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34)화(34/674)
Chapter 34 – 검은 머리 매담자의 위기 – 3
갑수상단 상단주 임갑수의 환갑잔치.
칠곡현에 많은 사람이 갑수상단의 환갑잔치에 몰려들었다.
상단 관계자들, 주변 문파 무인들, 표국 표사들, 칠곡현 관리들까지. 수많은 귀빈이 상단주 임갑수의 환갑을 축하하고 자리를 빛내기 위해 온 것이다.
이런 경축스러운 날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도 박대하지 않는 법이다. 동네 빈민들조차 갑수상단의 잔칫집에 들러 국수 한 그릇 대접받으러 몰려들었다.
나도 한창 중원을 떠돌던 시절에, 이런 잔칫집에 들러 국수 한 그릇 먹고 가곤 했다. 검은 머리라 다른 사람인 척 다시 와서 한 그릇 더 먹을 수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여기 국수 한 그릇!”
“천하의 갑수상단인데 고기 한 점 더 얹어줘~”
잔칫집 안쪽으로 가는 길. 잔칫집 바깥쪽에서 거지들이 국수를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특히, 이런 잔치 날은 거지들이 항상 몰린다. 거지들이 언제 든든히 먹어보겠는가. 이런 잔칫날 빼고는 그런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거 알아? 임갑수 환갑잔치가 이틀 뒤래.’
‘일주일 뒤에는 옆 마을 부잣집 아이 돌잔치가 있어.’
거지들은 서로 잔칫집 정보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며칠 뒤면 칠곡현 부자 중에 누가 환갑잔치라느니, 돌잔치라느니, 혼례가 있다느니 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
실제로 거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 무협지에서 거지문파 개방에 정보 단체 캐릭터 성을 부여하는 데 큰 영감을 줬을 것이다.
잔칫날이면 동네의 수많은 거지가 그 집 앞에 몰려든다. 잔치를 여는 사람들은 거지들이 깽판을 부리는 걸 막으려면 든든하게 챙겨줘야 했다.
거지를 쫓아내려고 하면 큰 사달이 날 수도 있다. 함부로 쫓아내려고 하면, 꽹과리 같은 시끄러운 악기를 두드리며 잔치를 방해한다. 잔치에 초대된 손님들을 향해 오물을 투척하기도 하고 시비를 걸기도 한다.
경사스러운 날에 이들을 막겠다고 피를 보고자 하는 주인은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형식적이나마 국수나 고기 몇 점을 주고 돌려보내는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면 대접한다. 그것이 하나의 예의고 관례였다.
물론,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을 박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부 환영한다는 뜻은 아니다. 초대받지 않은 방문객들은 간단한 식사만 주고 보낸다.
갑수상단에 초대받은 손님이나 귀한 손님들은 안쪽에 모셔져 맛있는 음식과 진귀한 볼거리를 대접받으며 본 연회를 즐기는 것이다.
“이쪽이네.”
하인 아저씨의 인도에 따라, 연회장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값비싼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진귀한 볼거리를 구경하는 손님들.
나도 저들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연회를 즐기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귀빈이 아니라 진귀한 볼거리였다.
“저희의 공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내 앞에 차례였던 곡예단의 공연이 끝났다.
무협 세계라서 그런지 서커스도 질이 달라요. 모용세가에서 봤던 고수들은 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멋지다는 느낌은 안 들었는데. 공연을 위해 합을 맞춘 묘기는 그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무대 뒤쪽에서 그들을 보고 박수를 쳐버렸다.
저거 다음에 내 차례라고? 부담 백배인데.
“다음은 자네 차례네. 바로 나가게.”
나를 이곳으로 불러들였던 갑수상단의 하인이 나를 불렀다.
“네. 갑니다.”
하긴 뭐가 부담이고 진귀한 볼거리냐. 사람이 대접받았으면 밥값은 해야 하는 법이다.
“조선에서 온 매담자. 강 모(某)라고 합니다.”
착! 사람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부채를 한번 펼쳐서 시선을 유도한 후에, 인사를 올렸다.
