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53)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53)화(154/674)
Chapter 153 – 사천행 – 1
“일정이 지체되었으니 빠른 길로 가겠다.”
의각주의 선언에 주변에 보이는 풍경이 포장도로에서 비포장도로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마차가 승차감이 별로 안 좋네.”
무슨 마차가 충격 흡수 장치도 없어. 나는 엉덩이로 비포장도로의 노면 상태를 여실히 느끼며 화린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게. 어차피 사천까지는 관도가 뚫려있으니까 관도로 가면 그만 아닌가. 왜 고생을 사서 하지.”
“우리 때문에 일정이 늦어졌다잖아. 관도가 주요 도시들을 거치니까 그걸로 지체되는 것도 견딜 수 없나 보지.”
“관도로 안 가면 저번처럼 산적 만나는 거 아니야? 지금 지나가는 곳도 딱 산적 나타나기 좋은 곳인데.”
화린이는 나와 했던 여행 중에 만났던 산적들이 떠올랐는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건 괜찮아.”
“응?”
“사천당가에게 시비를 걸 산적은 없으니까.”
화린아. 네가 머리카락 색만 보라색이고 사천당가의 꿀을 못 빨면서 커서 불안한 거 같은데, 명문정파 출신이라는 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뒷배를 가지거든.
“불안한데.”
“걱정하지 마. 며칠 더 가다 보면 확실히 느낄 거야.”
호랑이 떼가 지나가는데 숨죽이지 않을 승냥이는 없다.
모두가 검은 머리인 세상도 아니고 머리색으로 어느 가문인지 분간이 되는 세상이다. 머리색이 전부 보라색으로 깔맞춤되어 있는 행렬이 지나가는데 시비를 걸 산적이 있을 리가 없다.
자살 희망자나 사천당가를 감당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
“정말이네.”
화린이는 산속을 아무리 지나도 산적 한 명 보이지 않자 나를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거 보라는 듯 화린이에게 웃어 보였지만, 사실 나도 신기하긴 하다.
화린이랑 여행할 때는 산적 걱정 계속하고 실제로 몇 번 만나기까지 했는데 말이야. 보라색 머리가 보이면 오늘 천재지변이 오는 날이네 하고 다들 숨는 건가.
산적 걱정도 안 해도 되고 경비 걱정도 안 해도 되고 죽을 걱정만 하면 되니, 참 편안한 여행이야.
물론, 편안한 여행인 것과는 별개로 여행 내내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있었다.
“저 검은 머리가 정말로 당가주님 사생아야?”
“파인애플 피자 먹는 거 못 봤나?”
“그 모습을 보고도 안 믿어져서 그렇지.”
“우리 당가에 그런 비사가 있었을 줄이야.”
“당거호가 정말로 그런 짓을…….”
“그 악독한 실험에 당했다니. 쯧쯧.”
“소가주께서 돌아가시면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불경한 소리는 하지 말게.”
경계 어린 시선과 호기심 어린 시선. 우리를 향해 수군대는 이야기들. 당가의 무사들은 우리를 바라보며 몇 날 며칠이고 떠들어댔다.
손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는데 어째 동물원 오랑우탄이 된 기분인걸.
구경났냐. 검은 머리 사생아 처음 봐? 뒷담하지 말고 차라리 앞담을 해.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지만, 나같이 내성적인 사람은 한마디 하려다가 이 보라돌이 새끼들아, 외칠 것 같으니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입을 아끼기로 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와서 말하던가 기분 나쁘게 왜 다 들리게 말하는 거래?”
화린이는 떠들고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었다. 역시 화린이야! 내가 못 하는 걸 태연하게 해버려!
“흠흠.”
뒷담 혐오자 당화린이 그들을 쏘아보자 무사들은 한 명만 빼고는 모두 시선을 피했다. 한 무사만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나를 계속 주시하더니, 이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당당하게 앞담을 하는 건가!
“이름이 강윤호라고 하셨습니까?”
무사의 태도는 꽤 공손했다. 원래 사생아는 가문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데 태도는 합격점이네.
“네. 저번에 당가풍운을 사가신 무사 아니십니까?”
이제 보니 당가풍운에 감동받아서 거금을 투척하고 갔던 당가의 무사다. 생각해보니 얘가 만악의 근원 아닌가.
“다시 만난 인사를 해야 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늦어졌습니다. 혹시 그럼 당가풍운을 집필하신 것도 맞으신 겁니까?”
“네. 제가 호필입니다.”
“그럼 혹시 물어볼 게 있는데, 당정이 그럼 당가주님인겁니까?”
왜 왔나 했더니 당가풍운 때문이었나.
“당정과 당가주님은 엄밀히 말해서는 다른 인물입니다. 단지 여러 이유로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섞은 건 사실입니다.”
