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00)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00)화(101/674)
Chapter 100 – 옥천표국 – 2
합체는 이론상으로 완벽했다.
내가 달리고 당화린이 쏜다. 로봇물이었으면 위키에 화린호/비판과 논란 항목에 파워밸런스가 개설될 만큼 이론상으론 완벽했다.
이론상으론 말이다.
“암기가 다 떨어졌어!”
“나도 내공이 다 떨어졌어!”
빌어먹을. 부족한 무장과 연료가 문제가 될 줄이야.
나는 경공을 배운 적 없었기에 내공 소모가 큰 급가속용 보법밖에 몰랐고 당화린은 합체하자마자 암기가 바로 떨어져 버렸다.
로봇 애니에서 왜 주인공 기체들이 원자력이나 수수께끼의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원거리 무장도 빔 병기를 사용하는지 여기서 깨닫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야.
우리가 공격을 멈추자 녹림도들이 서서히 포위를 좁혀들었다.
“제길.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대충 100년 치 내공이랑 암기를 무한 탄창으로 쓸 돈만 있었으면 바로 도망쳤을 텐데!
“다……. 시발. 내 잘못이야.”
당화린은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의 잘못인 양 죄책감이 뚝뚝 묻어나오는 말투로 자책했다.
굳이 말하자면 네 책임도 내 책임도 아니고 표국이랑 녹림 잘못인데. 뭘 그런 걸 자책하고 있냐.
“저 연놈들 잡아!”
“넵!”
내가 당화린의 자책을 위로해주기도 전에 녹림도들은 단체로 달려들어 우리를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
우리를 끝으로 옥천표국 전체가 흑호채에게 제압당했다.
얼마나 죽은 거지.
주변을 살펴보니 짐을 실어나르던 쟁자수들의 시신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공도 모르거나 실력이 미천한 쟁자수들은 확실히 파리목숨일 수밖에 없다.
남일같지 않네. 나도 얼마전이었으면 저 꼴이 되었을테니까.
표사들은 안 죽은 건가.
주변을 둘러봐도 죽은 표사들의 시신은 안 보인다. 상처를 입어 고통의 신음은 흘리고 있지만, 다들 죽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산적들도 많이 죽었는데 표사들이 죽지 않았다니. 일부러 제압만 한건가.
우리를 포함해서 옥천표국의 표사들은 포박당한 채 녹림의 처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개 같은 년! 네년 때문에 우리 애들이 얼마나 죽은 줄 알아?”
간부로 보이는 떡진 머리의 초록 머리 녹림도가 당화린을 향해 윽박질렀다.
“…….”
당화린은 대꾸는 하지 않고 분한 눈빛으로 녹림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정리되고 있는 상황을 보니 우리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을 알 수 있었다.
옥천표국 놈들. 우리는 손님으로 와서 노데스 캐리까지 해줬는데 결국 진 거였냐. 옥천표국놈들 이거 티어가 어디야.
“말 안 해? 이 문둥이 년이!”
녹림의 간부는 들고 있던 칼을 높이 들어 올려 당화린을 바로 베려고 했다.
저 새끼 무슨 짓이야! 깜짝 놀라 황급히 입을 열었다.
“네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나는 황급히 고관대작 댁에 자존감 넘치는 하인에 빙의한 듯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 질렀다.
“뭐야. 너는?”
내 소리에 당화린 근처에 있던 다른 녹림도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다 칼 밥 먹고 사시는 현장직들이라 얼굴이 흉흉하시네. 인상 좀 펴고 삽시다.
당화린이 죽인 동료가 많아서 더욱더 얼굴이 흉흉한 건가. 일단 저들의 분노를 빠르게 식혀줄 수 있는 긴급 냉각수를 투여하자.
“감히 대! 사! 천! 당! 가!의 금지옥엽이시고! 그 유명한! 당거호! 대협!의 제자이시며! 약학의 귀재이시어! 가문 어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계신! 당! 화! 린! 소저에게! 그 무슨! 막말이더냐!”
