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29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296화(293/674)
EP.296 선물 – 3
이틀 뒤에 무한 다서각 분점을 구경하겠다고 말하고, 만금전장의 사람을 돌려보낸 저녁.
“잔치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한 조선인들을 이끄시는! 강윤호 회주님께서! 한 말씀 하시겠습니다.”
“강윤호입니다. 좋은 날에 무슨 일장 연설이 필요하겠습니까. 첫 번째 객주가 된 최 표사, 아니 최 객주를 다들 축하해주십시오. 그리고 다들 오늘은 신나게 먹고 마십시다!”
나는 임하연과 함께 최 표사의 개업 축하 잔치에 방문했다.
“오오오오오!”
“최 객주께서도 한 말씀 하시지요.”
“오늘 축하해주시러 오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 고기와 술을 넉넉히 준비했으니, 나중에 싸가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흐흐! 배 터지게 먹고 가겠소!”
“여기 무슨 잔치 합니까?”
“내일부터 개업합니다. 국수 한 그릇 하시고, 광고지 가져가십시오!”
다들 힘겹게 살아가는 무한 조선인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경사다.
이런 날에 다들 뱃가죽에 기름칠하면서, 잠시간의 시름을 잊고 웃고 떠드는 거 아니겠어.
겸사겸사 모든 게 회주님 덕분이다. 회주님 말만 잘 따르면 객잔도 생긴다. 소문도 퍼트리면서 내 얼굴에 금칠도 하는 건 덤이었다.
나는 도수가 높지 않은 술을 한잔 마시며, 한 사람을 눈으로 찾았다.
다들 만면의 미소가 가득한 데 반해, 조금 어두운 기색이 보이는 여인.
어디 있나. 저기 있네.
나는 임하연과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손을 흔들었으나,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왜 이쪽으로 안 오지.
“형수님이랑 싸우셨습니까.”
객잔의 배달원 하나가 물었다.
“왜?”
“형수님 얼굴이 어두우셔서 말입니다. 평소에는 누구보다도 살갑게 대해주시는 분인데, 의기소침해 보이시기도 하고요. 다들 말은 안 했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싸운 건 아닌데…….”
명품 붓 사건에 이어 만금전장까지. 잔치에 오는 내내 임하연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싸운 게 아니라면, 무조건 회주님이 잘못하셨겠죠.”
“딱 봐도 회주님 잘못이네.”
“역시 그랬네. 맞어.”
듣고 있던 어린 점소이들이 고기를 집어 먹으며 동조했다.
“너희들 명색이 내가 회주인데 이러기냐.”
“원래 자식들은 아버지보단 어머니를 챙기는 법입니다.”
“이 자식들이.”
이게 뼈 빠지게 고생해서 자식들 키워봐야 헛고생이라는 뜻인가. 뜬금없이 유부남의 비애를 느끼게 될 줄 몰랐는데.
“회주님,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괜히 자존심 세워서 사이가 더 틀어지진 마십쇼.”
“자존심 세울 것도 없는데.”
차라리 내 잘못이었다면 고개 숙여 사과했을 텐데. 사과할 일도, 받을 일도 아니라서 더 문제다.
“회주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예쁘면 다 용서되는 법입니다. 제가 무한에서 옷깃만 스쳐도 억만금을 내야 한다는 청기들도 일하면서 많이 봤는데, 죄다 형수님과 비교하면 다 박색이었습니다.”
“맞습니다. 형수님이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까, 저희가 대화라도 섞는 거지. 평소였으면 다들 얼어붙었을걸요?”
“나도 하연 소저 예쁜 건 알지.”
원래였다면 호북 제일의 기녀가 될 여인이니까. 괜히 무협 미연시의 히로인이겠어.
내가 하연 소저와 싸웠다는 소리에, 잔칫상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예쁘기만 하십니까. 직원들 살갑게 대해주지. 생활력 있지. 검은 머리라고 차별하지 않지. 무공도 익히셨고, 능력도 좋으시잖아요.”
“맞습니다. 여자들이 원래 사소한데 꽁해서 그러는 게 있습니다. 그럴 땐 회주님이 먼저 다가가시면 풀어질 겁니다.”
“회주님. 연애결혼까지 성공한 사람으로서, 제가 형수님 기분 풀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뭔데?”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술병을 든 직원을 바라보았다.
연애결혼까지 성공한 조선인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잔칫상에 있는 모든 조선인의 시선이 말을 꺼낸 남자에게 쏠렸다.
“눈 딱 감기고 그대로 안아 올려서 침대에 눕히시면 됩니다.”
“하아…….”
무슨 소리를 하나 했네.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네 놈이 그러면 그렇지!”
“아니, 진짜라니까. 애매한 감정싸움 해결하는 데 밤일만 한 게 없어.”
“너는 회주님에게 못 하는 말이 없냐.”
“회주님이니까 알려드리는 거지. 측간에서 회주님 슬쩍 보니까. 이무기가 한 마리가 용오름을 하는데 숨이 멎는 줄……. 악!”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남자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회주님. 이 새끼가 벌써 취했나 봅니다. 끌고 가겠습니다.”
