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6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62)화(163/674)
Chapter 162 – 필연 – 6
아무리 힘겨운 밤을 보내도 아침은 밝아온다.
도적들이 만든 함정, 당거호의 등장, 마교도들의 난입, 전투까지. 고된 밤이었지만 결국 아침 햇살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우리에게 있었다.
물론 화린이가 그 행운을 가져와 준 네 잎 클로버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해독제! 해독제가 필요하다.”
“나와봐요.”
독인의 능력일까. 화린이는 독에 중독된 사람들을 몇 번 만지더니, 마치 철로 된 물건이라면 무엇이듯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돌연변이처럼 몸 안에 있는 독기를 뽑아내었다.
“세상에…….”
“이것이 독인.”
“전설의 존재가 아니었단 말인가.”
나도 독공에 대해서 문외한인데도 신기한데, 직접 독을 다루는 사람들은 얼마나 신기할까.
의각 사람들은 마치 저 녀석만은 끝까지 모태솔로일 줄 알았던 친구가 모임에 엄청난 미인인 여자친구를 데려온 걸 보는 것처럼, 경악스럽고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화린이를 바라보았다.
“여기! 붕대가 필요합니다.”
“네. 갑니다!”
나는 화린이의 신기를 잠시 넋 놓고 구경하고는 부상자들 사이를 분주하게 누볐다.
———–
“나머지는 저희가 하고 있겠습니다. 쉬십시오.”
내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의각 사람들을 살피자, 어느새 몸을 추스른 의각 대원들이 다른 심각한 상태의 대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거들게 있으면 더 돕겠습니다.”
나는 남자가 치료해준 부위를 매만지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가벼운 환자들은 처치가 끝났습니다. 여기서부턴 의술을 아는 사람들끼리 손발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밤새 지치셨으니 잠시 쉬고 계십시오.”
역시 자힐이 되는 의각 사람들인가. 하긴 의각 사람들 앞에서 의술을 돕겠다고 하는 건 수술실에 일반인이 들어가는 수준이겠지.
“네. 그럼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불러주십시오.”
나는 의각 사람들의 치료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금 떨어진 거리지만, 언제든 다시 도우러 튀어 나갈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쉬고 있었어?”
내가 멍하니 의각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화린이가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났다. 할 일 끝난 건가.
“어.”
“나도 이제 쉴래.”
화린이는 말과 동시에 내 옆에 앉았다.
얘는 자리도 많은데 왜 붙어 앉는 거지. 떨어져 앉으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지쳐있을 화린이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어 말을 아꼈다.
우리는 말없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의각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너무 조용한 게 어색하군. 뭐라도 한마디 해야겠어.
“독인이 된 거야?”
나는 이미 모두가 눈치채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침에 가볍게 날씨가 맑다고 시작하는 대화 화두처럼 말했다.
“응.”
화린이는 나를 바라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는 괜찮아? 친구가 독인이 되었을 때는 피부가 뭉개지거나 녹아내리기도 했거든.”
나는 원작의 당화린을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도 이상 있었거든.”
화린이는 입술이 조금 튀어나온 채로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내게 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피부 화제는 오늘의 날씨 급으로 좋은 화제는 아니었나.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하냐.
“화, 확인하고 싶으면 확인해보던가.”
화린이는 자기가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볼 수 있는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지. 설마 앞섶을 풀어서 확인해보라는 말은 아니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살갗을 확인해보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튼 저 음심 덩어리가 문제야. 슬쩍 시선만 가도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불가능해.
“이상 없는 거 같네.”
나는 화린이의 소매를 걷어 드러난 살갗을 보며 말했다.
“하아.”
화린이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나와 내 손에 드러난 살갗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인제 보니 얼굴도 좋아진 거 같아.”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달라졌네. 물론 얼굴의 얼룩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비해 확실히 좋아져 있었다.
“정말?”
내 말에 화린이의 얼굴에 눈에 띄게 화색이 돌았다.
“인제 화장 좀 하면 추파 던지는 사람이 줄을 설 거 같은데.”
화장대 위에서 공을 좀 들여야겠지만 말이야. 내가 보장한다. 대학생 때 우연히 여후배의 생얼을 본 적이 있는데, 예쁜 얼굴 밑에는 여드름 흉터 천지였으니까.
갑자기 슬픈 추억이 생각나네. 내 앞에서 생얼 보여도 아무렇지 않아 하길래, 얘가 진솔한 모습마저 내 앞에서 보이는구나. 이거 혹시 그린 라이트인가? 괜히 좋아했는데 말이야.