우리는 비사를 구체적으로 밝히려고 했던 게 아니다. 그냥 위급 상황에서 눈치를 채고 와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실화를 섞은 것뿐이다. 당정은 실화 기반이지만 가상의 인물이다.
당가에 가서도 확실히 말해둘 이야기였다.
“아하! 실화 기반 창작.”
“정확히는 대부분이 창작이고 실화가 조금 섞였다고 봐주시는 게 맞습니다. 제가 당가주님을 실제로 뵌 적은 없으니까요.”
사생아라지만 태도는 조심해야지. 나는 사생아이기 때문에 신분상 당가주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
“아하. 그럼 제가 청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떤?”
내가 무사에게 되묻자 무사는 나를 보며 머뭇거렸다.
설마 승낙을 해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딴 식으로 말하려는 거 아니지? 그거 정말 최악의 부탁 방법이야.
무슨 부탁인지 몰라서 싫다고 하면 기분 나쁜 티 팍팍 내요. 그런 놈들은 보증 부탁 들어도 무조건 들어주게 법을 바꿔야 해.
내가 내색 하지 않고 무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자, 무사는 품을 뒤지며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어? 이건 당가풍운이잖아.
내가 놀라 무사를 바라보자, 무사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당가풍운에 수결(手決)을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응? 싸인?
—————-
의각 대원들 사이에서 당가풍운이 상당한 인기였나보다.
“나도!”
“저도 부탁드립니다!”
“아니! 그건 내가 샀는데 왜 네가 수결을 받아?”
“이 사람아 다음에 돈 줄게!”
“아니 내 책이 없다고!”
한 명이 수결을 받자, 다른 의각 대원들도 책을 들고 내 주변을 둘러쌌다.
“이 당모. 당가풍운을 보고 감동받았습니다. 이게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지요. 다른 무림인들이 우리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대원 하나가 수결을 받은 당가풍운을 소중히 감싸 안으며 내게 말했다.
“하하. 그런가요.”
나는 은근슬쩍 멀리서 이쪽을 신경 쓰지 않는 척 내 쪽을 보고 있는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가 어떤 의미로 그를 바라봤는지 깨달은 몇 명이 입을 열었다.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검은 머리에 편견이 있으셔서 그렇지, 좋으신 분입니다.”
“맞습니다. 고지식한 면이 있으시고 검소하신 분이긴 하지만 한없이 믿을 수 있는 좋은 분입니다.”
“당가주님이 괜히 아드님의 목숨을 맡기고 보내신 분이 아닙니다.”
우리 애가 이거 저거 요거 못하긴 하는데 애는 착하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네.
“이해는 갑니다만 감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군요.”
나에게 한 행동을 제외하면 나름 정파답긴 했지. 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는 말만 안 했으면, 이 세상에도 정파다운 사람이 있구나! 감격할뻔했다.
내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무사 하나가 부끄러운 기색으로 내 품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혹, 혹시 품에 가지고 있는 당가풍운 3권. 저희끼리 좀 볼 수 있습니까?”
“의창의 독자들에게 약조했습니다.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출간하기로요.”
이거 내 생명보험이거든. 어디서 공짜로 보려고 들어.
“하지만 3권이 출간될 수 있겠소?”
대원 하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향후 전개를 수정하면 됩니다. 전 꼭 3권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내 생명보험이기도 하지만 이 세계에서 내 첫 히트작이다. 이걸 완결 내지 못한다면 호필이 아니라 지우로 필명을 변경해야 할지 모른다.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앞으로도 명성작을 할 수 있게 해야 해.
“맞소. 그게 무슨 비사 이야기요. 우리도 다 봤지만, 알아차리는 사람은 의각주님밖에 없었소. 아는 놈만 이거? 그건가? 하는 소리에 불과한데 말이요. 호필 작가가 수정하면 아무도 못 알아볼 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럼 3권은 모든 일이 끝난 뒤에 볼 수 있는 건가.”
무사들은 아쉬운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내 품속에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이거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겠는걸.’
한두 사람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써볼 방법이 있다.
“당가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일이 끝나면, 의창 독자들보다 먼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의각 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물론 보여주지. 근데 공짜는 아니야.
“대신 당가에 가셔서 당가풍운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너희들이 나를 꽃가마에 태워서 여론전 좀 해줘. 그럼 보여줄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이오! 당가풍운뿐이 아니라 호필에 대해서도 좋게 말해주겠소!”
“당가풍운은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 아까운 책입니다! 당연히 좋은 말을 해야지요.”
“맞아! 난 자매 같은 두 여검객의 사랑싸움이 보고 싶다고!”
“하하하.”
내가 살아야 너희들이 3권을 볼 수 있어. 그러니 너희들이 나의 방패가 되어줘.
나는 당가풍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3권에 대한 기대를 더욱더 부채질했다.
——–
무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일행들과의 관계도 점차 좋아지는 상황. 그러나 순조로운 여행길에도 난관은 생기는 법이었다.
