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5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59)화(160/674)
Chapter 159 – 필연 – 3
‘독인 특유의 이상 증상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거호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화린을 바라보았다.
극양의 독기를 버틸 수 있도록 10여 년을 넘게 만든 몸이라고 할지라도, 천년을 산 지네의 독기를 버티기엔 쉽지 않다.
당화린의 단계까지 간 실험체들은 하나같이 부작용이 생겼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리 봐도 부작용이 보이지 않았다.
‘독기를 완전히 제어하고 있다.’
몸에서 발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독기에 피부가 뭉개지고 있지도 않다. 신체에 독단을 만들고 완벽하게 독기를 제어하고 있는 증거인 것이다.
‘실패일 리 없다. 내 예상보다 더 완벽한 독인이 만들어졌어.’
당거호는 환희에 휩싸였다.
자신의 심기를 건들기 위해 실패라고 말했을 것이다. 당화린은 자신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만, 이대로 전투가 벌어지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완벽한 독인을 완벽한 상태로 데려가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는 당거호도 그를 돕고 있는 집단도 원치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당거호는 다시 한번 다정한 목소리로 당화린에게 말했다.
“계속 똑같은 말 하는 거 지겹지 않아?”
당화린은 짜증 나는 목소리로 당거호에게 답했다.
“너 하나를 보고자 사천성에서 호북성까지 왕복하곤 했다. 고작 말 몇 마디를 다시 하는 게 무엇이 지겹다는 것이냐.”
“뻔뻔하기는. 그래. 어릴 적부터 자주 왔었지. 그럼 옛날에 해준 말도 기억나?”
“어떤 말을 말하는지 모르겠구나.”
어릴 적 추억팔이가 통한 것일까. 당거호는 사랑하는 딸에게 되묻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마교도와는 어울려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고 말이야.”
그의 예상과 달리 추억팔이는 통하지 않았다. 당화린은 당거호를 바라보며 역겹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협력관계일 뿐이다.”
“지랄. 변절자는 더 죄질이 나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사마가 무엇이 중요하더냐. 중요한 것은 교가 세상에 나타나는 날 사천당가는 천하제일세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천하제일세가의 가주가 될 것이다.”
당거호는 연기가 통하지 않자 본색을 드러냈었다.
“지랄하네. 개꿈은 잠잘 때나 꾸지 그래.”
“그날이 오면 너에게 모든 부귀영화를 주마. 무엇이 필요하더냐. 돈? 권력? 모든 것을 다 주마. 너는 내 옆에서 천하제일세가의 이인자가 될 것이다.”
“필요 없어.”
당화린은 그딴 거 하나도 관심이 없다는 듯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하하. 그래. 생각해보니 너는 다른 것을 원했지. 친구가 필요하더냐? 가문의 아이들이 너에게 잘 보이려고 알아서 다가올 것이다. 남자를 원하더냐. 네가 손짓하면 어떤 남자든 네 침소에 들게 만들어주마.”
“필요 없다니까.”
“무릇 사람이라면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을 말해라. 내 무엇이든 너에게 주마!”
“내가 원하는 걸 네가 줄 수 없어.”
당화린은 화를 내는 당거호를 비웃으며 고개를 느리게 가로저었다.
“뭣?”
그가 무엇을 내밀지라도 그녀의 마음에 찰 리 없다. 당화린이 원하는 것은 당거호가 절대 줄 수 없으니까.
당화린은 자기 몸에 만들어진 독단에서 느껴지는 한 기운을 느끼며 당거호에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한 사람만 줄 수 있거든.”
그녀가 필요한 것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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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나눌 말 따윈 더 이상 없었다.
당화린은 몸 안의 내력과 독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윤호라면 말 한마디로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같은 편을 만들거나, 못해도 상대의 혼을 쏙 빼놓았겠지만, 자신은 그런 건 할 줄 몰랐으니까.
당화린은 멀리서 방심하고 있는 한 흑의인을 바라보고는 발구름을 쳤다.
“무슨?”
당화린은 흑의인이 눈꺼풀을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 그의 앞에 도착했다.
추뢰신법(追雷身法).
독은 가까이서 암기는 멀리서. 사천당가 무공의 최대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법.
번개를 쫓는다(追雷)는 말처럼, 무림에서도 최속으로는 손에 꼽는 사천당가 상승의 신법이 당화린의 발에서 펼쳐졌다.
“컥!”
