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38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384화(385/674)
EP.385 투문 – 14
“준비가 끝나면 어련히 알아서 찾아갈까. 도둑놈이라 때와 장소를 몰라요.”
도문향주는 뒤로 물러서더니, 칼끝으로 새로운 침입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놈의 개짓거리는 여기까지다.”
왕 아저씨는 금방이라도 전부를 다 베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정말 내가 알고 있던 왕 아저씨가 맞나.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
“혼자서? 가능하겠어?”
도문향주의 말과 동시에 무인들이 전부 칼을 뽑아 들었다. 이 자리에 멀쩡히 서 있는 아군은 나와 왕 아저씨 둘뿐.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적을 둘이 함께 상대할 수 있을까.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하나.
내가 고민하는 사이, 갑자기 왕 아저씨의 신영이 흐릿해졌다.
“컥!”
도문의 무인 하나가 목을 붙잡고 그대로 쓰러지는 것과, 왕 아저씨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나 줄었군.”
왕 아저씨. 방금 안 보였는데요?
나만 못 본 게 아니었는지, 도문의 무인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 늙은 호랑이라고 하더라도 발톱은 여전히 날카롭나 보군.”
도문향주는 헛웃음을 지으며, 한순간에 시신으로 변한 자기 부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도문 향주 근처에 쓰러져 있던 무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좋아. 기회야! 투문의 무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순간에 튀어 올라 적에게 달려들었다.
“죽엇! ……억!”
“가만히 누워있지. 꼭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새끼가 한둘 있어요.”
알고 있었나. 도문향주는 날파리를 쫓듯 칼을 휘둘러, 무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역시 도문향주도 무공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수준인 건가. 승기를 얻어내려면, 도문향주랑 왕 아저씨랑 일대일로 붙는 사이에, 내가 나머지를 상대하는 법밖에 없나.
좋아. 스무 명 가까이 되니까. 번호표 뽑고 순서대로 붙자고 해야겠어.
“도, 도문향주님!”
“칫!”
다행히 번호표를 기다리고 있는 건, 도문 놈들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독기를 몰아낸 투문의 무인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
시간은 우리 편이다. 왕 아저씨는 도문향주의 항복을 권했다.
“나갈 수 있지 그럼! 여기 통행증이 있는데 왜 못 나가겠어?!”
도문향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발밑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한 사람을 들어 올렸다.
“으……읏.”
“하연 소저!”
저 자식이 누굴 잡는 거야. 바로 암기를 던지려는데, 왕 아저씨가 한 손으로 제지하고 입을 열었다.
“딸아이를 인질 삼겠다는 거냐?”
“10년간 인질이었는데. 오늘 하루 추가된다고 다를 거 없잖아?”
“내 딸아이를 데리고, 등을 보인 채 내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 같나?”
왕 아저씨의 칼이 달빛에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우리 장인어른, 목소리 자신감 넘치시는 것 봐. 마음 같아서는 간신 악역처럼 너희들 다 죽었어! 외치고 싶어질 정도네.
“그건……. 그렇네?”
도문향주도 자신이 없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박사답게 쫄리면 이제 죽을 준비 좀 해라.
“얌전히……. 그건?!”
도문향주의 품에서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었다.
뭐지? 암기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도문향주는 하연 소저의 목을 잡더니, 입 안에 꺼낸 것을 집어넣었다.
“읍!”
“네, 네놈 뭘 먹인 거냐!”
“몸에 좋은 거! 원래는 내가 망주되고 나서 먹으려고 했던 거야. 문제는 해독약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거지만.”
“네놈의 시체를 뒤지면 되겠군.”
살기 어린 목소리가 도문향주를 향했다.
“내가 잡히면 영원히 해독제를 못 찾을 텐데?”
“…….”
“오늘 해가 지고 저녁. 장강 앞에 도문이 운용하는 주루에서 보지. 투문향주가 알아서 인장 반지 챙겨오고. 저녁에 봅시다!”
도문향주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몸을 돌리더니 저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
침입자들이 사라진 저택 안.
“으읏!”
하연 소저의 괴로운 신음에, 우리 두 사람은 바로 몸을 움직였다.
