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6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264화(262/674)
EP.264 회주 – 4
“기오수구(氣悟秀鳩)? 기를 깨달은 빼어난 비둘기? 그게 도대체 뭔가?”
표사는 친우가 들고 있는 머리에 푸른 깃털이 달린 흰 비둘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기를 깨닫다니. 비둘기 주제에 무공이라도 쓴단 말인가.
“이 친구가 소문에 어둡구먼! 아무리 표사 일이 바빠도 무한에 돌아왔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알아야지.”
“기를 깨달았다고 할 만큼 신통방통한 기오수구를 모르고 살다니. 쯧쯧.”
친우들은 표사가 한심한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찼다.
“비둘기가 뭔지를 설명해줘야 알지 알겠는가.”
“자네가 그래서 눈치가 없다고 표두를 못하는걸세. 가만있어 보게! 내가 오늘 음식의 신세계를 보여주겠네. 어디 보자. 그게 어디 있더라.”
비둘기를 든 표사의 친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메뉴판 찾나? 여기 있네!”
다른 친우 하나가 무엇을 찾는지 바로 눈치채고는, 구석에서 나무로 된 메뉴판을 던졌다.
“메뉴판?”
표사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객잔에서 점소이가 내미는 것이 메뉴판이 아닌가. 이 친구들이 도벽이라도 있나. 왜 객잔에 있는 메뉴판을 여기까지 들고 왔단 말인가.
표사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친구가 산다고 하니, 짜장 네 개에 탕수육 대짜로 하나 시키세.”
“난 짬뽕이 좋은데.”
“치울 때 번거로워. 짜장 4개 시키세.”
남자는 세필(細筆)로 종이에 무언가를 쓰더니, 창문을 열어 기오수구를 날려 보냈다.
“이제 자리에 앉고 기다리세!”
“도대체 이게 무슨…….”
표사는 친우에게 끌려 자리에 앉는 동안, 도무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기오수구라니. 도대체 저게 무엇인가. 표국에서 표두님이나 쓰는 전서구 같은데. 저게 음식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릴 적에 옛날이야기로 들었던 주인이 배고프면 음식을 물어오는 제비 같은 것도 아닐 텐데.
이 친구들이 설마 늦었다고 나를 굶길 셈인가. 배고프면 머리 회전이 안 되는데. 오늘 자신을 호구로 만들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친구들이 자기를 놀리는 건가.
표사가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 속에 빠져있는 사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53번 기오수구로 짜장 4개에 탕수육 대짜 시킨 곳 맞죠?”
삿갓을 쓴 조선인이 네 남자가 있는 방의 문을 두들겼다.
“여기, 여기! 이쪽으로 가져오게.”
표사의 친우는 문을 열어 배달원을 맞이하고는, 음식을 놓을 수 있는 상으로 안내했다.
표사도 이쯤 되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 지금 전서구로 음식을 시킨 건가?”
표사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척하면 척이지. 아직도 눈치를 못 챈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표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서구로 음식을 시킨다니. 무한이 아니라, 수많은 성을 돌아다닌 자신조차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음식 어디에다가 내려놓을까요.”
“여기 상 위에 내려놓게.”
검은 머리의 배달원은 특이하게 생긴 검은 상자를 상위에 올려놓더니, 세로로 꽂혀있는 나무판자를 위로 올리고는, 안에서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가방이 특이하군?! 이렇게 생긴 건 처음 보네.”
검은 상자인데 손잡이가 달려있다. 내부 공간은 서랍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다. 거기에 음식까지 꺼낼 수 있다니.
표사는 신기한 눈초리로 나무 가방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저희 객잔주님이 만드신 겁니다. 철가방이라고 합니다.”
“철가방? 철로 된 가방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
철이면 무게가 엄청날 텐데. 이 조선인은 무림인이란 말인가? 표사는 검은 머리 배달원을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좋은 나무에 옻칠을 여러 번 해서 철처럼 튼튼하거든요.”
“어허. 안에 음식을 넉넉하게 넣을 수 있게 만들었군. 누가 생각했는지 참 신기하네.”
철가방은 모양새도 신기했지만, 만듦새도 허술하지 않았다. 분명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들어낸 물건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하. 저희 객잔주님이 대단하신 분이라서요. 짜장 4개, 탕수육 대짜 하나 해서 4실버입니다.”
“뭣?! 짜장 4개 탕수육 대짜 하나면 3실버면 되지 않은가!”
표사는 배달원이 말한 가격을 듣자, 얼굴에 있던 신기한 감정은 사라지고 경악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어느 객잔을 가도 3실버면 먹을 텐데. 1 실버나 더 달라니. 이 무슨 바가지란 말인가.
