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51)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54화(348/674)
EP.355 괴도 – 6
누구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은 있는 법이다.
“운현이 당정 소협보다 강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말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그러면 당정이 운현 소협보다 강하다는 건가?”
“당연한 소리를!”
다서회 신입이 잔잔한 여울에 무심코 던진 돌.
처음에는 분명 작은 파문이었다.
호필 작가님의 소설 주인공 중 누가 더 강한가.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결론이 서로 충돌을 일으켰고, 파문은 점점 거세어졌다.
“호북성의 사람이 지금 무당파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고, 사천 촌 동네에 있는 음험한 독쟁이 가문에 손을 들어주는 건가!”
무당파는 정파의 태산북두이자 호북성의 자존심. 도가 문파로서 종교적으로도, 무림 문파로서도, 존경을 한 몸으로 받는 문파였다.
다서회의 회원 하나가 마치 무당파가 욕이라도 먹은 듯, 안색을 구기며 말했다.
“음험한 독쟁이라니! 말조심하게!”
“내가 틀린 말을 했나!”
“당정은 음험한 독쟁이들과 달리 무림에 모범이 되는 협객이거늘.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당가가 음험한 독쟁이인 건 인정하지만, 당정이 욕먹는 건 참을 수 없다. 두 파벌로 갈라진 다서회였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건 내가 말실수했군! 하지만 어찌 무당의 무공이 독쟁이들의 무공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냐 이 말이야!”
“사천성에서 구파일방인 아미파나 청성파도 사천당가에게 한 수 접어주는데. 떨어질 게 뭐 있나?”
호북성의 성도인 무한을 장악하지 못한 제갈세가와 달리, 사천당가는 사천성의 성도를 장악했다.
구파일방으로서 한 축을 담당하는 청성파도, 아미파도 하지 못한 업적이었다.
“그건 세속적인 무림세가라서 그런가 하고! 무공의 수준이 어찌 평가절하된단 말인가. 거기에 사천성에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건 당연히 구파일방인 아미파와 청성파란 말일세!”
위세는 당가가 강할지언정, 영향력은 구파일방이 더 강하다.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당정의 편인 다서회 회원에겐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훗. 꼭 이인자들이 그런 식으로 변명하더군.”
다서회 회원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피식거리며 말했다.
“자네 지금 뭐라고!”
“그만하게. 싸움 나겠네. 애초에 무의미한 싸움을 왜 하는 건가?”
당정 우위. 운현 우위. 두 파벌로 나뉘고 있는 다서회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말리는 사람 또한 존재했다.
“무의미하다니! 당정과 운현은 동시대에 나타난 무인이지 않은가. 당연히 의미가 있지.”
“맞지. 사실상 이건 호필 작가님이 부추긴 걸세. 안 그러면 왜 같은 시간대에 두 무인이 있냔 말이야!”
“끄응.”
이미 돌은 던져졌다.
논쟁을 만류한 다서회 회원도 알고 있었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랬다면 다들 얼굴에 분노가 차 있을 테니까.
다서회 사람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유희 거리로 즐거움에 가득 차 있었다.
당정과 운현 중 누가 더 강할 것인가.
당연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주제다.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을 가지고, 소설을 수없이 본 애독자들이 각자의 근거와 논지를 통해 토론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며,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을 위해 행동하고 소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할 수 있다. 거기에 같은 파벌끼리는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이만큼 재미있는 논쟁이 어디 있겠는가.
“애초에 운현이 당정 소협의 상대가 될 리도 없겠지만. 운현은 색마가 아니지 않은가. 독을 뿌리면 대처할 방법이나 있겠나?”
결국 논쟁은 계속 진행되었다.
“운현의 눈치가 보통 사람인가. 독을 뿌리는 걸 눈치채는 순간, 모가지가 공중 분리되는 모습을 보게 될 걸세.”
“맞아. 운현은 상대가 독을 뿌리는 사이에 악인의 모가지 세 개는 더 벨 걸세!”
“크으. 역시 호필 작가님의 소설 역사상 최고 협객. 운현답군.”
운현 우위라고 외치는 파벌이 박수까지 쳐가며 논지를 동조했다.
“으으! 독이 그렇다면 암기는 어떠한가? 당정의 암기는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네!”
“윽! 암기…….”
“바람처럼 빠른 암기에 독까지 묻어 있네. 운현이라도 필시 대처하지 못할 테지.”
운현 우위라고 주장하는 파벌이 순식간 외통수로 몰렸다.
운현의 검은 속도를 중시하는 쾌검이 아니다. 반면 당정은 속전속결을 중시하는 암기를 사용하는 당가의 무인.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운현을 지지하던 다서회 회원이 장고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튕겨냈다.”
“뭣?!”
“바람처럼 빠른 암기? 무당파의 팔괘 검법을 익힌 운현에겐 그저 콧바람에 지나지 않네.”
운현 우위 파벌 다서회 회원의 당당한 목소리에 같은 파벌의 회원들이 환성을 질렀다.
“과연!”
“크으. 또 당신입니까. 역시 호필 작가님의 소설 역사상 최고 협객. 운현!”
운현이라면 할 수 있다. 부족한 격차는 다서회의 애정으로 메우면 그만인 법이다. 다른 다서회 회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그렇게 억지를 쓸 건가!”
“억지는 무슨 억지인가. 무당파 5대조 장문인의 마지막 심득이 담긴 팔괘검법이 우스워?!”
“무당파 장문인의 심득이 담겼다고 한들 운현의 성취는 하잘것없지 않은가. 만변은커녕 천변조차 못 하고 있는데.”
