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15)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15화(312/674)
EP.315 개장준비 – 1
“두 분이 대화하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 의창에서 온 서찰만 남기고 잠시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지부장은 서찰 두 통을 내게 내밀더니, 자리에서 물러갔다.
“하오문 곽 지부장 아저씨랑 서천표국 의창지부에서 온 서찰이군.”
두 사람이 동시에 서찰을 보내다니. 보통 큰일이 아닌가 보네.
나는 서찰들을 펼쳐 빠르게 내용을 훑었다.
“녹청표국이 도문의 무인들을 고용한 걸까요?”
“표국주가 사파 출신이니, 도문과 선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소.”
“뭐라고 쓰여 있어요?”
“대동소이하오. 도문 놈들이 의창에서 철수한 것 같다. 아무래도 하연 소저가 인쇄소에 없다는 걸 눈치챈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쓰여있소.”
“인쇄소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꾸며달라고 했던 게 들켰나 보네요.”
“도문 놈들도 결국 하오문 소속. 시문의 공작과 의창지부의 도움으로 긴가민가했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고 봐야겠지.”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이긴 하다.
의창 하오문 지부장이 도문에게 협조해주었거나, 무한 시문 향주가 임하연에 대한 역정보를 살포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눈치챘을 일이었다.
“없다고 결론 내렸으면 돌아오면 되지, 왜 서천표국을 습격한 걸까요?”
“인쇄소에서 대량의 서책이 무한으로 가니까. 만약 하연 소저가 인쇄소에 있다면, 표물 사이에 숨어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한번 성공한 계책이기도 하죠.”
임하연은 표물이었던 술 단지에 숨어 의창으로 도망쳤던 적이 있다.
도문도 인쇄소에 있던 대량의 표물이 무한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무시하긴 힘들었겠지. 나는 임하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창에서 도문 놈들이 철수했다라…….”
더 이상 서천표국 의창지부와 다서각 본점에 귀찮은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마냥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제 도문에서 의심하는 곳은 한 곳이겠네요.”
도문이 임하연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포기했다.
임하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표물 안에도 없었다. 도문에 보고가 올라갈 것이다.
도문에 흘러 들어가고 있는 가짜 정보를 믿고, 분홍색 머리의 여인이 호북성 어딘가에서 도둑질을 벌이고 있다고 믿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장 의심되는 곳은 어디인가.
임하연이 지금 누구의 곁에 있겠는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침묵에 잠겼다.
————
“하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지부장은 웃는 얼굴로 무거운 침묵을 깨며 성큼 방에 돌아왔다.
“돌아가서 이야기를 더 나누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지부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치 아버지가 딸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임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비록 제가 당씨의 피를 잇지 않았으나, 은혜를 잊을 정도로 몰지각한 사람도 아닙니다. 이번 일에 임 소저가 큰일을 해주신 만큼,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감사해요.”
“칙칙한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고, 이제 두 분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려야겠군요,”
“기쁜 소식이라고 하심은?”
설마 보상인가!
서천표국 일을 해결해줬는데, 아무 보상도 안 해주고 입 싹 씻을 생각은 안 하겠지.
나는 기대감 어린 표정을 조금 내비치며 지부장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주셨습니다. 서천표국 본점이 있는 사천성 성도에 보고를 올렸으니, 본점에서 결정되는 대로 큰 보상이 내려올 것입니다.”
나는 연신 칭찬하는 지부장 앞에서 굉장히 겸손한 표정으로 별일 아닌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표물을 되찾으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보상을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닙니다.”
사실 보상 생각하고 한 거야.
큰 사건을 해결해줬으니, 보상도 엄청나게 크게 해줄 거지?
“겸양은 미덕이지만, 이번 일은 겸양을 부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령선 사건으로 서천표국의 호북성 진출이 하마터면 그대로 막힐 뻔했습니다. 서천표국은 강 공자에게 아주 큰 은혜를 입은 겁니다.”
“큰 공적으로 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돈 몇 푼으로 끝내려고만 해봐. 화린이에게 마음의 편지 쓸 거니까.
“보상 규모는 서천표국에서 결정하겠지만, 제 쪽에서도 따로 보상해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부장님께서요?”
서천표국 따로, 지부장 따로 보상을 주겠다고?
