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4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49)화(150/674)
Chapter 149 – 임시 휴업 – 3
검은 머리 오랑캐가 파인애플 피자를 완식하다니.
사천당가에서 이것보다 더한 피의 증명은 없을 것이다.
의각의 대원들이 나를 주목하느라 조용해진 음식점. 나는 의각주를 향해 이제야 인정하겠냐고 물었다.
의각주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깨달았는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빨리 인정해라. 너는 명백한 증거와 피의 증명을 다 봤잖아. 너만 인정하면 끝난다.
의각주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사천당가로 떠날 준비를 하거라.”
드디어 인정했네.
네 팔모가지를 자를 생각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각주의 선언. 이는 동시에 너를 당가주의 사생아로 인정한다는 완곡한 뜻도 담겨있다.
“그걸로는 부족하오.”
나는 물러설 기색 하나 없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각주는 탐탁지 않은 시선을 계속 나에게 던졌지만, 나는 그와 계속 눈싸움을 벌였다.
이게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들어. 너는 또 해야 할 말이 있잖아. 의각주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포기하더니, 짙게 한숨을 쉬고는 모두가 들리도록 선언했다.
“후우. 그래. 내 이름을 걸고 너와 이 아이를 보호하여 데려가도록 하마.”
그렇게 나와야지.
지금 의각주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한마디로 나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임을 선언했다.
즉, 나를 당가주의 사생아로 인정한 것이다.
“언제 떠날 예정이오?”
“내일 당장.”
“화린이만 가는 거라면 모를까 나까지 가려면 다서각을 임시 휴업해야 하오. 내일 바로는 어렵소.”
채무 문제부터 처리해야 할 서류, 당가풍운 문제까지 내일 바로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게 하나 문 닫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시간을 달라는 것이냐.”
사업 안 해보셨나. 중대 공지를 급하게 올리고 일 처리하면 마차 시위 받아. 다서회가 벌일 마차 시위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해결해야 하는 일 처리가 한둘이 아닌데 어찌 쉽게 발을 떼겠소.”
“일정이 너무 지체되어 기다릴 수 없다.”
“돼지 새끼 도축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손님을 호위해서 가는 일이지 않소. 오늘 나타나면서부터 마음대로 행동했으니 이번에는 배려를 좀 해주시오.”
“…….”
양보할 생각 없냐. 의각주는 답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았다.
하긴 사천당가의 적자가 사경을 헤매는 데 웬 사생아 때문에 일정을 지체하긴 꺼려지겠지. 하지만 그건 사천당가 사정이고, 난 내 사정이 중요하다.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내 소개나 해야겠군. 안녕하십니까!”
나는 의각주와 지지부진한 교착상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보고 있던 의각 대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시오.”
“안녕하십니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헷갈리나. 하긴 일반적으로 사생아는 가문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서얼보다 낮은 대우인데, 지금 사천당가 상황은 애매하니까.
“대 사천당가의 사람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파인애플 피자 한 판 다 먹은 강윤호라고 합니다.”
난 지금 당장은 당씨 성도 못 쓰는 사천당가의 사생아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를 하듯 내 피를 강조해서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자.
“제 소개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귀가 많으니, 대화는 조용한 곳에서 다음에 하고, 오늘은 대 사천당가의 사람들께 대접이나 하고 싶습니다. 점소이!”
“넷!”
“여기 사천 탕수육이랑 궁보계정이랑 또 몇 가지 해서 두 사람당 하나씩 안주 깔아드려.”
“오오오오오.”
“백주는 마시고 싶은 만큼 드려. 돈은 다서각 앞으로 달아두고.”
“와아아아아아!”
의각 대원들에게서 환성이 튀어나왔다. 호감은 이렇게 사는 거지.
“하하. 오늘은 허리띠를 풀고 여독을 푸시고 다시 사천으로 갈 준비를 합시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의각주와 달리 의각 대원들에겐 깍듯이 인사하며 예의 바른 청년을 연기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일은 대원들이 숙취에 바로 출발하긴 곤란할 것 같소.”
식사도 못 하고 의창까지 돌아온 의각대원들에게 지금 먹지 말라고 하는 건 분위기를 망치는 일. 제아무리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도 지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난 의각주를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쯧. 하루 주겠다.”
“일정은 추후에 조율합시다.”