“윽!”
“반면 당정은 어떠한가. 당가의 무인들이 극찬할 만큼의 무공의 길을 개척한 무림인일세. 일대종사(一代宗師)의 자질이 있단 말이야!”
“으윽!”
“흐흐. 인제 그만 인정하게.”
“운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협객일세! 위기의 순간에 누구보다도 강해지지.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야!”
“그래? 그러면 독살공간은 어떻게 막을 건가?”
운현이 촉망받는 무당파의 후기지수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정은 이미 운현과 같은 수준의 후기지수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을 뛰어넘었다.
당정 우위 파벌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대쪽 파벌에게 물었다.
“독살공간?”
“어서 오시오. 독살공간에! 운현이 어떻게 독살공간을 막겠나!”
독살공간. 당정의 독문 무공. 천하의 색마조차 두려워하게 된 무공을 어찌 운현이 막을 수 있을까.
절대 이길 수 없다.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되는 논쟁이다. 어떻게 당정이 운현 밑으로 생각될 수 있단 말인가. 운현 우위라는 놈들은 소설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놈들이다.
당정 우위 파벌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지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독살공간 펼치면 끝날 때까지 떨어져 있으면 그만이지.”
회심의 반격이 펼쳐졌다.
“뭣?!”
“아침 식사로 고기 구워 먹고. 느긋하게 차 한잔하고 있으면 독살공간도 끝나지 않겠나. 그럼 지쳐있을 때 들어가면 그만이야.”
왜 사지로 걸어 들어가야 하지? 노리는 여자도 없는데 말이야. 운현 우위라고 주장하는 다서회 회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자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른 다서회 회원 하나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친우를 바라보았다.
“왜? 자네도 내가 헛소리하는 거 같나?”
친우도 같은 운현 우위 파벌이지만, 독살공간은 답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은 다서회 회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운현은 무당파 도사이지 않은가. 아침에는 몸이 무거워진다고 화식(火食)을 하지 않네.”
“아하. 그러면 샐러드 먹고 출출해서 더 안 가겠구먼!”
“하하! 그런 거지!”
역시 자신의 친우. 부족한 논증을 더 해줄 완벽한 동료였다.
“3권 안 읽었나! 독살공간은 이제 움직인단 말일세.”
“샐러드도 가벼워서 들고 먹을 수 있어!”
“뭐라는 건가. 도대체!”
두 주인공이 붙으면 당정이 이길 것인가. 운현이 이길 것인가.
한번 불붙은 논쟁은 연일 다서회를 뜨겁게 만들었고, 수많은 다서회 회원이 다음날도 다서각으로 출근하게 만들었다.
***
“왜? 다서각에 무슨 일이야?”
며칠 바빠서 다서각으론 출근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어?
“강 점장님. 저쪽 좀 보세요.”
하소소는 2층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은 다서회 사람들이 앉는 자리인데?
나는 시선을 돌리고는, 구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귀를 기울였다.
“사촌 형을 모셔 왔소! 무당파의 속가제자 출신인 분이 세운 문파에서 무공을 배우신 분이요!”
“아니. 밥 사준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이게 뭐야? 그리고 한 수 배운 거지 문도는 아니야.”
“으윽! 비겁하게 무림인을 데려오다니!”
“형님 말씀 좀 해주십시오. 형님이 보기엔 사천당가의 당정이랑, 무당파의 직전 제자이자, 동량지재이며, 호필 작가 역사상 최고의 협객. 5대조 장문인의 심득이 담긴 유지를 이은 운현 소협 중에 누가 더 세 보입니까?”
“무당파 무인이랑 당가 놈 중에 누가 세냐고? 그야 당연히…….”
“잠깐. 사촌 형님께선 당가풍운과 풍운협객전을 다 읽어보셨습니까.”
“어……. 그, 그게……. 안 읽어봤는데? 오늘 이놈이 빌려준다길래 나왔지.”
“역시 소설 안 읽고 분탕을 치려는 종자를 데려온 거였군. 준비하게.”
“바로 준비하지.”
“잠깐? 지게를 왜 꺼내나! 미안하네! 실수했네!”
“소설 안 읽고 분탕을 치는 종자는 용서하지 못하네!”
지게는 도대체 어디서 꺼내는 거야. 저렇게 분탕 종자 하나 또 가는 건가.
“정실 대전이 아니라 주인공 중 누가 더 강한지 토론하는 건가?”
고개를 돌려 소소에게 물었다.
“토론 정도면 좋죠. 요새 이를 악물고 침을 튀겨가면서 이야기한다니까요. 너무 과열되는 거 같아요.”
소소는 걱정된다는 듯 하소연했다.
소설 두 개를 동시에 냈더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하긴 나도 어릴 적에 좋아하는 두 로봇 중에 뭐가 더 세냐. 비교 글을 본다던가.
선대 주인공이 더 세냐. 후대 주인공이 더 세냐. 아니면 라이벌이 세냐. 파일럿으로서는 선대가 세지만, 후대는 선대보다 초능력이 더 강해서 제대로 성장하면 모른다.
댓글로 토론하며 놀곤 했다.
“소소야. 말해놓은 건 준비 되었니?”
마침 잘됐네. 준비한 걸 꺼낼 시간이다.
“네, 바로 준비할까요?”
“무한 다서회 사람들이랑 대화하고 있을 테니까. 준비되면 가져와.”
다서각이 소설로 후끈해졌으면, 열기로 물이라도 끓여야 하지 않겠어?
나는 소소를 시키고는, 한창 열띤 토론 중인 다서회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