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81)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281화(278/674)
EP.281 모임 – 2
“맡긴 돈들은 생각보다 많은 금액은 아니군요.”
안 숙수 말대로 목돈을 저금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쌈짓돈들이었다.
“무한에 있는 조선인들의 형편은 잘 알잖아. 아파서 의원에 갈 일이 생기거나, 어머니 환갑잔치, 명절 제사상 차림용으로 모으는 돈이야.”
아무리 없는 돈으로 아끼고 살아도, 인생에 꼭 돈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무한에 있는 조선인들의 구명줄이었다.
“장부에 적힌 조선인들의 인적 정보를 다 기억하시는 건가요?”
“대충은? 기억 안 나는 정보가 있어도 주위에 물으면 다 알려줄 거야.”
“그럼 해볼 만한데…….”
내가 가진 계획을 실행에 옮겨볼 만하다.
“자네, 설마 그 돈을 운용하게? 허락 없이 했다가는 반발이 장난 아닐걸세. 자네 보기엔 얼마 안 되는 돈일 수 있지만, 칼부림까지 날 수 있어!”
안 숙수는 화들짝 놀라며 내게 말했다.
“저도 빵 한 조각에 일주일을 버텨본 놈입니다. 그걸 모르겠습니까.”
힘들게 번 돈을 매만지며, 오늘을 굶고 내일 먹을까. 내일 굶고 오늘 먹을까 고민하곤 했다.
“그러면 뭐 때문에 그러는 건가?”
“향우회의 미래를 위해서 시도를 해볼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혹시, 장부 좀 잠시 빌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던가. 난 주문이 밀려서 다시 주방으로 가겠네.”
나는 장부를 받아 들고는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
“당신 설마 장부에 적힌 돈을 투자받으려는 거 아니죠?”
임하연은 장부를 골똘히 바라보는 나를 향해, 미심쩍은 듯이 물었다.
“시험 내용은 전표와 사업으로 버는 돈으로만 운영할 것. 나도 투자받아서는 안 되는 건 명심하고 있소.”
제약 조건이 없었다면, 후계자 시험을 받는 망나니들은 부모 돈을 펑펑 써댔을 것이고, 나도 다서각에서 버는 돈을 끌어 썼을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으로 맛있는 건 사 먹을 수 있어도, 지금 하는 사업에 돈을 투입해서는 안 되잖아요. 어쩌려고 그래요?”
임하연의 걱정은 합당했다.
“사업을 확장하는데 꼭 투자받는 법만 있는 건 아니지.”
내가 생각한 방법이 통한다면, 자금난을 극복할 수 있다.
“돈놀이라도 하려는 거예요?”
조선인들을 상대로 한 고리대라니. 하는 순간 회주가 아니라 대부라고 불려야 하겠는데.
“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그나저나 안 숙수의 장부가 너무 주먹구구식이군. 장부가 정리되어야 계획을 실행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부를 깔끔하게 정리하게 도와줄 수 있겠소?”
나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임하연에게 장부를 내밀었다.
“당신 요새 은근슬쩍 나에게 잡다한 일은 다 떠맡기는 거 알아요?”
임하연은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맞는 말이라서 더 찔리는군.
“그럼 괜한 일이 될지도 모르니, 이번에는 내가……. 어?!”
임하연은 장부를 여유롭게 낚아채더니, 나도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예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줘요. 당신이 필요한 일이라면 해야죠.”
——
“과연……. 당신 말대로면 될 것 같은데요?”
나는 임하연이 정리한 장부를 건네받아 훑어본 뒤에, 내 계획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내 생각도 그렇소.”
깔끔하게 정리된 장부에는 내 계획을 실행해볼 명단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만금전주가 트집을 잡지 않겠어요?”
기오수구 예산처리마저 트집 잡은 영감탱이다. 말출이 취소된 병장처럼 어디에서 꼬장을 부릴지 모를 일이긴 해.
근데 이건 다르다.
“트집? 못 잡을 거요. 만금전주가 승인한 방법을 이용하는 거니 말이오.”
내 이번 계획은 천하의 만금전주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 말을 들으니, 그렇긴 한데…….”
임하연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괜찮소. 이미 사업은 잘되고 있고, 이걸로 트집 잡혀봐야, 맞선이 아니라 결혼하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소.”
트집 잡힐 리가 없으니,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뭐, 뭐라고요?”
