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29)화(29/674)
Chapter 29 – 풍운협객전 – 3
구파일방(九派一幇).
무협에서 정파에 속하는 문파 중 가장 명망이 높은 10개의 문파를 구파일방(九派一幇)이라고 부른다.
무협에 따라 일방(一幇)인 거지 문파 개방을 제외하고, 구파는 설정에 따라 자주 바뀌는 편이다. 그러나 그중에 절대 안 바뀌는 문파 둘이 있다.
무림의 태산북두. 북숭소림. 남존무당. 바로 달마대사를 시조로 하는 소림사와 장삼봉 진인을 시조로 하는 무당파인 것이다.
호북성 북서쪽 무당산에 자리를 잡은 무당파는 무협에서 도가 문파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무당파에 한 책이 파란을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청운 사형. 그 책, 저도 보여주면 안 돼요?”
시작은 청운과 같이 서점에 갔던 사제였다.
요 며칠 청운의 모습은 분명 이상했다. 서점에서 사 온 책을 며칠째 계속 읽고 있다니. 두꺼운 서적이라던가, 공부를 위한 책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저것은 하루면 읽을 이야기책에 불과했다.
거기에 저 책을 읽고 있는 청운의 모습도 수상했다.
청운은 서점에서 사 온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마치 생사결을 하고 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매일 처음부터 읽고 있는 것 같은데, 같은 부분에서 슬퍼하고, 같은 부분에서 분노하고, 같은 부분에서 환호하고, 같은 부분에서 놀란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 청운의 사제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 5번은 더 읽어봐야 할 거 같은데.”
청운은 작게 대꾸를 하고는, 사제의 말을 무시한 채 다음 장을 넘겼다.
“사형. 며칠째 그 책만 읽고 있잖아요. 얼마나 재미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내가 재미만 있어서 계속 읽고 있는 줄 아니?”
“모르죠. 모르니까 보여달라는 거죠.”
“오늘도 끝까지 다 읽어야 하니까 시간 없어.”
자기 전에 10회독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청운은 사제와 말씨름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사제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사형, 실은 재미없는 책이라 저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거죠?”
“풍운협객전이 재미가 없다고?”
청운은 고개를 홱 돌려 사제를 바라봤다. 얼마나 황당해했는지 눈동자가 커져 있었다.
“와. 사형의 그런 표정 처음 봐요. 조금 무서운데요.”
“네가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않으냐.”
청운은 어색하게 표정 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사형! 그렇게 재미있으면 같이 봐요. 읽은 사람이 많으면 소설책 이야기로 떠들 수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럼 좀 빌려줘 봐요.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으면 그러는지, 읽고 감상을 알려드릴게요.”
“……그래. 이 책은 나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지. 좋다! 빌려주마. 대신 종이의 질이 좋지 않아, 잘못하면 책이 상할 수 있다. 조심히 읽어야 한다.”
청운은 읽고 있던 풍운협객전을 조심히 닫았다. 청운은 귀중품을 건네듯이, 양손으로 소중히 사제에게 책을 건넸다.
“잘 볼게요! 다 읽고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지 제가 평가해드릴게요!”
“그 책은 니가 평가할……. 아니다. 한번 읽어보거라.”
청운은 소중한 책을 가볍게 채가는 사제가 못내 신경 쓰였다. 그래도 좋은 책을 읽으면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 독자의 마음.
다 읽으면 저렇게 가볍게 책을 대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청운은 다 읽은 사제가 자신과 책 내용을 공유하는 상상을 하며, 사제에 대한 불만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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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도대체 그 책 뭐예요?”
며칠 뒤, 사제가 놀란 표정으로 청운에게 다가왔다. 예상대로의 모습에 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대로 재미없는 책 같더냐?”
“재미가 없다뇨!! 그런 소설책은 처음 봤어요.”
“나도 이런 소설은 일평생 처음이었다.”
“어떻게 그런 책이 있는지. 운현이 자신을 따돌리는 아이들의 대장을 박살 내버릴 때는 저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니까요!”
“밤 중에 네 고함소리에 같은 방에 다른 사제들이 깼다는 말을 들었다.”
“하하. 저도 설마 밤중에 소설책을 읽다가 소리를 지르게 될지는 몰랐어요.”
사제는 밤중에 소리 지른 상황을 회상하고는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도 그 부분은 다시 읽을 때마다 통쾌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더구나.”
“그러니까요. 이런 책들은 주인공이 고난을 받으면 그대로 참기만 하잖아요. 심지어 효(孝)니 충(忠)이니 강조하면서 참다가, 마지막에 죽는 경우도 있다고요.”
“그렇지. 그런데 풍운협객전은 고난을 주면 꼭 통쾌한 장면을 주고, 통쾌한 장면이 나오면 다시 고난을 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구나.”
“하아. 진짜 혼이 쏙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니까요.”
사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청운은 사제의 내뱉는 한숨이 정말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하. 그래. 또 다른 감상은 없느냐?.”
“재미있긴 하지만……, 절벽에 그런 동굴이 있는 것은 너무 허황된 이야기 같아요. 사람이라면 밥은 먹고 살아야 하는데, 왜 그런 동굴에 은거하셨겠어요.”
절벽에 떨어졌더니 기연을 얻는다. 사제는 분명 흥미로웠지만, 무리수인 전개라고 생각했다.
“네가 지금 5대조 장문인의 안배와 운현의 기연을 부정하는 것이냐?”
갑자기 청운이 정색하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사, 사형?”
