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5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54)화(155/674)
Chapter 154 – 사천행 – 2
정통무협스러운 음식이라니. 객잔에서 파는 게 소면과 만두라니.
물론, 이 세계에 소면과 만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가끔 객잔에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음식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소면과 만두를 시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소면과 만두만을 파는 객잔이라니.
GALL! 이런 건 무협 미연시가 아니야!
어딘가에 외쳐야 할 정도로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음식 메뉴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메뉴판을 건네지도 않았고 물도 일일이 가져다줬어.’
직접 와서 메뉴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거기에 아무리 손님이 없다지만 물도 직접 가져다주다니. 물은 셀프가 국룰이거늘. 물도 인제 보니 맹물도 아니고 신경 써서 찻잎이 우러나온 물이다.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다.
안드로이드 로봇이나 파충류 인간이 사람인 척 위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객잔을 한번 수상하게 바라보니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벽에 네모반듯한 자국이 보인다.
주변은 햇빛에 바랜 자국이 보이는데 네모반듯한 부분만 깨끗하다. 원래는 메뉴판 같은 것이 걸려있었을 것이다.
저 정도로 햇빛에 바랜 자국이 선명하다면 장기간 놔두었다는 건데 왜 치웠을까.
‘메뉴에 있는 음식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는 거겠지.’
요리 재료가 떨어졌다거나, 주방장이 바뀌었다거나, 아니면 객잔 직원들 전부가 강제 은퇴당해 음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누군가로 교체되었다거나.
있는 메뉴를 못 한다고 하면 의심받으니 메뉴판 자체를 내렸을 수 있다.
‘죽엽청은 멀디먼 산서성의 술. 그것도 궁벽한 마을에 주문한다고 나온다는 게 이상해.’
정통 무협이라면 객잔 어느 냉장고에도 보관하고 있는 게 죽엽청이라지만, 이 세계에서는 꽤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술이었다.
방금 객잔 주인에게 죽엽청있냐고 물어봤을 때도 어리둥절하고 어색한 반응이었다. 객잔 주인이 음식 메뉴는 대응 방법을 생각했는데, 술은 예상외의 질문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아닐까.
주인장의 어색한 접객 태도, 보면 볼수록 묘하게 관리가 안 되어 있는 객잔, 평소에는 그럴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점들이 계속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내 눈에 밟히는 것들이 만약 과민반응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객잔 자체가 함정이라는 정통 무협 클리셰.’
애초에 여기에 온 이유도 가는 길 두 곳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산적을 만나지 않아 이상했는데, 만약 산적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이 객잔이라면?
산적이 방심한 여행객을 털려고 준비해둔 상황일 수 있다. 아니면 더 어두운 무협으로 가면 사람을 잡아, 만두로 즐기는 놈들이 자리 잡고 있는 객잔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추론이야. 하지만 말은 꺼내놓을 필요는 있어.’
내 과민반응이라면 잠깐 웃고 말 일이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목숨이 달린 일일 수 있다.
————–
“객잔이 수상하다는 거지?”
화린이는 이 객잔이 함정 같다는 말에 별 의심 하지 않고 나에게 되물었다.
“응.”
위기 상황이라니까 이유도 캐묻지 않고 납득하는 기색이라니. 화린아. 감동이야.
“그럼 확인해보지 뭐.”
화린이는 내가 막았던 물잔을 들어 올렸다.
“야…….”
독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 마시지 말라니까. 나는 놀라서 화린이를 제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화린이는 손을 들어 올려 괜찮다고 한 뒤, 물잔에 들어있는 찻물을 그대로 들이켰다.
화린이 독 내성이면 괜찮으려나.
화린이는 마치 요리 만화의 심사위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찻물을 입에 머금다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대로 물을 삼켰다.
“독 아닌데?”
“아니야?”
괜한 의심이었나.