당화린이 거리를 허용한 흑의인의 손목을 붙잡아 독기를 불어넣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인은 명을 달리했다.
“이 년이!”
다른 흑의인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칼을 휘둘렀지만, 칼은 번개를 쫓는 여인을 베지 못했다.
“왜 불러?”
“커어억!”
한번의 기회를 실패한 사람의 운명도 앞선 사람과 같았다.
‘할 수 있어.’
묘리는 알고 있었으나 내공 소모가 커서 사용할 수 없었던 추뢰신법. 독단을 삼키며 공력도 흡수했기에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독시킬 수만 있으면 대단한 무공이 필요하지 않다. 접근과 도주. 그것만 계속할 수 있다면 이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다.
“피해!”
“으아아악!”
“도망가!”
당화린은 종횡무진 추뢰신법으로 손쉽게 검은 번개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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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여여연!”
추뢰신법에는 추뢰신법으로. 당거호는 사상자가 많아지자, 직접 당화린에게 몸을 던져 구절만옥수를 펼쳤다.
당화린은 당거호의 손목을 붙잡아 독기를 불어넣었지만,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예상대로다. 구절만옥수는 수많은 독에 절인 손으로 펼치는 무공. 스치기만 해도 한 줌의 독수(毒水)가 되는 독공이다.
중독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무공이라면 독인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당거호는 오판했다.
“아닛?”
당화린은 다시 한번 당거호의 손목을 붙잡더니, 이번에는 당거호 손에 있는 독기를 제어해 심장으로 움직였다.
“이 년! 타인의 독기를 마음대로 다루다니!”
자기 신체 안에 있는 독기를 마음대로 다루다니. 마치 쏘아진 화살을 의지만으로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것과 같은 신기가 아닌가. 독인이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이야.
당거호는 화들짝 놀라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
당화린은 도망치려는 당거호를 잡기 위해 손에서 수상한 기운이 발출했다.
“장풍?”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강력하지 않다. 가를 수 있는 기운이다. 당거호는 위기 상황에서 서둘러 반대쪽 손을 휘둘렀다.
“병신. 그냥 장풍이 아니라 독장이거든.”
“크아아악!”
독장을 가른 당거호의 팔이 타들어 간다. 당화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거호에게 따라붙었다.
그러나 흑의인 하나가 강맹한 기운이 담긴 칼을 휘두르며 당화린의 앞길을 막아섰다.
“물러서라! 네 놈은 교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아, 알겠소.”
“칫!”
당화린은 타들어 가는 팔을 붙잡고 볼썽사납게 뒤로 도망가는 당거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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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에서 가장 먼저 지치는 것은 술래다. 그것이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라면 더더욱.
“악독한 년!”
“그래. 내 독이 한 악독해.”
당화린은 포위를 좁혀오는 흑의인들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적응하기 시작했어.’
추뢰신법으로 좁혀들어가서 금나수의 수법으로 잡아 독기를 불어넣는다. 거기서 실패하면 독장을 쏜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지만, 이곳에서는 스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당해주는 사람이 많았지만, 금세 상대법을 찾아내 통하지 않고 있다.
“천천히 거리를 두고 포위한다. 한 명에게 달려들면 다른 사람이 뒤를 노린다!”
흑의인들은 당화린이 지쳐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바로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당화린은 멀리 쓰러져 있는 강윤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혹시 출혈이 심해 정신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미처 찾지 못한 부상이 있었던 것일까.
그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면 그를 지킬 수 없다.
당화린은 다시 거리를 조금씩 좁혀오는 흑의인들을 바라보았다. 이대로면 당할 뿐이다. 하지만 뾰족한 답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윤호였다면, 윤호가 독인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윤호라면.
“거리를 좁혀주겠다니. 나야 좋지. 그래. 와봐! 진정한 독인의 무서움을 보여줄 테니까.”
당화린은 경계 어린 자세를 풀고는 오히려 여유로운 자세로 그들에게 손짓했다. 그 모습은 한 검은 머리 매담자가 무대 위에서 당당히 말하는 모습과 같았다.
흑의인들의 시선이 당화린의 손에 머물자, 그녀는 손에 독기를 덧씌워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흑의인들은 그 모습에 순간 접근을 멈추었다. 처음 보는 독인이라는 존재.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녀의 여유로운 태도가 흑의인들에게 순간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누가 먼저 올래? 너? 아니면 너? 내가 먼저 오는 놈은 확실히 죽여줄게.”
