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1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216)화(217/674)
Chapter 216 – 신입 직원 – 2
공모전.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글에 자신이 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수상에 도전하는 각축장.
공모전 자체가 유명하면, 수상하는 것만으로도 상금과 영예를 얻을 수 있고, 이후 연재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홍보가 되기도 한다.
글에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등용문이다.
“의창 문인회에서 신인 작가들을 위한 행사도 합니까?”
신인 작가 행사. 황 씨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창 문인회에서 신인 작가를 위한 공모전을 여는 것 같다.
나는 문인회라고 하길래, 선비들끼리 독서회도 하고 시서화도 즐기고, 술 마시고 노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의창 문인회의 좌장께서는 황제 폐하를 자문하셨을 정도로 고명하신 학사이십니다. 귀향하시어 의창에 문인회를 만드시고, 정기적으로 재야에 묻힌 가난한 작가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아주 뜻깊은 일을 하시고 계셨군요.”
고관대작이 관직에서 물러나면, 고향에 내려가서 유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조선에서도 흔한 일이다.
여기 문인회 좌장은 나만의 작은 작가 탐색도 하시나 보네.
“네. 의창 문인회의 행사는 의창뿐만이 아니라, 호북성의 성도인 무한을 비롯하여 주변 도시에서도 매우 유명한 행사입니다.”
엄청 유명한 행사인가 보네.
하긴, 공모전 자체가 이 세계에서는 희귀할 텐데, 심지어 심사위원장이 한림원 출신의 낙향한 고관대작이다. 없던 권위마저 생길 정도겠지.
“그런 뜻깊은 행사에 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시는 겁니까?”
“네. 얼마 뒤에 열릴 행사에 강윤호 점장님을 초빙하고 싶습니다.”
“전 의창 문인회 소속이 아닙니다만.”
“원래는 문인회 소속만 심사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강윤호 점장님을 초빙하고 싶습니다.”
“문인회 분들께서 주관하시는 행사에 저를 초빙하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저희 같은 문인들에겐 글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이 중요하지만, 가난한 작가들에겐 얼마나 잘 팔릴 수 있는 글인지 판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의창에서 제일 유명한 서점의 점장님만큼 그걸 잘 파악하실 수 있는 분은 없지요.”
“상업성이 있는 글인지 심사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일종의 출판사나 웹소설 플랫폼의 공모전 심사위원처럼, 상업성을 판별해달라는 뜻인가 보다.
“당가풍운으로 인해 소설에 대한 식견이 부족함을 통감했던 문인회 회원들이 많습니다. 부디, 강윤호 점장께서 심사위원으로 와주셔서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영광스러운 자리인 건 알겠는데. 딱히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서자.
“일개 서점 점장이 그런 큰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도 될지 부담되는군요.”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천하의 호필 작가를 발견하신 게 누구십니까! 바로 강윤호 점장님이지 않습니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호필 작가가 문인회의 문을 두드렸다면, 호필 작가를 찾은 것은 문인회였을지 모를 일입니다.”
“운이라니요! 제가 심사했다면, 제 옹졸한 시야에 당가풍운은 심사 과정에서 탈락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문인회 수상작 중에 호필 작가의 당가풍운만 한 작품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칭찬은 감사하지만, 제가 재개장 준비에 바쁩니다.”
“어떻게 안 되시겠습니까?”
돈이라도 줘. 나는 간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황 씨 형제들에게 한마디 할까 하다가, 말을 삼켰다.
금칠해주는 건 좋다. 근데 나름의 전문 인력인데, 공짜로 부려 먹으면 쓰냐. 자영업자는 시간이 금이라고 친구.
영광스러운 자리라 그런지, 대가로 무엇을 준다는 말을 꺼내지 않네.
명예로운 자리를 주는데, 돈 달라고 하면 그런 속물적인 사람이었냐면서, 안색을 찌푸리겠지.
‘이득이 없는데 굳이 심사위원을 할 이유가 없어.’
심사위원이 되면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이다.
다서각 재개장 준비도 해야 하지, 직원도 구해야 하지, 거래처들도 다시 방문해야 한다.
호북성에서 알아주는 행사 같긴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아무리 유명한 행사라도…….
‘잠깐만……. 유명한 행사?’
순간,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호북성에서 제일 권위 있는 행사. 그것도 작가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행사라고 했다.
그럼 굳이 돈이 아니라도, 이득을 취할 방법이 있지 않은가.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나는 진중한 어투로 황 씨 형제에게 제안했다.
——————
“웬 호두과자입니까?”
“무사 귀환했다고 지인이 선물로 주었습니다.”
나는 목숨의 위기를 벗어나서 바로 청소할 생각은 들지 않아, 백가장으로 복귀했다.
“호두 많이 들었네. 단팥도 맛있는데?”
“나도 하나 줘봐.”
“어디 고급 과자점에서 만든 건가.”
“저는 들어가 쉬겠습니다.”
“호두과자 안 드십니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이 호두과자 정말 맛있습니다.”
“오면서 먹었습니다.”
맛있긴 하더라.
나는 따끈한 호두과자를 당가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는, 백가장에 마련된 방으로 몸을 돌렸다.
“왕 씨 아저씨 때문에 무슨 곤욕을 치른 건지.”
나는 칠곡현에 있는 포목점 왕 씨 아저씨. 아니, 전대 무영신투를 떠올리며 작은 불평을 했다.
