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03)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203)화(204/674)
Chapter 203 – 복귀 – 1
바람이 되었다.
어디일까. 잠든 곳은 분명 객잔의 한 침실이건만, 눈을 뜨자 기시감이 느껴지는 방 안에 있었다.
난 왜 여기에 있는가. 이곳은 어디인가.
의문 속에서 기억하려고 하면, 연기가 되어 사라질까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산해진미가 차려진 상. 내가 일찍이 먹어본 적 없는 수많은 음식.
나는 바람인데 어찌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작은 의문을 가질 시간도 필요치 않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은 그릇 사이를 뛰놀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으니까.
만족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번 보고 싶어요.’
‘살아갈게요.’
‘ㅅ공…….’
누굴까. 왜 울고 있는 것일까.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바람은 몸을 돌리지 않았다.
‘ㅅ공…….’
침통한 목소리는 바람을 마음을 울릴 정도로 슬픔이 가득했다. 누구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다가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누굴까.
너는 누구길래 이리도 익숙한 목소리냐. 바람은 몸을 돌려 확인하려고 했고.
“ㄱ공……!”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강 공자!”
“헉!”
뭐야. 귓가에서 들리는 외침에 화들짝 일어났다.
“아침입니다. 식사하셔야지요.”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 아니라 익숙한 얼굴이었다. 보라색 머리에 초록 눈. 나를 의창까지 호위해주고 있는 당가의 무인.
당패가 내 몸을 흔들면서 나를 깨운 것이었다.
곱게 깨우던가. 아침이야. 아침이라고. 오빠! 외쳐주는 브라콤 여동생이 아니면 아침에 신체접촉으로 깨우지 말라고.
“악몽이라도 꾸신 겁니까?”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당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악몽?”
“주무시고 있던 내내 표정이 계속 바뀌셔서 악몽을 꾸고 있으셨던 거 같습니다.”
내가 악몽을 꿨나.
상반신을 침대에서 일으켜 이마를 붙잡고 지난밤의 기억을 더듬었다.
밤. 음식. 그리고 또 뭐가 있었는데. 연기처럼 날아가려는 꿈속의 기억을 간신히 붙잡았지만, 기억나는 것은 그뿐이었다.
“잘 차려진 밥상에서 식사하는 꿈을 꾼 거 같습니다.”
식탁에 온갖 산해진미가 다 있었던 거 같다. 내용물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나운서가 중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황실에서 먹었던 요리라고 말하는 만한전석 같은 차림이었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찜찜하네.
“하하. 배부르게 먹는 꿈은 부자가 되는 꿈이라고 합니다. 새해도 밝았고 날도 풀리고 있으니 올해는 더 사업이 잘될 징조가 아니겠습니까.”
“식사하는 꿈에 그런 해몽도 있었군요.”
“일어나 씻으시고 아침 식사하러 가시지요.”
“밥 먹는 꿈을 꿔서 그런지 별로 시장하지 않군요. 다른 분들과 드십시오.”
분명 어제 저녁밥은 일찍 먹었는데 배고프지 않네. 꿈에서 식사해서 그런가. 영혼이 배부른 느낌이다. 아니면 막 일어나서 그럴 수도.
“강 공자님. 저희는 굶어도 공자 식사는 꼭 챙겨야 합니다.”
당패는 곤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모시는 사람이니 건강도 챙겨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의각주에게 한번 밉보여서 뒤는 없으니까. 걱정된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그럼 씻고 나가겠습니다.”
한 번 더 거절할까 하다가 참았다.
한 달 반 넘게 신세 진 당패하고 아침부터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귀찮고, 괜히 안 먹겠다고 했다가 문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것도 곤란하니까.
“열흘 정도만 더 가면 의창입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해 꿈을 꾸는 것도, 식욕이 없는 것도 장기간 여행에 여독이 쌓이셔 생기는 증상이니. 조금만 더 참으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이곳에 동쪽 나라의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있다고 합니다. 강 공자님께서는 조선 출신이니, 기운도 북돋을 겸 오늘 식사는 객잔이 아니라, 그곳에서 하겠습니다. 그럼.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당패는 밝은 어투로 웃으며 객실을 나갔다.
객잔에서 먹어도 되는데. 당패는 나에게 악감정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자청해서 호위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신경 써준다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잠깐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꿈이었을까. 별거 아닌 꿈같은데 묘하게 가슴에 남는다. 새해에 처음으로 꾼 꿈이라서 그런가.
