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13)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13화(310/674)
EP.313 배달사고 – 7
“강 공자님! 어디 계셨습니까. 찾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란이 정리된 듯 보이자, 사람이 몰려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다 끝났습니까?”
“녹청표국의 표사들은 제압이 이미 끝났습니다만…….”
서천표국 지부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창고 쪽을 바라보았다.
“쉽게에에에에에에에 열어줄 줄 아느냐아아아아아아아아!”
거기에는 녹청표국 표국주와 표사들 몇 명이 힘겹게 무릎을 꿇은 채 칼을 쥐고 있었다.
이야. 완전 몸이 피 칠갑에 넝마 짝이 되었는데도 안 쓰러지고 버티고 있네.
“왜 저럽니까?”
“표국주와 표두들이 창고는 절대 열어주지 못한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흐흐. 너희 놈들은 점잖은 척하면서, 수가 틀리면 힘으로 처리하려 들지! 서천표국! 만금전장! 정 원하면 우리 목을 베고 문을 열어라!”
표국주는 피거품을 뱉고는, 만금전장의 대표로 보이는 무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확인만 하겠다는 거요.”
만금전장의 무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리 쪽과 표국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창고는 표국의 심장! 너희들에겐 창고를 여는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겐 심장을 꺼내달라는 것과 같다!”
“저라도 저렇게 말했을 겁니다. 곤란한 상황이군요. 만금전장에서도 창고 문을 여는 데 소극적입니다.”
곤란하긴 하네.
오늘 목표는 녹청표국의 제압이지 몰살이 아니다.
지금 상황은 사설 금고 업체에 외부인이 열어보겠다고 말하는 격. 찔리는 거 없으면 확인해봐도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표국의 신뢰 자체가 걸린 일이긴 했다.
나는 창고 안을 알고 있지만, 잘못을 밝히고 죄를 처벌해야지, 죄를 처벌하고 잘못을 밝힐 순 없는 노릇이다.
‘잠깐만. 잘못을 밝힌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자.
창고를 지키고 있는 표국주와 표사.
멀리서 상황을 보고 있는 만금전장의 무사들. 덕분에 가운데 널따란 무인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거 되겠는데?
“서천표국 표사님들은 위협은 사라졌으니, 행인들 좀 불러 모아 주십시오.”
나는 빠르게 주변의 서천표국 표사들을 불러, 용건을 말했다.
“네? 행인들은 왜?”
왜냐고?
“녹청표국이 퍼트린 악담을 미담으로 빨리 덮어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번 잃은 신용을 빠르게 복구하고, 칼을 쓰지 않고 창고를 한번 열어볼 방법.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하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매담자 강윤호가 출격할 차례다.
—————–
“녹청표국의 심장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
대치를 잠시간 기다리니, 소란을 듣고 주변을 서성거리던 행인들이 몰려왔다.
일단은 소윤심상결부터 운용하자.
전신의 활력과 함께 무인지대로 기운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내가 삐죽 튀어 나가자, 순간 시선이 내 쪽으로 몰리는 것이 느껴진다.
바로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모두의 귀에 들리도록 목소리를 내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불가강야(不可強也).”
시작은 제갈무후의 명언부터.
“창고를 열고 싶다면! 우리의 목을 베어라! 뭐냐! 아니! 네놈은!”
표국주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 단박에 인상을 찌푸렸다.
계속 목을 걸고 문을 열지 않겠다니.
“그럼 나는 창고에 내 표물이 있다는데 목을 걸겠소.”
그럼 당당하게 목을 들이밀지 뭐.
“강 공자!”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조선인? 누구지?”
나를 처음 본 행인들은 궁금한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쑥덕이기 시작했다.
“다서각의 강윤호라고 하오. 이번 일은 내가 주도했으니. 나도 내 목을 걸겠소.”
“네놈이?! 네놈이 감히 생사람을 잡은 것이냐!!!”
화가 난 표국주가 일어나려고 했으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비틀거리며 다시 무릎 꿇었다.
깜짝이야. 바로 도망칠 뻔했네.
나는 놀란 티를 내지 않고, 품에서 부채 하나를 꺼내었다. 누가 봐도 아주 고급스러운 합죽선이었다.
一 착!
손에 감기는 느낌 봐. 역시 이야기를 할 땐 부채가 있어 한다니까.
내가 부채를 펼쳤다가 닫자, 모든 시선이 나에게 다시 쏠렸다.
“생사람?! 여기 모이신 분들도 제가 생사람을 잡은 걸로 보이십니까?”
부채도 꺼냈으니 이야기도 시작해보자.
