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4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42)화(143/674)
Chapter 142 – 위기의 다서각 – 2
선 안에 있는 사람보다 선에 걸쳐있는 사람이 선을 더 잘 지키려 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미친 과학자. 각종 대중문화에 나오는 천재지만 괴짜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미친 과학자가 도덕적, 윤리적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우리 편에 좋은 물건을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강대한 적과 싸우려면 이 과학자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과학자를 마냥 좋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어느 날 미친 과학자가 선을 너무 넘어서 적을 직접 만들어 내고 적에게 무기까지 쥐여주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바로 주변에서 박사님, 우리 박사님 하던 사람들은 나뭇잎 휘날리는 마을처럼 저 새끼 저럴 줄 알았다고 외치고, 미친 박사가 아니라 미친 새끼로 낙인찍히는 것은 한순간일 것이다.
정파에서 사천당가의 이미지는 그것에 가깝다.
독과 암기를 쓰는 사천당가는 정파라는 테두리 안에 있지만, 항상 의심과 불신의 시선을 받아왔다.
사천당가는 항상 자기들이 정파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집단이기에, 외부의 시선을 파수꾼 삼아 선에 벗어나는 것을 병적으로 경계했다.
‘원작에서도 꽤 괜찮은 집단이었어.’
갈! 이런 건 무협이 아니야!를 외치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사천당가는 꽤 괜찮아 보이는 정파였다.
문제는 20여 년 전 색마 사건.
사천당가에겐 20여 년 전 사건은 잘못하면 그 선을 벗어나게 될 수 있는 큰 사건이었을 것이다.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실험이라고는 하나 당가 사람이 만든 독인이 당가의 독을 들고 색마가 되었다.
당시에는 소가주였을 가주가 비밀리에 직접 색마를 뒤쫓고, 색마를 죽인 이후엔 사건을 철저하게 은폐하고 숨겼을 것이다.
들은 내용만 따지면 명문 정파답게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박수를 쳐줄 수준이다.
문제가 생긴 것은 안타깝지만, 문제를 파악해서 신속하게 처리했고, 피해자들에게 깔끔하게 보상해주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나쁜 소문이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당가풍운이 나와버렸다는 거지.’
20여 년 만에 색마의 자식이 나타나 나의 아버지는 색마입니다. 그것도 사천당가의 실험으로 만들어진 피해자입니다. 폭탄선언을 할 수 있는 책을 써버렸다.
수많은 생체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독인. 강간용 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춘약. 그 두 개가 전부 사천당가에서 나온 사실이 20여 년 만에 밝혀질 수 있다.
사천당가 사람들로선 가만히 서 있던 오랑캐 점장의 모가지를 쥐어짜서라도 왜 20년 전에 잘 처리해줬는데 인제 와서 우리에게 이러냐고 말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당가풍운이 실화랑 비슷하다는 게 어처구니 없긴 한데 납득은 가네.’
어처구니없지만 단서는 있었다. 당화린의 독인 아버지와 어머니. 독인 아버지부터 문제다. 원작의 화린이의 상태를 아는데 화린이의 아버지는 정상적인 상태였을까.
화린이의 어머니도 그렇다. 자기 자식인데 병적으로 싫어하는 이유가 만약 강간 때문이었다면 납득은 된다.
낙태가 없는 세상. 과년한 처녀가 색마에게 강간당하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고 생각해보자. 정신적인 충격도 문제인데 혼삿길도 막혀버렸다. 그럼 그 아이에게 애정을 쏟기 쉬울까.
거기에 더해 당가풍운에 무협 세계에 익숙하거나 있을 법한 소재 좀 섞으니 와! 실화랑 너무 비슷하다.
미치겠네.
‘절대 함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
당가풍운으로 사천당가의 치부를 건드렸다. 심지어 그게 대 히트.
사천당가 입장에서는 소설입니다. 실제와는 다릅니다. 어이쿠. 인기군요. 많이 파세요. 허허허.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천당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사천당가에 마련된 감옥에 갇히고 처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억울해서 지금 당장 창문을 깨고 관아로 튀어도 검은 머리 오랑캐를 위해 사천당가와 척질 관리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같이 온 화린이를 보면서 가문 내부의 일이시군요. 관무불가침입니다. 하면서 포승줄에 묶어서 예쁘게 포장한 뒤에 건네줄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희는 죽고 싶어서 당가풍운을 쓴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당가풍운을 쓴 것입니다.”
오해는 오해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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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직계 혈족 이야기를 여기서 듣기에는 곤란하군. 위에 한층 더 있나?”
의각주는 당거호라는 화두에 주변에 무사들을 바라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저희가 기거하는 3층이 있습니다.”
“부각주만 따라오게. 올라가지.”
나와 화린이, 의각주와 그의 최측근으로 보이는 사람만이 3층으로 올라갔다. 왜 말할 때마다 한 층씩 올라가는 거야. 이게 튜토리얼이 너무 어려운 탑이야 아니면 사망유희야.