“여기 길이 막혔습니다.”
산사태가 났는지 원래 가야 할 길이 막혀있었다.
“이쪽 길도 막혔습니다!”
우회하려고 했던 다른 길조차 흙더미와 나무로 길이 막혀있었다.
“불길하네. 이거 산적 놈들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나는 우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화린이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응?”
“우회로를 흙더미로 막아두고 자기들이 싸우기 유리한 곳에 대기하고 있는 거. 산적들이 주로 쓰는 방식이거든.”
사천당가가 호위해주고 있어서 큰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찜찜하긴 하다.
막힌 두 길은 마차가 수월하게 지나갈 만큼 꽤 큰길. 이 정도 큰길을 일부러 막은 거면 규모가 상당한 산적 떼일 수 있다.
“전원 경계를 늦추지 마라!”
의각주도 상황이 위험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일행들에게 경고했다.
당가의 무사들은 주변을 잔뜩 경계하며 산길을 통과했다.
“마을이네. 평범한 산사태였나?”
하나 남은 길을 따라가니 산속에 있는 작고 궁벽한 마을에 도착했다. 화전민 촌인가. 그런 것치곤 제대로 된 건물이 좀 있어 보이는데.
“어서 오십시오.”
마을의 유일하게 있는 2층 건물. 객잔에 들어가니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우리를 반겼다.
객잔 주인인가. 워낙 궁벽한 마을이라 점소이가 없나 보네.
“다들 시장하겠군. 여기 까르보나라로 전부 깔아주게.”
의각주는 일행들이 전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남자에게 음식을 시켰다.
“까르보나라? 그게 뭡니까?”
궁벽한 마을이라 까르보나라를 모르는 건가.
“객잔 사람이 까르보나라를 모르나? 그럼 알리오 올리오 있나? 그걸로 주게.”
“하하…….”
남자는 난색을 보이며 웃었다.
“무슨 객잔에 알리오 올리오도 없나? 그럼 국밥을 파는 건가. 국밥 아무거나 가져다주네.”
“국밥은 팔지 않습니다.”
“국밥도 안 파는 객잔이라니! 그럼 무엇을 파는 건가?”
파스타도 국밥도 안 파는 객잔이라니. 설마 찐 감자만 파는 객잔은 아니겠지.
“소면 시키시면 전부 깔아드리겠습니다.”
객잔 주인이 말하는 음식은 정통 무협의 단골 음식 메뉴인 소면이었다.
“소면? 쯧, 무슨 그딴 음식을……. 그거라도 깔아주게.”
의각주는 못마땅한 듯 남자를 바라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만두도 있는데 만두는 어떻습니까.”
만두 좋지. 여행도 길어지는데 설마 소면으로 끝내는 건 아니겠지?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는지, 당가의 일행들은 만두라는 소리에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만두도 가져다주게.”
의각주는 무언의 압박을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만두를 시켰다.
“여기 인원수대로 소면이랑 만두 주문!”
“잠깐!”
의각주는 남자의 소매를 붙잡으며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네?”
“만두는 3인당 하나네.”
“아하. 아, 알겠습니다.”
일행들은 의각주가 눈치채지 못할 수준으로 인상이 잠깐 찡그려졌지만, 이내 우리 의각주님이 그렇지 뭐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사천으로 가는 장기간 여행에 오랜만에 도착한 마을 객잔.
다들 며칠 만에 지붕 밑에서 쉬어서 기분 좋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얼굴을 펼 수 없었다.
이상하다.
객잔에서 파스타도 안 팔고 국밥도 안 파는데 소면을 판다고? 뭐지? 갑자기 장르가 달라진 느낌인데.
“여기 물 있습니다.”
객잔 주인은 기다리고 있는 당가의 사람들에게 물잔을 가져다주었다.
“고맙습니다. 혹시 죽엽청도 있습니까?”
“아아, 그게, 아마 있을 겁니다. 찾아볼까요?”
수상해.
엄청나게 수상해.
어떻게 객잔에서 알리오 올리오와 국밥을 거르고, 소면과 만두를 팔고 술로는 죽엽청이 있는 거지?
위화감이 온몸을 감싼다.
“있다가 생각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객잔 주인을 다른 쪽으로 보내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박이를 본 기분이다. 문제는 두눈박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
과민반응일까. 아니야. 생각해봐. 강윤호. 무언가 어색해. 이상한 점을 찾아. 주변을 필사적으로 돌아봐. 간단한 알리오 올리오를 거르고 소면을 팔 리가 없잖아.
소면과 만두라니. 심지어 죽엽청은 고급술. 이런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술이 아니야.
마치 객잔을 운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되는대로 지껄이는…….
아하.
“화린아. 그 물 마시지 마.”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물을 마시려는 화린이를 제지했다.
“응? 왜?”
“우리. 함정에 빠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