“하연아! 하연아! 정신 차리거라! 하연아!”
왕 아저씨는 한걸음에 달려가 하연 소저를 끌어안고, 그녀를 애타게 불렀다.
“향주님! 이, 이런! 의원을 불러오겠습니다!”
“하, 하연 소저…….”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하연 소저의 얼굴은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주사(朱砂)로 붉은 칠을 한 듯 새빨간 얼굴. 이마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다. 하연 소저의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다.
안 돼.
다리에 힘이 풀린다. 황망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놀란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앙다물고 다리를 끌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왕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비통한 얼굴로 내게 그녀를 건네었다. 그녀의 몸이 뜨겁다. 불덩이처럼 뜨겁다. 손은 얼음을 마친 것처럼 차가운데.
웃기지 마.
그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여기까지 온 건, 그녀의 쓰러진 얼굴을 보기 위함이 아니야.
복받치는 감정에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가 잘 아는 명의가 있다! 직접 데려가……. 음?”
전투의 여파일까.
몸이 욱신거린다. 상관없다. 지금 아픈 건 그녀…….
“어?”
근데 왜 하연 소저에게 닿은 부위만 벌에 쏘인 듯 따갑지?
“자네! 이게 도대체 무슨!”
“어? 어어어어?!”
하연 소저의 몸에서 독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
“딸아이에게 영약을 먹여놓고 자랑하러 데려왔나?”
사건이 진정된 연회장의 내실 안. 무한에서 나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명의가 우리에게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왕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효험 좋은 영약 먹여놓고 독인 줄 알고 부른 거 아닌가?”
“영약이라고?”
“대환단이니 태청단이니 명문정파에서 문파의 역량을 다 쏟아낸 영약 말곤 원래 다 부작용이 있는 거야.”
명의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부작용?”
“어디 보자. 영약에 음기가 좀 많아서 밤에 남편을 잡고 안 놔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옆에 남편을 생각하면 오히려 부족할 것 같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고…….”
“혼자 중얼거리지 말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 좀 해보게!”
“귀 아프네! 약 중에 독이 아닌 게 어디 있나. 몸에 음기가 좀 강해졌으나 감내할만하고, 독기가 있으나 치료할만하네. 그럼 치료하고 무림인에게 남는 게 뭐겠나?”
도문향주가 꺼냈던 게 정말 독약에 가까운 영약이었나? 정말로 귀중한 영약이라 품에 계속 들고 있던 거라면, 도문향주도 그 순간에 엄청나게 몰렸었구나.
“그놈이 제대로 된 영약을 먹였을 리가 없는데…….”
왕 아저씨. 의심의 시선으로 저를 계속 스캔하지 마세요. 조금 부담돼요. 물론 제가 의심 가는 치료법을 사용하긴 했습니다.
‘오랜만에 역천자 능력이 한 건 해줬네.’
인간 토템 술사. 만병통치약. 강윤호가 나가신다. 오늘의 사용할 토템은 치유 토템입니다. 하연 소저의 몸에서 독기가 빠져나가는 걸 보자마자, 어찌 된 영문인지 깨달았다.
빨리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
나만의 비법이라도 둘러댄 이후에, 오늘 밤에 벌써 세 번째인 진한 치료를 시전했다. 잠깐이지만, 머리 뒤에서 진한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하연 소저의 몸에서 독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왔으니까.
‘작가 생활에다가 포쾌 일까지. 옛날과 달리 명성치가 상당히 올라간 덕분이겠지.’
덕분에 의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하연 소저의 안색은 정상이 되어있었다.
“이 약을 먹인 놈은 해독제가 자신에게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해독제가 필요하지 않은 겁니까?”
왕 아저씨에게 둘러댈 수 있는 말이 없다. 대충 관심을 다시 하연 소저로 돌리자.
“그 해독제 못 먹여서 나한테 온 거 아닌가.”
“네. 그렇죠.”
“신체가 다음 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네. 만약 해독제를 먹는다면 몸에 있는 독기를 바로 중화하고 더 많은 내공을 가지겠지.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면 다른 방도도 있네.”
“어떤 방법입니까.”
