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8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289화(286/674)
EP.289 기수 – 2
모두가 하루를 끝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밤.
“구구구! 구구굿!”
“다들 자잖아요. 조용히 하세요.”
“구구굿…….”
임하연이 야밤에 자기 방 창문으로 들어오며, 같이 들어온 구구에게 경고했다.
기오수구는 임하연의 관리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용될 수 있다. 그녀는 오늘도 객잔에서 자기 할 일을 전부 끝마치고는, 밤 산책 겸 전길산이 운영하는 분점 두 곳을 순찰했다.
물론 그녀라고 좋아서 밤늦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하오문 도문이 언제 어디서 그녀를 발견할지 모른다.
하오문 시문이 성공적으로 정보통제를 해주고 있는 것 같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된 객잔이나 거래처 정도만 돌아다니고 있고, 그마저도 낮에는 돌아다닐 때, 큰 삿갓에 면사까지 쓰고 다니는 실정이었다.
그녀는 좋든 싫든 평생을 배운 은잠술과 경공을 활용하여 원치 않게 야근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구구. 목욕해야죠.”
“구굿!”
임하연의 말에 구구는 기꺼운 날갯짓으로 세면대로 날아가 앉았다.
흔히들 비둘기를 더러운 동물로 알고 있지만, 오해가 섞여 있다. 산비둘기는 하루에도 3, 4번씩 물가에서 목욕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는 새다.
물론 천적에게 냄새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는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라, 천적이 별로 없는 도시에서는 목욕의 중요성이 떨어져서 비위생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물을 싫어하는 동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구구, 구구구굿!”
임하연은 정성스러운 손길에 기뻐하는 구구를 열심히 씻어준 뒤의 새장에 넣고는, 자신도 잠자리에 들기 위해 청결히 씻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
피곤한 하루. 그러나 임하연은 바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요새 이상하게 눈만 감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곤 했으니까.
“제갈향…….”
임하연은 강윤호의 맞선 상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요새 그녀는 눈만 감으면, 두 사람이 마차 앞에 있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도대체 왜 예쁜 거죠?”
그녀는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임하연은 살아오면서 자기 외모가 타인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가 평생을 살아왔던 곳은 교방. 청기가 되기 위해 수많은 미인이 모인 교방에서도 임하연의 외모는 단연 돋보였으니까.
의창에서 온 기녀들의 스승도, 무한 출신의 기녀들도 하나같이 임하연의 외모를 보고 감탄하곤 했다.
호북성에서 어디를 가도 너보다 예쁜 여인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외모를 가진 임하연.
그런 임하연이 첫눈에 보고 긴장감에 잠을 설칠 외모.
제갈향의 외모가 그랬다.
“왜 그런 여자가 그 사람이랑 맞선을 보는 건데요.”
제갈세가가 어딘가. 호북성 제일의 명문 무림세가가 아닌가.
도저히 타인 앞에서는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박색의 외모라든가, 애가 둘 정도 딸린 과부라든가, 부모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축생과 같은 여인이라든가.
그런 여인이 아니라, 혼담을 제안하면 누구라도 바로 수긍할 것 같은 여인을 왜 그 남자와 맞선보게 한단 말인가.
임하연은 도저히 부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얼굴만 예쁜 걸 거예요. 분명 몸매는 별로일 거예요.”
임하연은 결국 잠이 오지 않는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
잠옷으로 속이 비치는 나삼을 입은 그녀. 남자라면 바로 정신이 혼미해질 몸매의 여인이 그곳에 있었다.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경공으로 단련된 탄탄한 건강미가 느껴지는 다리. 누르면 바로 손가락을 튕겨낼 것 같은 둔부와 허리에서 아찔하게 넓어지는 골반.
거기에 어떤 남자라도 바로 눈길이 가는 흉부까지.
물론 강윤호는 자신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런 가슴은 평범한 수준이라는 듯 대해주지만, 그건 그가 자신을 배려해주는 것일 것이다.
가끔 출렁일 때는 그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으니까. 임하연은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의 시선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임하연은 괜히 교방에서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
이런 여인을 두고 다른 여인에게 한눈을 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스스로 납득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제갈세가의 여자가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될 리 없어요.”
