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1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12화(309/674)
EP.312 배달사고 – 6
다서각 무한 분점의 주인은 누구인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나? 선물로 받은 제갈향?
정답은 둘 다 아니다.
현재 다서각 분점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만금전장.
우린 아직 인수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만금전장은 만금전주의 명령으로, 다서각이라는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서, 외손녀에게 건넬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선물의 내용물을 빼앗겨버렸다. 그것도 만금전장의 세력이 가장 강한 무한에서.
만금전장이 개입할 여지는 충분했다.
작은 문제 하나만 해결된다면 말이다.
一 강 공자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희 나름대로 녹청표국을 벌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근본적으론 서천표국의 표행 사고이자, 두 표국 간의 분쟁입니다. 저희가 직접 피를 볼 의무까진 없습니다.
一 무력까지 사용할 명분이 조금 부족하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一 간단히 정리할 문제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은 인정하겠습니다.
一 그러면 명분을 만들어드리죠.
一 네?
“모두 칼을 들어라!!!”
나는 그렇게 제갈향을 녹청표국 한가운데로 데려와, 한 끗 모자란 명분을 채워주었다.
———————
“정말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전투가 한창인 녹청표국.
나는 눈먼 칼을 피해 제갈향이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외지고 습하고 그늘져 민달팽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장소네.
처음 와본 곳일 텐데 말년병장이 숨어서 꿀 빨기 좋은 곳을 찾는 것은 본능의 영역인가.
“네에에에. 안 들킬거예요오오.”
제갈향은 돌멩이 몇 개와 줄을 몇 개 쓱쓱 긋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기척을 없애는 진법이라니. 신기하군요.”
진법.
흔히 무협에서 말하는 진법은 두 종류다.
첫 번째는 다수가 강한 소수를 상대하기 위해 펼치는 진법.
가장 유명한 진법으론 백여덟 명이 번호표 끊어가며, 사람을 공격한다는 소림의 백팔나한진이 있다.
백팔나한진은 역사상 절대 깨진 적 없는 진법으로, 작중에서 진법을 펼치는 순간 바로 깨진다는 클리셰 또한 가지고 있어, 구멍투성인 천라지망의 친구쯤 된다.
두 번째는 자연물이나 인공물로 특수한 효과를 내는 진법으로, 기계장치와 더하면 기관진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진법으로 가장 유명한 가문이 제갈세가인데, 제갈량이 썼다는 팔진도 같은 진법으로 인해 제갈세가는 예부터 진법의 종가(宗家)라고 불려 온 가문이었다.
“가문의 사람 외엔 한 명밖에 안 들킨 진법이라 괜찮을 거예요오오.”
제갈향은 어쩐지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진법은 처음이라 살짝 불안하군요.”
집안에만 있는 아가씨가 가문의 사람들에게 들키고 외부인에게도 들켰으면, 사실상 효과 없는 거 아닌가.
“아ㅃ……. 아버지도 인정하시는 진법이니 들킬 염려는 없어요오오.”
제갈세가 가주 보증이면 인정이지.
“제갈 소저. 그러고 보니 부탁하실 게 있으시다고 하셨지요. 혹시 어떤 부탁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동행해달라고 하니, 부탁이 있다고 했지.
“아, 저, 그그그그그게……. 이따 말씀드릴게요오오오.”
바로 하긴 부끄러운 부탁인가? 확실히 전투가 한창인데 들을 건 아닌 것 같다.
괜히 눈먼 칼에 맞을 바엔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나는 전투가 한창인데도 우리 쪽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자, 편히 사태를 관망했다.
만금전장이 우세인 것 같긴 한데, 녹청표국도 목숨이 걸린 일이라 쉽게 물러서진 않는 것 같네.
“표국 놈들이 아가씨를 납치한 것 같다! 빨리 아가씨를 찾아라!!!”
만금전장의 무사 하나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릴 발견한 건가?
“아가씨! 어디 계십니까!”
역시 제갈세가의 진법인가!
예상과 달리 무사는 우리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제갈 소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제갈향이 발그레한 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앟?! 네, 네네?”
“만금전장에서 찾는군요.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 조금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요오오.”
제갈향은 묘하게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내 소매를 붙잡았다.