이 자리에 섣불리 나서서 먼저 죽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흑의인 중에는 마교도도 있었지만, 교를 위해서도 아니고 용병으로 불려와서 개죽음까지 감내하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연기가 기묘한 대치를 끌어냈다.
‘연기가 통했어.’
당화린은 위기 상황이지만 속으로 작게 미소 지었다. 역시 답은 윤호였다. 윤호에게 배웠던 연기가 통했다.
당화린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지만, 그녀의 가장 큰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더 이상 쓸 수 있는 무공이 없어.’
독인이 되는 법은 알았지, 독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기껏해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된 독장과,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쓰지 못했던 추뢰신법이 전부. 독장은 심지어 내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
호랑이의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할줄 아는 건 본능에 따라 발톱을 휘두르는 것뿐. 어리숙한 호랑이는 사냥꾼들에게 몰이사냥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허세는 곧 들통나고 만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 절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안돼. 내가 포기하면 윤호가 죽어.’
윤호가 자신을 위해 나섰던 적이 몇 번이던가. 이제 겨우 한번 자신의 차례가 왔을 뿐인데, 그를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니. 절대 그럴 수 없다.
당화린은 한 남자에 관한 생각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려던 절망감을 몰아내었다.
윤호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익힌 무공을 전부 생각해봐도 이 상황을 타개할 뚜렷할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윤호라면 어떨까.’
그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었다. 만약 윤호였다면 이 상황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었을까.
당화린은 자기 자신이 한심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윤호가 당가의 사람이 아닌데 방법이 있을 리가. 너무 그에게 의존하려는 건 나쁜 버릇이다. 그가 당가의 무공을 알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윤호가 알려준 당가의 무공?’
당화린의 뇌리에 순간, 어느 날의 다락방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一 넌 당가의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사천당가의 무공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거야?
一 오랜 기간 당가의 무공을 봐왔거든. 당가 무공의 묘리는 아니까. 그것만 알면 당가의 무공을 쓸 수 있지.
一 그게 무슨 소리야.
一 일반적인 무공을 생각해봐. 가장 쉬운 살초(殺招)로 찌르기를 배우잖아. 무공의 점을 배우는 거야.
一 점?
一 응. 점, 선, 면할 때 점. 그리고 점차 실력이 늘면 베는 것으로 가능하게 되는 거지. 선을 익히는 거야.
칼부림에 도가 트게 되면 칼을 휘두르는 면 자체가 자신의 것이 돼. 면을 제압하는 법을 알게 되는 거야. 그렇게 점부터 천천히 발전하는 게 보통의 무공이지. 하지만 사천당가는 달라.
一 달라?
一 독공부터 시작해서 만천화우까지. 사천당가의 무공은 시작부터 공간 그 자체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해. 궤 자체가 다른 거야.
一 드,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네.
一 사천당가 무공의 묘리만을 이해하고 있으면 언제 어느때고 당가의 무공을 쓸 수 있는 거지
한 남자가 말한 사천당가 무공의 묘리가 당화린의 등줄기를 타고 뇌리를 파고 들었다.
역시 해답은 윤호에게 있었다.
그래. 저들을 제압하기 위해 무공을 새로 배울 필요가 없다.
사천당가의 정수가 자신 안에 있는데, 어째서 다른 곳에서 무공을 찾는단 말인가.
당화린이 눈을 감자 그녀의 몸에서 기묘한 가루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도대체?”
“독, 독이다. 독분(毒粉)이야! 들이마시면 중독된다! 피해!”
한 마리 청승맞은 애벌레.
무력하고 괴롭고 아무도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은 그대로 밟혀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애벌레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주었다.
자기 말로, 글로, 관심으로, 남자는 지나칠 수 있었던 그 작은 벌레를 키웠다.
한 남자의 관심으로 애벌레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우화한다.
“검풍을 펼쳐라! 독분을 몰아내!”
흑의인들의 노력에도 독가루는 마치 의지라도 가진 듯 다시 그녀의 주위로 뭉쳤다.
“물러서라! 네년!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이냐!”
한 마리 나비는 마침내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었다.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자신이 펼친 날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힘으로만 만들어낸 날개가 아니다.
그와 자신이 만들어낸 무공.
조금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이름.
독접(毒蝶) 당화린은 그들의 앞에서 그 무공의 이름을 소개했다.
“어서 와. 나의 독살공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