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6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72화(363/674)
EP.373 투문 – 2
“투문에서 호북성의 간부들에게 열흘 뒤에 모이라고 했다더구나.”
나는 기문에서 날아든 희소식에, 하연 소저와 함께 서둘러 기문향주와 만남을 가졌다.
“모이라고요?”
하연 소저는 공식적으로는 기문에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 투문에서 보내는 소식은 기문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인지, 나와 같이 처음 들어본 눈치였다.
“투문에서 향주를 추대할 때 치르는 의식이 있는 걸로 안다. 아마도 의식을 위해 모이는 것일 테지.”
“설마 또 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
의적 질도 해. 예고장 보내고 괴도 짓도 해. 탐관오리들도 영혼까지 탈탈 털어줘. 또 해야 하는 게 있다고?
“투문의 문도들에게 새로운 향주를 소개하는 형식적인 의례로 안다. 투문의 일은 모르나, 마문에서는 새로운 향주가 전대 향주를 마차에 태워 무한을 한 바퀴 돈다더구나.”
“일종의 대관식 같은 거군요.”
도둑놈들끼리 하는 행사 같은 거였나.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리고 의식이 끝나면 향주가 되지.”
“확정……입니까?”
확신이 서지 않는 말투로 물었다.
무영신투로 얼마나 이름을 날려야 투문 향주로 인정해줄 것인가. 밤낮없이 계획하고 담을 넘어도 연락은 도통 오지 않아 답답해하기를 몇 날 며칠이었던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동굴을 걷다가, 멀리서 보이는 불빛에 섣불리 희망을 품어도 될지 고민하는 기분이었다.
“둘 다 수고했다.”
기문향주는 대견하다는 시선으로 우리 둘을 치하했다.
정말이야? 하연 소저가 투문 향주가 된다고?
“드디어! 하연 소저! 이제 다 끝났소.”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하연 소저의 어깨를 붙잡았다.
“당신……. 정말……. 우리 정말로…….”
울지마. 하연 소저도 믿기지 않는지 눈가에 눈물이 고일 기세였다.
“후우우. 좋아하긴 아직 이르구나. 문제가 남아있다.”
기문향주는 뜨거워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연초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래. 문제가 없을 리가 없지.
“도문입니까?”
“새로운 향주가 선출될 거라는 소문은 이미 다 퍼졌다. 도문 향주도 알고 있겠지.”
“무영신투의 정체가 하연 소저라는 것도 알겠군요.”
“확신하진 못할 거다.”
“네? 투문에서 공표한 거 아닙니까?”
우리 사장님이 곧 취임하신다고 광고할 때는 약력 소개는 기본으로 하는 거 아니었어?
“도둑끼리 비밀을 안 지켜주면 같은 문파에 왜 있겠느냐.”
그건 그러네. 하긴 정체 까발리고 다니면 영업 방해 수준이지.
“도문이 새로운 투문 향주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파악을 못 한 겁니까?”
“확실히 알려진 건 무한의 괴도 무영신투가 향주로 추대되었다는 소식뿐이다.”
“이대로 버티기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모든 게 끝나겠군요.”
고작 열흘. 도문 향주에게 열 밤만 자고 돌아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은 기분이네.
도문향주가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호북성 하오문 향주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8일 뒤. 투문의 향주 추대 의식이 열리기 이틀 전에 말이다.”
예상대로 마지막 난관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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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주 모임이라고 하시면?”
잠시 들떴던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기녀가 내준 차를 한잔 마시고는 물었다.
“새로운 향주 선출이 거의 확정되었을 때 열리는 자리다. 기존 향주의 은퇴를 기념하고 새로운 향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지.”
“하연 소저가 꼭 나가야 하는 자리입니까?”
설마 사원 전원이 필수 참석해야 하는 신입 사원 환영회였나.
“그러기 위한 자리다.”
맞네.
“대충 바쁘다고 모임을 미루면 안 됩니까? 하연 소저가 향주가 되고 모이면 되잖습니까.”
세상이 어느 때인데 전체 회식을 강요하나.
팀끼리 하자. 팀끼리. 투문 팀 따로 모여. 운기 객잔에서 내가 쏜다. 1차만 먹고 가고 싶은 사람은 1차만 먹고 가. 내가 특별히 마차 비용도 내준다.
우리 새 시대가 왔으면 회식도 새 시대식으로 해야지.
