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20)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220)화(221/674)
Chapter 220 – 신입 직원 – 6
사람은 먹고 자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꿈을 꾸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다.
내가 임하연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걸로는, 그녀는 내게 오지 않는다.
다서각에 일하는 것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그녀로서는 약간의 개인적 감정을 무시하고서라도, 나라는 사람을 단단히 잡아야 할 희망의 동아줄로 보이게 해야 한다.
이제 유일한 희망의 동앗줄은 던져졌다.
임하연. 이제는 잡을 수밖에 없겠지?
내가 다서각에서 우수 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되면 주는 혜택에 대해 말하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호필 작가가 퇴고를 도와준다니?!”
“허어. 상 받은 것보다 더 좋은 혜택이 아닌가?”
“이 사람아! 상 받으면 문인회에서 지원받는데 어딜 비교하나?”
“등 따습고 배부르다고 쓰는 글인가! 세상에 이름을 떨치자고 쓰는 글이지. 의창 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호필 작가가 퇴고를 도와준다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혜택이 어딨나!”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호필 작가의 퇴고와 책 출간이라니…….”
“왜 내 이름은 없는 거지.”
“이 친구가 진짜! 삼시세끼 고기 먹는 그 뱃살에게 물어보게!”
“크으. 왜 내 할아버지는 관직을 나오시고, 아버지는 지주란 말인가! 세상이 원통하다!”
내 선언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호의적이네.
“근로장학생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근로장학생 대상자로 호명된 분 중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행사가 끝나고 제 앞으로 모여주십시오. 본인 이름이 적힌 지원서를 나눠드릴 테니, 작성한 후에 내일 해 질 녘까지 제출하시면 됩니다.”
나는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
문인회 행사가 끝나고 준비된 서류들을 꺼내놓자, 근로장학생 대상자들이 몰려들었다.
“강 심사위원님. 호명하셨던 근로장학생 대상자입니다!”
“지원서 가져가시오.”
“저도 주십시오!”
정신없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지원서를 거의 다 나눠주고 나니, 제일 낚고 싶었던 물고기가 다가왔다.
“임하연 소저도 왔군. 가져가시오.”
물고기는 미끼를 물기 직전에 제일 경계하는 법.
괜히 싱글벙글 웃을 필요는 없다. 나는 여유롭게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처럼, 기계적으로 그녀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
안 가져가냐.
임하연은 정말 미끼를 먹으면 죽을지 안 죽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물고기처럼. 손을 가져다 댔다가, 다시 빼면서 망설였다.
“바쁘니까 가져갈 건지, 안 가져갈 건지 고민되면 옆으로 비키시오. 다음 지원자 오시오.”
나 너 별로 신경 안 쓰이거든. 나는 살짝 짜증 난다는 듯, 그녀에게 말하고 그녀의 서류를 옆으로 치웠다.
임하연은 내 말투에 놀랐는지, 살짝 움츠러들면서 옆으로 물러났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임하연이 옆으로 물러나자,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지원자십니까?”
근로장학생으로 선발하려고 했던 사람 중에는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
“아닙니다. 방금 장려상을 받았던 수상자입니다.”
“아! 제가 무대 위에서 정신이 없어서 얼굴을 기억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시지요?”
무영신투가 미끼를 확 물어버리는 장면을 생중계로 즐겨야 하는 상황에 무슨 볼일이지.
상 받았으면 편안하게 문인회에서 식객으로 살면서, 세끼 꼬박꼬박 밥 먹고, 용돈도 받고, 술자리에 얼굴도 비추면서, 글 쓰면 그만인 사람이 말이야.
내가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짜증 내고 있자, 남자는 의외의 질문을 내게 꺼냈다.
“혹시 저도 근로장학생에 지원할 수 있습니까?”
상 받은 놈이 웬 근로장학생이야.
“네? 장려상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근로장학생은 수상에 실패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받고 있습니다. 수상자는 따로 문인회에서 지원이 나옵니다.”
“수상 혜택을 포기하면 호필 작가님의 퇴고를 받을 수 있는 겁니까?”
그게 목적이었나.