“야. 윤호.”
화린이는 다락방에 올라가면서, 나를 작게 부르며 무슨 소리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녀에겐 뜬금없는 이야기겠지.
‘나만 믿고 가만 있어 봐.’
나는 화린이의 손목을 잡고 오빠 믿지? 다 오빠에게 맡겨. 하는 시선을 보냈다. 화린이는 그러자 내 손을 한번 꾸욱 잡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약팔이부터 시작해서 합을 많이 맞춰봐서 이 정도로 충분하군.
“그럴 리가 없다! 내 비록 당거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맞으나, 당거호는 전대 가주의 직계 혈족. 지금 가주님의 동생 중 한 사람이다. 만약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라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야.”
의각주는 다락방 의자에 앉아 위협의 의사를 보내며 인상을 구겼다.
안 믿기겠지. 아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설마 당가의 직계 혈족이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직계 혈족이라 믿기 싫어? 그럼 내가 믿게 해줄게.’
2층에서 다락방까지 올라가는 동안 이미 머리 회전은 끝났다.
이제 말만 하면 된다. 나는 가볍게 웃음 지은 채 견제구를 던질 준비를 했다.
“제가 떠도는 소문을 들은 게 있는데 말입니다. 20여 년 전에 당가의 직계 중 누군가가 독인 실험을 해보고 싶다. 공공연하게 말을 하고 다녀서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걸로 압니다.”
시작은 감추어진 사실부터 시작하자.
“네놈, 그걸 어떻게?”
의각주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긴. 화린이가 왜 그 꼴이 되었는지 원작에서 설명해주거든. 하지만 원작을 운운할 순 없다.
이럴 땐 다른 방법이 있지.
“제가 여기 다서각에 일하기 전엔 전 중원을 떠돌아다니는 매담자였습니다. 매담자라는 게 남이 들어본 적 없는 말을 잘하는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이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전문가이기도 하지요. 아! 물론 그중에는 듣기만 하고 절대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나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채, 한 손으로 입술을 움켜잡으며 들은 적은 있으나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렸다.
의각주는 그런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매담자가 들은 모호한 소문. 단박에 부정할 수 있다. 나는 의각주를 빤히 쳐다본 뒤에 화린이에게 시선을 옮기며 여기 증거가 있는데 발뺌할 거냐는 의사를 넌지시 전했다.
“……. 20년 전 당거호가 그런 말을 공공연하게 하다가 큰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생각을 고쳐잡고 독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다.”
의각주는 뻔히 앞에 보이는 증거에 살짝 눈을 감으며 소문을 인정했다.
시작 좋죠.
“당거호가 처벌을 받고 비밀리에 실험하기로 결심한 거겠지요. 10여 년 전. 화린이는 당거호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혹시 당거호가 비사와 관련된 아이들을 일부러 찾으러 다닌 것은 아닙니까?”
두 번째는 답이 정해져 있는 사실.
당거호는 20년 전 비사의 뒷수습을 했다. 그러나 사생아를 찾아다녔다는 것은 의각주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다.
결과를 통해 추론한 사실을 의문으로 던져 공감대를 형성해보자.
“그래. 색마의 사생아들을 찾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의각주의 얼굴에 일순간이지만 당거호 설마 이 새끼가? 하는 의심의 싹이 피기 시작했다.
기회다.
놓치면 안 돼. 약간의 의심을 부여잡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해.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입니다! 그동안 당거호는 화린이에게 가문의 무공을 가르쳐준다면서, 몰래 독물을 먹이며 그녀를 독인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이상하게 자리를 자주 비웠던 사실을 아십니까?”
“외부 외출이 잦긴 했다…….”
“화린이가 지난 10년간 당거호에게 속아 얼마나 큰 고통과 멸시를 당했는지 아십니까? 이거 보십시오! 화린이의 팔을! 얼굴을! 누가 봐도 독인 실험의 흔적이 아닙니까! ”
두 번의 사실로 의심을 주었다면 세 번째는 동정표를 받아야 한다.
나는 화린이의 팔을 끌어당겨 의각주에게 내밀었다. 전보다는 많이 사라지긴 했으나 독인의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의각주는 사천당가 출신으로 독공과 의술에 조예가 깊을 것이다. 차마 독인의 흔적이 아님을 부정은 하지 못하겠지.
“크흠…….”
의각주는 화린이의 피부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긍정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긍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의각주님. 설마 못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믿기 싫으신 겁니까? 화린이가 얼마 전에 당거호가 주던 약의 정체가 독물인 걸 깨닫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화린이는 지금 더 끔찍한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과 동정으로 의각주를 코너에 몰아보자.
“분명히 이 아이의 흔적은 독인의 흔적이 맞다. 그러나 정말 당거호가 그런 짓거리를 저지른 게 맞는다면 왜 의창이 아니라 사천으로 오지 않았지? 왔다면 당거호는 큰 처벌을 받았을 것이야.”
