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58)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63화(355/674)
EP.364 대털 – 2
[괴서가 날아들었다는군.] [무슨 괴서?] [기괴하게 접힌 검은 종이가 저택에 놓여있었다는 거야.] [무영신투? 또 뭐 훔쳐 갔대?] [그게 문제라니까! 종이를 놓고 간 뒤에 훔치러 왔단 말일세! 덕분에 괴서를 받은 부잣집들은 지금 호위를 구하느라 난리일세!]“운현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방법이 괴서? 훔치러 간다고 예고한다니. 어떤 도둑이 이런 미친 짓을 해?”
무영신투는 도대체 왜 괴서를 날린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궁금하다. 청년은 계속 글을 읽어나갔다.
[최근에 빈민촌의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빈민촌이라 포졸들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고, 무인들은 나설 이유가 없으니, 저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괴서 때문에 밤마다 무영신투라는 도둑이 돌아다녀, 경비를 구하는 곳들이 많다 들었습니다. 도둑으로부터 민초들을 지키는 것도 충분히 협객이 할 일이 아닙니까?]지금의 운현 소협을 가만 놔두었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 운현은 두 여인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안전한 금고 호위 일을 맡기로 했다.
——–
[운현 소협께서는 금고 앞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만약 무영신투가 찾아오면, 여기 있는 손잡이를 당겨주십시요.] [도박장을 운영하시는 분이었군요.]운현은 자신의 고용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나라에서 금하는 대규모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람. 암암리에 퍼진 악명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저 같은 놈이 해야, 절에 시주도 많이 하고, 빈민들에게 적선도 많이 하지요.]무슨 소리를 들었건 헛소문이다. 오해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건 맞지만, 수많은 자선 활동을 하고 있다.
고용주는 운현의 적의를 웃어넘기며, 능숙하게 자신을 추켜세웠다.
[……알겠습니다.]가난한 자들에게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니.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은 확실하건만, 길을 잃은 운현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운현! 어찌 된 것이냐! 네가 바로 베어 넘겨야 할……. 헉! 내가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고 말하다니!”
분명 협행에 대해 조금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청년은 어느새 운현화가 되어가고 있는 자기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
[오랜만이네요.]운현의 앞에 당연한 듯 변장을 한 무영신투가 나타났다.
“괴서를 날린 게 무영신투로서 운현을 만나기 위함이었나? 무영신투의 연서(戀書)는 수준이 다르구나.”
옥련 소저가 아니라, 무영신투로서 운현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주려는 걸까.
[돌아가시오. 목숨의 은인이라고 하나, 타인의 물건을 가져가게 할 생각은 없소.] [싫은데요. 금고를 여는 동안 가만히 있던지, 아니면 꼭 붙잡고 있는 손잡이를 빨리 내려줄래요?]“함정마저 눈치채고 있었나!”
[……당신이 원한 일이요. 헛?!]운현이 손잡이를 내리자, 금고 방의 바닥이 한순간에 꺼졌다.
[잡아요!]구덩이의 끝은 촘촘히 박혀있는 창날. 무영신투는 바로 운현을 잡아, 구덩이 속 안전지대로 몸을 튕겼다.
“떨어지는 중에 방향을 바꿔? 얼마나 경공술이 뛰어난 거야?”
[이게 도대체…….]운현은 어쩌면 자신을 벌집으로 만들었을, 창날들을 보며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골칫덩어리 둘을 동시에 죽일 수 있으면 일석이조잖아요. 당신이 죽인 흑도의 무인이, 저놈 밑에서 일하던 놈들인 거 몰랐어요?] [분명 빈자들에게 많은 것을 베푸는 상인이라고 했소.] [이래도요?]지하실. 긴 통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방들. 무영신투는 그 방 안에 비쩍 마른 몰골로 무언가 만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여주었다.
[이건?!] [사기도박에 쓸 도구들을 만들 때 아이들의 섬세한 손이 필요하다더라고요.]“아주 악독한 놈이었구나!”
[침입자다! 잡아라!] [뒤에는 창날. 앞에는 검날.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죠?!]운현은 순순히 검을 뽑았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의 운현의 검이 아니었다.
저 아이들을 채찍질하던 남자도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다. 정말 내가 칼을 휘두르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 칼이 또 다른 원한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운현의 칼끝은 흔들렸지만, 흔들리는 것은 만변의 검이 아니라 갈피를 못 잡는 운현의 마음이었다.
“운현! 이럴 때가 아니잖아! 눈앞에 흑도가 몇 명인데!”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고민이라니. 물론 평생 협객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운현에게 무엇보다 큰 고민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고민도 살아서 해야 고민이 아니겠는가.
[왜 망설이는 거죠!]무영신투도 운현의 이상을 바로 눈치챘다.
[나, 나는…….]무영신투가 자신의 고민을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어리석다면 어리석은 고민. 그러나 남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민이니까.
[설마 칼을 휘둘러야 할 완벽한 이유라도 찾는 건가요?] [그걸 어떻게?]잠깐의 대치 속. 운현은 무영신투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협객이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그게 협객인가요? 장사치랑 다를 게 무엇이죠?]손익을 따지는 게 협객인가. 원한을 두려워하는 게 협객인가.
운현의 흔들리는 마음에 비도와 같이 예리한 말이 꽂혔다.
