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38)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38)화(139/674)
Chapter 138 – 불청객 – 5
다락방.
당화린에겐 층고가 그리 높지 않아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방이, 이제는 부족함 없이 살았던 성가장보다 더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당화린은 멍하니 손에 쥔 약을 바라보다가 코를 스치는 냄새에 동거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으……. 술 냄새. 씻고 자라니까.”
당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잠시 열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찬바람은 당화린의 상기된 얼굴을 차갑게 식혀주었다.
“으윽.”
“이불 덮어 줄게.”
강윤호가 갑자기 밀려온 찬바람에 신음을 흘리자, 당화린은 술기운과 피곤함에 실신한 강윤호에게 다가갔다.
당화린이 구석에 있던 동거인의 이불을 펼치자 남자의 체취가 확 풍겨왔다. 술 냄새는 싫지만, 이 냄새는 싫지 않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어딘가 안심이 되는 냄새.
“으으.”
“아!”
그녀는 동거인의 신음에 깜짝 놀라, 이불에 가져다 댄 코를 황급히 떼어내었다. 당화린은 재빨리 강윤호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자기 침대에 다시 앉아 동거인을 바라보았다.
야. 너 일어난 건 아니지? ……다행이다. 걸렸으면 부끄러워서 죽었을 거야.
당화린은 강윤호가 일어난 기색이 없자, 옆에 있는 손거울을 들어 올렸다.
“내가 손거울을 다 보네.”
당화린은 이 상황이 웃긴 듯 거울을 향해 실소를 지었다.
당화린은 원래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온몸을 싸매고 하관은 검은 면사로 가리고 돌아다니는 삶. 뭐 하러 거울을 보며 그 부분을 신경 쓰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화린은 밝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기에 손거울을 바라보았다.
약을 먹고 통증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의 효과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정말 낫고 있어.”
다시 봐도 신기하다. 세심히 보지 못했다면 눈치채지 못할 수준이지만, 확실히 차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조차 유심히 바라보지 않는 얼굴. 그러나 그 얼굴을 항상 유심히 바라봐주고 걱정해주는 사람. 자기 몸이 낫기를 항상 바라는 남자.
그런 남자가 지적해주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당화린은 자신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남자를 바라보며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강윤호의 느닷없는 신체접촉.
그가 갑자기 허락도 없이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당화린의 콤플렉스인 부위. 다른 사람이 만졌다면 손목을 부러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윤호는 괜찮다.
당화린은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一 화린이. 참. 사람들이. 편견만 가지지 않으면 매력적인 얼굴인데.
‘취했나? 취한 건가? 취하니까 좋은 건가?’
강윤호의 중얼거림에 당화린의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술에 취하면 박색인 여자도 천하절색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지금 그런 상황인가.
一 화린아. 얼굴 좀 들어 올려봐.
맞다. 그런 상황이다. 이건 정말 그런 상황이다. 어떡하지. 윤호. 네가 우리 친구 사이라며.
자신은 딱히 그런 관계를 바란 적은 없지만, 정말 네가 그런 관계를 원하는 거라면 말부터 시작해야지. 이러는 건 옳지 않아.
‘이건 내가 원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네가 억지로 하는 거야. 알았지?’
네가 원하니까 일단 가만히는 있어 볼게. 당화린은 하지도 않을 거절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는 최대한 강윤호가 편하도록 턱을 앞으로 밀었다.
강윤호는 그런 당화린의 얼굴에 힘을 주어 각도를 맞췄다. 당화린은 그것이 마치 암기가 쉽게 꽂히도록 표적을 조절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오는 건가? 오는 거지? 역시 윤호가 자신에게 음심을 품었다. 이거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확답부터 받자. 네가 먼저 다가온 거다. 자신은 딱히 상관없지만 네가 그렇게 다가오니 어쩔 수 없었다.
실수라고 말할 생각은 하지 마. 슬퍼할 거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너의 본심을 말해줘.
