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19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192)화(193/674)
Chapter 192 – 본산 – 1
살막.
무림의 대표적인 암살자 집단으로, 고수라도 살막의 암살 대상으로 정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유서를 작성해놓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살막은 만인의 원한을 사서 무림 공적이 되는 일이 없도록, 의뢰 대상을 엄밀히 살피고 조사하여 암살을 결정한다.
살막의 업인 암살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살인. 아무리 그래도 원한을 사는 것은 피해 갈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살막은 의뢰를 받는 지부들과 달리, 본거지인 살막 본산의 위치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 살막의 본산.
一 소희야.
一 또 봐. 윤호 오빠.
검은 단발머리의 미인이 한 남자를 생각하며 무공 수련을 하고 있었다.
짝짝짝.
천소희가 수련을 마치자, 박수 소리가 들렸다.
박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무심히 돌리자 익숙한 여인이 그녀를 반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20대 중후반처럼 보이는 여인은 가만히 웃으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원숙미가 뿜어져 나왔다
옆 가슴이 보이는 붉은 옷에 핏빛 머리의 장발, 붉은 비단같이 빛나는 머릿결은 은근한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남자라면 음심이 동할만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기도는 그 어떤 남자라도 그녀 옆으로 다가가기 힘들게 만들 것이다.
“수라탈명공이 경지에 이르렀구나.”
“왔어?”
“여전히 스승에게 예의가 없구나. 그래. 성취가 좀 있었느냐.”
단서월.
수라탈명공의 계승자. 붉은 옷을 주로 입으며 주변에 피를 뿌리고 다닌다고 하여 무림에서의 별호는 적나찰. 천살성 천소희의 스승이기도 하다.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
천소희는 웃으며 다가온 스승에게 무심히 말했다. 사제 간이라지만, 스승의 원숙한 외모와 큰 키, 천소희의 앳된 외모 때문에, 큰언니와 늦둥이 동생처럼 보였다. 물론 늦둥이 동생 쪽이 특정 부분이 더 크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것치곤 성취가 깊어졌구나. 의지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더냐?”
스승은 가늘 게 눈을 뜨며, 조금 음흉한 눈초리로 어른의 계단을 밟고 온 제자를 바라보았다.
“……”
만나자마자 이럴 줄 알았다. 천소희는 일부러 말을 삼켰다.
“제자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늘. 말하지 않을 셈이냐.”
“나 때문에 고생했다니?”
“제자 년이 광증이 도져서 큰 사고를 쳤는데, 스승 된 사람으로서 뒷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 미안해.”
성가장 사건.
천살성이 폭주해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성가장주의 평판이 좋지 않았고, 새로운 장주가 의뢰자여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알면 되었다. 그래. 그 남자 이야기를 바로 꺼내기 싫다면 칠곡현에 갔던 것부터 알고 싶구나. 천기자에게 물어봤느냐.”
적나찰 단서월은 자기 제자를 맨 처음 칠곡현에 보냈던 이유를 떠올리며 물었다.
“응.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어.”
천소희는 천기자가 천살성을 진정시키는 두 가지 방법인 무공의 경지를 끌어올리는 것과 역천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나도 역천자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천명을 다하고도 별빛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새로운 운명을 만들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런 건 전설이 아니더냐.”
천소희는 몰랐지만, 단서월이 걱정거리 제자를 위해 방법을 찾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천기자에게 찾아가라는 것도 단서월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까.
“찾았어.”
“찾았다고? 어떻게?”
“내 운명이었어.”
적나찰은 제자의 아리송한 말에 되묻지 않고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이 짧은 건 평소와 같다. 그러나 제자의 지금 표정은 떠나기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단서월은 제자의 변화에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자의 얼굴이 살수의 얼굴이 아니라 여인의 얼굴이구나. 그래. 내가 궁금해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네가 말하는 역천자와 동일 인물 같은데. 이거 더욱더 그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구나.”
단서월이 더 추궁하려는 그때였다.
“핫! 5호! 남자 이야기. 와타시도 궁금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한 여인이 끼어들었다.
“누구?”
“핫! 와타시의 정체를 묻다니!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 세상의 인술을 전파하기 위해. 이 세상의 사랑의 멋짐을 알리기 위해! 살막의 닌자 유키코. 등장!”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한 여인은 나이는 천소희와 비슷해 보이고, 누구라도 핥아줄 것 같은 활발한 강아지상의 얼굴에, 동쪽 어느 나라의 살수 복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15호? 언제 동영에서 온 거야?”
천소희는 그녀가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다. 동영. 자기들끼리는 일본이라고 불리는 나라에 출장을 갔던 살수. 장기 출장이라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왔을까.
“후. 후. 훗!”
