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4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46)화(147/674)
Chapter 146 – 위기의 다서각 – 6
대한민국의 아들, 조선의 망나니 그리고 사천당가의 사생아.
방구석 여포 소리도 들어본 적 없는데, 졸지에 아버지가 셋인 무협 미연시의 여포가 되었다. 심지어 세 번째 아버지는 직접 선택하고 있으니, 완벽한 애비초즌 여포라고 할 수 있다.
조선 망나니 강윤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머니가 두 명이나 있어서 좋겠어요.’하고 비꼬면서 가겠지.
어차피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다.
여기는 조선으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중원의 호북성. 거기에 조선 망나니의 일가친척이든 향아의 일가친척이든 모두 저승에 있으니까.
사천당가의 유일한 아들 발언으로 정적이 된 다락방.
나는 무심한 동작으로 의각주 손에 있던 불망환을 가져와 손에 찼다. 불망환은 원래 자기 자리가 내 손목이었던 것처럼, 제 자리에서 자연스럽고 은은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화린아. 표정 관리 좀 해.’
화린이는 놀라서 턱이 아주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 화린아. 너는 내가 아무리 신빙성 있게 말해도 믿으면 안 되지.
내가 불망환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 의각주는 사천당가의 유일한 아들 발언에 놀랐던 정신을 차리고는 내게 입을 열었다.
“……모든 걸 다 의도하고 한 것이냐.”
아니. 임기응변이야.
“하아. 사태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오. 애초에 내 손모가지 자른다고 하지 않았다면 사실을 밝힐 생각 따윈 없었소.”
나는 의각주를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째서 당가풍운을 썼지?”
“이미 진즉 말하지 않았소. 내 친우 당화린. 나와 같이 가문의 사생아로 태어나 나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자란 친우를 구하고 싶어서였소.”
“고작 그런 이유로 가문의 크나큰 비사를…….”
알았어. 알았어. 내가 설정 변경한 김에 이유 좀 추가해줄게.
“물론, 아버지 이야기를 넣으면 아버지가 달려올 거라는 생각하긴 했지. 그러면 어머니가 협의지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인간의 상판대기 구경은 해보자고 생각했소.”
“이놈 감히 가주님께!”
“뭐, 아쉽게도 어머니가 말한 협의지사는 없고, 20여 년 전 배가 부푼 어머니를 차가운 길바닥에 내팽개치던 놈이 왔지만 말이요.”
“……쯧, 20여 년 전 네 어미의 배는 그리 부풀지 않았다. 품이 넓은 옷을 입고 있어서 알아차릴 수 없었다.”
의각주는 임신한 여인을 내팽개친 사건을 언급하자 못내 찔리는지 작게 혀를 차며 항변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모양이네.
“이제야 내가 당가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요?”
지금 20여 년 전에 향아가 임신한 거 인정한 거지?
“네 놈이 보라색 머리라면 인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놈은 검은 머리 오랑캐지 않느냐.”
사천당가에서 보라색 머리는 당가의 피를 얼마나 짙게 이었는지 알려주는 척도로 사용된다.
당화린이 직계와는 아주 먼 방계. 그것도 그 방계의 사생아의 사생아라 혈연적 관계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보라색 머리라서 가문의 일원으로 쉽게 인정받을 정도로 말이다.
“조선인의 피가 흐르는 자는 검은 머리로 태어나는 걸 어떡하란 말이오. 화린이는 직계와 남이나 다름없는 수십 촌 이상 차이 나는 방계지만, 보라색 머리라서 같은 가문 사람 취급이고, 가주의 피를 이은 나는 검은 머리라고 계속 오랑캐 취급할 거요?”
검은 머리에게 쓸데도 없이 길고 우람하고 단단하고 지치지 않는 거 주지 말고, 사회적 인식이나 좋게 만들어주지 않고 한탄했었는데 말이야.
NTR 컨셉 덕분에 이런 논리 펼치기는 편해서 좋네.