나에게 호의로 흑전을 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적한 사람이 들킬 위험까지 안고서 흑전을 줬을 리 없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줬어도 별말 안 했을 텐데. 왕년에 하늘 베기도 하고, 윙가르디움 산이없사 외치면 부하들이 산도 옮기고 하잖습니까.
뤼팽부터 명탐정이자 걸어 다니는 살인 사건 생성기의 라이벌 이야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는 도둑 이야기까지. 내가 괴도 이야기 참 좋아하는데 아쉽네.
“임하연이 진 히로인일 가능성이 있으려나.”
나는 전대 무영신투에 이어, 작금의 무영신투를 떠올렸다.
분홍색 양 갈래 머리카락의 여인. 무협 미연시의 등장인물인 만큼 빼어난 미인이기도 하다.
나에게 적개심이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서 잘 알아보긴 힘들지만, 푼수 끼를 보일 때는 눈매가 살짝 휘어서, 눈웃음을 지으면 기녀답게 요염해 보일 것도 같다.
청기는 현대로 치면 춤과 노래를 하는 아이돌 같은 거니까.
그녀가 기녀일을 한다면, 제일 비싼 기루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들고 예약해야, 노래 한 소절 듣고, 춤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임하연이랑 인연은 만들어놨어.”
그녀가 진 히로인일지는 모르겠다. 내가 독인이나 천살성 때처럼, 역천자로 무언가 치료할 게 있나 생각해봐도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도벽이라도 고쳐줘야 하는 건가.
역천자가 히로인의 운명을 바꿔주는 능력은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꼭 천살성이나 독인같은 불치병 형태인 건가.
그럼 원작의 메인 히로인들은 뭐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운명 그 자체면 말이 되긴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깊게 고민할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관두었다.
임하연과의 인연은 만들어두었으니, 그녀에 대해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중요한 건 내 여인들의 저주받은 운명을 구할 명성치니까.
빨리 다서각이나 정상화해야지.
나는 침대에 심신이 지친 몸을 뉘이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강 공자님!”
일어날 생각이 없는 말년 병장을 깨우는 듯한 신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래 잤나. 아침의 여유로운 새소리가 들리는 게, 푹 잔 것 같긴 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황 서생이라는 분이 강 공자를 찾으십니다.”
참 빨리도 왔네.
——————-
“제가 너무 이른 아침에 왔나 보군요.”
백가장 아니, 서천표국 문 앞에 가니 황서생의 동생이 서 있었다. 황 서생의 동생도 황 서생인가.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나 봅니다. 혹시 어제 부탁드린 것 때문에 오셨습니까?”
거절하러 온 거면 안 할 거야. 나는 즉답할 준비를 하며 물었다.
다행히 내 예상이 기분 좋게 틀렸을까.
황 서생의 동생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 행사에 강 점장님을 시상자로 정했습니다.”
“잘됐군요!”
나는 쾌재를 내질렀다.
심사위원뿐만이 아니라, 수상자에게 시상하게 해달라. 내가 심사위원 직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민 조건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명성치니까.’
매담자 일도, 작가 일도, 결국 명성치를 올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연예 대상 시상식에 상 받는 사람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상을 시상해주는 사람도 오르내린다.
다서각의 강윤호가 신인 작가 공모전의 심사위원이 되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상식에 나타나서 시상자가 된다면 더욱더 사람들에게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명성치를 위해 부탁한 일이 또 하나 있다.
“거기에 당연히 의창 문인회 이름으로 조보에 행사 소식을 알릴 때, 심사위원이자 시상자로 강윤호 점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릴 예정입니다.”
신문 기사로 실렸던, 의창 문인회의 극찬 덕에 당가풍운이 날개 돋친 듯 잘 팔린 적이 있다.
조보에 한 번 실리면 내 명성이 의창에 퍼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시상자가 영예로운 일이긴 하나, 조보에까지 소식을 알려달라고 한 연유는 무엇입니까?”
“저라는 사람을 더 알릴 필요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다서각의 주인인 화린이가 당가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 혼자 다서각을 운영하면, 오랑캐라고 하여 뜻하지 않게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지요. 그러나 의창에서 알아주는 영예스러운 자리에 앉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불편한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겁니다.”
겸사겸사 악덕 상인이라는 소문도 세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점장께서 타국에서 오셔서 생기는 불편을 제가 파악하지 못했군요. 제가 식견이 짧았습니다.”
“아닙니다.”
“좌장께서 얼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지금 시간 되십니까?”
“바로 같이 가시지요.”
나는 황서생의 동생과 함께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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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문인회의 좌장 얼굴은 일찍이 본 적이 있다.
당가 사람들에게 끌려갈 뻔한 날. 의창 문인회의 좌장이 당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내 목이 분리 사출되어 돌아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해줬으니까.
그때 경황이 없어서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번에 방문하는 김에 감사 인사나 드려야겠네.
“안 되오!”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좌장의 집 앞에 가까이 가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가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신청자 모집은 어제까지였소!”
“말도 안 돼요! 그럴 리가 없어요!”
여인은 주변 사람이 쳐다보든 말든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분홍색 양 갈래머리.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뒷모습까지 보이네.
“여긴 어쩐 일입니까?”
“윽! 강윤호 점장?”
임하연. 너는 왜 여기 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