15호라고 불린 강아지상의 여인은 천소희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왜?”
“언제적 15호입니까!”
“15호가 아니야?”
“6호입니다!”
“네가 6호?”
천소희의 얼굴이 친밀한 사람만이 눈치챌 수 있을정도로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앗! 뭡니까! 그 살막도 갈 데까지 갔다는 표정은!”
“그런 표정 지은 적 없어.”
“제가 5호를 한두 번 봅니까! 제 인법으로 보아하니. 다 알 수 있습니다. 닌닌!”
“왜 동영에 갔다 오니 이상해졌어?”
자신이 기억하는 15는 이런 여자가 아니었다.
“이상해졌다니! 유키코, 우화한 것입니다! 이가, 코가 닌자들로부터 모두 인법을 사사하고, 동영 최고의 인자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중원에 유키코류 인법 개파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인법이란 게 뭔지는 아는데. 15호.”
“6호!”
“그래. 6호. 유키코는 뭐야. 너 조선인이잖아.”
천소희는 살막에 조선 출신이 자신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6호 살수 또한 분명 자신과 같은 기수의 조선 출신이었는데, 유키코라니?
“핫! 저의 피는 절반 조선. 절반은 동영. 그래서 이번에 동영에 가서 와타시의 진명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진명이라니 너의 이름은 설ㅈ…….”
수리검 하나가 무공을 익힌 자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정도의 빠른 속도로 천소희 옆으로 날아갔다.
“핫! 실수로 수리검이!”
“싸움을 원한다면 받아주겠어.”
“그런 것이 아니라 입조심 하라는 겁니다!”
“하아. 같은 기수에 살아남은 건 너희 두 사람뿐이지 않느냐. 거기에 같은 일급 살수가 되었으니, 싸움은 그만하고 친하게 지내도록 하거라.”
단서월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개와 고양이 사이 같은 두 사람을 중재했다.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앗! 저는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둘다 방으로 따라오거라.”
——————
“같이 살았다고 들었다.”
세 사람은 단서월의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핫! 시작부터 화끈합니다! 5호! 마음의 주군을 찾은 겁니까! 닌닌!”
“얘는 보내면 안 돼?”
천소희는 불만스러운 눈치로 6호 살수를 바라보았다.
“유키코 대실망입니다! 목숨을 구해줬던 은혜 잊어버렸습니까!”
“없었어도 살았어.”
작은 도움이었을 뿐이다. 구명지은을 입은 적은 없다. 천소희는 퉁명스레 말했다.
“…….”
6호 살수는 생글생글 웃으며 천소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래. 들어.”
어차피 듣는다고 달라지는 일 없다. 천소희는 작게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변한 것은 자신일까, 6호일까.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상대하기 껄끄럽다.
“후후. 천하의 천살성도 염치를 알게 만드는 동영에서 배운 인법! 매도의 술이 통한 겁니다. 닌닌!”
6호 살수는 득의양양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이상한 기합을 내질렀다.
쫓아낼까. 천소희는 이미 내뱉은 말이지만, 그녀와 드잡이질할까 잠시 고민했다.
“남녀 간의 이야기라면 본녀만이 아니라, 비슷한 나이대 사람도 들어주는 것이 더 좋을 거다. 같이 산 남자 이야기를 들어보자꾸나.”
단서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 자기 제자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사교성 없는 아이다. 끈질기게 친한척하는 아이라도 붙여줘야 삶에 미련을 남는 법이다.
천소희는 기대하는 얼굴의 두 사람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게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실토하듯 입을 열었다.
“……어릴 적 소꿉친구야.”
“오오오오오! 약속의 나무에서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습니까!”
“너 한 번만 끊으면 말 안 할 거야.”
“5호는 야박합니다!”
“제자의 마음을 훔친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조용히 해보거라.”
적나찰도 이번만은 동조해주지 않았다.
“조금 화나지만, 저도 궁금합니다! 조용히 하겠습니다!”
단서월은 6호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자기 제자를 슬쩍 바라보고는 속으로 웃었다.
‘마음을 훔쳤다고 하는데 부정하지 않는구나.’
연애랑은 담을 쌓은 아이였다. 같이 살았다고 말하더라도 임무 때문에, 천살성 때문에 그랬다고 무신경하게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훔쳤다고 말했는데 반응하지 않는다.
자기 제자는 오히려 남자와의 추억에 몰입하려는지, 볼이 약간 발그레지고 있다.
‘어떤 대도(大盜)가 천살성의 마음을 훔쳤단 말이냐.’
자신의 제자지만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단서월은 더욱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제자의 연애담을 듣기 시작했다.
“나보다 3살 많아. 어릴 적에 같이 놀던 사이였어.”
“고향에 생존자가 있었더냐.”