당화린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계획에 속으로 웃음 지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윤호의 한마디에 박살이 나버렸다.
一 옷 앞섶 좀 풀어줘라.
一 뭐어어어어?
허락이라는 행위는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강윤호가 내뱉은 말은 당화린의 허락이라는 범위에 한참이나 벗어난 말이었다.
‘이거 어디까지 허락해야 하지? 아니. 오늘 어디까지 가는 거지?’
一 힉!
그녀는 두려움과 혼란 가운데 남자의 손이 다가오자 새된 비명을 질러버렸다.
一 미안. 화린아. 내가 실수했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
병신. 개병신. 당화린. 너는 얼굴이 그래서 병신인 게 아니라 그냥 병신이야. 거기서 왜 비명을 질러.
당화린은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강윤호를 바라보았다. 아직 기회는 있다. 자신에겐 비장의 절초가 있다.
당화린은 강윤호가 은근슬쩍 가슴을 곁눈질할 때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본인은 자연스럽게 해서 눈치 못 챘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자신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사람이 누구인데 그걸 모르겠는가.
거추장스럽고 무겁기만 한 부위. 그래도 그가 의식할 정도라면 지금 사용해볼 만하지 않을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꺼져버린 그의 마음을 다시 불붙일 수 있지 않을까.
一 일단 심호흡부터 해. 중요한 말이니까.
당화린의 예상대로, 앞섶을 풀어헤치자 강윤호의 마음속에 무언가 새로운 불꽃이 불붙는 것처럼 보였다.
一 응. 들을 준비가 됐어.
고개를 끄덕일 준비도 됐어.
一 화린아. 너 얼굴이 낫고 있어.
그가 꺼낸 말은 그러나, 그녀의 기대를 배신하는 말이자 기대 이상의 진실이었다.
———-
당화린은 감동, 환희, 감격, 오열, 기쁨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 표현을 한 뒤에 세면실로 향했다.
물론 또 자신만 오해했다는 부끄러움도 생겼다. 동시에 윤호에 감사함.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나을 수 있다.
당화린은 세면대의 거울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했다. 왜 너는 계속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거야. 난 잘못 없어. 빨리 부끄러움은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자.
자신의 친구에게 나가자마자 감사의 인사를 하자.
하지만 당화린은 그를 보자마자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있는 건, 자신의 친구 강윤호가 아닌 누군가의 막역지우(莫逆之友) 강윤호였으니까.
‘친구 생각하고 있구나.’
당화린은 그가 누군가에 대한 상념에 사로잡혀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가진 적 없는 존재에 대해 평생을 바라왔지만, 윤호는 한번 가졌던 것에 대한 영원한 공허감에 아직도 몸부림치는 것일까.
一 무슨 생각해?
혹시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기를.
一 응. 그냥. 그 약을 친구가 먹을 수 있었으면 회복되었을까. 아니면 부족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나 역시나였다.
‘난 그 친구의 대신이 되지 못하는 걸까.’
막역지우(莫逆之友)라고 했다.
그는 단지 친구와 같은 독인 실험 피해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도왔다. 그만큼 그의 마음속에 그 친구라는 존재는 어마어마한 존재일 것이다.
반면 자신과 그의 관계는 어떠한가.
친구 사이라고 말하기에 너무나도 과분한 남자다.
강윤호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을 도와주고, 산적소굴에서 자신을 구출해주었다. 막대한 채무를 지고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이 되자, 기지를 발휘해 이 서점을 물려받게 해주었다.
그가 준 약으로 이제는 얼굴이 다 나은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난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그가 가던 길에 자신이 있어서 도왔을 뿐,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런 망해가는 서점을 일으켜 세울 필요도 없었다. 그의 입담과 글솜씨라면 어디 가든 성공했을 것이다.
‘내가 족쇄인가…….’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가 사건을 해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지도, 온종일 서점에서 일하지도 않고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강윤호의 앞길을 막고 있다. 그 사실이 당화린의 가슴을 콕콕 찔러댔다.