지부장급이면 돈으로 보상해주는 건가.
내가 기대감을 감추고 어리둥절한 척 지부장을 바라보니, 지부장은 상상과 다른 보상안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것은 서류 하나.
“무한으로 오는 표물들은 전부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종이에는 강윤호가 무한으로 보내는 표물을 무료로 처리해주겠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무료로요? 분점으로 오는 표물들이 많아 한두 푼이 아닐 텐데요?”
호북성에 의창과 무한이라는 도시가 장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서울과 인천처럼 가까운 도시인 게 아니다.
단순 물길로만 생각해도, 의창과 무한의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아무리 수운이 육로보단 싸다지만,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무료로 해준다는 뜻이었다.
지부장이라지만 이 정도의 혜택을 해주겠다고?
너무 놀라 웃는 얼굴의 지부장에게 되물었다.
“하마터면 수십 년 서천표국에 몸담았던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했습니다. 오히려 이 정도밖에 해드리지 못해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부장님에게 오히려 폐가 되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지부장 아저씨. 잘못하다가 모가지 날아가면 나도 손해예요.
내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자, 지부장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소식이 사천당가로 가면 고작 그 정도밖에 못 했냐고 말이 나올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사천당가? 보고가 올라간 건 서천표국이 아닙니까?”
서천표국 일인데 사천당가는 왜 나오는 거지. 서천표국 본점에 소식을 올렸다는 걸 잘못 말한 건가.
아니면 설마?
“사천당가에도 따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아…….”
“무한의 명포쾌는 관청에 있는 게 아니라, 조선인 중에 있다. 실로 감탄이 나올 추리와 어마어마하게 활약하셨으니, 당연히 당가주님도 알고 싶으실 겁니다.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강 공자님의 행적을 아주 소상히 적어 올려드렸습니다.”
나는 형식상 당가주의 사생아.
서로 제 갈 길 가자고 하며 당가를 떠나갔지만, 부모 마음은 달랐나 보다.
내 행적이 당가주에게 보고되고 있었구나. 그러면 유령선 사건 보상이라는 게, 사생아 프리미엄이 덧붙여질 모양이네.
“당가주……? 아…….”
아차.
임하연은 당황한 표정의 나와 흐뭇한 표정의 지부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괜히 당가와 관련된 사실을 눈치채면 곤란한데.
“아하. 혹시 이번 일로 부탁을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서둘러 표정을 고치고는 지부장에 물었다.
“부탁이라니요. 그냥 말만 하십시오. 제 강 공자님 부탁이라면 서천표국에서 나가라는 말만 빼고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지부장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원래는 지부장 보상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하나 부탁하려고 준비해둔 건데.
이야기 빨라서 좋네.
“하하하. 이번에 쟁자수들의 희생이 꽤 컸던 걸로 압니다. 혹시 그 빈 자리에 조선인들을 좀 채용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조선인을요?”
“원래 쟁자수도 시험을 통해 뽑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결격 사유가 없는 조선인들을 추려서 추천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쟁자수 고용은 조선인들이 유령선 일로 고생했기 때문에 하는 부탁은 아니었다.
배달원, 점소이, 숙수, 하역장, 객주까지. 내 덕에 수많은 일자리에 취직하고 있는 조선인들이지만, 여전히 오랑캐 멸시로 일자리는 부족했다.
여기서 쟁자수 자리까지 소개해주는 걸로 내 영향력을 늘린다면?
유령선 일처럼 우리 회주님 부탁이니 무조건 나서야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수족들이 늘어날 것이다.
“좋습니다. 강 공자님 보증이라면 확실하겠지요. 마침 인력이 동하는 상황이니 얼마든지 추천해주십시오.”
나는 지부장과 쟁자수 추천에 대해 몇 번 더 논의한 후에 임하연과 조심히 객잔으로 돌아왔다.
——-
“당신이 유령선 사건 해결 안 했으면, 꼼짝없이 잡혀갈 뻔했네요.”
“하연 소저. 당분간 외부 활동을 자제합시다.”
나쁜 소식이지만 좋은 소식.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객잔으로 돌아와 내린 결론이었다.
“어떤 식으로요?”
“전서구 훈련은 안 숙수님 집 마당에서 하고, 서류 업무 위주로 합시다. 거래처 방문처럼 불특정 다수를 만나야 하는 일은 인수인계해주시오.”