[칼을 손에 쥔 그 순간부터. 무림에 발을 담근 그 순간부터. 은원(恩怨)의 강에 몸을 던지는 거예요. 그런데 나와 당신이 다른 점이 뭔지 알아요?] [무엇입니까.]분명 한낱 도둑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라면 자신의 물음에 답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잃은 운현은 답을 구하기 위해 물었다.
무영신투는 운현의 간절한 시선에 비도를 들고는, 눈앞의 흑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몸이 다 젖을지언정, 강물에 빠진 아이들을 모른 척하지 않아요.]도둑이라고 욕하더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악이 될지언정 거악을 내 손으로, 내 방법대로 심판하겠다.
[무영신투…….]한낱 도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운현의 앞에, 의적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협객이 서 있었다.
“크으. 이거였구나! 무영신투라는 이름의 협객. 무림의 선배로서 조언해주려고 운현에게 연서를 날린 거야!”
[운현 소협! 오해가 있는 것 같소! 지금 당장 무영신투를 잡는 데 협조해주면! 주머니 가득 금빛으로 채워주겠소!]적의 절반이 쓰러지자, 위기감을 느낀 주인장이 나타나 운현을 향해 외쳤다.
[주인장. 아이들은…….] [아이들? 오해요! 내일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거둬서 기르고 있는 거요!]어수룩한 무림 초출이다.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대면 믿을 것이다. 주인장은 회심의 미소를 속으로 지으며 말했다.
운현이 달라진 줄 모르고 말이다.
[빈민촌에서 납치된 아이들이더군.] [하……. 알고 있었소? 어쩔 수 없군. 쳐라!]남자의 명령에 지하실 가득히 흑도의 무인들이 들어찼다. 비록 고강한 무인은 없을지라도, 무림 초출의 무인이 상대하기엔 떨리는 정도의 병력.
그러나 운현은 떨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처음으로 운현은 칼을 굳게 잡았다.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쳐라!]“꿀꺽.”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청년은 마치 자신이 일촉즉발의 현장에라도 있는 듯 긴장된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운현은 강 한가운데 있었다.
분명 칼은 적을 베고 있었지만, 운현은 강 한가운데 있었다.
은원의 강 한가운데. 거센 물살 속에 칼 한 자루를 든 채 서 있었다.
이대로 발에 힘을 놓으면 강물에 휩싸여 떠내려갈 것이다. 이대로 검을 놓으면 물살을 가르고 올라가지 못한다.
[협객이 되지 못한다.]물살을 겨눈 칼은 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미혹에 휩싸인 자신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몸이 다 젖을지언정 강물에 빠진 아이들을 모른 척하지 않아요.]그래.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협행 때문에 생기는 원한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미혹에 흔들리지 않겠다.
칼끝은 흔들릴지언정,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은원을 맺고 끊는 것도 나 자신이니.
흔들리지 않는 두 발로 강물을 거스르겠다.
[수만 번 칼끝은 흔들려도 나 자신은 흔들리지 않으니.]어렸던 날부터 지금까지. 절대 변하지 않을 신념. 만물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나 자신.
[팔괘의 중심에 있는 것은 나 자신.]팔괘검법의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묘리였다.
[이, 이게 도대체! 컥!]경지를 넘은 운현의 칼에 방안을 가득 채운 흑도인들이 한순간에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 나가 선업을 쌓아라. 무당산에서는 평생 이룰 수 없는 검이기에, 세상에 나가 칼을 휘두르라고 하셨던 거군요.]모든 미혹을 뿌리치고 협객이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하여 태어난 검.
그것이 팔괘검법이었다.
“과연 오대조 장문인! 과연 운현!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을 줄이야! 미쳤네! 진짜!”
청년은 마치 자신의 미혹을 떨쳐버린 것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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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안에 재미있는 게 많네요.]무영신투는 지상으로 나와 금고의 문을 열며 말했다.
[나를 도와준 이유가 무엇이오?]운현은 무영신투가 금고를 여는 걸 넋 놓고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왜 자신을 도와준 걸까. 도움을 계속 받고 있지만 영문을 모르겠다.
[자요. 이거 받아요.] [이건?] [비밀 장부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어서요. 저기 맨날 한발 늦는 포쾌들이 몰려오네요.]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소?] [이럴 때 추파를 던지는 거예요?] [그, 그게 아니라……. 앞은 포쾌와 무인들. 뒤에는 호수요. 퇴로는 다 막혔소. 지금 변장을 풀면 도와주겠소.] [퇴로가 없다고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무영신투는 호수를 향해 박차 올랐다.
[무슨?! 물 위를 어떻게?]“사람이 물 위를 걷는다고? 달마대사도 아니고 도대체?!”
갈댓잎 하나로 황하를 건넜던 달마대사의 일위도강(一葦渡江)이라도 쓴단 말인가. 전설의 경지가 펼쳐지자, 운현과 청년은 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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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에 대해 말하는 건 관주님의 말처럼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협객에 대해 논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무영신투라는 아름다운 괴도.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고민과 해결을 통한 깨달음.
미혹을 뿌리치고 한층 더 강해진 운현이 적을 한순간에 해치우는 장면까지.
모든 게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재미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운현처럼 강해지기 위해 칼을 휘둘러보고 싶다.”
청년은 마음속에 들끓는 마음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청년이 바로 연무장으로 뛰쳐나가지 않는 것은, 아직 풍운협객전 3권의 끝마무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3권도 슬슬 끝인가? 소금물을 마시는 기분이네.”
청년은 다음 장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