하루? 웃기고 있네. 추후에도 양보 못하겠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지.
나는 의각대원들에게 술 한 잔씩 돌리며 국하루에서 식사를 마무리했다.
————————
다서각의 보안은 꽤 철저한 편이다.
당가풍운을 노리고 도둑이 침입하려고 한 적이 있어서, 돈을 들여 보안에 신경을 썼다.
나는 다서각의 문을 철저하게 잠그고 안전장치들을 확인한 후에, 2층의 문도 잠그고 다락방으로 올라가 다락방의 문도 잠갔다.
의각 대원들이 보호를 위해서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여독을 풀라며 사양했다. 오늘은 다서각에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이유를 바라보았다.
“야. 윤호. 설명해.”
그곳에는 팔짱을 낀 채, 흉흉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화린이가 있었다.
“친구 이야기라고?”
화린이는 대략적인 경위를 듣고는 나에게 반문했다.
내가 쓴 실화와 우연 그리고 화린이의 존재가 겹쳐 어처구니없이 궁지로 몰려 거짓말을 했다. 화린이가 듣기엔 어이가 없겠지.
나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전부 사실대로 말하고 싶다. 이 억울함을 하소연할 사람은 화린이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 억울함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다.
일단 거짓말을 시작했다면 끝까지 속여야 한다.
독인 친구는 화린이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처음 쌓아 올린 기초. 이것마저 부정하면 우리 관계가 파국으로 향할 것이다.
“응. 내가 당가주의 사생아가 아니라 내 친구가 당가주의 사생아야.”
나는 모순되는 두 가지 설정 중에 하나를 부정하기로 했다.
“친구 이야기를 왜 네 일인 것처럼 이야기한 거야?”
“그럼 어떡하겠냐. 화린이 네 친구라도 내 손목을 자르겠다는데. 내가 사실은 당가주 사생아의 친구라도 내 손목을 안 자르겠어?”
“그……렇긴 했겠네.”
“손목이 잘리기 싫으니까 위기 상황에 기지를 발휘한 거지.”
흑호채 사건보다 더한 위기 상황. 내가 화린이에게 추가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사생아라고 의각 사람들에겐 거짓말을 하고, 화린이에겐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린다.
우리 두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공유하는 비밀을 만들어, 모순된 거짓말로 인해 자칫 파국으로 갈 뻔한 상황을 반전하자.
사실과 거짓을 이용하여 우리의 관계를 더욱더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화린이는 내 말에 납득한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당가풍운에 친구 이야기는 왜 넣은 거야?”
프렌즈 실드 쓸려고.
즉답할 뻔했다. 안돼. 나는 죽은 독인을 막역지우라고 생각하는 남자. 고작 그런 이유로 썼다고 하기엔 너무 이기적으로 보인다. 컨셉에 맞는 합리적인 이유를 사용하자.
“친구 아버지라는 놈 면상 좀 보고 싶어서.”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화린이는 조금 화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화린이가 보기에 이 위기를 내가 자초한 거로 보이겠지.
잠시 연기가 필요하다. 감정선을 조절하자. 친구의 불행한 운명을 엄청나게 분해하는 남자가 되는 거야. 불행한 운명으로 인해 비극으로 간 사람을 상상하자. 누가 있지……. 아!
“웃기잖아. 누구는 핏줄 때문에 독인이 되어서 평생을 고통받다가 죽었는데. 그 핏줄을 물려준 사람은 희희낙락 살고 있다는 거. 그래서 면상 한번 보고 싶었어. 괜찮은 놈이라면 친구의 죽음도……. 알리고 싶었고.”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 모든 불행이 왜 내 친구만 휘감았는가.
나는 불행한 운명에 괴로워하고 있는 한 검은 머리 소녀를 생각하여 감정이입을 하고는, 분하고 가슴 아픈 표정으로 화린이에게 말했다.
“…….”
화린이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논리가 안 먹힐 때는 감정에 호소하는 게 최고지.
“내가 알고 있는 친ㄱ…….”
“그게.”
화린이는 내 말을 끊고 인상을 구긴 채 나에게 말했다.
“응?”
“우리 목숨을 걸 만큼 중요했어?”
화린이는 무언가 분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화린이가 독인 친구 이야기를 못 마땅해하나? 이해한다. 그걸로 지금 위기에 처했으니까.