“하하. 굳이 그러실 이유가 있겠습니까. 문인회에서 지원받으면서 여유로운 환경에서 글을 쓰시면, 자연스럽게 더 좋은 글이 나오실 겁니다.”
“아니요. 내 글은 내가 잘 압니다. 이번 글은 내가 수년 동안 공들인 글이었습니다. 지원받는다고 더 나은 글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그럴 바엔 혜택을 포기하고 호필 작가님의 퇴고를 받아보는 게 백배 천배 나을 것 같습니다.”
너 피드백이 간절하구나.
홀로 글을 쓰다 보면 종종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찾아온다. 그럴 때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찮거나, 조언이 마뜩잖은 경우가 많다.
네 상황은 이해가 되는데 말이야.
“정원이 정해져 있고,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안돼. 넌 가난한 작가 지망생도 아니고, 수상해서 지원까지 받을 수 있잖아.
도움이 필요한 작가 지망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반드시 다서각 직원이 되어 생계를 이어 나가고 싶은, 간절한 형편의 문인을 직원으로 받고 싶은 거라고.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즉답하려다가 순간 임하연의 표정을 보았다.
아직도 망설이냐. 그녀는 라면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옆 사람이 라면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나도 먹어야 하나하고, 라면에 손이 가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네가 계속 고민하면 좋은 방법이 있지.
“근로장학생의 지원을 포기한 사람의 서류에 이름을 지우고 넣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다만 다 가져가시고 이거 한 장만 남아서.”
먹으려는 라면 빼앗기라는 방법이 말이야.
나는 은근슬쩍 임하연의 서류를 건드렸다.
“임하연이라고 쓰여 있는 서류가 지원을 포기한 서류입니까? 그럼 제가 이름을 지우고…….”
“무, 무슨 짓이에요?!”
임하연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가져갈 생각이 없는 거 아니었소?”
“세상에! 다른 생각 중이었거든요! 주세요!”
“여기 있소. 제출은 내일 해 질 녘까지요. 이번에는 안 기다려줄 거니까. 빨리 제출하러 오시오.”
“흥!”
그녀는 빼앗길 뻔한 기회를 다시 찾은 사람마냥, 소중히 서류를 안고 달려가 버렸다.
어차피 가져갈 거면서 망설이기는.
“저기, 저러면 제 이름을 적을 서류는 없습니까?”
“방금 그게 끝이었소.”
“아…….”
—————–
다음날.
나는 전날 밤에 문인회 사람들과 한잔하느라 쌓인 숙취를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다서각에 도착했다.
술기운을 내공으로 몰아내는 게 현명할까, 아니면 얼마 없는 내공으로 기력을 내고 서류를 받을까.
내가 비장의 소모성 아이템을 언제 쓸지 고민하는 게이머처럼 고민하는 사이에,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서류 가져왔습니다!”
“저도 가져왔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전부 서류를 작성해오는구만.
그럴 수밖에 없지.
‘내가 직접 선별한 사람들이니까.’
공모전 지원자들이 미리 제출한 신상 정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집안 형편을 파악했다.
지원자들 중에 매일같이 플렉스를 외치다가, 신상 정보에는 우리 집은 가난했고, 어머니 고마워요. 라고 쓰는 놈들이 있을까 봐, 직접 작품을 받으면서 행색이 남루한지, 좋은 옷을 입고 있는지 대조했다.
마지막에는 문인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확인 작업까지 끝났다.
내가 임하연을 낚기 위한 제도긴 해도, 분명 도움이 간절한 대상자들을 뽑은 것이다.
“늦지 않았습니까?”
남자 하나가 다서각의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점심시간도 안 지났는데, 늦을 리가요. 서류 주십시오.”
“정말 쟁자수가 한 달 일하는 임금 정도를 주시는 겁니까?”
남자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어투로 내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일반적인 점소이 월급으론 생계는커녕 입에 풀칠도 못 하지 않습니까.”
객잔에서 보이는 점소이들은 주로 10대들이다. 객잔에서 일하지만, 실상 월급은 식사와 약간의 용돈뿐,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받지 못한다.
반면 쟁자수는 표국의 짐꾼들.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거리를 왕복해야 하니, 몸은 고되더라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돈을 만질 수 있는 직업이다.