“이 사람아! 그러면 객잔 가서 먹지 왜 여기까지 배달원이 왔겠는가!”
“배달원 무안하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미안해! 이 친구가 생각이 짧아!”
친우들은 표사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그를 나무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돈 내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게.”
“아, 아닐세! 내겠네.”
남자가 한번 내뱉은 말을 취소할 순 없다. 표사는 얼른 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조선인에게 건넸다.
배달원은 표사의 손에서 떨림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은색 네 개를 받았다.
“그릇은 밖에 내어놓으시면 알아서 가져가겠습니다. 보내셨던 53번 기오수구는 여기 있습니다.”
배달원은 끝으로 방금 객잔으로 날아왔던 기오수구를 철가방에서 꺼내 돌려주었다.
“고맙네! 다음에도 또 시켜 먹지!”
“네. 기오수구로 주문하면 어디든 찾아오는 배달의 민족! 조선인들이 운영하는 운기 객잔! 다음에도 또 이용해주십시요!”
배달원은 준비된 캐치프레이즈를 기운차게 외치고는, 이내 방을 나갔다.
“아니……. 정말 음식이 배달오다니.”
표사는 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도,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기오수구 신기하지? 배달이라고 해 봤자, 부잣집에서 하인을 시키거나. 단골 객잔에 미리 이야기해놔야 받을 수 있는 거였는데. 우리 같은 놈들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게 됐어.”
이 세계에 배달 음식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하인이 있는 부잣집이나 많은 음식을 시키는 단골 전용.
방 안에 모인 네 명의 남정네가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오수구를 보내면 바로 주문이 오는 건가?”
“그래. 기오수구 발에 번호 보이지? 객잔에 기오수구 번호랑 집 위치를 적어놓는다고 하네. 기오수구에 음식을 써서 날리면 배달원이 여기로 오는 거지.”
“음식이 식기 전에 오다니. 신기하구만.”
“가격이 좀 세서 그렇지, 편리하다니까. 요새 이 동네에 기오수구 한 마리 들여놓고 싶어서 다들 난리야.”
“아무나 주는 게 아닌가 보지?”
“조건이 좀 있어. 평소 객잔에서 음식 잘 시켜 먹는 사람이어야 하고, 보름 내로 다시 안 시켜 먹을 거면 기오수구를 돌려보내 줘야 하지.”
친우는 전서구가 죽으면 위약금을 낼 수 있으니, 차라리 안 먹을 거면 풀어주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허허. 도대체 이런 생각을 누가 한 거지.”
전서구로 음식을 시킨다. 표사는 타인보다 견문이 넓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이 일만큼은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르지. 전서구를 키우는 것은 일부 장인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야.”
“우리야 누가 했든 좋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자네들! 설마 먹고 나서 마작할 거 아니겠지?”
“당연히 먹으면서 해야지!”
방 안의 모인 네 명의 남자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신나게 마작 패를 돌렸다.
식사하러 나가느라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놀이를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마작까지 할 수 있다니.
친우들끼리 웃고 떠들고 배를 채우며 즐겁게 마작을 하니, 표사에게 극락이 따로 없었다.
“배달 음식……. 이거 너무 좋군.”
표사는 배부른 배를 만족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한번 시켜 먹기 시작하니까 도통 음식점에 가기가 싫어!”
“나도 그렇네!”
“생각해보니까 배달 품삯 생각하면 가격도 합리적인 거 같네.”
표사는 배부르고 즐거운 기분으로 다시 한번 계산해보았다.
4인분에 탕수육까지 시켜서 돈을 많이 낸 거지, 1인분이면 그렇게 많은 돈을 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시간 아깝게 객잔을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방 안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마작을 하는 게 더 이득이다.
표사는 드디어 배달 음식의 이점을 깨달았다.
“그래. 그렇지?”
“혹시 기오수구 말이야. 나도 하나 얻을 수 있나?”
“오늘까지 신청하면 바로 주고, 내일부터는 며칠 시간이 걸린다는군.”
“뭣?! 왜 그걸 이제 말하나!”
이럴 때가 아니었다.
표사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네 패도 안 돌리고 어디 가나?!”
“잠깐 나갔다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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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적으로 뿌린 기오수구는 성공적이었다.
“회주님! 주문 또 들어왔습니다! 짜장면 4개. 탕수육 대짜 하나입니다!”
“다치겠다. 천천히 내려가거라.”
나는 전서구에 적힌 주문서를 들고,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점소이를 조용히 타일렀다.
“넵!”