“매담자를 부를 거면 중원 사람을 부르지. 어디서 오랑캐를 데려왔데.”
“천하의 갑수상단이 매담자로 부를 사람이 없었나?”
“저잣거리 지나면서 한두 번 본 차림 같은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듯했다. 평소에 저잣거리 좀 다녀요. 요새 인기인을 몰라보시네.
공연을 시작하기 전 반응은 다소 싸늘해 보였다. 네가 뭘 하는지 한번 지켜나 봐보겠다는 눈빛들.
“요새 칠곡현에서 유명한 하무린 공자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들의 인식을 내가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내 실력으로 저들을 빠르게 달아오르게 하는 수밖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며칠 배부르게 먹고 토납술로 몸을 회복하니, 몸이 절정의 컨디션이다. 내 목청에 연회장의 사람들이 한 번에 휘어 잡혔다.
“매담자가 목청 한번 좋군.”
“요새 유명한 오랑캐 하나가 저잣거리에 있다더니. 저 녀석인가 보구만.”
“아들내미가 우연히 들어봤는데, 매우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기대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기대해줘. 글쟁이는 원래 관심 먹고 사는 동물인데, 한동안 관심을 못 먹었어. 글로는 관심하나 못 받았으니까 이렇게라도 받아야겠다.
초반부 이야기의 내용은 저잣거리와 똑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하늘이시여. 제가 저 연놈들을 죽이더라도 증거가 없어, 저도 사형당할 것입니다. 어머니와 삼촌을 죽인 패륜아니까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현장으로 가서 증거를 가져오면 저 연놈을 죽일 수 있습니다!!”
원래는 내 이야기에서 다음 부분이 제일 중요한 파트이다.
‘하가장의 재산은 저 더러운 연놈들의 재산.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더러운 돈을 쓸 수 없습니다. 하늘이시여!! 저에게!! 여비를 나눠주시겠습니까!’
요전법(邀錢法)을 사용하는 파트.
매담자 일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돈 버는 파트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는가.
저잣거리였다면, 관객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돈 통에 돈이 찰 때까지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저잣거리가 아니다.
내 이야기를 일시불 유료결제 했으니 30초 광고는 필요 없지.
“하가장의 재산은 저 더러운 연놈들의 재산.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더러운 돈을 쓸 수 없습니다. 내 아버지의 생신 선물을 위해 직접 모은 이 돈! 이 돈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유료결제 고마워요. 추천과 즐찾 구독 설정 부탁해요!
하무린 공자의 요전법(邀錢法)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들은 대충 넘겨버리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삼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죄를 고하시오!”
부채를 허공의 삼촌에게 가리키며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이미 독에 중독되어 죽을 놈이 말은 많구나! 내 직접 멱을 따주마!”
몸을 살짝 돌려 삼촌의 간교한 말투를 표현했다. 부채를 칼처럼 들고는 허공의 하무린 공자에게 달려드는 제스처를 취했다.
“흥! 소용없소!”
나는 가볍게 칼을 쳐내고 목을 노리는 자세를 취했다.
“말도 안 돼! 너 따위가 날 이렇게 쉽게 제압할 리가 없다! 어떤 사술을 쓴 것이냐!”
원래는 저잣거리에서는 좀 많이 움직이는데, 여기서는 적게 움직여 제압하는 연출을 했다.
“허. 저리도 쉽게 제압하다니. 삼촌은 하가장 최고의 무사가 아니었는가?”
“하무린 공자 무공의 성취가 발전했나 봅니다.”
“하무린 공자가 뼈를 깎는 수련을 하더니만 저 정도로 성취에 올랐는가.”
아니야.
그냥 여기 무림인들 많아서 그랬어.
저잣거리 관객들은 대충 멋있게 휘두르면 좋아하지만, 여기는 전문가 천지잖아. 내가 부채로 펼치는 검술이 얼마나 웃기겠어.
다행히 의도가 통했다.