당거호의 행적을 부정할 수도 없다.
당화린의 병색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런 우리의 행적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겠지. 의각주의 입에서 내가 예상한 최후의 항변이 튀어나왔다.
“화린이는 간신히 도주했지만, 당거호가 우리를 찾고 있습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당가의 사생아와 검은 머리 오랑캐가 사천당가로 찾아간다고 한들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아니 오히려 화린이를 쫓고 있는 당거호의 손에 화린이를 바치는 꼴밖에 더 되겠습니까?”
직계 혈족과 사생아.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무림세가에서 누구의 말을 믿을지는 의각주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책을 썼다는 건가?”
좋아. 의각주가 우리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네. 20여 년 전 사건은 당가주님이 직접 나선 일. 당가의 비사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분명 당거호가 아니라 당가주님께 신뢰받는 인물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화린이의 이름을 듣고 모르는 걸 보고 확신했고요.”
나는 화린이가 암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거침없이 말해 정말로 숨겨둔 계획을 밝히는 척했다.
“당거호 그 새끼가 정말 독인을…….”
의각주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느껴졌다. 거의 다 왔다.
“정말이야. 당거호 그 새끼에게 속아 10년을 고통받아왔어.”
화린이가 시기적절하게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고맙다. 화린아. 지원사격을 받아 마무리할게.
“어차피 가만있으면 죽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죽고 싶어 20여 년 전 비사를 출간한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당가풍운을 쓴 것입니다.”
오해는 오해로.
그것도 20여 년 전 비사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 아니라, 더 심각한 새로운 비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사건에는 사건으로. 비사에는 비사로. 더 큰 사건으로 시선을 돌리는 작전. 이제 결과가 기다리면 된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마치 탐정 만화에서 범인을 밝히기 전에 긴장감이 깔려있는 정적이었다. 나는 모든 말을 마치고 입을 다문 채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의각주의 옆에는 해가 지고 남은 빛이 창으로 들어와 다락방에 낮게 깔린 먼지를 비추고 있었다.
의각주는 입을 다문 채 한동안 화린이를 쳐다보았다.
“…….아이야. 당가의 무공은 무엇을 익혔느냐.”
의각주는 정적 끝에 화린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의각주의 물음에 화린이가 자신이 익힌 무공을 말했다.
“직계의 무공을 익혔군. 허허허. 그래. 독인을 만들려면 안정된 직계의 독공을 이용하는 게 나았겠지. 정말. 당거호 그 새끼가. 방계의 사생아들 가지고 그 잔혹한 실험을 또 하고 있었단 말인가. 허허허.”
의각주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웃으며 화린이를 바라보았다.
남은 증거마저 당거호가 범인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목숨을 걸고 싸운 언더독. 약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
“화린아. 이제 드디어 살 수 있어.”
나는 마치 수 시간 동안 길을 잃은 아이가 어른을 발견하고 친구와 포옹하듯이 화린이를 끌어안았다.
“윤호…….”
화린이는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화린이 연기 좀 늘었네. 내 의도도 파악하고. 근데 왜 이렇게 꼭 안는거냐. 숨 막혀. 물 많은 멜론의 느낌이 좋으니까 별말은 안 하는데.
“이제 고생 끝이야. 크흑.”
나는 억울했던 생각을 하며 최대한 눈물을 쥐어짰다. 억울한 일이 너무 많아서 눈물을 쥐어짜는 건 어렵지 않네. 인생. 정말.
“울지마. 병신아. 진짜. 내가 아니라 왜 네가 울어.”
“쯧……. 어쩌다 대 사천당가가 이런 상황에 처했단 말인가.”
의각주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
“아이야. 손을 줘보아라.”
화린이가 이상하게 몸을 놓지 않아 좀 오래 안고 있다가 겨우 떨어지자, 의각주가 입을 열었다.
의각주의 요청에 화린이는 손을 내밀어 진맥을 받았다.
“이건? 설마? 앉아 보아라. 내공을 운용해 보아라. 진기도인을 하겠다.”
의각주는 진맥하고는 깜짝 놀라 화린이를 앉히고 등 뒤에서 내공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맞군. 이럴 수가…….”
“왜 그러십니까. 화린이 상태가 나빠지기라도 한 겁니까? 요새 독물을 안 먹어서 치료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요.”
“아니. 이건 치료되고 있는 게 아니네. 이, 이건 정말 네 말대로 당거호가 절대 이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찾아다닐 만하군.”
의각주는 당화린을 무슨 대단한 보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무슨 일이야. 이유 좀 알려줘. 화린이 치료되고 있는 게 아닌가. 역천자의 능력. 이거 사실 플라시보 효과였던 거야?
의각주는 수염을 한두 번 쓸어내리며 마음을 정리한 눈치로 우리 둘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의각주가 꺼낸 말은 예상치 못한 사실이었다.
“금지된 당가의 비원(悲願). 완전한 독인. 이 아이의 신체가 완전한 독인이 될 그릇으로 만들어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