얼굴이 예쁘다고 하니 더 이상하다. 지체 높은 가문의 금지옥엽이 그 남자를 왜 좋아하겠는가.
물론 그 남자가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고.
같이 길을 걷다 보면 다른 여자들이 한 번쯤 쳐다보기도 하고.
한없이 어른스럽다가도 어딘가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있지만.
믿음직스럽고 재치 넘치고,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일도 그에게 맡기면 의지가 되지만.
“으읏.”
임하연은 누가 볼 세라 상기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제갈세가의 여식이 강윤호를 좋아할 리가 없다. 임하연이 잠을 청하기 위해 홀로 중얼거리는데, 한 직원의 발언이 떠올랐다.
一 상대가 제갈세가인데, 얼굴이 박살 났어도 결혼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면 얼굴까지 예쁘다면?
“……그는 나를 좋아하는걸요. 한눈팔 리 없어요.”
분명 서로 마음에도 없는 만남일 것이다. 임하연은 애써 중얼거렸다.
하지만 의창에서와 달리.
임하연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했다.
**********
만금전주의 저택.
“으흫흫흫.”
한 은발 벽안의 미인이 양팔에 부채를 든 채 기괴한 움직임으로 팔을 휘젓고 있었다.
“아가씨가 부채춤을 추고 계시는데?”
“저, 저게 춤이라고?”
평소의 제갈향이었다면, 볼일 때문에 들어왔던 시녀들이 기겁하고 나가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의기소침해서 어디 장롱에 처박혔을 테지만, 요새는 달랐다.
아니, 제갈향은 이제 상관없었다.
“아가씨 요새 왜 저러셔?”
“몰라서 물어? 강윤호 공자님이랑 밖에 갔다 온 뒤로 쭉 기분이 좋으시잖아.”
“맞아요. 소녀. 제갈향. 이 제갈향이 흫흫흫.”
제갈향은 밖에 들려오는 시비들의 목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흫. 제가 바로 누구?”
연애 상대와 음식점에도 간 여자! 제갈향!
그것도 단둘이!
제갈향은 부채를 휘두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는, 양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헤벌쭉 웃었다.
“여, 여인의 계단을 하나 더 오른 기분이에요오오오. 으흫흫흫”
여인의 계단이 아니라, 사람의 계단을 한걸음 올랐지만. 그녀에겐 거기서 거기였다.
대화 능력 전무. 남자와 단둘이 음식점에 가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그녀에게 강윤호와의 만남은 너무도 강렬했다.
“저, 저도 하려면 할 수 있었던 거예요오오오.”
제갈향은 강윤호와의 저번 만남을 떠올렸다.
얼마나 완벽했던가.
무슨 대화를 하더라도 끊어지는 법 없이, 장강의 흐름처럼 이어졌다. 심지어 즐겁기까지 했다. 타인과의 대화가 부담 그 자체인 자신이 말이다.
“으흫흫흫. 강공자니이임. 강.공.자.님!”
제갈향은 즐거움의 근원. 자신의 맞선 상대. 강윤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자신과 대화를 하는데, 당혹스러워하지도 않고, 대화를 피하지도 않고, 자기가 부담스럽지도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오래 사귄 소꿉친구처럼. 아니, 친구를 사귀어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봤으니까 틀림없을 거예요.
아무튼 책에서 본 것처럼, 오래 사귄 남자 소꿉친구가 있었다면 강 공자님 같을 거 같아요.
“너 저번에 연락 다시 된 남자랑 어떻게 됐어?”
제갈향이 있지도 않은 소꿉친구 강윤호를 생각하며 다시 덩실덩실 춤을 추는데, 밖에서 시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몰라. 헤어져야 할까 봐.”
“왜?”
“글쎄. 만나자고 해놓고서 먼지투성이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나온 거 있지.”
“그게 왜? 일하다가 나온 거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
“연애한 지 오래됐으면 상관없지. 근데 얼마나 됐다고 그래? 나를 먼지투성이 옷을 입고 만나도 될 만큼 만만히 봤다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 그러네.”
“어?!”
제갈향은 시비들의 말에서 순간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저도 먹물투성이로 만났었는데…….”
갑자기 저택에 방문한 강윤호. 제갈향은 고대하던 만남에 그대로 튀어 나가버렸다.