그래. 이 세상에도 소면과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객잔이 있을 수 있는 거였어. 내가, 내가 타락해버린 거였어.
내가 양심의 가책을 자책하려는 찰나, 화린이가 말을 이었다.
“응. 그런데 평범한 차도 아니야.”
“무슨 소리야.”
“떫은맛이 강해. 독성은 아닌데 미각과 후각을 둔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찻잎 같아.”
“음식에 독을 타기 전에 쓰는 얕은 수군.”
우리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의각주가 중얼거렸다.
“네. 찻물에 수작을 부리긴 어렵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밑 준비네요.”
화린이는 의각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찻물을 들이켰다.
“쯧, 어쩐지 일이 없는 게 수상했다.”
의각주는 혀를 차더니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들겼다.
一 툭툭 툭툭툭.
의각주가 일정한 리듬으로 식탁을 두드리자, 편하게 있던 다른 대원들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경계 신호인가.
“소면과 만두가 나왔습니다. 전 이만 볼일이 있어서 객실은 열쇠 드릴 테니 알아서 이용하십시오.”
객잔 주인은 우리 앞에 소면과 만두를 깔아주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찻물이 무조건 독을 쓰기 위한 밑 준비가 아닐 순 있다. 찻잎이 이런 것밖에 없을 수도 있고, 싸구려 재료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거나, 맛이 없는 걸 무마하려고 내온 걸 수도 있다.
화린이는 다들 경계의 눈빛으로 머뭇거리며 음식을 바라보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화린아.”
나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화린이를 불렀다.
“괜찮아. 거호 그 새끼가 주던 극독처럼 판별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음식에 탄 독 정도는 판별할 수 있어.”
화린아. 너 할 수 있냐고 묻는 게 아니라, 독이 있으면 위험하지 않냐는 뜻이야. 화린이는 준 독인이라 위험하지 않을 순 있지만, 옆에서 친구가 독 먹겠다는데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
화린이는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식가처럼 면과 육수를 세심하게 먹었다.
“소면을 꽤 자극적으로 만들었네. 안에 들은 건 수면독? 순도가 상당히 높아. 자극적인 소면에 나른한 강조를 주었어. 먹을만하네.”
독이 너에겐 향신료냐. 화린이는 마치 소면에 들어간 비법 양념을 감별해내는 것처럼 우리에게 말했다.
“역시인가.”
수면독이면 이따 다들 잠들면 덮치려는 수작인가.
“만두에는 뭐가 들었……. 왜?”
“굳이 맛을 봐야 해?”
나는 만두로 손이 가려는 화린이의 손을 막고는, 은침을 꽂고 있는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화린아. 만두에 무슨 고기가 들어갔을지 몰라. 우리 먹지 말자.
“지효성 마비독 계열이군.”
만두도 역시 독이 들어있었다.
“객잔 주인을 잡아 올까요?”
부각주 당패는 의각주의 의향을 조용히 물었다. 의각주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대원 하나가 손길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밀하고 빠르게 객잔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저놈들. 벌이는 짓에 비해 사람이 너무 적소.”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대 사천당가를 상대로 독공이라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하지 못 할 짓이다.
“객잔에 숨어있는 놈들이 느껴지진 않으니, 이 마을에 적들이 숨어있다고 봐야겠군.”
적들은 우리가 잠든 틈을 노리려고 했다. 굳이 객잔에 숨어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 안에서 몇 명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무거운 정적이 일행을 감쌌다.
“사람은 느껴지지 않지만 외진 곳에 짙은 혈향이 느껴지는 곳이 있었습니다.”
대원 하나가 수색을 마치고는 의각주에게 조용히 보고 했다. 희생자가 이미 있다는 뜻이네.
“후우.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는 놈들이 있다니. 하는 짓은 악독하고 한두 번 해본 솜씨도 아닌 것 같구나.”
의각주는 혈향이라는 소리에 작게 화를 삼키는 듯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오.”