“내가 직접 전대 기문 향주의 골통을 부수고, 호북성 기문 전체를 재건해야 했을 때도 나갔어야 하는 자리다.”
“예외는 없는 거군요.”
“의례라는 것이 그렇지 않느냐. 불합리해도 따라 하는 거지.”
하오문은 블랙 회사였군. 이래서 사람이 복리후생 챙기려면 정파에 취직해야 하는가 보다.
“향주 세 분이라면 새로운 불합리를 만드실 수 있지 않습니까?”
“이미 날짜를 미루자고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도문 향주가 동의하지 않더구나.”
“다들 동등한 권한이 있는데, 향주 한 명이 반대한다고…….”
임원이 셋인데 다른 임원 하나 의견 정돈 묵살 가능한 거 아니야?
“도문의 외부 무인들이 무한으로 움직이고 있더구나.”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인데.
“내전입니까?”
“미친 망아지가 무슨 짓을 벌일지 감을 잡을 수 없구나. 무영신투의 정체가 누구인지 짐작은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도문 향주는 하연 소저가 새로운 투문향주인지 완전히 확신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확신하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으른 놈은 아닌가 보네.
“만약 모임에 하연 소저가 나타난다면 바로 움직이겠군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하연 소저를 잡으려고 할 거고, 그러면 지금까지의 모든 공이 수포가 되어버린다.
“안 나타나도 마찬가지겠지. 우리가 인정해준 꼴이 될 테니.”
새로운 투문 향주가 하연 소저가 아니라면 모임을 거절할 이유도 없다.
참가해도, 참가하지 않아도 외통수인 건가.
“제가 모임 장소에 나타나면, 어떻게든 저를 확보하려고 들겠네요.”
하연 소저도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깨달았는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이 틀어지면 결국 피를 흘려야 하겠지. 호북성 하오문의 6할이 도문을 지지하는 이상, 각오를 해야 할 거다.”
언뜻 보기에는 3대 1의 일방적인 세력 싸움 같지만, 실상은 도문 향주 혼자 3의 세력을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인 건가.
난감하네.
이제 드디어 마라톤 결승점 보이는 상황. 정신병자가 난입해서 결승 주자를 향해 달려가는 걸 보는 기분이다.
도문 향주, 이놈아. 별의별 수단을 다 썼으면 인제 그만 납득할 때도 되지 않았냐. 가짜 무영신투까지만 하고 인제 그만 포기……. 어? 잠깐만.
“가짜 무영신투는 어떻습니까?”
순간 떠오른 생각을 기문향주에게 제안했다.
“가짜 무영신투?”
“정확히는 무영신투의 대리를 내세우는 겁니다. 향주 모임이라면 외부인은 없을 터. 세 분이 모르는 척해주신다면 도문 향주를 속여넘길 수 있을 겁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다. 향주 세 명이 함께 가짜를 무영신투라고 부른다면, 도문향주 따윈 쉽게 속여넘길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생각이긴 하나, 동석할 투문의 사람이 반대할 거다. 투문의 향주를 소개하는 자리지 않느냐.”
향주들만 있는 자리는 아니었나.
포기해야 하나. 아니야. 기문 향주도 인정한 좋은 방법이다. 한가지 난관만 극복하면 된다. 투문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시킬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아하.
“만약 그것이 투문 향주의 뜻이라 하면 어떻겠습니까?”
투문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게 무슨 뜻이더냐?”
“제가 나가겠습니다. 하연 소저의 대리로 말입니다.”
나는 품에서 검은 동전을 꺼내며 말했다.
무영신투의 의제인 증거. 흑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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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가 저 아이의 대리가 되겠다고?”
“당신이 나서겠다고요?”
나는 두 사람의 놀란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현 투문 향주 무영신투의 의제입니다. 호북성에 저보다 투문 향주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는 없지요.”
나라면 가능하다.
투문 향주님이 허락하셨어. 내가 하루만 가짜 무영신투하래.
뭐 증거? 의제인 내 말을 의심하는 건 투문 향주님의 말을 무시하는 거라고 보면 되냐. 너 이름 뭐야? 형이 은퇴하실 향주님의 의제이자 새로운 향주의 연인이거든.
“과연……. 하지만 흑전만으론 네가 의제라는 사실을 투문에게 인정받긴 부족할 것이다.”