“네놈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있겠느냐.”
못 믿죠. 어떻게 믿어요. 하지만 어떡하겠어. 내가 당가주의 아들이라는 증거와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걸.
나는 장시간 먹이를 노리고 있던 새끼 호랑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모든 증거가 나를 가리키고 있는데 그럼 어찌하겠소? 물론, 이복동생이 아프다는 것은 내 매우 가슴이 아프오. 하지만 그 때문에 이제 나를 데려가야 하지 않소?”
향아의 일기에서 두 사람은 처음을 나누었다고 쓰여 있었다. 향아의 아들은 당가주의 첫째아들이었을 것이다.
“인제 보니 잘라야 했던 건 손목이 아니라, 사갈같은 간교한 혀로구나. 잘해봐야 사생아인 주제에 감히 대 사천당가의 소가주님을 동생이라고 부르는 것이냐!”
맞아. 홍길동도 얼자라서 적자인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도적이 되는 불효막심(BRO-MAXIMUM)한 세상인데, 아무런 권리가 없는 사생아는 그것보다 더하긴 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맞는 말이요. 근데 상황이 참 재미있지 않소. 이 상황에 내가 사천당가로 가면 가주는 나를 사생아 취급을 할 것인지, 아니면 대 사천당가의 장자(長子)이자 독자(獨子)로 취급해줄 것인지. 나는 정말 궁금한데 말이요. 의각주는 안 궁금하오?”
나는 오랜 시간 먹이가 지치기를 기다리다가, 이제야 목덜미를 문 새끼 호랑이처럼 말했다.
“…….”
의각주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래. 너도 확신하지 못하겠지?
“당가의 비사? 당가풍운? 의각주 말대로 전부 다 내가 뒤집어쓰겠소. 가서 그거 전부 내가 썼다고 일러바치시오. 나도 이참에 내 아버지라는 자를 구경 좀 해봐야겠소. 그러니 자, 이제 날 데려가시오.”
나는 웃음을 지우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의각주에게 대답했으나, 그는 어두운 안색을 한 채 묵묵부답할 뿐이었다.
———-
“불망환을 내놓거라.”
의각주가 잠깐의 침묵 후에 내놓은 말이었다.
“내가 이걸 왜 내놓는단 말이오.”
“불망환을 내놓으면 내가 어떻게든 이 사건을 무마해보겠다.”
정말? 그러면 나야 좋지. 뒷수습 안 해서 좋아.
“그러다가 수습 못하면 내 손목을 수확하러 누군가 오겠지.”
하지만 안 되잖아.
“……최선을 다해보겠다.”
의각주는 내 짐작이 맞았는지, 대답을 조금 망설이고는 내게 답했다.
“결과를 동반하지 않는 최선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소.”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내 이름을 걸고 보답하마. 평생 먹고사는데 걱정 없게 해주겠다.”
“하하. 정말이오? 내가 이 다서각을 운영하느라 빚이 좀 많소.”
나는 매혹적인 개소리를 감상하는 집주인처럼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건물 한두 채는 살 돈은 마련해줄 수 있다.”
와. 의각주정도 위치면 그 정도 플렉스가 가능한 건가.
“하하. 그 정도면 정말로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겠군.”
“내놓는 것이냐.”
“그러나 셈법이 맞지 않소.”
“손목 하나의 값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냐?”
손목은 비매품이야. 그거 말고. 다른 게 너무 비싸거든.
나는 손목을 들어 올려 의각주에게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당연하지 않소. 이 불망환이 곧 사천당가인데. 어찌 사천당가를 넘기겠소?”
이론상 사천당가를 접수할 수 있는 백지수표인데 이걸 건물 한두 채에 넘기겠냐.
“이노오오옴!”
“이놈은 무슨. 남의 재산을 탐내면서 이 무슨 적반하장이요.”
“부각주! 저놈의 불망환을 가져오게! 반항하면 손목을 잘라도 좋네.”