“지금 당장 객잔 주인을 찾아 목을 꺾고 일어나, 출발하는 방법이 있다.”
“곧 밤이오. 만약 추격이 붙는다면 곤란해질 수 있소.”
사천당가의 무력을 의심하진 않지만, 적이 몇 명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두운 밤길에 추격전까지 펼쳐지면 당가 사람들은 모를까 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이대로 모른 척하고 길을 나서는 법도 있다. 약간의 연기가 필요하겠지만, 그리도 걱정되면 네가 나서서 하면 되겠지.”
“흠.”
“평소라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고 있는 놈들에게 죄를 물어야겠지. 그러나 우리는 임무 수행 중이다. 거기에 우리는 보호해야 할 손님 둘을 데리고 있다.”
의각주는 네 놈 탓이야 하는 시선을 나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 상황에 나에게 바통을 던지다니.
그래. 독인 실험체 당화린과 가주의 사생아 강윤호. 분명 둘 다 무사히 사천당가로 데려가야 할 사람들이다. 이럴 때 손님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분명 합리적이다.
의각 대원들 전부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내 의견을 알고 싶은 모양이네.
어떻게 해야 할까. 혈향이 느껴졌다면 우리가 처음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처리해야 할까.
가볍게 고개를 돌리면 나의 일이 아니게 된다. 처리할 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꼭 휘두를 필요는 없다.
순간, 검은 머리 오랑캐로 주린 배를 붙잡으며 중원을 떠돌던 시절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상황에서 할 말은 하나뿐이잖아.
“힘이 있는데 고개를 돌리는 것은 불의이고,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이에 동조하는 것과 같소.”
너희들 정파 새끼들이잖아. 이걸 외면하면 정파 명찰 떼야지. 뭘 그런 걸 물어봐.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한 소리 들을 생각으로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의각주는 나를 향해 대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쪽을 주목하고 있던 다른 의각 대원들도 나를 향해 웃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정파의 기둥으로서 이는 좌시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의각주는 대견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다른 대원들이 들리도록 말했다. 그의 말에 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을 기다린다. 다들 객실로 들어가도록.”
우리는 밤에 덮치려고 하는 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객실로 들어갔다.
————–
“어찌 알아차린 것이냐.”
불편하게 왜 의각주랑 같은 방이야. 의각주는 화린이나 다른 대원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맹수는 풀숲이 흔들려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풀을 뜯어 먹는 사슴은 항시 귀를 세우는 법이오. 위화감이 느껴졌소. 주의하니 어색한 점들이 보였지. 그뿐이오.”
소면과 만두가 주력메뉴라서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니 둘러대자.
“강호에 나오는 뜨내기들은 자신이 맹수인 줄 알고 방심하지. 그에 비하면 좋은 태도와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졌구나.”
의각주는 평소보다 한껏 유해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왜 갑자기 칭찬해. 적개심을 보이시던 분이 이러니 조금 두드러기 날 것 같은데요.
“칭찬 고맙소.”
슬슬 사천성에 가까워지기 전에 친해지자는건가.
“물론, 음식이 나오면 다들 알아차렸겠지만 말이다.”
의각주는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쩐지 순수하게 칭찬해주나 했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
“그래도. 방금 한 말은 젊었을 적 그분이 떠오르더구나.”
의각주는 내 말을 끊으며 무언가 그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가주를 말하는 건가.
“중원에서 검은 머리 오랑캐로 살면 수많은 불의의 당사자가 되오. 힘이 있어도 고개를 돌리는 수많은 자들을 보게 되지. 언젠가 내가 반대의 상황이 되면 쉽게 고개를 돌리지 않으리라 결심했소.”
“협행, 정의, 의협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한 명을 도우면 열 명의 원한을 사는 것이 무림이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기에 명문정파가 아니오.”
의각주는 내 말에 놀란 듯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그는 한동안 그리운 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더니, 내 안에서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옛날에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 있는 말인가.