나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물었다.
“…….”
표사나. 만금전장은 알아도. 관객들은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
그럼, 사정 설명부터 시작하자.
“얼마 전!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서천표국의 표사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배 위에서 흉수에게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글쟁이가 되었다지만 생업의 경험이 쉽게 사라질 리 없다.
나는 한마디, 한마디 목소리의 높낮이를 바꿔가며, 매담자 특유의 과장된 어투로 설명을 시작해나갔다.
“아! 어제 유령선!”
“서천표국이 수적에게 당하고 유령선만 남은 거 아니었나?”
좋아.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소문이군.
“도대체 어떻게! 외부에서 습격받은 것도! 표물에 섞여 들어온 건도 아닌데! 서천표국의 표사들이 무력하게 당한 걸까요?!”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 궁금증을 유도하자.
“흐음…….”
나는 잠시간 기다려, 청중들의 표정에 의문이 스쳐 가는 게 보일 때쯤 다시 입을 열었다.
“선원들의 짐! 의문의 습격자들은 검사가 느슨한 짐에 숨어들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선원의 짐의 감시가 느슨하단 건! 같은 표사 출신이나 잘 아는 사실이지요!”
“고작 그딴 이유로 우리를 습격한 것이냐!”
표국주는 내 답변에 큰 소리로 항변했다.
응. 더 있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매담.
궁금증을 더했다면 이제 이야기에 퀄리티를 더할 차례다.
“서천표국의 표사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죽어가는 와중에 가족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서천표국의 표사들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표물의 행방을 알려주기 위해 큰 결정을 내립니다!”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마치 죽기 전 최후의 각오를 한 듯한 사람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결정이오?”
“전투 중에 베어낸 머리카락! 그 초록색 머리카락을 한 움큼 삼킨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목격담을 비장한 미담으로 바꾼다.
중요한 건 초록 머리지 나머지 곁다리가 아니니까.
나는 미리 주워두었던 초록 머리를 청중들이 보도록 땅에 흩뿌렸다.
죽어가는 표사가 동료를 위해 증거를 남기는 행위. 이 미담 하나만으로도 서천표국의 표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홍보가 될 것이다.
“초록색 머리털을 삼켰다고?”
“그래! 그러면 죽은 뒤에도 증거가 남으니까!”
“서천표국의 표사가 그런 일까지…….
“저것 봐! 머리털이 잘려있어!”
청중이 가리킨 곳엔, 머리털이 한 움큼 잘린 초록 머리 표두가 있었다.
“이건 바, 방금 잘린 거다!”
소용없어. 내가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어떤 말도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거든.
“고작 그따위 이유로 우릴 의심했단 말이더냐! 초록 머리는 얼마든지 있다!”
맞는 말이야. 나는 표국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에는 몸을 돌려 부채로 표국주를 가리켰다.
“당신의 목적은 유령선을 정박시켜 서천표국이 표행에 실패했음을 무한 전체에 알리는 것이었지. 당신의 계획은 완벽했소! 하지만 그걸 보고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지.”
나는 부채로 하늘을 가리켰다가 다시 표국주를 가리켰다.
“그게 무슨?!”
“죽은 표사의 큰아들이 포구에서 당신들을 목격했소.”
“뭣?!”
이야기에 의문과 퀄리티를 더했으니, 이제 감성을 더할 차례다.
나는 몸을 돌려 청중을 바라보고는,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오매불망. 아버지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 소년이! 그 사실을 모르고 포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연히도 녹색 머리들이 짐을 싣고 떠난 방향을 목격하여 나에게 알려주었지!”
사실은 하오문이 알려주었지만 말이야.
“세상에!”
“크흡! 그런 일이!”
청중들은 큰아들이라도 된 듯,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구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녹색 머리도 흔하지! 그것조차 증거가 되지 못해!”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불가강야(不可強也).”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 하지만 이루어지는 건 하늘에 달려있으니. 강제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유명한 삼국지 제갈공명의 말이다.
“뭐?”
표국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지 않았소. 그날 하늘은 당신들의 악행을 끝까지 보고,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허락하지 않았소.”
“도대체 무슨 개소리냐!”
“어제 하늘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으니까.”
원래 이런 건 대충 하늘이 용서치 않는다 이놈들아! 외치면 신뢰를 얻는 법이다.
“눈물? 설마……. 비?”
“전날 밤 내린 비! 그날 포구에 표물을 옮긴 수레바퀴 자국은 없었소! 그렇다는 건 소년이 가리킨 방향에 포장된 도로를 달렸다는 뜻!”
