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8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82화(383/674)
EP.383 투문 – 12
“난리 통이네.”
기다리던 밤이 되었다. 연인의 승진 시험이 시작한 건 좋지만, 밤에는 마피아들도 일어날 시간이었다.
저 멀리 환락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입술에 남아있는 아찔한 감각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움직일 차례다. 연인이 승진하고 돌아온다는데, 축하 파티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연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투문의 간부가 내게 말했다.
“가까이 있습니까?”
“도문 놈들이 눈을 벌겋게 뜨고 다니는데 굳이 눈에 띌 필요는 없지요. 마차를 준비했습니다.”
간부는 어느새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리도 안 들렸는데? 방금까진 없었는데 언제 도착한 거지.
‘마차가 수상해 보이는데.’
설마 납치는 아니겠지?
하연 소저의 운수 좋은 날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시답잖은 의심이지만, 지금은 행동 하나, 의도 하나를 다 조심해야 한다. 품속에 준비해놓은 당가의 암기를 만지작거렸다.
여차하면 바로 도망가자. 천천히 마차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참! 납치할 생각 없으니 빨리 타게!”
익숙한 얼굴의 마부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내밀었다.
“마문향주님?”
—-
“기문향주의 피해가 컸네. 기문의 영역과 도문의 영역이 겹치니까. 아무리 방비해도 무한 세력의 6할을 처먹은 도문의 공격을 혼자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네.”
마문향주는 현재 하오문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기문향주님은 무사하십니까?”
“다행히 기문 향주는 주력을 보존한 채 몸을 숨겼네. 시문 향주는 본거지에서 농성 중이지.”
“마문향주님께서는?”
“이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중요 인물을 데리고 가는 중이지. 낮에 도문 향주에게 한 방 먹였다면서?”
마문향주는 기분 좋게 입꼬리를 올렸다.
“운이 좋았습니다.”
“시문 향주가 그 소식을 듣고, 우리 복덩이 다음에 객잔 오면 풀코스로 대접해주겠다고 하더군.”
“하하하.”
“새로운 투문 향주가 나오고 향주 4인이 뜻을 모으면, 도문 향주의 세력은 와해할 걸세. 절대 이룰 수 없는 목적이 되었으니,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누가 봐도 명확하니까.”
“오늘 밤이 지나면 의미 없는 발버둥이 되겠군요.”
정말 결승점이 보인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패배자의 울음소리는 얼마든지 감상해줄 생각이었다.
“조심하게. 난 그 의미 없는 발버둥에 10년 전, 아들과 손자를 잃었네.”
“…….”
마문향주의 감정 없는 충고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난 그때 참 지긋지긋했네. 하루 한 끼 먹던 놈들이 세끼 먹게 되었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그깟 망주 자리가 뭐라고. 너무 많은 피가 흘렀었지. 그래서 사태를 수습할 수만 있다면, 대충 덮어놓고 마무리하자고 말했네.”
“혹시 전대 도문 향주의 제자가 향주가 된 이유가?”
현 도문향주는 전대의 제자임에도 향주가 되었다고 들었다. 원래라면 내전의 싹은 뿌리 뽑는 게 옳았을 텐데도 가만히 놔둔 이유가?
“내 책임이네. 내 아픔을 덮어두었으니, 상대도 아픔을 덮어둘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 근데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설마 10년을 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대충 묶어놓은 상처는 곪아 썩는 법이지요.”
마문향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했군. 추격은 붙지 않았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걸세. 그러니 나도 이번에는 전력을 다할 생각이네.”
세상의 풍파에 닳고 닳아버린 마문향주의 목소리. 그러나 초로의 눈은 누구보다 의지에 불타는 것처럼 보였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문향주는 새로운 투문향주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투문향주님을 위한 의식은 해가 뜨면 끝날 겁니다. 그때까지 연회장에 계시지요.”
투문의 사람을 따라 도착한 곳은 무한의 외진 곳에 있는 저택이었다.
설마 투문향주를 위한 의식이라는 게, 무협 식 술래잡기였을 줄이야. 경공의 고수끼리 펼치는 술래잡기라면 돈 주고도 못 볼 구경인데. 보고 올 걸 그랬나.
“다들 많이 모여있군요.”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넓은 저택 안을 둘러보았다.
저택 안의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챈 건지, 곁눈질하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있었다.
一 의제니까 괜찮은 거 맞지?
一 무섭다는 게 아니라. 포쾌잖아. 나 이번에 잡혀들어가면 우리 애새끼들 전부 굶는다.
一 이참에 안면이라도 터놓는 게 어때? 나중에 잡혀들어가면 사식이라도 넣어줄 거 아니냐.
귀여운 실적 덩어리들 같으니.
도둑놈들이 이 정도로 몰려있다니. 당장 포졸들을 데려와서 연행하면, 중원 제일의 포쾌가 될 수 있는 거 아닐까?
“크흠. 10여 년 만의 투문향주 추대식이지 않습니까. 호북성 각지에서 다들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내 눈에 번들거리는 욕망을 알아차린 건가. 간부는 어색한 헛기침을 한 뒤에, 하연 소저를 축하하러 왔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알았어요. 안 잡아요. 안 잡아. 일단 얼굴만 기억해둘게요.
“제가 따로 할 일은 없습니까?”
나중에 실적 독촉받으면, 꺼내먹을 녀석들을 머리에 기억하며 물었다.
“이걸 가지고 계셔주시겠습니까?”
간부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건네었다.
“이건……. 반지?”
상자를 열어보니, 판타지에서나 볼법한 두꺼운 반지 하나가 있었다.
“향주님이 도착하면, 투문의 문도들이 저기 앞에 있는 술독에 자신들이 가져온 술을 쏟아낼 겁니다.”