“……그래.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자신의 정의만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으면 옆에서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의각주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본인 이야기인가.
“그런 것치곤 의각주도 꽤 평판이 좋더군.”
“허허허. 건방지구나. 내 싫은 소리를 할지언정 정파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왔다.”
칭찬해서 그럴까. 건방지다고 말하는 소리에는 평소와 달리 적개심이 들어있지 않았다.
“윤호. 슬슬 준비해. 몽혼향이 올라오고 있어.”
슬슬 때가 되었나. 문가에서 경계하고 있던 화린이가 정신을 잃게 하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입을 천으로 막은 채, 화린이가 알려준 독기를 몰아내는 구결을 활용하여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
체감상 자정을 넘겨 한두 시간이 흐른 시간. 객잔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1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형님! 사천당가라고 별거 없는데요?”
“이번에 쓰는 약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거다! 전부 잠에 빠졌을 거다.”
“사천당가 놈들 피는 보라색일지 빨간색일지 구경하러 갑시다.”
그들의 의기양양한 목소리는 거기까지였다.
“어, 어떻게?”
의각 대원들 전부가 문을 열고 나타났으니까.
“감히 대 사천당가 앞에서 독을 쓰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형님, 조, 좆된 거 같은데요? 으악!”
“이 깊은 밤에 깨어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터. 전부 정리하거라.”
의각주는 손을 들어 올려 잔악한 강도들의 미래를 결정했다.
“살려줘!”
“수, 숨이 안 쉬어져!”
“가려워 가려워! 가려워 맛있!”
“컥!”
일방적이네. 거의 청소 수준이야.
어두운 밤에서 창밖으로 옅은 여명이 비출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밖에는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시체 많네. 객잔을 나오자 사인을 특정할 수 없는 야간 근로 과로사로 사체들이 보였다.
“피해 보고.”
의각주는 그 가운데서 당패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경상자가 다수이긴 하나 중상자는 없습니다! 암기와 독을 많이 사용하여 중간에 도시에 들러 추가 보급만 받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의각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무리하려는지 조금 전 보았던 객잔 주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네놈들의 악행은 여기까지다.”
오오. 멋지구만. 무슨 격투게임 패배자에게 선언하는 대사 같네. 설마 페이탈리티를 보여주는 건가. 고어에는 약한데.
객잔 주인은 그 와중에 겁에 질리는 기색 없이 의외의 소리를 내뱉었다.
“시발. 의술 담당하는 곳이라 약하다며! 하여간 정파 놈들은 믿으면 안 돼요. 좆같은 새끼들.”
“그게 무슨 소리더냐.”
이게 무슨 소리지. 우연히 우리가 나타난 게 아니라 일부러 우리를 노렸다는 소리인데. 왜?
“뭐긴 시발. 우리가 미쳤다고 너희들을 공격했겠냐. 좆같은 집안싸움에……. 컥!”
어디선가 암기 하나가 날아와 남자의 멱을 꿰뚫었다.
“누구냐!”
의각주와 의각의 대원들은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일제히 바라보았다.
여명이 아직 비추지 않은 곳. 어두운 그곳에서 얼굴을 가린 흑의인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예감이 안 좋은걸. 얼굴을 가린 흑의인이라니.
흑의인들은 거리를 둔 채 멈추고, 그 가운데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지 않은 보라색 머리의 남자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오, 의각주.”
“네, 네놈이 여기 왜?”
의각주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도 남자는 멈출줄 모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 여인에게 시선이 고정된 남자의 얼굴에 여명이 드리웠다.
남자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은 없으나 내가 익히 들어본 얼굴이었다.
화린이가 분노를 담아 말하던 남자.
범의 육신을 가졌으나 독사와 같이 간교하게 생긴 남자.
“왜겠소? 소중히 만들던 것을 되돌려 받으러 왔지.”
당거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