“작년에도 비슷한 꿈을 꾼 거 같은데.”
꿈이란 게 원래 경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망나니 강윤호가 산해진미를 늘어놓고 먹은 적이 있나. 장기간 여행을 해서 생긴 여독 때문인가.
나는 고민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꿈을 세수와 함께 털어버리고는 문을 나섰다.
——-
강윤호 22세. 새해가 오고 어느덧 이 세계에 온 지도 2년 차가 되었다.
“아직 쌀쌀하네.”
3년 뒤면 반오십 드립도 쳐볼 수 있는 건가. 하잘것없는 생각을 하며 객잔을 나오니, 밀려 들어오는 봄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싫은 쌀쌀한 겨울 강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객잔이 있는 언덕 밑을 바라보니 장강이 보인다. 아침 물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인 산수화 같은 모습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난 장강을 낀 도시인 의창에 살아서 익숙하지만.
내가 현재 있는 곳은 우산이라는 작은 도시다. 여기서 보름 정도만 가면 의창에 다다를 수 있다.
한 달 반이나 걸린 긴 여정에 끝이 보인다.
“가시지요.”
당패는 밖으로 나온 나를 발견하고는 음식점으로 인도했다.
동쪽 나라 음식점이라. 조선 음식점이겠지? 객잔에서 피자도 팔고 국밥도 팔고 제육볶음도 파는데, 굳이 조선 음식점이 따로 있는 이유가 있나.
기대를 하고 음식점에 도착하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마주했다.
글자가 적힌 천막, 미닫이문, 글자가 적힌 둥그런 등. 익숙한 음식점 모습이긴 한데. 이건…….
“동쪽 나라의 음식점이라고 하여 조선 음식점인 줄 알았으나, 왜의 음식점이라고 합니다.”
당패는 미안한 표정으로 음식점을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왜의 음식도 좋아합니다.”
맛있으면 그만이지.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장서서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가게 문을 여니 일본 전통복을 입은 점소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랏샤이마세! 고치라에 도조.”
네? 순간 들린 타국의 말에 일행들 전부가 얼어붙었다.
그런 컨셉인가. 나는 빠르게 납득하고 정신을 차렸지만, 일행들은 아니었나 보다.
당패는 잘못 들어온 거 같은데 나갈까요 하고 동공을 떨며 내게 시선을 보내었다.
아니야. 원래 이런 곳이야. 내가 익숙한 동작으로 점소이에게 안내받아 자리에 앉자, 다들 엉거주춤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닌자 목각 인형과 해적 목각 인형 장식이라니. 꽤 수준이 높은 일본 요릿집인걸.
“공자……. 혹시 왜의 말을 할 줄 아십니까?”
내가 일본 음식점 국룰 인테리어에 반가워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무사 하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충은 합니다. 왜 그러십니까?”
“저희가 음식을 말해드릴 테니. 왜의 말로 번역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하. 그런 거였어? 하긴. 들어갔더니 다들 외국어로 말하면 자신 없어지겠지.
“여기 점소이.”
“하잇!”
“여기 돈코츠 라멘, 미소 라멘, 스페셜 라멘 줘.”
나는 일행 중 일부가 말한 음식을 주문했다.
왜의 말이 아니라 중원어로.
“네네. 돈코츠 라멘, 미소 라멘, 스페셜 라멘 말씀이시죠. 다른 분들은 어떤 거 드시겠어요?”
“중, 중원 말을 할 줄 알았던 건가? 왜인이 아니었어?”
“네. 중원인이니까 중원 말하죠.”
점소이는 무슨 어이없는 소리를 하냐는 듯 당황한 무사들에게 답했다.
“그럼 들어올 때 어째서 왜의 말을 한 건가?”
“몰라요. 주방장님이 그렇게 하래요.”
원래 일본 음식점의 국룰이야.
“그, 그럴 수가. 영락없이 왜인들만을 상대하는 음식점인 줄 알았거늘.”
“여기 왜인이 어떻게 오겠어요. 추가 주문해주세요.”
“나는 소유라멘.”
“나도 같은 거 줘.”
다들 얼빠진 얼굴로 점소이를 한번 바라보고는 주문을 이어 나갔다.
“강 공자는 뭐 드시겠습니까?”
“아침부터 라멘은 별로긴 한데…….”
식욕도 없는데 아침부터 라면 먹고 싶지 않다.