“윤호……. 나 다 나으면 떠나는 거 아니지?”
당화린은 윤호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중얼거렸다.
그가 맨 처음 자신을 따라가는 이유가 속죄라고 했다. 만약 자기 얼굴이 낫고 이 서점의 빚이 전부 사라진다면, 그날은 강윤호의 속죄가 이루어지는 날이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되면 그는 다서각에 남아있을까.
“윤호. 우리 친구지?”
친구니까 옆에 있어줘.
자신은 여전히 성가장의 철부지 아가씨인데 그는 너무도 커진다.
그와의 격차도, 그가 베풀어준 호의도, 너무도 커져간다. 그중 가장 커져가는 것은 당화린의 마음속의 강윤호였다.
윤호는 자신을 친구라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고맙지만, 친구는 평생 옆에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를 옆에 계속 붙잡아두고 싶다면, 친구가 아니라 다른 관계로…….
당화린은 순간 생각을 멈췄다.
‘어떻게? 이런 얼굴로? 이런 관계로? 넌 도대체 무슨 염치야?’
당화린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의 막역지우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어디 가고 한없이 작아진 자신이 여기 있다.
“약……. 버릴까?”
꾸준히 먹는 약. 강윤호와 친구가 만들어낸 약. 얼굴이 낫지 않는다면 그가 떠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 약을 먹지 않으면 그를 보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영원히 그를 묶어둘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윤호를 배신하는 거야.”
당화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그의 믿음도 호의도 속죄도. 모든 걸 배신하는 행위이다.
자신은 절대 강윤호를 배신할 수 없다. 그의 호의를 배신한다면 친구 자격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바엔, 그가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낫다.
당화린은 약을 삼켰다.
텁텁한 맛 말고는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 약이었지만,
오늘따라 왠지 어떤 독보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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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일어나!”
화린이의 무신경한 모닝콜에 눈을 떴다.
“우욱! 속이야…….”
잠을 깨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지독한 숙취였다.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났다.
글을 썼건 회식이 있었건 출근해야 한다니. 내가 일하는 다서각은 내일도 출근하고 모레도 출근하는 월화수목금금금의 황금 노동환경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 점장이야.
“내가 꿀물 타올 게 기다려.”
화린이는 잽싸게 꿀물을 타오더니 내게 내밀었다. 나는 꿀물로 쓰린 속을 달래고는 화린이를 바라보았다.
“화린아.”
“으응?”
“너 어젯밤보다 조금 나은 것 같은데.”
“정말?”
“아닌가?”
“너 진짜! 지랄할래!”
“아냐. 정말이야. 조금 더 나았어. 그것도 확실할 정도로 나았어.”
어제는 깨끗한 피부가 실선처럼 자리잡고 있던 부위가 이제는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굵기로 바뀌었다.
“정말? 진짜네…….”
화린이는 손거울을 보고는 나아진 부위를 매만졌다.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착 가라앉은 어투야.
‘밤사이에 내 명성치가 오른 건가.’
내 책을 밤에 탐독을 한 사람이 많다거나, 아니면 어제 술자리처럼 호필에 대해 떠든 사람이 많았나 보다.
화린이 치료는 의창에서 유명해진 수준이면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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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북성.
의창에서 먼 어느 현.
거대한 저택. 그러나 안에는 엉망이 된 그곳에 관리 몇 명이 서 있었다.
“이번 달에도 나타난 것이냐?”
“네. 저번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나타났습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놈들이 한 짓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령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관리는 엉망이 된 저택 한가운데 꽂혀있는 깃발을 가리켰다.
[부루주아 척결. – 강모.]“도대체 강모란 놈은 누구란 말이냐!!!”
악명 높은 마름이 살던 저택.
관리는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이 털려 가난한 농민들에게 강제 분배된 그곳에서, 백성들이 칭송하고 있는 한 도적에 대해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