심기일전으로 그림을 그리던 중이라, 양 소매에 먹물까지 묻힌 채로 말이다.
그게 무례한 거라니.
만만히 본다는 뜻이라니.
제갈향은 경악스러운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그럼 강 공자님은…….’
갑자기 제갈향의 마음속에 하지도 않은 강윤호의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一 날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보군.
一 꺼내는 말마다 이상한 말 천지로군. 대충 맞춰주다가 끝내면 그만이겠지.
一 난 고급 음식점에 데려왔는데,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니.
“아아악! 아아아앆! 안돼요요오오오오오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강 공자님!”
제갈향. 18세.
첫 음식점을 끝으로 연애 종료입니다.
끝이라고요.
이제 자신에게 남은 미래는 하나.
一 향이 올해 나이가 몇이지? 세상에! 24살?! 왜? 어머! 어디 몸에 문제가 있는 거야?
一 향이 이모! 이모는 아줌마인데 왜 결혼을 못 했어?
一 저 나이에 결혼도 못 한다니. 딱하기도 하지.
一 이 집안의 골칫덩이야! 안 되겠어! 어디 첩실로 보내버릴 테니까!
“아아아아아앆!”
첫 연애이자 다시는 할 수 없는 마지막 연애가 끝나버렸습니다.
제갈향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어, 어, 어떻게든 강 공자님에게 사과를 해야 해요오오오.”
제갈향은 괴로움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붓을 잡았다.
마음을 담아야 해요. 강윤호 공자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담는 거예요.
급하게 오셔서 당황했습니다. 다음에는 깨끗한 옷을 입고 나가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대하고 있겠다고 쓰는 거예요.
제갈향은 자신의 진심을 종이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하 초하지절(時下初夏之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시고, 옥체금안(玉體錦安)하옵심을 앙축(仰祝)하나이다.] [근계시하(謹啓時下) 중하지절(仲夏之節)에 기체후 일향만강(一向萬康)하옵시며 가내 두루 평안(平安)하시온지요?]“지, 진심이 너무 무거워요오오오.”
바로 폐기처분을 했다.
“으으으윽.”
제갈향은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괴로워했다.
가벼운 서찰이란 무엇일까요. 강 공자님에게 어떤 편지를 보내야 할까요.
연애 중이라도 무례하게 여자가 먼저 연애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시고 기분 나빠하시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만약 답장이 없다면요.
먹물 묻은 옷으로 음식점 만났던 일을 꼴불견으로 생각했다면.
자신을 무례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다, 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어요오오오.”
제갈향. 18세.
방금까지 부채춤을 추던 여인은 어느새 책상 밑으로 들어가 쪼그려 앉았다.
“오늘은 편지는 미뤄두고 마음을 추스르는 거예요 오오.”
일단 자는 거예요.
편지는 내일. 아니. 내일모레. 아니, 강 공자님이 먼저 편지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 한 일주일 뒤에 보내도. 일주일은 너무 짧은가요.
강 공자님도 바쁘실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어요.
평소의 제갈향이라면, 분명 포기했을 것이다.
어차피 대화 능력 부족으로 타인과의 마찰은 일상이라고 생각하며, 어딘가 구석에서 숨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또……. 강 공자님이랑 만나고 싶어요오오오.”
너무도 강렬한 경험을 했으니까. 첫 연애를 해보았으니까.
제갈향은 책상에서 부끄러운 얼굴로 속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어떡해야 하는가. 편지는 보내기 두렵고 강 공자님은 만나고 싶다. 제갈향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제갈향 아가씨. 강 공자님에게서 서찰이 날아왔는데. 바쁘시면 이따가 드릴까요?”
결국 그녀의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한 통의 서찰이었다.
“네?! ……악!”
제갈향은 놀란 마음에 일어나려다가, 책상 밑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가씨?”
시비는 비명에 놀라 문을 열었다.
그녀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시비를 향해 꾸물꾸물 기어 오는 제갈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
제갈향은 필사적으로 몸을 기어 시비 앞에 당도했다.
시비는 그 모습이 마치 반가운 비 소식에 기어 나오는 토룡(土龍) 같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네?”
“서찰 주세요오오오오오오.”
고통에 글썽거리는 눈망울 밑.
제갈향의 얼굴에 어떤 남자도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