“아니 진짜라니까. 우리 마누라는 나랑 싸워놓고 침대에선 엉덩이도 때려달라고……. 악! 그만 때려!”
“지랄해요. 지랄을.”
결국 술에 취한 남자는 한쪽 구석으로 끌려갔다.
잔칫상의 모인 사람들은 싸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가운데, 나는 실소를 지으며 술잔을 잡았다.
‘어떻게 하연 소저 기분을 풀어줘야 하지.’
애초에 명품 붓을 들키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서랍이 아니라 금고에 넣어둘 걸 그랬나. 어차피 금고나 서랍이나 여는 데는 큰 차이가 없을 여인이라,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침대에 눕힌다는 이상한 소리 말고 좀 더 괜찮은 방법이…….’
나는 생각에 흐름을 따라, 다시 임하연이 있는 쪽을 찾았다. 그러자 순간 나를 보고 있던 임하연과 눈을 마주쳤다.
너는 왜 이쪽을 보고 있냐.
임하연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설마 대화 다 듣고 있었나.
고개를 돌려 더욱더 확실히 보이는 임하연의 귀가 이상하게 붉어 보였다.
“회주님!”
이러면 오늘 가까이 다가가면 이상해지잖아. 난처한 기분으로 앉아있는데, 오늘 객주가 된 최 표사가 술에 취해 벌게진 얼굴로 다가왔다.
“최 객주.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최 표사는 황송해서 고개를 못 들 것처럼 말을 끌었다.
“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정말 제 객잔을 개업 기념으로 밀어주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거 때문이었나.
벌써 무한에 4번째 분점. 아무래도 다른 분점과 경쟁을 하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트려 개업하다 보니, 입소문이 덜 탔을 우려가 있었다.
홍보도 열심히 할 테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이 동네 사람들도 배달 음식의 편리함을 더 빨리 느끼게 해야 한다.
입소문이 아주 고속으로 돌게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가 가지게 된 새로운 패를 꺼냈다.
“물론입니다. 경공을 익힌 배달의 기수들 전부. 당분간 최 객주 객잔으로 몰아드리겠습니다.”
***************
“이 친구야. 아직도 처자고 있나?”
무한의 주택가. 부호의 저택에서 경비로 일하는 무인은 늘어지게 자는 친우를 깨웠다.
“으으으으. 뭐야. 벌써 해 떴나?”
친우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찡그렸다.
“해는 오래전에 떴지.”
“어제 한잔 걸쳐서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오늘 경비 근무는 점심부터지 않은가. 배 쫄쫄 굶고 저녁까지 일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일어나보게.”
무인은 천천히 발길질까지 해가며 친우를 깨웠다.
부호의 저택 경비라고 하지만 점심 제공은 없다. 식사까지 하고 가려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 무인은 역시 있는 놈들이 더한다며 속으로 부호를 욕했다.
“밥이야 시키면 되지.”
친우는 그러나 그게 문제라도 되냐는 듯 다시 돌아누웠다.
“밥을 시켜? 지금 나보고 갔다 오라는 건가?”
이 자식이 드디어 돌았나? 무인의 발에 힘이 들어가려던 순간.
“아니. 이거.”
친우가 누운 채로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종이인가. 무인은 적힌 글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운기 객잔 분점 개업. 기오수구로 집에서 편하게 시키세요? 이게 뭔가?”
종이의 정체는 신규 개업한 객잔의 광고지였다.
“요새 유명한 전서구 음식 배달 못 들어봤나?”
“아! 나도 건너 건너 소문을 들었네. 그러고 보니 지나가다 본 신장개업한 객잔이 운기 객잔이었구먼.”
“기오수구 한 마리 얻어왔네.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친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새장 근처에 있는 메뉴판을 꺼내 들었다.
“나도 그럼 배달 음식을 한번 시켜보는 건가! 그, 그럼, 돈도 없는데 비싼 거 시키지 말고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은 거 좀 시키세.”
“그러면 세트 메뉴를 시켜야겠군. 한번 시켜 먹었는데 푸짐하더라고.”
“근데 왔다 갔다 시간이 있을 텐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차라리 나가면서 먹는 게 어떻겠나?”
무인도 배달 음식이 편하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배달 음식은 배달 음식.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을까.
차라리 객잔을 찾아 주문하고, 거기서 먹고 저택으로 출발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무인은 걱정스레 물었다.
“분점에는 신속 배달이라는 게 있다더군. 한 달 무료 체험이라고 하니, 이걸 써보겠네.”
친우는 종이에 무언가를 표시하더니, 이내 전서구를 날려 보냈다.
“신속 배달?”
무인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빨라봤자 배달 아닌가. 빨라봤자 직접 객잔에 가서 음식을 시키는 것보다 빠를 리가 있나.
무인이 정 안 되면 나가자고 말하려고 할 때쯤.
“운기 객잔입니다! 음식 시키신 분 맞으시죠?”
음식이 도착했다.