간부가 가리킨 손가락 방향의 끝을 바라보니, 하연 소저가 넉넉히 들어갈 만한 큰 술독 하나가 보였다.
“술을요?”
“새 투문향주님에 대한 충심을 쏟아 넣는 거지요. 그러면 향주께서는 직접 큰 잔에 술을 따라 마실 겁니다.”
주연(酒宴)의 주인공을 위해 비어있는 상석 위에는, 연필꽂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커다란 술잔 하나가 놓여있었다.
“잔이 상당히 크군요.”
“투문향주께서 그 뒤에 향주로서 문도들에게 술독의 술을 나누어 주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의식이 마무리됩니다.”
충심을 크게 들이킴으로 눈앞에 충심의 상징인 술독이 투문향주의 것이 된다.
향주는 자기 술을 모인 자에게 내려, 투문의 주인으로서 이제 투문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알린다. 간부는 의식의 의미를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하오문도 역시 사파는 사파인가.
전형적인 뒷세계 놈들 술자리네. 이런 류의 의식은 시대가 세상이 바뀌어도 별반 다를 게 없나 보다.
“이 반지는 그럼?”
어디에 쓰는 물건이야? 술에 타는 물건은 아닐 테고.
“대대로 향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반지입니다. 향주로서 공적인 명령을 하달하거나, 권리를 행사할 때, 반지의 인장이 필요하지요.”
반지 장식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인장이었나. 잠깐만. 투문향주의 인장이라면 설마?
“이 인장이 도문향주가 그렇게 바라던 한 표였군요.”
나는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표라고 말했던 게, 단순히 거수해주는 게 아니었구나.
“도문향주가 반지를 훔치거나 위조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최종적으로 이 반지가 찍힌 문서가 필요한 건 맞지요.”
“대대로 내려온 반지라니. 다행히 의형께서 잠적하셨을 때, 반지는 두고 가셨었나 보군요.”
반지가 없었으면 투문 향주 의식도 못 치를 뻔했네.
“하하. 그것이……. 그렇지요.”
간부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를 어떻게 하면 됩니까?”
“강 공자께서는 향주 대리로서, 의식이 끝나면 바로 반지를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의 의제이자, 현 투문 향주의 대리. 그녀의 연인으로서 마지막을 장식하기 가장 좋은 임무였으니까.
————-
무한은 까마득하게 넓은 도시이다.
작은 운동장에서 술래잡기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텐데, 무한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술래잡기라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 달은 하늘 위에 걸려있건만,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이 아니었다. 해가 뜰 때까지 술래잡기가 끝날 리가 없다.
끝날 리가 없어야 했다.
“어떻게?”
“어찌 된 영문이지?”
“변고라도 생긴 것인가?!”
무슨 일이지.
입구 쪽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택 입구에 사람이 몰려들었다. 유명한 간부라도 온 것일까.
별 관심이 없으니 눈이나 붙이려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는데.
“어?”
수많은 투문의 문도들을 사이로 한 사람이 뚫고 나온다. 내가 잘못 봤나.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분홍 머리의 여인이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찰나.
“당신!”
하연 소저는 화색이 된 얼굴로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연 소저? 읍!”
으음. 순간 아까의 아쉬움이 충족되었다.
“다녀왔어요.”
하연 소저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내게 귀환을 알렸다.
“어떻게 된 거요? 분명 의식은 해가 떠야 끝난다고 들었소.”
아직 아침은 밝아오지 않았다. 왜 달이 머리 위에 떠 있는데 그녀가 나타난 거지?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걸까?
“그게…….”
그녀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맞춰보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이런 표정을 봤더라.
아! 기억났다. 내가 차려진 한식을 만족스럽게 먹고 누가 이런 요리를 했냐고 했을 때 보였던 표정이다.
그때 대답이 아마…….
“이게 무슨 일인가!!!”
혹시나 하고 물어보려던 찰나, 뒤에서 엄청난 고함이 들려왔다.
“설마 간부들끼리 짜고 서둘러 의식을 끝낸 것인가!”
“사태가 아무리 급박하다고 하나, 서두를 일이 있고 서두르지 않을 일이 있네!”
“전대 향주님의 따님이시라고 하나! 이건 선을 한참 넘어도 넘은 것이 아닌가!”
“새로운 투문향주의 업적은 인정해도, 모든 절차를 다 무시해도 된다고 인정한 건 아니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나는 하연 소저와 눈빛을 잠시 교환하고는, 그녀가 문도들 앞에 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조용히 하시오!”
하연 소저와 같이 돌아온 간부가 소란을 단숨에 진정시켰다.
“이게 조용히 할 일이……!”
“투문향주님의 오른손을 보시오.”
“오른손?”
나를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들의 시선이, 임하연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자요.”
하연 소저는 당당하게 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는 것은 하얀 머리띠였다.
개수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개?”
누가 봐도 손에 있는 머리띠는 열 개. 의식에 참가한 모든 간부의 머리띠였다.
“서, 설마?”
당혹스러움. 경악. 경외심. 수많은 감정이 섞인 시선이 하연 소저에게로 향했다.
하연 소저가 당당히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머리띠. 그 뜻을 모를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녀의 실력을 직접 목도한 간부 열 명이 그녀의 지척으로 다가갔고.
“새로운 투문향주님께 충성을 맹세하오!”
새로운 투문 향주의 등극에 무릎을 꿇었다.
“새로운 투문향주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쿵! 소리와 함께 다른 간부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었고.
“새로운 투문향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소!”
마지막으로 놀라 발이 굳었던 자들까지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저택의 투문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을 때.
“남은 의식을 거행하죠.”
방금까지도 애정으로 가득했던 연인의 얼굴은, 어느새 투문 향주의 얼굴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