왜 무섭게 노려봐.
“크흠……. 정 불안하면 만금전주에게 서찰 한 통 보내두겠소.”
나는 어색하게 헛기침하고는 붓을 들어 올렸다.
“나한테 검수받고 보내요. 꼭이요. 꼭.”
알았어.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서찰 내용을 첨삭해주는 임하연을 옆에 두고는, 만금전주의 외손녀사위가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여 만금전장에 보냈다.
*********
만금전주의 저택.
“아직도 범인을 못 찾았나?”
만금전주는 뒷짐을 진채 정원 안의 물고기가 뛰어노는 연못을 바라보며, 총관에게 물었다.
“관청과 무림인들을 동원하여 흉수를 색출하고 있지만,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허송이 시신으로 발견된 지 벌써 일주일. 만금전장은 다방면으로 범인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범인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손주들은?”
“포졸들이 열성을 다해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총관의 의견은 어떠한가.”
“외손주분들은…….”
환락가에서 발견된 허송의 시신. 분명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일 텐데도, 살해 장면을 본 사람도, 시신이 옮겨진 것을 본 자도 없다.
우발적인 살인보단 철저한 계획범죄에, 무게추가 더욱더 올려지는 이유였다.
만약 계획 살인이라면 누가 허송을 살해했는가.
현재 무한에서 만금전주의 분노를 사는 것을 무릅쓰고서라도 외손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총관은 참담한 상황에 만금전주의 앞에서 말을 삼켰다.
“……. 한평생 만금의 성을 쌓아 올린 건, 내 핏줄이 서로 칼부림하는 꼴을 보기 위함이 아니었네.”
자식들에게 얼마를 나누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모았다고 생각했거늘. 누가 감히 골육상잔을 벌이려 한단 말인가.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결과가 이거였단 말인가. 만금전주는 갑자기 나이를 한순간에 더 먹은 기분이었다.
“설마 그런 일을 저지르셨겠습니까.”
“나도 그 아이들을 믿고 싶네만…….”
만금전주의 목소리에 불신이 가득했다.
“차라리 시험을 중지하시고, 강 공자에게 후계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총관은 만금전주의 마음속 무게추가 누구에게 기울어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시험을 없던 일로 하고, 후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낫다. 정 시험을 원하신다면, 뛰어난 외손주 몇 명만을 추려내서 다시 경쟁을 붙이면 될 일이 아닌가.
“자네와 나 외에 다른 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
허송의 죽음이 처음이지, 끝은 아닐지 모른다. 만금전주는 싸늘한 시선으로 총관을 내려보았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총관은 고개 숙여 사죄했다.
“저승 가서 백가 놈에게 사과는 얼마든지 할 생각이네. 맞으라고 하면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네. 그러나 원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네.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내게. 그게 우선일세.”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강 공자에게 서찰이 하나 왔습니다.”
“가져오게.”
만금전주는 강윤호에게서 온 서찰을 꺼내 읽었다.
“흘흘흘, 강윤호 이 아이가 돈에 대한 조예도 있었나! 총관 이것 좀 봐보게.”
만금전주는 마치 자기 사위 이름이 적힌 과거 시험 합격자 목록을 자랑하듯, 총관에게 건넸다.
“이건?!”
총관은 강윤호의 서찰을 읽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시험을 통과했다면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숨을 돌릴만할 텐데,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움직이는군.”
강윤호는 시문 향주의 말에 쉬지 않은 것뿐이지만, 만금전주가 이를 알 리가 없었다.
“볼수록 젊으실 적 전주님이 떠오릅니다.”
“흘흘흘. 돈에 대한 제한을 걸었더니 이런 재미난 짓거리를 고안해 올 줄이야.”
“전주님이 정하신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는군요. 어떻게 전하면 되겠습니까?”
“그 아이도 첫 번째 시험에 통과했으니 주는 것이 있어야겠지. 허가한다고 전하게.”
만금전주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만금전주는 총관이 다시 한번 인사한 뒤에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다시 정원의 연못으로 몸을 돌렸다.
연못 안에 자신도 모르는 포식자가 있다.
공을 들여 정성껏 가꾼 정원의 연못에 아직 밖에서 어렵사리 구한 황금 잉어를 풀기에는 이르다.
“외손주들은 전표 하나를 더 달라고 투정을 부리는데, 이 아이는 전표보다 더 대단한 걸 만들어오는구나.”