“앗! 인제 보니 조선분이시네요. 저희 돈부리도 팔아요. 조선분이시니까 가루비동 어떠세요?”
점소이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능숙한 솜씨로 대체 메뉴를 추천해주었다.
“그럼 갈비 덮밥.”
“하잇! 주문 확인 끝났습니다. 2 실버 50 쿠퍼 결제해드리겠습니다.”
일본 음식점. 중왜어를 쓰는 중원인과 값을 실버와 쿠퍼로 치루는 세상. 그런데 나만 유일하게 검은머리 오랑캐라니.
기묘한 기분이었다.
——
“음식 나왔습니다. 많이 시키셨으니 단무지는 서비스입니다.”
여기 생각보다 맛있네. 오랜만에 갈비 특유의 단짠 맛에 밥을 먹으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잘 들어갔다.
“이곳에선 언제 출발할 예정입니까?”
나는 식사를 거의 끝내고는 당패에게 물었다.
“당가에서 운영하는 서천표국에서 배를 수배해준다고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니, 하루 이틀만 더 쉬어 여독을 풀고 출발하시지요.”
“배를 타고 간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내가 있는 우산에서 의창까지는 장강으로 강줄기가 이어져 있다. 배를 타고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가급적 쾌적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큰 배를 구해준다고 하니, 조금만 더 고생하면 의창에 도착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의창인가. 너무 오래 비웠다.
백가장 총관 아저씨에게 뒷일을 부탁해서 별일이야 없겠지만, 앞으로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요새 표정이 좋지 못하시군요.”
당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걱정이야 많지. 너무 많아서 문제다.
“갈 땐 둘이었는데 올 때는 하나여서 그렇습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쉬운 변명을 했다.
“아…….”
일행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가서였을까. 분위기 살짝 무거워졌다.
“하하. 그런 뜻이 아닙니다. 가면 혼자 청소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나는 괜찮다는 듯 억지로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도착하더라도 바로 떠나지 않을 테니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꼭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가랑 너무 깊게 연관되고 싶지 않아.
“당가풍운 3권을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받아서, 거절하셔도 당분간 머무를 예정입니다.”
“저도 동생과 친구 녀석이 구해오라고 신신당부해서…….”
“호필 작가님, 3권 미리 좀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그런 거였어?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출간하면 가장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신 좀 도와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나는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무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공짜 인력이라니. 재고 조사에 청소에 인쇄작업에 귀찮은 일은 다 시키고 보내야겠어.
——————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객실로 돌아와 홀로 침대에 누웠다.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
사람들 앞에선 단순히 화린이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고민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운영 문제.”
갈 땐 둘이었는데 올 땐 하나. 쓸쓸함에 말한 것도 있지만, 당장 인력 배분 문제도 생긴다.
다서각 직원 관리, 재고 조사, 장부 정리, 인쇄 작업등등. 내가 도와주기도 했지만, 화린이가 주로 도맡아서 했다.
의창 다서각을 부흥시킨 건 호필로 보일지라도, 물밑에서 지탱해준 건 화린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런 화린이가 당가에 머물게 되었다. 업무 부담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살성과 독인의 운명을 구할 명성치 문제도 있네.”
책을 쓰면 명성치가 오르겠지만, 의창 다서각에서 소설만 쓰고 있는다고 사랑하는 여인들의 운명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채무랑 돈도 문제네.”
화린이에게 다서각 건물을 받은 건 좋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대가로 빚을 떠안은 거라, 채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거기에 앞서 만난 히로인들이 진히로인이 아니라면, 무협 미연시 공략 수치인 명성치와 더불어 금전 관련 수치도 올려놔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다서각 분점을 내는 건데. 쉽지 않네.”
가게 점장도 버거운데 프렌차이즈 사장은 더 까마득하다. 신경 쓸 게 배가 아니라 끝도 없이 늘어날 수 있다.
거기에.
다른 걱정보다 더 심각한 걱정이 하나 있다.
“나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버렸어.”
진히로인 공략을 차치하고서도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있다.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
모용상아를 만났을 때부터 신경 쓴 문제.
천소희때는 일부러 무시했지만.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
당화린이 독인의 운명을 반쯤 극복하고부터는 이제는 정말로 직시해야 하는 크나큰 문제.
이 문제를 다른 사람이 알고 대신 처리해줬으면 좋겠지만.
오직, 이 세상에 나 말고 모르는 문제.
나는 그 문제를 이제 직시해야 한다.
그 문제는.
“원작 주인공.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