강조하기 힘드네. 그래도 산이 떠나가도록 외쳤으니 모두가 알아들었을 것이다.
“뭐! 사, 사, 사천당가?”
방금까지 칼을 들어 올린 녹색 머리 녹림도는 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어 칼을 내렸다.
“뭐? 여기에 사천당가가 사람이 있다고?”
“부채주님!”
내 목소리에 흑호채의 부채주가 옥천표국 표두의 멱살을 붙잡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표두 괜찮나. 살아는 있는 거 같은데. 상태가 말이 아니네.
“보라색 머리에 초록색 눈? 어이. 너 정말 사천당가 사람이냐?”
“……칫.”
당화린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혀를 한번 차고는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려버렸다.
“톡 쏘는 게 딱 당가 년이긴 한데. 이봐. 옥표두. 정말 저 여자 사천당가 사람이요? 대답해봐!”
부채주는 고장 난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처럼 표두를 흔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사람을 떡으로 만들어놓고 대답하라고 하네.
“으, 으윽. 맞소. 옥천표국의 손님이시오.”
표두는 간신히 당화린의 신분을 보증해주었다.
“하. 시발. 하필 사천당가냐.”
부채주는 당화린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하늘을 향해 한탄했다.
한탄할만하다. 녹림은 생계형 산적이 아니다. 목 좋은 자리에 산채를 짓고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는다.
지금 부채주는 당화린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평범하게 은원관계라면 당화린을 죽일 순 있다. 문제는 일상적인 업무로 통행료 걷다가 손님이었던 당화린이 휘말려버렸다는 것이다.
사천당가의 여식이 은원도 아니고 산적에게 죽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사천성 바로 옆에 있는 호북성에서?
‘사천당가는 잊지 않는다.’
부채주의 머릿속에선 바로 사천당가의 가언이 생각날 테고, 사천당가 애들이 몰려와서 사업 망하는 꼴도 상상이 갈 것이다.
나는 그걸 노리고 바로 당화린의 신분을 밝혔다. 개사기 핏줄이 있으면 써먹어야지.
“형님! 이 년이 죽인 우리 애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여기서 죽여버리죠!”
머리카락이 녹색과 딴색이 섞여 있어 아직 수렴진화 중인 것 같은 한 녹림도가 부채주에게 말했다.
“이 병신아! 누구 좆되라고 그딴 소리를 하냐? 너 채주 끄나풀이냐?”
“아, 아닙니다.”
역시 진화가 덜 된 놈이라 생각이 부족한 거였군.
“닥치고. 괜찮은 애들 다 끌고 가. 데려가도 뒤질 것 같은 애들은 그냥 저승으로 보내주고.”
“네 알겠습니다!”
“크아악!”
“사, 살려줘!”
“어머니…….”
우리는 방금까지 같이 걸었던 사람들의 명줄이 끊어지는 소리를 말없이 들으며 포박된 채 저들의 산채로 향하기 시작했다.
———–
흑호채의 산채에 끌려가 우리처럼 생긴 감옥에 감금된 지 하루.
부채주가 옥천표국 표두를 찾아왔다.
“옥표두. 괜히 소란만 만들고 꼴이 이게 뭐요.”
“닥쳐라! 네놈이 통행료를 10배로 불러서 이 꼴이 난 건데 어딜 책임을 회피하는가!”
“크하하하! 10배라고 하면 정말 10배를 달라고 했겠소? 크게 질러놓고 협상하자는 뜻이었지. 거기서 다짜고짜 칼을 뽑는 표두가 어딨소.”
뭐야. 협상도 안 해보고 칼을 뽑은 거였어?
나와 표사들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표두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그것이 우리도 협상하자는 뜻으로 칼을 뽑은 거였소! 칼을 뽑으니까 바로 달려든 게 누군데 그러시오!”
아닌 거 같은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 표사들도 저 인간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표두를 바라보았다.