“허억! 비둘기 날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빨랐나? 객잔과 거리가 꽤 되는 거로 아는데 혹시 옆방에라도 있었던 건가?”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전서구 날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두 사람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배달원을 바라보았다.
“하하. 신속 배달로 시키시면 경공을 익힌 배달원들이 옵니다.”
“뭐?! 조선인들은 배달원이 경공을 익히나?”
“하하. 조선인 배달원의 기본 소양이지요. 음식 식겠습니다. 어디 놔드릴까요?”
“완전히 배달의 민족이 따로 없군! 상 위에 올려놓게. 근데 자네 무엇을 시켰나?”
운기 객잔의 가성비 있는 음식이라.
듣던 대로 짜장, 짬뽕을 시켰을까. 아니면 제육볶음 세트?
무인은 기대 섞인 얼굴로 친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운기 브런치 세트 시켰네.”
“운기 객잔의 브런치 세트. 2인분 배달 완료했고요.”
배달원은 능숙한 솜씨로 철가방을 열어 음식을 늘여놓았다.
“오호. 듣던 대로 양이 푸짐하구먼.”
“괜찮지? 가격도 좋아서 나도 운기 브런치 세트 자주 시킨다니까.”
“여기 기오수구는 새장에 넣었습니다. 한 달 동안은 신속 배달 무료니까. 언제든지 시켜주십시오.”
“객잔에 가면 기오수구 나눠주는 거 맞지? 나도 하나 신청해야겠네!”
“내가 근처 사는 동료들에게 입소문 좀 내주지!”
“감사합니다!”
경공을 익힌 배달원이 맛 좋은 음식을 식기도 전에 배달해준다.
4호점은 경공을 익힌 배달원의 소문과 함께 주변에 신속하게 소문이 퍼져나갔다.
****************
“갔다 오겠소.”
객잔 분점을 개장하느라 바빴다면, 이번에는 다서각 분점 차례였다.
임하연은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다서각 분점을 구경하러 가는 강윤호를 배웅했다.
“다녀와요.”
왜 안 가는 걸까. 임하연은 강윤호의 발걸음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았다.
“혹시 갔다와서 같이 구경하러 가지 않겠소? 내 열쇠를 따로 받아오지.”
명품 붓 이후로 지난 며칠간 두 사람 사이에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었다.
다서각 분점은 두 사람에게 경사이자, 만금전장과 시문의 시험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
강윤호는 요새 분위기가 어두운 임하연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같이 가자고 설득하려고 했다.
“오늘 오전에는 학당에서 무공 수련이 있고, 오후에는 전서구들 훈련해야 해요.”
임하연은 완곡하게 강윤호의 제안을 거절했다.
“…….”
강윤호는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임하연은 그의 얼굴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의 잘못은 없다.
맞선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분점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불안감이 그의 일상을 침범해선 안 된다. 임하연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며칠 만에 억지로 미소까지 짓고는 입을 열었다.
“잘 갔다 와요. 솔직히 지금 말도 안 되는 시험을 치르고 있잖아요. 사업하려고 한푼 두푼이 든 것도 아닌데, 전표에 적혀있던 금액 전부랑 추가 수익까지 따로 가져오라니.”
“다서각 빚 전부를 탕감해준다고 하니, 해볼 만한 일이지.”
“그래요. 분점 수익까지 더해지면 불가능은 아닐지 모르죠.”
다서각까지 있다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시험을 통과할지 모를 일이다.
다만 그 배에 임하연이 원하지 않는 불청객이 타려는 것뿐.
고작 그뿐이었다.
“다녀오겠소.”
“만금전장에 갔다가 또 책잡히지 말고, 다서각 분점 확인이나 확실하게 하고 와요.”
임하연은 억지로 기운을 내고는, 강윤호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이기 위해, 어깨를 잡고 문밖으로 천천히 밀어내었다.
“명심하지. 그리고 아마 오늘 손님이 올 거요.”
“저번에 말한 손님이요? 누군데 그래요?”
“그것도 하나의 재미일 테니. 기다려보시오.”
강윤호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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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임하연은 강윤호의 기척이 사라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열심인 남자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사람이 일할수록 빛난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임하연은 고개를 돌려, 서랍 속에 있을 붓을 떠올렸다.
정말 제갈세가 막내딸은 사심이 없을까.
아무리 그래도 하필 자주 사용하는 붓을 선물하다니.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지 않는가.
혹시 자신의 과민반응일 수 있지 않을까. 남자 말대로 평범한 선물일 수 있지 않은가.
아니다. 역시 그럴 리가 없다.
임하연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인제 그만 일어나자. 학당에 가야 한다.
그때.
“언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집무실에 익숙한 목소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만면에 들꽃같이 밝은 미소를 띤 소녀. 아름다움보단 귀여움에 가까운 외모. 임하연은 놀란 눈으로 반가운 듯 그녀에게 다가오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정체는 임하연이 의창에서 만들어낸 얼마 안 되는 인연.
“하소소?”
“히힛! 연애 도사 하소소 등장! 하연 언니. 점장님이랑 연애 잘되어가요?”
임하연의 든든한 연애 우군.
다서각 직원 하소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