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3)화(3/674)
Chapter 3 – 무협 미연시의 망나니 약혼자 – 2
“다 썼다.”
밤새 글을 써서 책으로 엮었다. 나는 필살의 생존 계책을 위해 쓴 책을 바라봤다.
전통책 만들기 체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글쟁이는 글로 말한다.
떠올린 계획이 성공하려면 이 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작중 황녀 히로인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무력파 히로인이라면 모용상아는 지략형 히로인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이 책을 모용상아가 혼자 읽게 해야 한다.
“기가 막힌 설계를 해야 하는데.”
거의 뭐 타짜가 호구를 등쳐먹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호구를 도박판에 앉히려면 연기자도 있어야지 선수도 있어야지 쩐주도 있어야지. 참 많은 사람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연기자역 강윤호. 선수역 강윤호. 쩐주역 강윤호라는 것이다.
거기에 호구도 아니고 메인 히로인을 판때기에 앉혀야 하니 고생이 막심할 것이다.
“뭐 열심히 해야지 어떡하겠냐.”
“도련님 기침하셨습니까? 아침 식사 준비되었으니 다 드시면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나간다 나가.”
서책을 짐 속에 챙기고는 문을 열었다.
——————–
모용세가.
일반적으로 한족 출신인 다른 세가들과 다르게 선비족 출신이며 과거 5호 16국 시대의 패자였던 연나라 황실의 후손이기도 하다.
한족 출신들이 생각하기에 오랑캐이기도 한 그들은 실제로 중국의 변두리 요동성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이 요동성에 터를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물론, 모용세가 사람에게 오랑캐라고 부를 간 큰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변두리인만큼 다른 문파들이 자리 잡고 있지 않기에 요동성에서 모용세가의 위세는 거대했다.
그리고 이 위치는 조선에서 중원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소가주. 모용상아 아가씨의 약혼자가 여기서 3일 거리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모용세가 소가주 모용비의 집무실에 가문의 총관이 소식을 알려왔다.
“참 빨리도 오는군.”
이미 도착한 손님들도 있는데 정작 결혼할 사람이 아직도 3일 거리라니. 감히 대 모용세가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이게 정상적인 결혼이었다면 소가주로서 크게 치도곤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필 강윤호 공자님께서 독감에 걸려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시니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실제로는 독감이 아니라 술병이었다.
출발전에 당분간 이렇게 놀지 못한다고 몇 년 치 술을 처마신 강윤호는 그대로 술병에 걸려 앓아누워버렸다.
차마 아들이 술병에 걸려서 결혼식에 늦는다고 말하지 못한 강윤호의 아버지가 독감이라고 전달했을 뿐.
“쯧쯧. 무공을 익혔다면 그렇게 쉽게 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을. 강 공자가 오면 간단한 내공심법이라도 하나 주도록 해야겠어.”
“조선은 무관을 천시해 무공을 익히면 관직을 얻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의 집안이 역관직을 계속하려면 무공을 익혀서는 안 되니 아마 평생 무공을 익힐 일이 없겠지요.”
“그랬나? 오랑캐 나랏일은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하긴 그 많은 인삼을 취급하는 사람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도 오랑캐 출신인 모용세가의 일원이지만 이미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의식 자체가 없었다.
“이번 혼사만 성사된다면 모용세가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강씨 가문은 최근 늘어난 약탈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무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용세가는 강씨 가문에 흘러넘치는 부를 원했다.
가문끼리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상대방이 쉽게 내줄 수 있게 하려면 역시 결혼이 최고였다.
“그래 그래야지. 희생된 교(敎)의 인원이 몇 명인데.”
“오랑캐의 호위무사들이 그렇게 강할 줄이야.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최근 강씨 가문을 집중적으로 습격한 약탈자들은 전부 모용세가의 사주를 받은 마교의 무리였다는 것.
“그래도 총관의 계획대로 되었으니 참 다행이야.”
“일개 범부(凡夫)의 지혜일 뿐입니다. 정말로 대단하신 건 소가주님의 계책이었죠.”
“상아 그년. 설마 그렇게 팔려갈 줄은 몰랐겠지.”
“오랑캐에게 가문의 귀중한 가주 후보를 준다니. 혈족분들도 그렇게 쉽게 납득하시지 못했을 텐데요.”
“혈족들도 눈치가 있어야지. 아버지는 의식불명이시지. 소가주는 나지. 대세는 이미 기울었잖아? 거기에 강씨 가문에서 나온 돈으로 금칠 좀 해주면 끝나는 거지.”
“모용상아 아가씨만 출가외인이 되면 유일한 직계혈통이신 소가주께서 가주가 되시겠죠.”
“그때가 되면 총관과 교(敎)의 노고를 잊지 않고 보은하겠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
모용세가로부터 이틀 거리.
어젯밤 글을 쓰느라 한숨도 못 자서 말 위에서 계속 졸았다.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있으면 낙마할 것 같자, 강윤호와 친한 노비 하나가 고삐를 대신 붙잡았다.