“당신, 지금 업무로도 힘들잖아요.”
“내가 할 생각은 없소. 소소도 왔으니 소소 시킵시다. 하연 소저랑 잘 맞으니 말동무도 하고 좋을 거요.”
“소소라면 안심이지만…….”
임하연은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끌었다.
아무래도 하던 일을 남에게 건네준다는 게 쉽지 않지.
“그동안 하연 소저가 하는 일이 좀 많았소? 남에게 일 떠민다고 생각하지 말고 분담한다고 생각해주시오.”
임하연은 내 말에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아꼈다.
도문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다.
임하연으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
임하연은 불안에 떨리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을까요?”
“원한다면 무한에서 탈출해도 좋소.”
포위망이 좁혀오기 전에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임하연이 없는 배달 사업은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임하연 본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나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임하연에게 답했다.
“당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임하연은 내 말에 오히려 화가 난듯한 표정으로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내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농담으로 말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같이 고생하자고 했잖아요. 설마 당신 고생하는 걸 모른 체하고 도망가라는 거 아니죠?”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임하연은 내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무래도 밤 산책 때 했던 말이 임하연의 뇌리에 깊게 남았나 보네.
평소에 의식 안 하려고 하지만, 얼굴 세 개를 동시에 들이대면 나도 좀 곤란해.
“소저가 괜찮다면 같이 역경을 헤쳐나가고 싶소.”
항복이다. 항복.
임하연은 그러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진작 그렇게 답하면 되는 걸 가지고. 아! 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임하연은 무언가 기대하는 듯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물어보시오.”
“당가주가 왜 당신 소식을 알고 싶어 해요?”
물어보지 않길 원했는데. 결국 물어보네.
거짓말을 하긴 싫고,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기도 곤란하다.
어떻게 대답하지.
역시 이럴 땐 허허실실 전법이지.
“저쪽은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는데. 이쪽은 싫다고 하는 관계라 그렇소.”
나는 피식 웃으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듯 대답했다.
“말하기 싫다면 그냥 싫다고 말해요.”
임하연은 그러자 조금 실망한 듯 내게 답했다.
진짠데.
——————–
“곤란하네.”
一 도문 놈들이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긴장 바짝 하고 있어.
하오문 시문에게 연락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간결했다.
내가 시문 쪽 사람인 것도 비밀이고, 사천당가의 귀빈이니 도문에서 접근을 꺼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시문에서도 최대한 도와줄 테니, 일단은 대기하고 있으라는 답변.
“객잔은 위험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내 곁에 있어야 대처를 해줄 수 있으니.”
내가 당가의 귀빈인 걸 도문도 아는 한, 함부로 위협해오진 않을 것이다.
감시를 피해 임하연을 다른 객잔으로 옮겼다가, 거기서 잡히면 대처 불가능이다.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데.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만 하다니. 곤란하네.
“당신!”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대단히 심통이 난 임하연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요.”
“그 여자 불렀어요?”
그 여자?
임하연이 그 여자라고 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요. 어?! 제갈 소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임하연의 뒤로 객잔에 올 리 없는 제갈향이 보였다.
왜 울상이지?
“강공자니이이이이임! 어?!”
왜 막아서고 그래.
임하연은 나에게 오려는 제갈향을 한쪽 팔로 막아섰다.
“남녀가 유별한데 지나치게 가까이 가는 거 아니에요.”
임하연 너는 어제 고개까지 들이밀었잖아. 바로 한마디 내뱉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제갈 소저.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게요오오오.”
제갈향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더니, 이내 말을 삼켰다.
문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가.
“하연 소저. 제갈 소저랑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으니, 문을 닫아주시오.”
“무, 문 닫고 둘이서 뭐 하려고요?”
왜 무섭게 눈을 희번덕거려.
“하아. 그냥 둘 다 들어오시오. 제갈 소저.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겁니까?”
웬만하면 집 밖으로 안 나가는 아가씨가 왜 객잔에 온 거지.
심지어 내가 부르지도 않았다.
제갈향은 방에 들어와, 뒤에서 오는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 한동안 말 못 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는 울상인 얼굴로 내게 외쳤다.
“저택에서 쫓겨났어요오오오오.”
이건 또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