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6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64)화(165/674)
Chapter 164 – 의외의 만남 – 1
청운이 풍운협객전의 탐색을 위해 장백산으로 향하지 않고,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향한 것은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호북성에서 장백산까지의 여행은 무림인이라고 하더라도 까마득하게 먼 거리. 단순히 왕복하려고 하더라도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다.
청운이 강호행을 허락받은 것은 명목상 풍운협객전의 탐색이었으므로, 목적지까지 서둘러 갈 수 있는 길을 고심해야 했다.
‘장강을 따라 배를 타고 동쪽으로 가자.’
무당산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황해로 이어지는 장강이 나온다.
일단 배를 타고 황해까지 간 이후에 해안가를 따라 육로로 올라가거나, 요동성이 있는 방면으로 배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장백산까지 가는 시간을 확연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청운은 거기에 더해 남쪽으로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마지막으로 풍운협객전 저자의 행방을 찾아보고 싶다.’
풍운협객전이 발견된 곳은 호북성의 성도인 무한. 무당의 제자들과 함께했던 풍운협객전 저자 탐색은 실패했지만, 혹시 인연이 닿는다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청운은 마지막 풍운협객전의 행방을 찾아보고, 없다면 장강에 띄워진 배를 타기 위해 무한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一 도사님! 감사합니다!
一 관에 아무리 말해도 산적 놈들을 해결해주지 않았는데, 저희 같은 무지렁이들을 위해 이런 고생까지 하신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一 녹적쌍사 형제를 물리쳐주시다니! 요새 점포들에 나타나서 돈을 얼마나 갈취하려고 하던지. 도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청운은 받은 임무를 위해 움직이는 와중에서도, 자신이 목표로 했던 협행을 잊지 않았다.
청운의 발은 무한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민초의 눈물을 볼 때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잠시 멈출 줄도 알았다.
一 도사님! 도사님! 저희 애아버지가 상행으로 저기 저 산을 넘어갔는데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一 얼마 전에 이 마을을 지나쳤던 상단과 같이 갔는데 저 산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지 뭡니까.
당거호가 당화린을 잡기 위해 미리 마련해둔 함정. 협객은 그 함정에 의도치 않게 걸린 피해자들의 행방을 쫓기 위해 산을 올랐다.
“청운이라 하오.”
청운의 풍운협객전 저자를 찾기 위한 여정과 협객이 되기 위한 행동이 결국 필연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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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당파?”
“무당파의 삼대제자가 여기를 어떻게?”
호북성에서 그 어떤 무림인도 대 무당파의 이름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당파의 이름은 흑의인들에게 매우 무겁게 다가왔다.
“누가 감히 대 무당파의 앞마당에서 이런 참담한 짓거리를 저지르고 있단 말이더냐!”
청운은 아직 체온이 가시지 않은 시신들을 바라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협객의 분노에 가까이 있던 흑의인들 몇 명이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소협! 우리는 사천당가의 의각 대원들이요! 잔혹한 마교의 습격을 받고 있소!”
의각의 대원 하나가 뜻밖의 원군에게 상황을 알렸다.
“마교의 주구라니?!”
사천당가의 사람들과 수상쩍은 흑의인들. 청운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확신했다.
“다른 말코도사놈들은 안 보이는군.”
흑의인들은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무당파의 도사들이 안 보이자,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청운을 바라보며 상황 파악을 했다.
푸른 머리의 곱상한 얼굴. 약관을 이제 막 넘긴 세상 물정 모르는 도사. 아마도 여행 중에 우연히 이곳에 나타났을 것이다.
“스스로 사지로 걸어들어오다니. 오늘 처리해야 할 송장 하나가 늘겠구나!”
무당은 두려우나 무당파의 애송이 도사 하나 즈음은 두렵지 않다. 흑의인 하나가 도사가 칼을 뽑기도 전에 청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어딜!”
청운은 날아오는 칼을 보며 어이없는 듯 기합을 질렀다. 분명 흑의인의 칼이 빠르다. 그러나 그것보다 빠른 칼을 수없이 상대해왔다. 순식간에 청운의 손에서 칼이 뽑혔다.
“컥!”
협객의 칼이 찔러 들어오는 칼을 쳐내고, 상대방의 목젖을 베어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놈이!”
“크악!”
흑의인 하나가 순식간에 쓰러지자, 곁에 있던 다른 흑의인들이 덤벼들었다. 앞선 칼들만큼이나 빠른 칼들. 그러나 운명은 같았다.