현실은 좀 잘생긴 친구 나타나니까 바로 화들짝 놀라서 얼굴 숙이고 도망가버렸다. 나는 그린 라이트가 아니라 여 후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던 존재였던 것이다.
“너도?”
내가 슬픈 기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화린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응?”
“너도?”
“어? 어어.”
나는 당황하여 얼버무려 답했다.
“뭐야. 그 애매한 반응은?”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인데요. 얘 왜 갑자기 왜 이래.
나와 여자 사람과의 그린 라이트를 감별해내었던 내 감별기가 오랜만에 반응한다. 물론, 여짓껏 그린 라이트가 켜지면 오답률 100퍼센트라서 쓸모는 없었다.
하룻밤 만에 사건 사고를 많이 겪어서 심신이 지친 건가.
“언제 적이 다시 들이닥칠지 모른다! 빨리 움직여라!”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의각주의 고함이 들렸다. 저 상처를 입고도 살아있는 게 신기한데, 이 와중에 진두지휘하고 있네.
“화린 소저. 어머님은 사정상 데려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와 화린이가 의각주를 바라보고 있자, 대원 하나가 우리에게 다가와 미안한 기색으로 화린이의 어머니 시신 처리에 대해 알렸다.
“네.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해줘요.”
“네. 그럼 다른 의각 대원들처럼 화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괜찮겠어?”
나는 멀어지고 있는 대원을 말없이 시선으로 쫓고 있는 화린이에게 물었다.
“……. 짐이 될 수는 없으니까.”
화린이는 우울한 듯 중얼거렸다.
해줄 말이 없네. 아무리 사이가 나빴다고 한들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건 충격일 테니까.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상처가 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어깨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술에 취한 아저씨의 머리를 거절하듯, 살짝 어깨를 쳐냈다.
화린이는 그러자 찌릿하고 나를 노려보았다. 미안. 내가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어서 그래. 나는 몸을 살짝 기울여 어깨에 화린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화린이는 무방비해진 어깨에 다시 고개를 기대었다.
“힘내.”
“슬프지는 않은데 기분이 이상해. 개 같은 것들 때문에 인생이 개 같아졌었어.”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있을 거야.”
토닥여줘야 하나. 나는 조심히 손을 뻗어 화린이의 반대쪽 어깨를 감싸 안았다. 화린이도 어색한지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다행히 거절하진 않았다.
“크흠.”
“청춘이군.”
“이거 서러워서 쓰겠나.”
의각 대원들이 어색하게 기침하며 이쪽을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방금 대화 다 들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네. 화린이도 소리를 들었는지, 화들짝 놀라서 거리를 조금 벌렸다.
“화린아.”
나는 부끄럽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할 겸, 화린이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걸 묻기로 했다.
“응?”
“너 아까 독살공간 말이야.”
“꺄아아아악!”
화린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익룡처럼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튀어 올랐다.
“크큭!”
웃음을 못 참겠네. 나는 새빨개진 화린이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 웃지 마!”
“크크큭!”
다서회 여러분들. 화린이가 말이야. 글쎄 독살공간을 썼는데 말입니다.
“야아아아아. 웃지마아아아!”
화린이는 내 어깨를 붙잡더니 격하게 흔들어댔다. 나는 마치 막 개점한 가게의 춤추는 풍선 인형처럼 고개가 흔들리는 채로 계속 웃어젖혔다.
“진짜. 그냥 죽어야겠다.”
화린이는 내가 웃음을 멈추지 않자 영혼이 나가버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살은 목숨인데 죽으면 안 되지.
나는 웃음기를 애써 정리하고는 화린이에게 입을 열었다.
“화린이 정말 멋있었어. 내가 상상하던 무공보다 화린이가 펼쳤던 무공이 훨씬 더 멋있었어.”
“그, 그래? 멋있었어?”
화린이의 입꼬리가 실실 올라간다. 그래. 누가 봐도 멋있는 장면이었다. 화린이도 솔직히 자랑하고 싶은 무공이겠지.
“설마 대사까지 따라 할 줄은 몰랐지만.”
“으으으으!”
화린이의 얼굴이 점점 새빨개진다. 흑역사 언급에 곤란해하는 모습이 귀엽네. 조금 더 놀리고 싶어질 정도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대로 못 들었는데 내 앞에서 다시 그 대사 말해주면 안 돼?”
“윤호. 너 죽을래 진짜!”