그래 이 녀석에게 말하면 되겠네.
“너 나와 일 하나 하자.”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왠지 느와르가 생각나는 말투로 항상 강윤호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었던 돌쇠에게 말을 걸었다.
“안 들립니다.”
돌쇠는 내 쪽으로 쳐다도 보지 않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야! 야!”
“안 들립니다. 제 귀는 모용세가에 도착할 때까지 안 들릴 예정입니다.”
“아니. 돌쇠야 내가 너 그동안 먹여준 술이 몇 말이고 위장에 기름칠해준 고기가 몇 근인데 그럴래?”
물론 내가 해준 건 아니다. 그래도 강윤호가 해준 거니까 내가 해준 것도 맞잖아?
“도련님. 저 진짜 어르신께 신신당부를 들었다고요. 만약 도련님 문제 생기면 도련님은 혹 몇 개 생기겠지만 전 그대로 죽어요!”
강윤호 아버지에게 한 소리 크게 들었나 보다. 하긴 뭐 강윤호가 사고 칠 때마다 항상 옆에서 보좌하고 있는 놈이니 한 소리 들을만하지.
그렇다면 웬만한 말로는 씨알도 안 먹힌다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있지.
“돌쇠야.”
“네.”
“너 요새 옥분이랑 사귄다며.”
모용세가로 떠나기 전에 돌쇠가 옆집 옥분이랑 쪽쪽 했다는 썰은 집안 노비들을 통해 이미 내 귀에 들어온 상태였다.
“……. 그게 왜요.”
“아니. 옥분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면 기방에 너 기다리는 매향이는 어쩌나 싶어서.”
집안 노비들은 옥분이랑과 쪽쪽 한거만 알지만, 난 그 다음 날 매향이랑 쮸압쮸압한것도 알고 있다.
“설마! 옥분이에게 알리실 건가요!”
“설~마~ 내가~ 그러~겠어~.”
눈썹을 흔들면서 놀리는 투로 말했다.
“……. 알았어요. 뭐 시키고 싶으신데요.”
돌쇠는 한숨을 쉬고는 나를 바라봤다.
“예단(禮緞) 물품 목록 좀 보자.”
남자가 결혼할 때 처가에 보내는 선물. 그 목록이 필요했다.
“아니 도련님. 예단에 손대시면 혹이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갈 거에요!”
“옥분이는 네 가운데 다리를 날리고 싶을걸?”
“……. 가져올게요. 대신 예단에 손대시지는 않는 겁니다.”
“봐서.”
“도련님!”
“알았어. 알았어 가져오기나 해.”
그렇게 돌쇠는 예단 목록을 가져와 주었다.
어디보자.
“역시 인삼이 많네.”
예단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 인삼이었다.
조선 시대 인삼은 국가 경제를 책임졌을 정도로 주요 수출 물품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거의 반도체급 위상을 가진 물품이었다고 해야 하나. 자국에서 나는 인삼은 효능이 별로고 고려 인삼이 약효과가 좋아서 그것만을 찾기도 했다니.
실제로 일본은 인삼 거래를 위해 전용 은화를 만들기도 했고, 저 멀리 동남아에서는 고려 인삼은 왕이 신하에게 하사품으로 내려주는 물품이었다고 한다.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그런 가짜 영약이 아니라 실제 아시아권에서 진짜 영약 취급을 받는 게 바로 고려 인삼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과거가 아니라 무협 미연시다.
그럼 실제로도 영약인 인삼은 어떤 효능일까.
뭐긴. HP도 회복시켜주고 MP도 채워주고 최대 MP도 늘려주는 만능의 아이템이지.
주인공이 다치면 인삼. 주인공의 내공을 늘리고 싶어도 인삼. 지겹게 인삼을 먹어댔다.
이거 뭐 인삼공사 광고 받았나? PPL이야?
아니 시나리오 라이터 인삼 말고 영약이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건가?
시나리오 라이터의 사전 조사가 참 빈약하다고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무림 세가에 그런 인삼을 예단으로 보내는 건 분명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세가의 전력을 강화하기도 좋고 현금화하기도 편할테니까.
“찾는 건 이런 게 아닌데.”
무협 미연시를 플레이하면서 주인공의 강화를 위해 각종 아이템들이 많이 나왔다.
돈으로 모용세가의 히로인을 살 정도로 돈이 많은 가문이라면, 분명 내가 봤던 아이템 중에 몇몇 개는 보이지 않을까.
그런 아이템 중에 혹시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들이 있다면 내가 챙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한 채로 물품들을 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비단, 옥, 진주, 은자……. 어차피 이런 건 다 모용상아에게 다 털릴 운명이니까.
이딴 거 말고.
어?
“이게 왜 여기 있어?”
예단 목록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이 적혀 있었다.
내 호구, 아니 히로인 등쳐먹기 위한 작전을 완벽하게 해줄 물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