불망환이 그렇게 얻고 싶으면 직접 칼을 뽑던가. 한 조직의 수장이라고 힘쓰는 일은 계속 짬처리하네.
“네?”
부각주의 네? 제가요? 하는 어리둥절한 목소리에 의각주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부각주는 아까 나를 말리면서 ‘공자’라고 불렀다.
의각주와 달리 나를 사생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데.
이거, 잘하면 FA 협상이 가능하겠는걸.
‘오랜만에 조선의 망나니 강윤호로 빙의해볼까.’
이적 협상은 역시 배짱이지.
“야. 너 이름이 뭐냐?”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각주를 바라보고 있던 부각주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건방진 태도로 이름을 물었다.
“지금 뭐라고?”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아니면 못 들은 척을 하는 건가. 야! 지금 사리 분별이 안 돼? 대 사천당가의 장자인 내가! 너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잖아!”
나는 화난 목소리로 ‘내가’라고 말할 때 가슴을 한번 두드리고 ‘너에게’라고 말할 때 부각주를 가리켰다.
“다, 당패입니다.”
부각주는 당황한 듯 목소리를 떨었다.
“그래. 당패야. 너 몇 살이냐.”
“30살입니다.”
세상의 평지풍파를 많이 맞았나 보네. 생각보다 많이 삭았다. 이립(而立)의 나이라면 말에 흔들리지 말아야겠지만, 내가 좀 너를 많이 흔들어줄게.
“그래. 30살 당패야. 잘 들어. 내가 당가에 가서 사생아로 버림받으면 상관없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까 그렇게 흘러가진 않을 것 같지? 만약 내가 미래의 사천당가 주인이 되면, 지금 저놈 말을 들어야 네가 오래가겠냐. 아니면 미래의 사천당가 주인인 내 말을 들어야 오래가겠냐?”
“부각주! 사갈의 혀에 현혹되지 말고 칼을 뽑게!”
부각주는 의각주의 목소리에 나와 의각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패야. 너 눈알 굴러가는 거 보인다. 야. 잘 들어.”
나는 일부러 얼굴을 당패의 지근거리에 가져다 대 위압감을 형성했다.
“네? 넷!”
“내가 여기서 손모가지가 잘리면 난 그걸 들고 사천당가로 찾아갈 거야. 그럼 넌 어떻게 될까? 가주의 사생아 손모가지를 자른 당패. 아니! 유일한 아들의 손모가지를 자른 당패가 되겠지?”
상상 잘되지? 꿀꺽. 당패는 내 말에 바로 그 상황이 상상되는지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침을 삼키는 당패를 향해 씨익 웃으며 건성으로 박수를 쳤다.
“사람들이 박수를 막 쳐줄 거야. 어디서? 네 묘비 앞에서. 그럼 내가 특별히 묘비명도 새겨줄게. 사천당가 가주의 아들 손모가지를 자른 무사. 어때 묘비명으로 근사하지?”
당패는 동공이 급격하게 수축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이놈. 쫄았네.
“이 노오오옴!”
“야. 너네 의각주님이 결국 직접 칼을 뽑았다.”
“윤호!”
화린이가 화들짝 놀라 의각주와 내 사이를 가로막았다. 화린이로는 역부족이야. 이적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나는 부각주를 계속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패야. 사천당가의 가언이 뭐냐?”
“‘사천당가는 잊지 않는다 .’입니다.”
“그래.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진하게 사천당가의 피를 이은 사람이거든. 원한과 은혜를 절대 잊지 않아요. 근데 말이야. 지금, 이 순간. 네 허리에 차고 있는 그 칼. 그 칼로 너는 나에게 뭘 잊지 않게 해줄래?”
나는 불망환을 들고 있는 손목을 몇 번 흔든 후에, 그 손으로 칼을 뽑은 의각주를 가리켰다.
내 팔목과 의각주.
당패야. 너는 그 칼로 무엇을 선택할래?
부각주의 결정은 빨랐다.