“독살공간으로?”
“야아아아아!”
“하하하하하!”
“크흠.”
화린이가 내 어깨를 계속 흔들어서 내 모가지가 슬슬 위성 궤도로 발사될 것 같을 때쯤, 의각 대원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세요?”
“화린 소저. 혹시 방금 썼던 무공, 우리 당가의 무공입니까?”
대원 중 하나가 대표로 화린이에게 물었다.
“윤호하고 제가 만든 무공이에요.”
“그럼 정말 당가풍운의 독살공간을 쓰신 겁니까?”
“으……. 네.”
화린이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내 말이 맞잖아! 분명히 들었다니까!”
“가능한 무공이었다니!”
“화린 소저! 독!살!공!간! 외치는 순간 승리를 직감했습니다.”
“그야말로 당 소저는 현세의 당정 그 자체십니다.”
“혹시 독살공간이 같이 준비하신 무공이라면, 마지막 한 수는 3권을 위해 준비해두신 무공입니까?”
“아, 아니. 그게.”
화린이는 사람들의 열기에 익숙지 않은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원들은 당화린의 반응에 상관없이 환희의 도가니에서 그녀를 향해 외쳤다.
“마교도들 앞에서 당당히 외쳤던 그 대사! 당정이 했던 그 대사를 한 번만 더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도 그 대사를 듣고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부디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으읏…….”
화린이는 거절하면 그만이건만, 많은 사람 앞에서 긍정적인 주목을 받는 게 익숙지 않았나 보다.
“어, 어서 와. 나의 독살공간에.”
바로 흑역사를 갱신해버렸다.
“오오오오오!”
“독!살!공!간!”
“화린아! 나는 어둠을 거니는 나비. 어서 와, 나의 독살공간에! 로 외쳐줘!”
화린아. 기왕이면 흑역사 갱신하는 김에 추가로 업그레이드하자.
“오 그 대사 너무 멋있군요! 혹시 호필 작가님께서 당화린 소저를 위해 만드신 대사입니까?”
“네. 화린이에겐 저 대사가 어울리죠!”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당가풍운! 당가풍운!”
“독살공간!”
“독! 살! 공! 간!”
“너희들 진짜 다 죽엇!”
결국 참지 못한 화린이가 폭발해버렸다.
————————
의각주는 뒷정리가 되어가자, 화린이에게 다가왔다.
“진찰을 한번 해볼 수 있겠느냐.”
의각주는 독인이 된 화린이의 상태를 한번 봐보려고 하는지 그녀에게 요청했다.
“네.”
의각주는 화린이가 손목을 내밀자 진맥을 살폈다.
잠깐의 시간. 의각주가 잠깐의 진맥을 했을 뿐인데 갑자기 얼굴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지금 당장 저기 있는 약재를 들고 오너라!”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지. 나는 의각주에게 바로 물었다.
“아이야. 빨리 가부좌를 틀고 내면을 관조하거라.”
의각주는 내 물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격양된 목소리로 화린이에게 말했다.
“네? 네.”
화린이는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바로 가부좌를 틀고는 눈을 감았다.
“당장 50보 밖으로 모두 물러나라!”
의각주의 고함에 주변에 있던 모든 대원이 거리를 벌리고 뒤로 물러났다. 무언가 잘못된 건가.
“어?”
화린이는 무언가 깨달은 듯, 가부좌를 튼 채로 눈을 크게 뜨고는 의각주를 바라보았다.
“놀랄 때가 아니다! 아이야! 독기를 한쪽으로 뽑아내거라!”
“안 돼요!”
화린이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가능한 것인가. 독단의 인력(引力)으로 독기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최대한 독기를 독단에 묶어두거라! 어서!”
“네!”
화린이는 가부좌를 튼 채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독기 관련으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완전한 독인이 된 게 아니었어?
무거운 정적이 화린이의 주변을 억눌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린이는 슬픈 얼굴로 눈을 뜨고는 누군가를 찾았다.
화린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아내더니 나를 향해 슬피 웃어 보였다.
“윤호……. 미안. 나도 실패한 거 같아.”
화린이는 이내 그대로 쓰러졌다.
“화린아!”
“아직 위험하다! 가까이 오지 말거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방금까지 멀쩡했잖아. 왜 쓰러지는 건데! 나는 지금 당장 화린이에게 다가가려는 발걸음을 간신히 멈추고는 의각주에게 소리를 질렀다.
의각주는 그런 나와 화린이를 침통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사천당가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