후발제인(後發制人).
느림으로 빠름을 제압한다. 청운은 무당파 검술의 묘리를 살려 차분히 그들의 검로를 지켜본 후에, 확실하게 그들을 제압했다.
“양방향으로 달려들어라!”
“애송이 도사다! 동시에 달려들면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무당의 검술은 기본적으로 수세(守勢)의 검법. 선수를 양보한다고 해도 유리함을 갖는다. 그러나 청운은 이제 약관을 조금 넘어 보이는 애송이.
제아무리 후발제인 무당의 묘리를 익힌 도사라고 할지라도, 대처할 수 있는 한계란 존재한다.
전 방향에서 날아오는 칼을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흑의인들은 청운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기 위해 거리를 좁혀들었다.
‘팔괘는 먼저 나아간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수세를 버리고 빠르게 튀어 나간 청운이었다.
“커억!”
“으윽!”
애송이 도사는 수세를 취할 것이다. 작은 방심이 완성되지 못한 포위를 순식간에 와해시켜나갔다.
—————–
“감당할 자신이 있는 놈이었나.”
불나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추격대 중에 가장 강한 흑의인이 방금 죽인 의각의 대원 하나를 내던지며 말했다.
“비겁하게 다친 사람들의 목숨을 끊는 것이 부끄럽지 않소? 어울려줄 테니 이리 오시오.”
“건방지군. 그래. 말하지 않더라도 갈 셈이었다.”
흑의인은 마치 자신의 집에 들어가듯 당당한 발걸음으로 청운에게 다가가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당 무공의 묘리를 활용해 수세의 유리함을 포기하고 먼저 공세로 나아갔다. 공세와 수세를 상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지에 오른 무당의 무인인가.
태극검법처럼 보였지만, 무언가 다른 검법을 펼쳤다. 애송이 도사는 들어본 적 없는 무공을 말했다. 기만인 것인가.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통했다면 경계할만했다.
흑의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교착상황은 예기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미세하게 기울고 있었다.
병력이 더 있다면 좋으련만. 다른 쪽을 추격하느라 병력이 양분되어버렸다.
거기에 연이은 추격과 전투로 추격대의 체력과 수가 줄어든 상황. 이대로 시간을 끌면 자칫 저들을 놓칠 수 있다.
‘빠르게 처리한다.’
대계를 위해 다소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흑의인은 자신의 생명력이 타들어 가는 것에 개의치 않고 몸 안의 마기를 격발시켰다.
‘엄청난 기운이다.’
청운은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살갗이 오싹할 정도로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一 도망쳐.
마기의 능력인가. 아니면 미지의 기운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인가. 청운은 처음 겪어보는 마기에 발걸음을 뒤로 돌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들이잖아. 자신의 사형도 사제들이 아니잖아. 같은 정파인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아무런 연관성이 없잖아.
청운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데 자신의 목소리 같은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一 도망쳐도 돼.
자신보다 족히 수십 년 공력은 많은 상대다. 지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다. 상대할 수 없는 적이었노라. 언젠가 만났을 때 상대하겠노라. 도망쳐서 변명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청운은 그러지 않았다.
‘운현의 상황과 같다.’
풍운협객전 1권 마지막 장면. 수수께끼의 습격자에게 공격받는 마차와 그 안의 여인. 운현은 그 상황에서 도망쳤을 것인가.
수백 번 넘게 읽은 책이다. 2권의 내용을 모른다고 하여 그 장면마저 예상치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협객이 되기로 결심했다.’
불의에 맞서 약자를 지킨다. 무당파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협객이 되고자 세상에 나왔다.
고개를 한번 돌리면 계속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다. 청운은 의지를 다지기 위해 칼은 움켜쥐었다.
“견디는 것인가? 재밌군.”
흑의인은 청운을 향해 웃었다.
청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공을 머리 쪽으로 움직이자, 청명한 도가 기공이 머리의 탁한 마기를 걷어내었다. 마기의 공능이었던 것일까.
정신이 맑아졌다. 미혹에 휩싸이는 것은 한순간이면 족하다.
청운은 불의에 고개를 돌리지 않기 위해 칼을 들었다.
선수는 흑의인이었다.
청운은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를 사용해 부드러움으로 강맹한 칼을 제압하려고 하였다.
“큭!”
