…”
그렇게 가장 먼 곳에 있는 시체를 찾아냈고, 거기서부터 우리는 수습 작업을 시작했다.
“규일아. 시체 옮길 준비하고. 임숭아. 주변에 뭐 이상한 거 떨어져 있으면 전부 주워 와라.”
“규삿삿.”
모험가들이 떨어뜨린 유류품은 잘 찾아서 챙겨야 한다. 유류품이 남아있으면 살인사건의 증거가 된다. 다른 모험가들이 그런 걸 찾아서 뭔가 불길한 상상을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해당했다는 흔적을 지워야 해.
증거품이 안 남는다면 그건 단순한 실종이다. 내가 범죄에 대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종자의 유류품이 발견되는 것과 발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차이 정도는 알고 있다.
나는 임프들과 함께 주변을 수색했고, 그러다가 오면서 습득한 모험가의 배낭을 열어보았다.
“오오!”
열자마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작은 냄비는 물론이고 무슨 끈. 벨트. 주머니. 통. 수통. 책? 단검에 모래시계랑 나침반도 있네? 배낭 안에는 말 그대로 군장처럼 온갖 도구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심지어 먹을 거랑 화폐도 있다. 이게 이쪽 인간들 화폐인가? 마치 외국 동전 같은 느낌이다. 신기하군. 일단 챙겨두도록 하자.
“남자 속옷 씨발.”
근데 속옷이랑 양말도 있네.
양말은 빨아서 쓰면 될 것 같은데 속옷은 좀 개오바다. 적당히 창고에 박아 둬야지.
“진짜 씹대박.”
물론 획득한 아이템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시체가 입고 있는 옷이랑 그 주머니에 있는 물품. 그리고 철제 무기까지. 아주 완벽하다. 인간 몇 명을 죽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부자가 되었다.
“규삿!”
“끄륵!”
곧 규일이와 임숭이가 임무 완료를 보고 했다.
“그럼 시체랑 템 다 챙겨서 돌아가자!”
그렇게 우리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시체와 전리품들을 모조리 챙겼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목적을 완수하고 귀환했다.
* * *
“마앙님!”
돌아가니 샤란이가 날 반겨줬다.
“어, 그래. 샤란아. 잘 잤어?”
“샤란이 잘 잤어여. 마앙님 괜찮아여?”
“나는 괜찮아. 그보다 샤란이 몸은?”
“어제보단 안 아파여.”
“잘됐다.”
보아하니 자면서 회복이 좀 된 모양이다. 오늘부터 하양이 보급해주면 내일은 확실히 낫겠지.
“임숭아. 규일아. 챙겨온 것들 정리해라.”
나는 바로 배낭에서 꺼낸 인간 망토를 펼쳤다. 동시에 임숭이와 규일이가 시체들의 옷을 벗기고, 챙긴 물품들을 망토 위에 사열을 하듯이 늘어놓았다.
“와, 마왕. 많이 챙겼네? 인간들 물건.”
“어. 다들 유용할 거다. 괜찮지?”
“좋아 보여. 역시 인간들 물건이네.”
근데 진짜 물건 개많다.
“이 새끼들 뭐 이삿짐센터 직원이냐?”
갖고 있는 도구가 참 많았다.
이게 진짜 현대인 관점에서 보면 어디 점포 정리하는 철물점에서 중고로 구해온 잡동사니 모음집 같은데, 동굴에서 자연인 생활하는 내 관점에서 보면 그냥 보물 천지다, 보물 천지.
망치랑 손도끼. 뭐 엄청 많다.
얘네들 왜 살림살이를 다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거지? 설마 집이 없는 건가? 아. 그럴 수도 있겠군. 집이 없어서 자기 짐을 다 들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마앙님. 시체는 어쩔거에여?”
“잠깐. 내가 볼게.”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모험가들의 시체. 그 다섯 구가 나란히 누워있는 상태였다.
할 건 딱 하나뿐이지.
“마력추출술.”
인간에게 추출술이 먹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주저 없이 마력을 운용하여, 시체의 가슴팍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ㅡ뿌득!
그렇게 초현실적인 힘으로 심장을 꺼낸 순간, 모험가의 시체가 시꺼멓게 녹아내리면서 손에 쥔 심장이 마력석으로 변모한다.
“마력석.”
이 인간 마력석은 일단 모아둘 생각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인간의 시체에서 뽑아낸 마력석이다. 흑마법적인 재료가 될지도 모른다… 이대로 다른 시체들 역시 전부 추출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마력을 쓸 일이 많다. 나머지 시체들은 보관을 해두도록 하자.
그 일을 한 다음에 고블린 내무반으로 들어갔다.
“부릴아.”
“케륵케륵.”