“장문인급되는고수라면당연히경공에도고수일것이다.자신의수련을방해하지않기위해당연히그런장소가있다면.”
“사형! 숨 쉬고 말해요. 숨! 숨!”
청운의 급발진에 사제가 황급히 제동을 걸었다.
“아! 내가 순간 명경지수의 마음을 잃어버렸구나.”
“생각해보니 절벽에 동굴이 있을 수 있죠. 거기서 수련하기에 제격일 거고요!”
요새, 사제는 청운의 새로운 모습에 계속 놀라고 있었다. 책만 관련되면 사람이 변하다니. 그래도 자신이 청운의 사제 생활이 몇 년이던가.
사제 생활 수년이면 눈칫밥도 늘어나는 법이다. 사제는 자신의 의견을 바로 부정했다.
“그래. 그런 곳이 당연히 있을 만하지. 내 사제의 이해를 도울 수 있어 만족스럽구나.”
청운은 사제가 이해한 것이 아니라, 이해를 강요당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하. 사형 덕에 혜안(慧眼)이 넓어지는 기분이에요.”
자신이 서점에서 춘화를 보다가 사형에게 걸린 적이 몇 번이던가. 매번 감싸주었으니, 이 정도는 그냥 이해해줄 만하다고 사제는 생각했다.
“그래. 또 감명 깊게 본 점은 없었느냐?”
자신만이 알던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는 기쁨. 그것을 청운은 계속 느끼고 싶었다.
“사형……. 선업(善業)이요. 사실일까요?”
평소에 가벼운 어투의 사제가 진중한 어투로 물어보았다.
“글쎄다. 나도 그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라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구나. 도를 닦으면서 올바로이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선업(善業)이라니.”
“하지만 운현은 그 말을 믿고, 5대조 장문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강호출도를 하죠.”
“그래. 무당의 것이지만 무당의 것이 아닌 검법을 들고 말이다.”
“5대조 장문인께서 창안하신 팔괘검법이라니. 세속의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그런 검법을 창안해서 놔두셨을 줄이야.”
“실존하는 검법은 아니지 않느냐. 아마도 글쓴이가 창작한 검술이겠지.”
청운의 예상은 맞았다.
이 세계에도 태극검법같은 무당의 검술은 있었다. 무협지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는 강윤호는 웬만하면 고증 지적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생뚱맞은 검술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고민해서 만든 것이 팔괘검법이었다.
태극이라는 개념이 언급되면 자주 쌍으로 언급되는 팔괘. 무당파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에서 권법은 비주류이지만, 팔괘권이 가끔 언급되는 경우도 있다.
팔괘로 검법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설정이야 만들면 그만이다. 강윤호는 팔괘검법에 설정을 불어넣었다.
태극이 도에 가까우나 세속과는 너무 멀어 5대조 장문인께서 창안하셨다는 검술.
무당이 추구하는 조화와 부드러움을 조금 벗어나 만변(萬變)을 추구하는 검법이었다.
“사실은 실존하는 검술이 아닐까요? 이 책, 너무 무당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이 가요.”
“나도 그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구나. 혹시 무당과 관련된 연자가 쓴 책이 아닐는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채 버려지다시피 놓여있던 책. 그것이 돌고 돌아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혹시 무당과 관련된 연자의 안배가 아니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생각이 청운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단순히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아닌 거 같아요. 기서(奇書)예요. 기서.”
“나도 그런 것 같구나. 그러고 보니 책은 어디에 있느냐?”
풍운협객전의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사제의 손에는 풍운협객전이 들려있지 않았다.
“그게……. 하하.”
사제는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
청운도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사제가 그 뒤로 어떤 행동을 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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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사질!!”
열흘 뒤 수염이 덥수룩한 사숙이 청운을 찾아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요새 무당파 제자들 사이에 한 기서(奇書)가 돌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자네로부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네.”
“아, 그게…….”
청운은 사형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사제랑 풍운협객전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은 맞았다. 그런데 설마 사제는 다른 사제들과도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했을 줄이야.
단순한 서책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청운은 사제들 사이에 돌고 있던 풍운협객전의 행방을 찾아, 그것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미 사태는 청운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사형이 그럴 줄 알고 이미 필사해놨어요!’
‘사제들 사이에서 공부 시간에 풍운협객전 필사하는 게 인기예요!’
풍운협객전의 필사본들이 무당파 안에 돌고 있다. 심지어 사숙과 말하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 풍운협객전을 필사하고 있을지 모른다.
“혹시 책의 내용이 문제라고 하시면, 제가 바로 사제들을 다그쳐 압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청운의 사숙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속가 제자 중에 몇몇이 춘화를 무당산으로 들고 와, 사제들과 돌려보다가 사숙에게 걸렸다. 그것을 본 사숙은 무자비하게 제자들을 체벌하고 징벌 동에 한 달간 가둬버렸다.
거기에 더해 춘화를 들고 온 속가 제자를 문제를 제기하여 결국 파문시켜 버렸다. 그중 한 명은 무당파에 많은 기부금을 내는 거부(巨富)의 자식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사숙이 자신에게 찾아오다니.
청운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온 게 아닐세.”
청운의 사숙은 청운의 오해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시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그게 말이야……. 크흠.”
청운의 사숙이 평소와 다른 미소를 지었으나 어딘가 어색했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이내 다시 말문을 닫아버렸다.
“왜 그러십니까?”
“그게……. 혹시 풍운협객전의 2권을 가지고 있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