청운은 부드러움을 뚫고 들어오는 칼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당의 부드러움은 부족하지 않으나, 청운의 부드러움은 부족했다. 강맹함은 부드러움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고작 이 정도 수준인 것이냐!”
청운은 흑의인의 비웃음에 이를 앙다물었다. 청운은 연이은 공격을 간신히 흘려낼 뿐이었다.
이대로 가면 진다. 강맹한 공격을 흘리지 못하고 연이어 뒷걸음질을 쳤다. 청운은 연이은 공격을 간신히 흘려낼 뿐이었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를 살려야 하건만, 현실은 강능단유(剛能斷柔). 강함은 능히 부드러움을 끊으니, 무당의 검은 부족하지 않으나 자신이 부족하기에 끊긴다.
‘지금의 내 경지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인정과 결정은 빨랐다.
청운은 반보 빠르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작 반보였지만 그 반보는 흑의인의 영역. 협을 위해 목을 걸 자세가 되어 있는 자의 용기 있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패도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소용없거늘!”
용기는 만용이 아니었다. 반보 빠른 공격. 그것이 흑의인의 힘점을 흐트러트리는 데 성공했다.
부족하다. 자신의 경지로는 부족하다. 아직 무당의 부드러움을 이해하기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
포기해야 할까. 청운은 고뇌했다.
아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검을 쓸 뿐이다. 청운의 손끝에서 지난 반년간 필사적으로 배운 무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팔괘는 일변(一變)한다.’
흑의인의 칼을 받아넘기는 청운의 칼에 강맹한 기운이 맺혔다.
“갑자기 강검을? 가소롭구나!”
강검에 강검이라니. 누구의 힘이 더 강한지 불 보듯 뻔하거늘. 약한 쪽은 무참히 깨질 것이다. 흑의인은 자신의 검에 더 강맹한 마기를 불어넣었다.
‘팔괘는 일변(一變)하여 멈추지 않는다.’
“이게 무슨?”
유검에서 강검으로, 강검에서 유검으로. 강맹한 기운이 맺힌 검이 부드러움에 균형을 잃는다.
“이놈 감히 잔재주를!”
흑의인은 당황하여 더 많은 마기를 검에 쏟아 그대로 청운에게 휘둘렀다. 한 번뿐이 될 수 있는 기회. 이대로 흔들려 기회를 놓치면 상황은 다시 흑의인에게 넘어간다.
‘태산처럼 흔들림 없이 서 있고 맑은 우물과 같은 명경지수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청운이 흔들리지 않고 몸을 조금 틀자, 과한 힘이 들어간 칼은 옷깃만을 스쳤다.
궤도를 벗어난 흑의인의 칼. 명백한 허점이었다.
‘팔괘는 일변하고, 일변은 천변(千變)하니, 아직 만변(萬變)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네 놈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흑의인은 서둘러 검을 회수하려고 했으나.
‘세상에 나가 무당의 검을 완성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전에 청운의 손끝에서 펼쳐진 팔대조 장문인이 만든 검법의 진수가 흑의인의 가슴을 관통했다.
“컥!”
강함과 약함. 겨룸에 있어서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협을 행하기에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듯, 생과 사를 가르는 데는 찰나면 충분했다.
“크크큭! 이건 무당의 검이 아니지 않는가! 네놈 설마 무당파가 아니었나?!”
흑의인은 가슴 부여잡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가슴을 꿰뚫은 구멍. 내공으로 버티고 있으나 누가 봐도 살기 요원해 보였다.
“이 또한 무당의 검이오.”
“무당이 어마어마한 괴물을 세상에 내보냈구나……. 대업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하다니. 원통하…….”
흑의인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결국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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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역전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청운이라는 도사와 의각의 대원들을 기세를 몰아 쫓아오는 흑의인들을 물리치니 더는 흑의인이 몰려오지 않았다.
일차 웨이브는 막은 건가. 의외의 원군 등장으로 죽은 사람도 많지 않고 화린이도 무사한 듯 보였다.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청운이라고 소개한 곱상하게 생긴 도사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
나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잠시 도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필요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협객이라니.
여자친구라는 상상의 동물을 실제로 본 것만큼 놀랍다. 와. 일단은 이 세계도 무협은 무협이었구나. 조금 감격스러운걸.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
나는 발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고 했으나,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청운의 부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얘 왜 계속 나를 보는 거지. 혹시 그런 취향은 아니지? 할말이 있는 건가. 청운은 나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했다.
“물어볼 것이 있는데 혹시 조선인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