향주님들이야 하연 소저와의 관계도 있으니 쉽게 믿어줬으나, 투문의 사람들은 다르다.
내가 현 투문향주의 의제라고 나타난다면 분명 납득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모두가 납득할만한 증가가 없었다면 말이다.
“무영신법을 익혔습니다. 가문의 사람만이 있을 수 있는 무공이지요.”
가문의 무공은 절대 외인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물며 상승의 절학인 무영신법은 절대 외인이 익힐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말 익히려면 최소한 무영신투의 의제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네가 무영신법을 익혔다고? 그게 사실이더냐.”
기문향주도 내가 무영신법까지 익히고 있는 건 의외였나. 물고 있던 곰방대까지 떨어트릴 줄이야.
“네. 익힌 지는 꽤 되었습니다. 의창에서부터 익혔으니 투문 사람들을 납득시킬 정돈 될 겁니다.”
“중원을 통틀어도 네 아비의 경신법과 비견되는 무공은 손에 꼽을 텐데. 가문의 무공을 남자에게 가르쳐주다니. 이미 예전부터 살림을 차릴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게요…….”
기문향주의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에, 하연 소저는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했다.
“제가 무영신투라는 것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무영신투지요. 밤에 담을 넘는 건 하연 소저일지언정 모든 계획의 입안자는 저니까요.”
“네. 맞아요.”
하연 소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조해주었다.
무영신투가 된 지분으로 따지면 3 할 정도는 가지고 가도 되지 않을까. 나중에 지분 정산받을 때 선택권 주면 하연 소저의 위아래 두 덩이씩은 소유권을 주장해도 될 것 같아.
아니다. 3할로는 소유권 전부를 주장하기 힘들려나.
“둘 다 무영신투라…….”
“사실상 둘이 합체를 해야 무영신투인 거지요. 안 그렇소? 하연 소저.”
나는 고심하고 있는 기문향주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다시 한번 하연 소저에게 물었다.
“하. 합체요? 다, 다, 당신 기문향주님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욧!”
“악!”
하연 소저의 부끄러움이 담긴 등 싸대기가 나를 덮쳤다.
그 뜻이 아닌데. 합체 몰라?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야. 아니다. 생각해보니 합체 로봇이 없으니까 합체는 그 뜻 하나뿐이구나.
“사랑싸움은 집에서 하거라.”
“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기문 향주님의 싸늘한 시선에 고개를 조아렸다.
“전대 향주의 명으로 향주의 의제가 새로운 향주의 연인이자, 조력자로서, 대신 모임에 참석한다라……. 명분과 증거가 있다면 통할만한 억지긴 하구나.”
하연 소저가 미안한 표정으로 왜 이상한 소리를 했냐고 등을 어루만져주고 있자, 기문향주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제는 남아있다. 어찌 도문 향주를 속일 것이냐. 네 얼굴을 알고 있을 수 있다.”
“도둑이 변장하는 게 책잡힐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충 가면부터 쓰지 뭐.
“지나친 변장은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완전히 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혼란만 주면 됩니다.”
이번 일은 완벽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혼란만 주면 된다고?”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입니다. 향주 모임이 끝나고 이틀 뒤. 아니 향주 모임이 자정을 넘긴다면 하루 반나절 정도 뒤면 하연 소저는 투문 향주가 됩니다.”
“의심을 사더라도 적당히 속일 수만 있다면 된다는 것이냐.”
나는 기문향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문 향주는 생각하겠지요. 진짜 투문 향주는 임하연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인가. 저 향주를 내가 설득해서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 전혀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도문 향주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내가 무영신투의 의제라는 건 일부만 아는 사실. 그런 자가 자신이 무영신투라고 나타난다면, 사실확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틀. 이틀만 속이면 되는 거네요.”
“그리고 달이 그 뒤로 두 번 뜨게 되면.”
나는 기루의 창문 너머 훤히 떠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아이가 향주가 되겠군.”
“네. 하연 소저의 도주 기녀 문제도, 도문 향주의 흉계도, 끝나게 되는 겁니다.”
나와 기문 향주는 열흘 뒤의 투문 향주를 바라보았다.
하연 소저를 만났던 새해의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거치고 여름의 더위도 어느새 사라져가고 있다.
고작 열흘. 긴 날을 지나 이제 고작 열흘.
나도 하연 소저도, 향주들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 볼 만한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