“하하. 잘못하면 너무 많은 피를 볼 수 있으니, 그래도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제갈향이 당했다는 헛소문이라도 퍼졌다간, 녹청표국이 아니라 적혈표국이 될 수 있다.
“네에에에.”
“제갈향 아가씨!”
제갈향이 어깨를 떨군 채 그녀가 그려둔 선 밖으로 나가자, 표사들이 한순간에 그녀를 발견했다.
“아가씨께서 여기 계신다!”
“제갈향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희가 보호하겠습니다!”
“아가씨에게 생채기 하나라도 생겼다간! 너희들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야! 아가씨를 모시거라!”
“아, 저, 그, 그게. 강공자님이이이!”
제갈향은 곤란한 표정으로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나도 이제 같이 빠져나가 볼까.
천천히 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아가씨. 일단 안전을 확보하고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강공자는 저희가 따로 찾도록 하겠습니다!”
“가자!”
“아뇨오오오. 그게에에 아니라아아아아아.”
만금전장 사람들이 저항하는 제갈향을 들고 사라지는 게 더 빨랐다.
—————
“아니, 뭘 저렇게 빨리 가버리나. 하…. 거참.”
나는 다시 사람이 없어진 녹청표국의 구석에서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어지간히 급했나 보네. 보디가드가 테러 위협에 VVIP의 탈출로 확보하는 것도 저것보단 못할 것 같다.
“입구는 막혔고. 담을 넘어야 하나.”
제갈향이 사라진 이상 진법도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나는 표국 보안 때문인지 전길산네보다 더 높은 담벼락을 올려다보았다.
“윽!”
안 되네. 뛰어오르다가 벽에 막혀 지상에 착지했다.
한 번에 박차고 오르기엔 너무 높은가.
“디딤대가 필요한데.”
전길산네에서도 사람을 밟고 뛰어올랐으니까. 적당히 도움닫기 해서 밟을 게 있으면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네이노오오오옴!”
디딤대로 쓸만한 걸 찾고 있으니, 뒤에서 분노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망했네.
뒤에서 나타난 사람들은 칼을 든 표사 셋이었다.
“역시 아까 멀리서 본 오랑캐 놈이군!”
“이 녀석이 문제 일으킨 놈 아니야? 잡아서 협박하면 만금전장도 물러날 거야!”
초보자 보호 결계 기간 끝났다고 바로 찾아오는 게 어딨냐.
이래서 고인물은 현대나 무협이나 안 된다니까. 이러니까 뉴비가 자라지 못하는 거 아니냐.
“하하. 표사님들. 무슨 큰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칼 든 놈이 셋이라니.
나는 사람 좋은 미소로 손을 내밀어 그들을 진정시키려고 하였다.
“닥쳐라! 아까 멀리서 네놈의 손짓에 만금전장의 표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하하. 대변인이라고 말을 대신해준 거지, 제가 뭐 대단한 놈이었으면 여기 있지 않았겠죠.”
오해해요. 오해.
“대변인인지 대변인지는 우리가 알아서 확인하겠다.”
“크흐. 이놈만 잡으면 전세 역전 가능한 건가!”
전세 역전이 아니라 전세 사기를 당할 거라니까.
“넌 왼쪽으로 가!”
표사 셋은 미리 준비된 듯 세 방향에서 나를 압박해 들어왔다.
진법 하나 경험해봤다고 바로 다른 진법도 경험해주는 거냐. 초보자 기간 끝났다고 아주 무림 경험 진수성찬으로 차려주네.
“후우.”
어쩔 수 없나. 도망가면 무방비하게 등을 공격당할 수 있다.
상대하는 수밖에.
마음을 가다듬자. 한 손은 가슴팍에 넣고 한 손은 적을 향했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표사들.
내가 내공을 운용한 순간, 표사들은 합심이라도 한 듯 동시에 달려들었다.
머리, 다리, 가슴. 동시에 짓쳐들어오는 공격.
날으는 제비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베었겠지만.
“엇?!”
내가 쓴 건 공격기도 방어기도 아닌 회피기거든.
무영신법을 운용. 한 걸음에 폭발적으로 뒤로 물러난다.
세 명의 놀란 시선이 내 쪽으로 꽂힌다.
빈틈!
가슴팍에서 암기를 꺼내 바로 흩뿌린다.
