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7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72)화(173/674)
Chapter 172 – 사천당가 – 1
“네 녀석이 소문의 그 아이군.”
외당주는 나를 탐색하듯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내 이야기를 사전에 들은 건가. 그럼 이야기가 더 쉽지.
“알고 있으면 당가주를 불러주시오.”
나는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당당한 표정으로 외당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건방지군. 지금 당가에 계시지 않는다.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따로 부르겠다.”
외당주는 내가 당가주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한번 바라보더니, 고갯짓하고는 몸을 돌리려고 하였다.
당가주가 사천당가에 없으니 대기하라고?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전화해주시오. 이런 거냐. 태도가 완전 업무태만에 책임회피까지 해서 전화 돌리게 하는 공무원 같네.
그럼 방법이 있지.
“당가의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인데 외면하겠다는 말이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소!!! 일행 중에는 오늘내일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오!!!”
동네 사람들 여기 근무 태만 공무원이 있습니다!
나는 당가에 들어가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전부 듣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조용히 하거라! 듣는 귀가 많다.”
외당주는 내 목소리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다시 돌려, 나만 들리도록 말했다. 남이 들리면 안 되는 사건이라 이거지?
“당가의 사생아, 독인, 당거호, 배신자들, 마교. 어떤 걸 조용히 하면 되오? 말해주면 그거 하나 빼고 떠들어보겠소.”
나는 비릿한 비웃음을 짓고는 외당주를 노려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독인 사건은 사천당가의 치부잖아. 외부에 알리기 싫지? 그럼 들여보내 줘.
“네놈!”
“죽일 듯이 노려봐도 고개를 돌릴 생각 없소. 정말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어찌 고개를 돌린단 말이오.”
내가 말이야, 천살성의 살기에 버티는 훈련도 한 사람이거든. 그 정도로는 꼼짝도 안 해요.
눈싸움을 벌이기를 잠시, 내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외당주는 나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들여보내라.”
외당주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뒤에 있는 병력에게 말했다.
“외당주님! 원로회에서 분명!”
“내가 복종해야 하는 건 당가주님의 말뿐이다. 원로회의 말은 이만하면 시늉한 척은 했다. 문을 열어라.”
근무 태만이 아니라 명령 체계에 혼선이 있었던 건가.
“충!”
“들어오시오.”
우리는 외당주의 안내에 따라 사천당가로 입성했다.
———————-
당가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게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올 생각하지 마시오.”
외당주는 우리 일행을 손님을 모시는 건물인 접객당으로 몰아넣고는 주변을 병력으로 포위해버렸다.
억류당한 채로 일주일.
사람 몇 명이 왔다 가긴 했지만, 당가주는커녕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 하나 대면하지 못했다.
화린이도 인면지주의 독단을 받지 못한 채, 당가의 약재를 지원받아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궁금하던 차에 의각 대원 하나가 당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물고 들어왔다.
“숙청이라니요?”
나는 의아한 얼굴로 대원에게 물었다.
“당거호와 연관되어 있던 모든 당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잡아들여, 독인 실험과 마교의 간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천당가 내부에서 피바람이 부는 중이겠군요.”
“네. 당가의 직계였던 당거호가 엮인 문제라서 말입니다. 저희가 보냈던 소식이 당가에 들어간 날부터 당가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된 채 집 안에 숨어있었던 쥐새끼들을 하나하나 잡아 족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각 대원은 지금 당가 내부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라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확실히 충격적인 소식이긴 하겠지.
사천당가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독인 실험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소식이다. 그런데 그게 직계인 당거호 손에서 벌어졌다니.
이것만으로도 사천당가가 뒤집힐 소식인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천당가가 마교와 손을 잡고 독인 실험을 진행했다. 이 소식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큰일이 벌어지겠군요.”
거기에 마교가 연관되었다. 일부의 일탈이라고 주장하기에도 너무 규모가 크다.
당가의 사생아들이 수십 명이 넘게 죽었고, 당거호와 마교도들의 연합 공격에 의각 대원들이 희생되었다.
“네. 거기에 소가주의 주화입마가 당거호 일당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게 밝혀져서, 당가주께서 몰래 탈출한 일당들을 직접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가주가 부재중인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군요. 그런데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답니까?”
우리가 도착했을 때,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천당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것은 그런 이유였나. 하지만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왜 들여보내 주지 않았던 걸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막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소문으로 알아내긴 힘들었습니다.”
의각의 대원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다 같이 갇혀있는 처지에 충분히 대단하십니다.”
똑같이 갇혀있는 처지에 내밀한 정보까진 알긴 힘들겠지.
“그다음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법이 없을까. 고심하려는 찰나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바라보니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당패? 어떻게 여기에?”
의각의 부각주 당패. 그가 우리를 보고 반가운 듯 웃고 있었다.
———————-
“다들 무사히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당패는 의각의 부상자들을 수습하여 뒤늦게 당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부각주는 의각 대원들에게 간단한 안부 인사를 한 후에 자기가 알아낸 내부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화린 소저의 상황은 당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마교가 한발 걸쳐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만약 독인을 당가 내부로 들여보내면 그 잘못을 전부 인정해야 할 수 있다고 일단 들여보내지 말자고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지랄하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강 공자가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덕분에 오히려 외부로 소식이 번질 뻔했다고, 얕은 수작질을 부렸던 자들이 크게 문책당했다고 하더군요. 잘하셨습니다.”
순간 외당주의 한숨이 떠올랐다. 역시 중간에 낀 관리자의 설움이 담긴 한숨이었나.
“일단 들어왔으니 됐습니다. 인면지주의 독단은 왜 안 주는 겁니까?”