부릴이는 현재 가사상태에 빠진 고블린들에게 물을 먹여주거나 하면서 보살펴주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기분이 아주 다운된 상태다.
지 부하가 다 이렇게 됐는데 기운이 있을 리가 있나. 무려 여섯이나 이런 상태가 되었다. 일단 큰 외상이 없는 셋은 곧 일어날 것 같은데, 칼질당한 나머지 셋이 참 걱정이다.
“부릴아. 힘내라. 이 녀석들은 형이 반드시 살려줄 테니까.”
“케루룽.”
머리를 만져주자 부릴이가 케루룽 거리며 골골거렸다.
“오늘은 좀 누워서 쉬어라. 아무것도 안 시킬 테니까. 좀 있다 밥이나 먹으러 오고.”
“케륵.”
“인간들이랑 싸울 때는 진짜 잘해줬다.”
“케룽!”
역시 내 오른팔이라니까.
가사상태에 빠진 고블린들의 손을 한놈 한놈씩 다 잡아준 다음에 내무실 바깥으로 나왔다.
“마앙님.”
“어 샤란아. 쉬고 있어. 난 그 수녀 심문 좀 할 테니까. 밥 때 되면 애들이랑 밥 먹고.”
“샤란이도 일할래여.”
“아냐. 오늘은 다쳤잖아. 쉬고 있자.”
“샤아…”
바로 샤란이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서 안방으로 보내줬다. 안방에서는 피곤한지 루미카도 쉬고 있었다.
“마앙님. 그 암컷 혼쭐을 내줘야 해여. 우리 고블린들 다쳤다에여.”
“맞아. 그렇게 많이 다쳐서 오다니. 용서할 수 없어.”
샤란이의 말에 루미카가 공감을 표했다.
“확 잡아먹어 버릴까?”
공감을 표하는 것을 넘어 잡아먹는 시늉을 하는 루미카. 이거 좀 으스스한 말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 피 빨아먹는 물귀신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점에 그 어떤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
“흐흐흐, 그것도 좋지. 근데 지금은 안돼. 수녀한테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 주로 인간 세상에 대한 것들.”
“그러네.”
잡아먹을 수야 없지.
“그런데 마앙님. 그 암컷 강하다에여.”
“강하긴 해.”
진짜 강했다.
엄청난 전투력이었지.
혼자서 나랑 샤란이. 그리고 고블린 소대의 협공을 그만큼이나 버텨낸 여자다.
위험해.
“강하니까 굴복시켜서 마앙님 부하로 삼는 것도 좋다에여.”
“부하로 삼아? 우리 고블린들을 저렇게 만들었는데?”
“그러니까, 마앙님한테 봉사하게 한다에여. 고블린들이 다치게 했으니 그만큼 일해야 한다에여.”
“호오.”
고블린들 다치게 한 만큼 봉사를 시킨다라.
좋은데?
“근데 굴복이라.”
사실 이게 좀 이상적인 상황이다. 저 강한 수녀를 굴복시켜서 부하로 부린다? 그럼 두려울 게 없으니까.
근데 문제는.
“과연 저 수녀가 굴복을 할까?”
신을 믿는 수녀.
그것도 내게 적대감이 엄청난 상태다. 심지어 죽음을 각오하고 내게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는 중이지. 그런 여자를 굴복시켜서 내 부하로 삼는다는 것은 몹시 어려워 보인다.
“마앙님 찌찌 큰 암컷도 굴복시켰다에여. 마앙님 다 할 수 있어여.”
“흐흐흐, 그것도 그렇지.”
“마앙님이 못 할 일은 없다에여.”
ㅡ처억.
샤란이가 그리 말하면서 주먹을 치켜들고는 웃었다. 참 따뜻한 격려라니까.
“고맙다.”
그래.
“마족지배술.”
그게 인간한테 먹힐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험해볼 가치는 있겠지. 아니. 오히려 수녀를 굴복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선 심문을 한다 해도 입을 닫거나 거짓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높다.
아예 굴복시켜서 내 부하로 삼는다면 내게 완전히 협조하겠지.
사실 내가 전문 고문술사도 아니고. 인간에게서 어떻게 정보를 뽑아내야 할지 조금 난감한 상태였다. 고문을 한답시고 무작정 때리다가 수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건 완전히 나가리지.
“좋아.”
일단 심문이다.
“그럼 시간 좀 늦었으니까. 다들 알아서 밥 챙겨 먹고 쉬어. 난 수녀 심문 좀 하다가 잘 테니까”
“네 마앙님.”
“마왕. 너무 무리하진 마.”
“그럴 거다.”
그리 말을 하면서 안방을 나섰다.
“고문이라.”
바로 수녀가 감금된 방으로 들어갔다.
“…또 왔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