오히려 적은 동작으로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더 있어 보이긴 한 것 같다.
“하가 검법 7성에 이르렀소.”
“말도 안 된다. 7성이라니. 하가장에 그 누구도 7성에 이른 적이 없거늘.”
“내 아버지의 원한과! 내 아버지를 향한 효심! 당신에 대한 원한이! 무공의 성취를 만들었소!”
“살려다오. 자살한 네 새 어미의 사체를 묻어주고 내 조용히 은거하겠다!”
“당신은 그걸 내 아버지를 살해하기 전에 결심했어야 했소!”
일격에 목을 베는 동작을 취했다. 관객들에게 등을 보여주고 부채에 묻은 피를 닦아 내는 듯한 마무리 동작.
원래 일격에 죽이고 등 보여주는 게 국룰이지.
“오오!”
“드디어 복수를 했는가!”
“새어머니도 죽고 삼촌에게도 복수했군!”
“하지만 하공자도 지금 목숨이 위태로울 텐데.”
“하공자는 독에 중독되었는데…….”
“설마 복수를 하고 허망하게 죽는다고?”
손님들 맞아요. 하무린도 죽어요. 하무린 공자 이야기는 비극이거든요.
“크윽! 독에 중독되어 이렇게 죽는 것인가.”
나는 일부러 비틀대며 한쪽 무릎을 땅에 대었다.
“아니!! 왜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죽는 거야!!”
“허어! 경사스러운 잔칫날에 저런 슬픈 이야기라니!”
관객들이 탄식하기 시작했다. 여성 손님 중에 몇 명은 막 울려고 그러네. 화장 망가져요.
초대된 손님들 몇 명은 차마 이 이야기를 더 볼 수 없는지 눈을 가려버렸다.
근데, 이거 비극으로 안 끝나요.
유료결제 회원께서 경사에 비극을 보여주는 건 너무하다고, 돈 더 줄 테니 희극으로 바꿔 달라고 하셨거든.
“아버지의 유품인 피독주(避毒珠)를 사용해야겠군.”
나는 무협지의 만능 독저항 아이템. 피독주를 쓰는 척을 했다.
“허어. 하가장주의 유품에 피독주도 있었나 보군.”
“그럼 그렇지. 비극으로 끝나면 되나. 비극으로 끝났으면 저 매담자의 볼기짝을 걷어찼을 거야!”
“하하! 농담도 과하십니다!”
“농담 아니네.”
“…….”
순간 그 소리를 듣고 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엔딩 수정해서 다행이다.
“크윽. 독이 회복되었구나. 복수를 이루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하가검법 7성에 올랐다. 하늘이시어! 돌아가신 아버님! 그곳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이제 조선에서 최고의 가문으로 하가장이 우뚝 설 것입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본 채 양손을 치켜 올리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오오! 재미있었어!”
“아까 곡예단보다 훨씬 몰입해서 봤네!!”
“조선의 이야기 정말 재밌군!!”
손님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올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연기 맛깔나게 했네. 이래서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니까.
무대를 내려오니 갑수상단의 하인이 나를 반겼다.
“내 이제까지 자네처럼 이야기를 잘하는 매담자는 처음 봤네!!”
하인 아저씨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내 어깨를 팡팡 두들겼다.
“하하. 칭찬이 과하십니다.”
“아닐세! 갑수상단 연회에 그동안 수많은 매담자를 초대했지만, 자네처럼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네!!”
“감사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 연기 잘됐어. 혼신의 열연이었다고.
“여기 돈주머니에 수고비를 넣었네.”
하인 아저씨가 건네준 돈주머니를 받았다. 오오오, 많다. 이 정도면 저잣거리에서 한 달은 일하고 벌 돈인데.
“상단주님이 아주 만족하셨네! 작은 연회장에 예인들을 위한 주안상(酒案床)을 마련해뒀네. 오늘 하루 더 자고 가도 되니 실컷 먹고 마시게. ”
“잘 먹겠습니다.”
이제 신경 쓸 일도 없으니 자축할겸 신나게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