제자가 어떻게 살막에 왔는지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 살았었대.”
천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어.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 10년 만에 만났는데 알아보더냐.”
“응. 10년 만에 만난 나를 한눈에 알아봤어.”
천소희는 지금 자신이 표정을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승은 뻔히 다 보였다.
투명한 물에 조그마한 물감이 떨어지면 모두가 눈치채듯, 냉막했던 그녀의 표정과 몸짓 모두가 한 남자가 너무도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거참 흥미롭구나.”
지금 놀리면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스승은 눈치채지 못한 척 말주변 없는 제자의 연애담을 계속 재촉했다.
————————–
“너답다면 너답고. 그런 너의 마음을 훔쳤다니. 정말로 네 소꿉친구가 맞는가 보구나.”
자신도 모르는 제자의 이름을 불렀다고 죽이려고 들다니. 스승은 조금 놀란 눈치로 말했다.
“응. 나 오빠를 못 알아봐서 너무 미안해.”
천소희는 먹먹한 심정으로 말했다.
10여 년 만에 자신을 만났음에도 단숨에 알아본 오빠. 소꿉친구 오빠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평생 자신을 가슴에 묻어두었던 오빠에게 말이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반대에 입장이었다면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가슴 아팠다.
“흐흐흐흑! 유키코 너무 슬픕니다!”
만남과 오해, 의심, 사랑, 역천자인 것을 알게 된 일, 폭주, 이별까지.
천소희조차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6호 살수는 눈물을 쏟아내었다.
“어릴 적에 헤어진 소꿉친구 오빠가 살아있고 중원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의 정체가 역천자라. 그야말로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구나.”
천하의 적나찰 또한 놀라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정말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 아닌가.
하늘이 제자에게 무심하지는 않아, 하나뿐인 제 짝을 찾아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응.”
단서월은 제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얌전히 바라보았다. 감정이 메마른 아이는 어디 갔는가.
사랑에 빠져 가슴 아픈 이별 한 여인만이 자신 앞에 서 있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할 스승은 아니었다.
제자가 드물게 감정의 빈틈을 보이는 상황이다. 가슴 아픈 사랑에 감정의 벽이 말랑말랑해졌다.
단서월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느냐?”
“우웃! 이 유키코. 이런 이야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흥미진진합니다!”
천소희는 곤혹스러운 질문을 한 자신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평소의 천소희라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윤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자신의 슬픔에 동조해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고, 강윤호에 대해 자랑하는데 감탄해주니 더 말해주고 싶었다.
결국 천소희는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하지 않을 이야기까지 꺼내기로 했다.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것을 주고 왔어.”
“그래! 여인이 평생의 짝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 헤어질 때는 하나밖에 없는 것을 주고 와야지!”
단서월은 제자의 폭탄선언에 단숨에 달아올랐다.
“오오오오. 유키코!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처음은 어땠느냐. 역시 아, 아팠느냐?”
“아프지 않았어. 오히려 기분 좋았어.”
천소희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윽! 이게 어른의 문을 연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 유키코 자괴감에 버티기 힘듭니다!”
“그, 그렇더냐? 보기 드물게 재능이 있으면 처음부터 그렇다고 들었다.”
단서월은 생각보다 제자가 높은 경지에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처음은 내 감정에 당황스러웠어. 그래도 윤호 오빠 얼굴을 보니까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어.”
“네가 먼저 했다고?”
단서월은 더 이상 커지려야 커질 수 없을 정도로 경악에 찬 눈으로 자기 제자를 바라보았다.
“지필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필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기 있으니 적고 싶으면 적거라. 그래. 제자야. 안에 했느냐 밖에 했느냐.”
“처음에는 밖에서만 했는데. 두 번째는 안에 했어.”
천소희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아아아아.”
천소희의 충격 고백에 스승은 방이 떠나가도록 탄식했다.
“왜 그래?”
“내가 꼭 피임은 확실히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달거리는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반응이 없는 것이냐? 아직 20살도 안 되었는데 네가 벌써 은퇴하고 싶은 것이냐?”
“피임?”
천소희는 스승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안에 했으면 당연히 피임생각을 했어야지!”
“무슨 소리야?”
“응?”
“어?”
천소희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스승의 하고 싶지 않은 가정이 스쳤다.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그런 쪽에 무심했던 제자라지만.
“혹시 하나밖에 없다는 게 첫날밤의 경험을 말한 것이 아니냐?”
“첫 입맞춤을 주었어.”
“첫 입맞춤만?”
“두 번째엔 혀도……. 넣었어.”
천소희는 그 경험이 망측한지 얼굴을 붉혔다.
“아…….”
“아…….”
“나. 뭐 실수한 거야?”
방안에는 안타까운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