객잔 3층은 전서구들이 오갈 수 있도록 개조를 끝마쳤다. 괜히 전서구를 받는 곳과 객잔을 나누면 시간만 더 걸리니까.
“이게 정말 되긴 되네요.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임하연은 1층으로 내려가는 점소이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새삼 놀랍다는 듯 물었다.
“무한은 호북성의 성도요. 호북성에서 제일 큰 도시인데 장강까지 끼고 있어서 일자리가 넘쳐나지.”
“일자리가 넘쳐나는 것과 기오수구랑 무슨 상관이에요?”
“수많은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남자들이 홀몸으로 무한으로 오지.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니 구매력이 생기고, 구매력이 생긴 남자는 음식을 주로 사 먹게 되는 법이오.”
대한민국도 집안 어른들이 아이들이 주방을 나다니면, 저놈 자식 꼬추 잘라야 한다고 한 게 불과 몇십 년이 되지 않았거든.
직업적으로 숙수 일을 하지 않는 한, 일반 남성이 집에서 요리할 리 없는 세상이니, 배달 음식이 세상에 등장하면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사람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 수가 있는 거예요?”
“다 하연 소저의 기오수구 덕이요.”
300의 병력으로 5천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기막힌 포위섬멸진 작전도, 300이 6kg 단검을 휘두를 수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임하연의 전서구가 없었다면 실행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플라잉 쥐새끼로 통하는 비둘기답게, 기오수구는 성체로 자라는 기간이 짧고 번식력마저 좋다.
먼 거리를 날아서 소식을 전달하는 전서구라 오래 굶어도 생존할 수 있다. 즉, 고객이 관리를 대충 해줘도 버틸 수 있다.
배달용 연락망으로는 최적의 수단인 것이다.
“여차하면 다 풀어주려고 했던 애들인데 쓸데가 있었네요.”
기오수구는 원래 풀어줘도 상관없는 녀석들이었다.
구구같이 사람 말을 알아 듣는 영물급이 아주 드물게 태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좀 똘똘한 비둘기들. 중요한 건 전서구를 조련하는 임하연의 능력이었다.
거기에 자연으로 풀어주면 금세 닭둘기화되는 녀석들이라, 임하연도 풀어주는데 큰 미련을 두지 않았었다.
“고객이 주문을 보내면 배달원을 통해 기오수구 돌려주고, 일정 기간 주문을 하지 않으면 돌려받으면 그만이니. 기오수구의 손망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요.”
“잃어버려도 큰 상관이 없어요. 구구 같은 애들만 남겨두면 순식간에 불어나는걸요.”
한 마리, 한 마리가 다 수익인데 그럴 순 없지.
“고객들도 기오수구가 귀중한 줄 알아야 함부로 대하지 못할 테니, 그건 비밀로 해두겠소.”
“그래요 그럼. 그리고 조선 사람들도 엄청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임하연은 객잔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조선인들을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괜히 회주 자리를 앉은 게 아니오.”
회주의 명령이다. 조선인 어셈블! 한마디 외치니 ,내가 원하는 인력 구하기가 너무 쉬웠다.
나무 잘 다루는 조선인을 고용해서 철가방을 만들게 시키고, 객잔 개조도 시켰다. 요리하는 인원이 부족할까 봐, 음식 솜씨 좋은 조선인들도 고용했다.
무한에서 점소이 일을 하거나, 인맥이 있는 조선인들에겐 돈 몇 푼 쥐여주며, 기오수구를 홍보하게 시켰다.
거기에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배달원들도 뽑으니, 손쉽게 배달 음식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문은 많이 남는 거 같긴 하지만, 기간 내에 원금보다 많은 돈으로 불릴 수 있을까요?”
임하연은 내 아이디어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일말의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좋은 사업이라는 것과 별개로, 기간 내에 만금전주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일은 성공할 수밖에 없소.”
걱정하지 마. 나는 확신을 담아 말하고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1층을 바라보았다.
“여, 여기가 기오수구를 나눠주는 객잔이오?!”
1층은 어느새 기오수구를 받아 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나도 기오수구 한 마리 주시오!”
“신청은 여기서 받습니다. 신원이 확실하시고 거주지가 명확하시다면 확인 후…….”
“나부터 신청하겠네!”
“비켜!”
“나는 돈 주고 가져가겠네! 나부터 주게!”
내 아이디어. 임하연의 능력. 조선인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배달 음식 시스템.
고객들은 기오수구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압도적인 편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한번 편리함을 깨닫게 되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번 배달을 경험하면, 다시는 배달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이제 돈을 갈퀴로 쓸어담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