걱정과 우환이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나날.
만금전주는 황금 잉어가 자신의 바람대로 장차 용이 될 인물일지 상상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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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금전주도 승인했군.”
“하아아아. 정말 다행이에요.”
임하연은 내가 만금전장에서 온 서찰을 읽고 말하자, 가슴이 더 이상 부풀어 오를 수 없을 것 같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여태껏 만났던 여인 중에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 같단 말이지.
“이제 손님 맞을 준비나 합시다.”
사전 조율도 되었고, 이젠 계획을 실행에 옮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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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모이셨군요. 한두 분 정도는 불참할 줄 알았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객잔. 나는 장부에 적힌 사람 중, 목돈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저축한 사람들을 초대했다.
“누가 초빙한 모임인데 거절하겠습니까.”
“맞습니다. 회주님!”
“음식이 식기 전에 맛있게 드십시오.”
“잘 먹겠습니다!”
사람이 배불러야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법이다. 나는 사람들이 식사를 끝낸 것을 확인하자, 미리 준비한 단상 위에 올랐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시작부터 소윤심상결로 목청을 강화하여 이목을 단숨에 끌어오자.
내 목소리가 들리자, 객잔에 있는 모두가 나를 주목했다.
“향우회 사람 중에 살림살이가 그나마 나은 사람들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눈치 빠른 조선인 하나가 기운차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사람의 말에 긍정하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들 내가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들어들 보셨을 것입니다.”
“배달 음식 사업 말입니까? 저도 몇 번 이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편하더군요!”
“그 사업을 같이 할 기회를 드리려고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바로 본론을 꺼냈다.
“…….”
황당한 표정들과 함께, 잠시간의 정적이 객잔 안을 감돌았다.
“혹시 모이라고 하신 이유가, 안 숙수 전장 장부에 있는 돈을 사용하기 위해 허락을 받고자 하시는 겁니까?”
눈치 빠른 남자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내게 물었다.
“아닙니다. 향우회원들에게 그런 허락을 받으려고 모이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허락 받을 생각 없어. 오히려 이제부터 허락받아야 하는 건 너희가 될 거야.
“혹시 투자를 바라시는 겁니까? 지분을 나눠주는 그런 투자 말입니다.”
“내가 배 부르자고 모이라고 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 앉은 조선인들 모두를 배부르게 하려고 모은 것입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하는 사업의 분점을 차릴 기회를 주고자 초대했습니다.”
너희 내 가맹점 사업에 동참해라. 이들을 모은 이유였다.
“저희가 직접 배달 음식 사업을 하란 말씀이십니까? 죄송하지만. 여기 앉아있는 그 누구도 이런 객잔 건물을 살 돈은 없습니다.”
“맞습니다!”
“회주님의 사업이 잘되는 걸 저희도 알지만, 저희에겐 회주님이 제공해주시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게 한계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모은 사람들은 목돈이 저축되어 있는 사람들. 그러나 목돈은 어디까지나 위급할 때 쓸 돈이 있는 수준이지, 비싸디비싼 무한의 건물주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회주가 미쳤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 조선인들의 표정에서 생각이 다 보인다.
상관없다. 반발심이 든다는 건 모든 생각이 내가 던진 화두에 집중되었다는 뜻.
이제 가장 혹할 만한 미끼를 던질 차례였다.
“여기 앉아있는 모두가 객잔 건물을 살 수 있다면 어떻겠소?”
“…….”
이번의 정적은 황당이 아니라 놀람의 정적이었다.
“그,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내 도움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표정과 말에 확신을 담는다. 마치 내 손을 붙잡기만 하면 건물주가 될 것처럼 말이다.
“도움이라니요? 혹시 건물을 사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그럴 돈이 있었으면 너희들을 모았겠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럼 ”
“도대체 어떻게 회주님의 사업에 참가한다는 겁니까?”
사람들의 의문이 증폭된다.
이제 오늘 일에 대한 첫 번째 해답을 던질 차례가 왔다.
“우리 조선인들에겐 중원인들에게 없는 전통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전통?”
“도대체 무슨?”
내 배를 불리고.
무한의 조선인 향우회를 키우고.
만금전주의 조건에도 부합하는 방법.
그리고 다시 나의 사업을 계속 확장할 방법.
“계모임.”
“네?”
“계모임. 나 강윤호가 회주로서, 분점 계모임의 계주가 되어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