“당가의 지보인 인면지주의 독단은 함부로 내어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가주의 재가나 원로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가주님은 부재중이시고 원로회는 그 일로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화린이에게 인면지주의 독단을 주지 말자는 여론이 강한 겁니까?”
“원로회는 화린 소저를 으레 있었던 실패한 독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린이가 싸우는 모습을 한번 보면 절대 그런 말 못할 텐데.”
화린이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았으면, 그녀가 완성에 가까운 독인이라는 걸 모두 인정할 것이다.
내 말에 당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안타깝지만 그들이 본 것은 정신을 잃은 화린 소저고, 완성되지 못한 독인에게 인면지주의 독단을 쓰는 건 낭비라는 의견이 있다고 합니다.”
“미리 전한 보고서에 자세하게 쓰지 않았습니까. 화린이는 당가의 피해자입니다. 거기에 치료되기만 하면 당가의 비원인 완성된 독인이 되는 것인데 어찌 망설인단 말입니까.”
당가 놈들이 단체로 RPG 게임 고질병인 궁상병에 걸렸나. 영약이 되었건 하나밖에 없는 독단이 되었건 비매품이라도 라스트 보스전에서는 써야 할 거 아니야.
“네. 실제로 그래서 써보자는 의견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여기에 강윤호 공자 소식을 들은 몇몇이 가세하여 서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내 소식하고 인면지주의 독단하고 무슨 상관이길래. 나는 의아한 얼굴로 당패에게 물었다.
“강윤호 공자의 소식이 당가주님과 원로회 일부에게 알려진 것 같습니다. 당가주님이 추격대를 꾸리면서 돌아오면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더군요.”
결국 내 소식이 당가주에게 갔나. 내가 작성한 엉망인 서류가 사장님에게까지 올라간 소식을 듣고 아득해진 기분이다.
“당가주에게 새로운 아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놀랍긴 하겠군요.”
내 기분과 별개로, 당가주도 당황스럽긴 할 것이다. 향아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었을 테니 부정은 안 했겠지.
“일반적인 상황이셨다면 사생아에 불과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공교롭습니다. 소가주의 문제, 거기에 완전한 독인이 될 수 있는 아이가 강 공자와 나타났지요.”
당패는 무슨 뜻인지 알겠냐며 나를 떠보듯 물어보았다.
소가주와 완전한 독인이라. 간단한 퍼즐에 머릿속에서 주어진 근거를 가지고 빠르게 조립한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겠네.
“소가주가 주화입마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멀쩡한 아들이 나타났고, 그 사생아가 완성된 독인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가의 후계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대사건이겠군요.”
완성된 독인은 단순한 무인이 아니다.
화린이가 완성된 독인이 되어버린다면, 당거호가 말했듯이 사천당가가 곧 당화린이고 당화린이 곧 사천당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표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당화린이 완성된 독인이 되어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인 검은 머리 사생아를 당가의 후계자로 지지한다면?
정통성만큼이나 무를 숭상하는 무림 세가에서, 그것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일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그 상황을 원치 않는 자들이 있겠지.
“네 정확합니다. 소식을 알게 된 소가주 파벌 몇몇이 인면지주의 독단을 쓰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당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을 긍정했다.
“당가주가 돌아오면 화린이에게 독단을 내어줄 것 같습니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용의주도하게 도망쳐서 추격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시일이 걸리겠군요.”
“일각에서는 그래서 가주께서 오기 전에 사생아가 소가주가 될 수 없게 수를 쓰자는 말이 오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주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이 안에서 계속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하. 암살이라도 하겠답니까?”
나는 농담을 건네듯 가벼운 어투로 당패에게 말했다.
“……외당주는 가주님의 최측근 중 한 사람입니다.”
당패는 차마 긍정하지 않고는 접객당을 지키고 있는 병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던진 말이 농담으로 안 끝나자,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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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가 아니라 보호였나.”
나는 모든 상황을 다 듣고는 생각에 잠긴 채 외당의 병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도망치지 못하게 하도록 지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수상한 세력으로부터 막기 위한 병력이었다.
‘당가주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나.’
복잡한 상황이다.
여기서 함부로 움직인다면, 당가의 비사를 함부로 퍼트린 죄라든가, 암살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마교나 당거호와 결탁했다는 누명 같은 걸로 나에게 위해를 끼칠지 모른다.
당가주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모든 게 해결될 수도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당가주를 기다리다가는 화린이가 죽을 수도 있어.’
문제는 화린이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대로 기다리면 판 위에 올려진 채 고사당할 뿐입니다. 화린이가 죽는 것은 희생된 대원들이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고요.”
나는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당패와 다른 의각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내 친구를 이대로 잃을 순 없다. 진 히로인 후보를 잃어버릴 수 없다. 거기에 화린이가 살아있어야만 이 호랑이 굴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
화린이를 위해 수많은 대원이 희생되었다. 화린이가 죽는다면 그들의 희생이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돌아간다.
화린이가 살아야 그들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았던 것이 증명될 것이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쩌실 작정입니까?”
당패가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의각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들이 아가리를 벌리는 것은 이미 각오했다.
화린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이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들에게 뜯어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판을 엎어버립시다.”
나는 생각한 계책을 의각 대원들에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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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패 부각주님 뭐 보시는 겁니까?”
당가의 사람 하나가 무언가를 골똘히 보고 있는 당패에게 물었다.
당패는 마치 사전에 준비된 듯한 동작으로 책의 제목을 당가의 사람에게 보여주며, 마치 종교를 전도하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네. 당가풍운이라는 소설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