부채로 포장된 도로가 있는 문을 먼저 가리키고, 천천히 끌어 이 자리를 가리키자.
내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눈치채는 사람 있으시죠?
“어? 설마?!”
“잠깐! 녹청표국은 포구에서 이곳까지 길이 포장되어있는데?!”
좋았어.
나는 오직 진실은 하나임을 외치는 명탐정처럼 당당하게 표국주 쪽으로 걸어갔다.
낭패감이 스쳐 지나가는 표국주의 표정. 이제 끝이다.
나는 단 하나의 범인을 합죽선으로 가리키며 마지막 선언을 위해 입을 열었다.
“표국의 생리를 잘 아는 곳! 서천표국에 계약을 다 빼앗겨 원한을 가지고 있으며! 유령선을 정박시켜 서천표국이 표행에 실패했음을 무한 전체에 알릴 동기를 가진 곳! 표사들이 녹색 머리를 가지고 있고! 서천표국의 죽은 아들이 가리킨 방향! 포장된 도로에 있는 표국은 오직!!! 하나!!!”
“설마?!”
“어어어어어어?!”
“녹청표국! 사람의 심장이 아니라 짐승의 심장을 가진 자들이 있는! 이곳이오!”
“크윽!”
결국 표국주는 내 명추리에 어떤 말도 항변하지 못했다.
사실 답을 알고 짜 맞춘 거지만.
나는 악의 심장을 노리는 한발의 화살처럼 부채로 창고를 가리켰다.
“짐승의 심장을 여시오! 이놈들의 악행을 만천하에 공개하시오!”
이제 끝이야.
짐승 같은 자식아.
“네 이노오오오옴! 네놈 때문에!”
“강 공자님!”
“조심하십쇼!”
아차. 이걸 생각하지 못했네.
너무 신나서 표국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릎 꿇었던 표국주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나에게 칼을 내질렀다.
상대는 표국을 이끄는 고수.
한순간에 거리는 벌써 내 코앞. 단 한 호흡이면 팔다리 하나는 날아갈 것 같다.
“억!!!”
원래대로였다면 말이다.
뽁. 탄산에 뚜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부채 끝에서 암기가 튀어 나간다.
표국주의 눈이 커지는 속도보다, 그의 가슴팍에 암기 다섯 개가 동시에 꽂히는 것이 빨랐다.
“강 공자가 표국주를 부채로 제압했다!”
“세상에!”
온몸 피 칠갑에 성한 곳 하나 없는 놈이라면.
사천당가의 암기로 충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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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훔쳐 간 표물이 여기 있다!”
“정말 범인이 녹청표국이었어!”
창고의 문을 열자, 짐승의 짓거리는 너무나도 손쉽게 발각되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한 청년의 추리에 감탄하면서 다시 한번 검은 머리 청년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구만!”
“세상에 부채 하나로 고수를 제압하다니!”
너무도 가까운 거리였다.
자리에 있던 무인들은 강윤호가 암기로 표국주를 제압하는 것을 보았지만, 행인들은 부채로 검은 머리 고수가, 유명한 표국주를 제압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약관만 이제 넘어 보이는데! 악한을 저렇게 제압하다니!”
사실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표사들을 죽이고 표물을 갈취한 악인을 밝히고 벌하는 모습.
그 모습은 만금전장이건, 서천표국이건, 행인들이건 다들 감탄을 자아냈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에 감탄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강공자니이이이임!”
제갈세가의 금지옥엽. 발그레해진 볼로 강윤호를 외치는 제갈향도 그곳에 있었다.
“제갈 소저! 거기 계셨군요!”
강윤호는 제갈향을 발견하고는 사람 좋은 미소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강공자니이이임이 갑자기 너무 커보여요오오오.’
아니이이이. 매일 커 보였지만, 오늘은 더 커보여요오오오. 제갈향은 도무지 강윤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도 여유롭게 웃으며, 사람들을 휘어잡는 언변.
자신을 의견을 피력하고 관철하는 의지. 그리고 그 기대에 보답하는 실력까지.
제갈향이 너무나도 동경하는 모습을 방금 강윤호는 보여주었다.
“제갈 소저.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제갈향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강윤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데, 없는 거 같다. 평소라면 어디론가 숨었을 테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오직 강윤호와 자신만이 있는 세상 같다. 제갈향의 눈에 오직 한 사람만이 보였다.
용기내야해요오오. 그녀는 두방망이질하는 심장을 가까스로 부여잡고는, 녹아내릴 것 같은 목소리로 강윤호에게 말했다.
“강공자니이이임. 교환 일기 해주세요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