“크흐흐! 그렇게 맨날 제 성미를 못 이겨서 검을 뽑으니까 옥천표국의 표물이 맨날 지연 도착한다고 유명한 거 아니오. 봄에 보내면 내년 봄에 온다. 옥천표국이 아니라 옥천표류라고 불린다는 말을 들었소.”
“아니, 가는 길을 방해한 게 누군데 그런 소리를.”
옥표두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됐고. 표물에는 손 안 댈 테니 옥천표국에서 사람 오면 협상하고 돈 받으면 돌려보내 주겠소.”
“우리 옥천표국은 녹림도와 인질을 협상하지 않…….”
“그럼, 그날이 옥천표국 단체 제삿날 되는 거요.”
부채주는 웃던 얼굴을 거두고 살기를 흩뿌리며 거짓 경고가 아님을 알렸다.
꿀꺽. 부채주의 한마디에 표두가 마른침을 삼키고, 다른 표사들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크흐흐흐. 다음에 봅시다.”
부채주는 얼어붙은 분위기를 보며 흡족하게 웃고는 다시 돌아갔다.
“표두님. 성질 좀 죽이시지 그랬습니까.”
팔을 다친 늙은 표사 하나가 한탄하는 어투로 표두에게 쏘아붙였다.
“뭐?”
“표국주님이 그렇게 신신당부하셨는데 거기서 성급하게 칼을 뽑으시면 어떡합니까.”
“표국이 녹림에게 얕보이면 그대로 끝이다! 우리를 얕보고 통행료를 더 달라니! 참으면 안 됐어!”
“워낙 큰 표행이라 그 정도 통행료는 부담할만하지 않았습니까.”
“크흠. 그게 요새 표국이 어려워서…….”
“그게 다 사고 치시는 옥표두님 때문 아닙니까. 요새 사람들이 옥표두님을 보고 별호로 옥천허부(沃川虛夫)라고 부르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이놈이 진짜!”
옥표두는 별호가 아킬레스건이었는지 다친 몸에도 일어나 늙은 표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표두님! 고정하십시오! 야! 사과드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그래도 우리 대우를 위해 얼마나 열심인 표두님이신데!”
표사들은 씩씩거리는 표두를 막아섰고 늙은 표사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사과를 해야 하냐는 식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난장판이구만.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저들의 몸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반대쪽 구석에 앉았다.
옥천표국이라. 이름이 어째 한번 맡기면 호북성 삼각지대에서 영원히 표류하다가 물건이 다 썩어서 올 것 같은 이름이더라니.
이곳에서도 옥천의 악명은 유명했나 보다. 옥천표류, 옥천허부로 유명한 표국이었을 줄이야.
‘이놈들을 믿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는데.’
옥천표국을 믿고 가만히 기다리기엔 이미 내 마음속에서 이들은 불신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여길 어떻게 벗어나지. 운 좋게 탈출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네.
나는 시야 멀리 보이는 우리에 갇힌 당화린을 바라보았다.
‘당화린의 허벅지 상처가 꽤 깊었어.’
당화린은 엎으려 누운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허벅지 쪽에서 피가 배어나 와있는 것은 보였다.
저들도 당가 사람이 죽으면 큰일이라니까 따로 치료해준다고 했는데, 탈출은 또 다른 문제다.
하루 이틀 내로 회복될 상처가 아니라면 업고 탈출해야 하는데, 그럼 또 잡힐 확률이 높다.
‘협상이 실패하면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야 해.’
우리에서 탈출해 당화린을 구출하고 산채를 벗어나야 한다. 생각만 해도 미션임파서블인데.
그냥 넋 놓고 기다려야 하나.
“어허허헝! 표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으흐흑! 그래!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네! 정신 똑바로 차리세!”
나는 고민에 휩싸여 있다가, 옥천표국의 코미디라고 보기도 뭐하고, 비극이라도 보기 뭐한 감동적이지 않은 화해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탈출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옥천표국을 믿고 흑호채 삼각지대에 갇혀있을 바엔, 역시 내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