—————–
“의각주님! 소가주는 이미 끝입니다!”
“네놈! 지금 항명을 하는 것이냐!”
“항명이라니요! 오히려 이적행위(利敵行爲)를 하고 계시는 의각주님을 말리는 것뿐입니다. 의각주님. 소가주님의 치료 시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온몸에 독이 퍼져 곧 명을 달리하실 것이고, 설령 사셔도 폐인일 것입니다!”
“그건 네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의각주님이 판단하실 상황이 아닙니다!”
크으. 이번 이적 시장은 성공이네.
의각주와 부각주 당패, 화린이의 대치가 기묘한 균형을 이루며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에 뒤지지 않는 다락방 삼분지계를 펼치고 있다.
의각주의 실력이 더 뛰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에서 부각주를 죽이기 애매하거나 본인도 칼을 휘둘러야 할지 확신이 안 서겠지.
“가문이 가뜩이나 어수선한 상황이다. 지금 저 사생아라고 주장하는 녀석을 데려가면 가문이 둘로 쪼개질 수 있어!”
“그것 또한 의각주님이 판단하실 상황이 아닙니다! 그것을 판단하시는 건 오직 대 사천당가의 가주님뿐이십니다!”
두 사람은 파국으로 갈 것 같은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누가 되었든 간에 피를 보게 될지 모른다.
그건 곤란하지.
다락방 삼분지계. 이 지지부진한 대립을 끊는 건 중원 놈들의 힘 싸움이 아니라, 오랑캐의 침략이어야 한다.
一 짝짝.
“현재의 권력이랑 미래의 권력이 대립하는 구도. 참 보기가 좋습니다.”
나는 박수를 치며 의각주를 향해 비꼬듯이 말했다.
“이노옴!”
“그만 끝내고 내려가시지요.”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의각주를 지나쳐 당당하게 다락방 문 앞까지 걸어갔다. 제발. 의각주 칼 휘두르지 마. 무서워.
다행히 의각주는 그 모습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네 놈 무슨 속셈이냐?”
살고 싶은 속셈이요.
“저희 셋을 다 죽일 게 아니라면, 어차피 결과는 정해졌습니다. 지금 내려가면 이 방에서 당신이 저지른 짓은 깔끔하게 잊어드리지요. 아! 사천당가는 잊지 않는데 특별히 저는 잊어드리는 겁니다.”
부각주가 내 편을 들었다.
칼을 휘두르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의각주만 살아서 내려갈 것이 아니라면, 내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의각주라도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결국 부각주가 내 편을 든 순간부터 사태는 끝난 것이다.
“크윽…….”
중년탐정이라 이해는 빠르셔서 좋네. 나는 다락방의 문을 열며 뒤를 돌아보았다.
“당패!”
“네? 넷!”
“너 내가 기억했어. 넌 가산점 10점 추가야.”
나는 눈두덩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다음 당패를 가리켰다.
“하핫! 감사합니다!”
당패는 그 모습에 웃더니 의각주를 무시한 채, 화린이와 같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의각주는 그 모습을 분한 듯 바라보았다.
“대충 정리되었으니 내려갑시다!”
나는 이들의 대표인냥 앞장서서 제일 먼저 다락방의 계단을 밟았다.
‘한시름 놨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사천당가 가주의 사생아 강윤호. 이제 어떻게 되었든 간에 사생아 연기를 해야 한다.
“윤호?”
내가 다락방을 내려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자, 화린이가 당황한 듯 나를 불렀다. 나는 화린이의 물음을 무시하고 뒤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의각주가 나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며 같이 내려오고 있었다.
‘의각주만 나를 의심하진 않을 거야.’
다서각을 포위하고 있는 의각. 의각의 대원들도 전부 나를 의심할 것이다.
내 당당한 태도와 증거가 반절 정도 믿게 할 수 있을지라도, 나머지 반절은 계속 의심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써야지.’
의각 전원의 의심을 없앨 방법.
그 방법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