“화린아. 아니야. 내가 그럴 리가 있냐. 색마 이야기는 나도 몰랐던 이야기라니까. 나는 친우 아버지 이야기만 넣어서 만약 당가풍운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이 불망환을 사용하려고 했던 거야.”
“그럼 아까 왜 친우 이야기는 말하지 않은 거야?”
“의각주가 말하는 걸 듣고 중간에 친우 아버지가 당가주라는 걸 눈치챘거든. 그제야 이해되더라. 고관대작의 사생아는 버려지는 일이 꽤 흔하잖아. 그리고 네게 관심이 쏠려야 하지 내 친구에게 관심이 쏠릴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여기까지 올 수도 없는 당가주 이야기를 꺼내서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나는 상황 해석을 조금 틀어 너를 위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기 싫었다고 포장했다.
“…….”
화린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저러지. 아, 생각해보니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너희 아버지 일은 정말 몰랐어. 그걸로 화가 난 거면 정말 미안하다. 아니, 이 상황에 휘말리게 한 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나는 화린이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나는 짐작 갈만한 것이 있었지만, 화린이도 영문도 모르고 목숨의 위협을 당한 사건이다. 거기에 뜬금 출생의 비밀마저 알게 되어 버렸다.
당연히 사과할 필요가 있었다.
“됐어. 그 사람이 무슨 내 아버지야. 강간범이지. 그리고 너만 미안할 게 아니잖아. 하필 색마의 이야기를 썼는데, 다서각에 내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 거니까. 내가 미안해.”
화린이는 빨리 내 고개를 올리라고 내 어깨를 잡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나도 우연이라고 주장하고 싶어도 도저히 먹힐 것 같지 않더라.”
나는 억울한 듯 화린이에게 하소연했다.
“잘했어. 덕분에 당가로 가서 당거호 그 새끼 처벌도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오히려 고마워.”
“그건 정말 다행이다.”
“단지…….”
화린이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지 말을 조금 끌었다.
“단지?”
“그 미친년이 나를 싫어하던 이유가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드네. 평생 안 알려줬는데 그런 비밀이 있었어.”
화린이는 자기 어머니를 생각하는지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평생 화린이에게 냉대했던 모친.
그런데도 너는 강간당해서 태어난 아이라고 말하지 않은 건 자식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었을까 아니면 여인으로서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을까.
기분이 우울해 보인 건 그거 때문이었나.
“화린아. 그렇다고 너를 학대한 건 합리화되지 않아.”
화린아. 그냥 미친년에서 이유가 조금 있는 미친년으로 진화했을 뿐이야.
“알아. 그냥, 그냥 그 미친년도 이유가 있었다는 걸 알아서 기분이 개 같아.”
“화린아…….”
이 문제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위로밖에 없다. 나는 화린이의 양 손목을 조심히 잡아주었다.
화린이는 그러자 내 손을 꼬옥 붙잡더니 그대로 무게 중심을 옮겨 자기 이마를 내 가슴에 기대었다.
“내 인생 왜 이렇게 지랄 같을까.”
화린이 목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우리 인생이야.”
나도 지랄 같아.
“넌 진짜……. 이런 상황에서조차 사람 마음에 지랄같이 파고드는 재능이 있어.”
그거 나도 몰랐던 재능이네.
화린이는 얼굴을 내 가슴에 파묻고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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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너무도 산적해 있다.
당화린은 남자의 듬직한 가슴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한숨 돌렸을 뿐이다. 앞으로 생길 일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당화린은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이마에 느껴지는 그가, 자기 가슴에 가득 들어찬 그가, 자신의 곁에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일로 물어볼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국하루에 있었던 일과 같이 우선으로 물어봐야 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화린은 다른 것을 먼저 물어보고 싶었다.
“윤호. 나 물어볼 게 있어.”
당화린은 남자의 가슴에서 이마를 떼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응?”
“윤호. 네 치, 친구 말이야.”
당화린의 마음이 떨리자 혀도 떨렸다.
“어.”
당화린은 떨리는 가슴을 강윤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표정을 굳혔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항상 머리에 맴돌아 혀끝에 머물렀다가 다시 가슴 깊이 숨겨두었던 질문.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신발에 박힌 가시처럼 그녀를 신경 쓰게 했던 궁금증.
당화린은 이번에야말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혹시…….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