“네. 그렇지요. 하지만 고작 사환에게 그 정도를 주신다고 하니, 얼떨떨할 뿐입니다.”
“다서각이 의창에서 제일 잘나가는 서점인데, 그 정도 임금을 드릴 정도는 됩니다. 거기에 형편이 곤궁한 문인들을 도우면, 잊지 않고 다서각에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주실 텐데 어찌 돕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은 이들의 임금은 의창 문인회에서 절반, 내가 절반을 분담하는 거지만 말이야.
내가 근로장학생 제도를 제안하고, 우수 근로장학생이라는 혜택도 내가 주는 거니까, 이 정도 생색은 낼 만하겠지.
“물론입니다. 비록 제가 행색은 남루하나 은혜를 모르는 짐승은 아닙니다.”
“네. 기대하겠습니다. 대신 일할 때는 글 생각보다는 열심히 일 하셔야 합니다.”
업무 시간에 아이디어 생겼다고 한쪽에 적어놨다가, 들켜서 털리는 건 강모 작가면 충분하다.
“네! 물론입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지원자들 대부분이 서류를 제출하고 떠나갔다.
한 여인만 빼고 말이다.
왜 안 오냐. 임하연.
————
‘결국 안 오나.’
문밖을 바라보니, 슬슬 해가 지려고 하고 있다.
나는 임하연이 분홍색 양 갈래머리를 휘날리며 오길 바랐건만, 결국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손을 내미는 건 여기까지야, 임하연.’
내가 할 만큼은 다했다. 이대로 임하연이 오지 않으면 더 이상 미련 가지는 게 손해다.
다서각에 필요한 직원들은 구했으니까. 무공을 익힌 직원이나, 전대 무영신투 문제가 있긴 하지만, 추가금을 들여서 호위를 고용하는 수밖에.
이만 문 닫자.
내가 미련을 버리려던 순간.
“오늘은 안 늦었죠?”
분홍색 머리의 여인이 문밖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너무 자주 늦는 거 아니오?”
나는 작은 불평을 담아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녀는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원서 주시오.”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단숨에 다서각 안으로 들어가 내 앞에 당도했다.
“……정말 쟁자수만큼 임금 주는 거 맞죠?”
그녀는 태연한 척 말했지만, 얼굴과 눈빛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맞소.”
나는 그녀의 불안함을 멀리 지워주듯 단언했다.
“우수 근로장학생이 되면 책도 출간해주는 거고요.”
“맞소.”
“호필 작가님이 퇴고를 도와주시는 것도 맞죠?”
“그 친구가 읽어볼 만하다 싶어질 정도로 열심히 썼다면 말이오.”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럼…….”
서류나 줘.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대뜸 내 손목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왜 그래?
네 손은 관심없어. 난 네 서류가 필요해.
“저 열심히 할 거예요.”
“…….”
임하연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겁에 질린 시선도, 나에 대한 거리낌도, 푼수 같은 표정도 없이, 불확실한 꿈이지만 어떻게든 이뤄내고 싶어 하는 여인의 의지만이 보였다.
“열심히 해서. 나, 작가가 될 거예요.”
육상선수가 모든 걸 쏟아내서 메달을 따고 말겠다고 선언할 때의 표정이 이럴까.
임하연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만이 가득했다.
“응원하겠소.”
선배 작가로서. 꿈 많은 여인의 미래를 지원하는 후원자로서.
나는 순수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응원했다.
임하연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눈이 살짝 커졌다.
무슨 할 말 있냐. 그녀는 이내 내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오물오물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내밀었다.
“……자요.”
임하연은 내가 서류를 받자마자, 순식간에 다서각을 나가버렸다.
저렇게 빠른데 왜 매번 지각하는 건지.
학교 앞 5분 거리에 사는 친구 녀석이 매일 지각하는 거랑 같은 원리인가.
나는 그녀가 건네준 서류를 높이 들어 올렸다.
[ 근로장학생 지원자. 임하연. ]드디어 얻어내네. 이 서류 하나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한 건지.
결국 그녀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제 다서각에서 열심히 일하게 될 그녀를 상상하고는, 승리의 선언을 작게 외쳤다.
“임하연. 넌 내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