“으악!”
한 놈은 한 방에 정확하게 급소를 찔렸다.
“천한 오랑캐가 이따위 잔재주를! ……으억?!”
한 놈은 칼로 쳐냈지만, 연이어 날아오는 암기까진 막지 못했다.
“어어어억!”
“으으으으으!”
“이게 도대체 무슨.”
표사는 순식간에 온몸을 땅바닥에 비비고 있는 표사들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비 독이요.”
당가 특제 마비 독이다.
일류급이라면 힘겹게 운신해서 내공으로 몰아낼 수도 있다지만, 바로 마비되는 수준을 보아하니 이류인가.
“청으한 오르랑캐에 더어운 수우루…….”
“천한 오랑캐가 더러운 수를 쓴다니. 그거 사천성에 있는 분들이 들으면 참 좋아할만한 대사인데.”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표사를 내려다보았다.
“비겁한 자식! 정정당당하지 못하다! 어떻게 무림인이라는 자가 비겁하게 암기나 쓴단 말이더냐!”
유일하게 멀쩡하게 서 있는 표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표국이라지만 꼴에 무림인이라고 암기를 안 쓰는 건가?
“표국주가 암기를 쓴다! 피해라!!!”
멀리서 큰 고함이 들려왔다.
“…….”
“당신네 상급자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소만.”
“아, 아무튼 비겁하다!”
“셋이 함께 공격하는 건 안 비겁하고?”
“……크윽!”
표사는 쓰러진 동료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다.
‘도망가서 원군이라도 불러오면 곤란한데.’
암기는 만능템이 아니라 캐쉬템이다.
FPS 게임은 무한 탄창 리로드라도 하지, 나는 다 떨어지면 무기가 없어.
어떡하지. 저놈을 여기서 쓰러트려야 하는데.
순간 좋은 방법이 스쳐 지나갔다.
“좋아. 내가 특별히 정정당당하게 가진 암기 말고 이 붓만 사용해주도록 하지.”
나는 소매에서 붓 한 자루를 꺼내, 표사 쪽으로 들이밀었다.
쫄?
이럴 땐 남자의 자존심을 공격해야지.
“붓이라고? 나를……. 능멸하려는 것이냐?”
반응 좋고. 계속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표사가 드디어 멈추어 섰다.
“능멸이라니. 도망이나 치려는 네놈 따위에겐 붓 한 자루로 충분할 뿐이다.”
“혹, 혹시 지금 쥐고 있는 붓이 그냥 붓이 아니라, 판관필이라도 되는 것이냐!”
판관필이란 점혈용 무공을 쓸 때 쓰는 쇠붓.
무협에서 판관필 들고 멋진 척하면, 대부분 제갈세가 싸가지없는 도련님이라는 클리셰까지 있는 무기였다.
“글쎄. 도끼일지도 모르고, 창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활일지도 모르지.”
아무리 긴장했다지만, 네가 보기엔 붓이 쇠로 보이냐.
나는 정말 예의 없는 도련님인 척 비웃으며 다시 한번 붓을 내밀었다.
“큭! 오냐! 이제는 하다 하다 오랑캐 놈에게 능멸당하는구나! 좋다! 전력으로 상대해주겠다!”
전력을 다하지 말라고.
무림에는 실력에 3할은 숨겨두라는 말이 있잖아. 너도 한 7할정도는 숨겨둬.
표사는 칼을 다시 한번 움켜쥐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내 붓이 정말 위협이라고 생각했을까.
표사는 팔이 아니라 복부 쪽을 찌를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왜 이렇게 빨라. 잘못하면 찔리겠는데.
“흐아아아아앗! 어?!”
네가 말이야.
달려오던 표사는 붓끝에서 나간 암기 한 자루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일검에 집중하느라, 변수를 생각지 못했군.”
“암기……. 안 쓴다고…….”
“붓만 쓴다고 했다.”
붓이 사천 당가 특제 암기거든.
“사기꾼 자식!”
응. 안 들려.
표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강력한 마비 독이 혈관을 따라 흐르고 조금 있으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이다.
좋은 장면이야.
내가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대사가 있거든.
나는 무공의 고수라도 된 듯한 진지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표사의 뒤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알아둬. 실력이 부족하면 캐쉬템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