“내가 지어준 약 먹고 한동안 정양(靜養)을 하면 돼. 한 몇 년 요양에만 힘쓰면 독기가 빠져나갈 거야.”
“고작 약만 먹으면 되는 건가?”
왕 아저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고작이라니! 웬만한 부잣집은 애 하나 살리다가 기둥뿌리 뽑힐 돈일 텐데. 물론 자네는 기둥뿌리를 옮겨심는 놈이니 그런 소리를 안 하는 거지.”
“음…….”
“꼭두새벽에 10년 동안 못 보던 얼굴이 찾아왔길래, 귀신이 되었으니 살려달라는 건 줄 알았네.”
명의는 상황이 일단락되자, 왕 아저씨를 보며 툴툴거렸다.
“미안하네.”
“되었네. 오랜만에 얼굴 봐서 좋았으니까. 딸아이는 한나절 정도면 정신을 차릴 걸세. 치료만 끝나면 구파일방의 기재들도 가지기 힘든 내공을 가지게 되겠군.”
명의는 날이 밝으면 약재를 받으러 오라는 말과 함께, 저택을 빠져나갔다.
—–
“후우우우.”
다행이다. 깊은 한숨과 함께 한시름 놓고 자리에 앉았다.
왕 아저씨는 오랜만에 본 딸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는지, 자리에 앉아 의식을 잃은 하연 소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지.’
죄송합니다. 왕 아저씨.
제가 왕 아저씨 흑전을 가지고 하오문을 찾아가니까. 다들 절 위협하더라고요.
의형제라고 말해서 위기를 벗어났는데, 어찌하다 보니 왕 아저씨 따님이랑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야. 너무 축약했어.’
하연 소저가 저에게 반해서 마음을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아니다. 좀 더 내 노력을 강조하는 방향부터 해서 지금까지 일을 풀어야 하나.
이야기를 푸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느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딸아이를 살린 능력이 역천자의 공능인가?”
왕 아저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를 물었다.
“네?”
내가 역천자인 건 소희밖에 모를 텐데? 예기치 못한 물음에 나도 모르게 놀란 눈이 되었다.
“신경 써서 챙겨주던 청년이 천살성과 붙어 다니는데, 그 정도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왕 아저씨는 내 반응을 보며 웃었다.
“거기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천기자에게 들었네. 겸사겸사 중요한 이야기도 들었고.”
왕 아저씨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중요한 이야기요?”
“아무것도 아닐세. 복비를 넉넉히 주니, 별의별 말을 들을 수 있었네.”
소희가 아니라, 천기자가 알려준 거였구나.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호북성 전체에 의적 무영신투의 이야기가 들리니, 모를 리가 있나. 오랜만에 의창의 곽가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 무한에 도착했네.”
“그러셨군요.”
내가 고개를 다시 끄덕이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미 상황을 보고 들었으면, 많이 설명이 필요 없으려나. 그래도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다시 한번 말을 고르는 사이, 왕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같은 못난 아비 대신, 저 아이를 보살펴줘서 고맙네. 내가 자네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왕 아저씨는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 사이에 그러시기 있습니까? 그리고 아직 일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감사의 인사는 그때 나누어도 늦지 않습니다.”
내가 도움받은 만큼 도우려고 했을 뿐이다. 거기에 아직 도문의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왕 아저씨를 일으켰다.
“그래. 도문 놈들이 날뛰니 그럴 때가 아니지. 우리 해후를 나누는 건 일이 끝나고 하세.”
그래.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왕 아저씨가 그간의 일을 대충 알고 있다고 하니, 다행히 다른 이야기를 할 시간을 벌었다. 밖에는 하오문의 내전이 한창이고, 사건을 진정시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나는 왕 아저씨를 바라보며, 계획을 짜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왕 아저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왜 대답이 없으시지. 다시 한번 부르자.
“장인……어른?”
왕 아저씨의 미간이 꿈틀, 아니 지렁이가 움직이듯 꾸움틀 대었다.
이거 혹시……?
“왕 아저씨라고 할까요?”
“왕형이라고 불러주게. 내 10년 만에 딸자식을 만난 아비로서, 그 말을 듣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네.”
왕 아저씨는 그제야 웃으며 내게 답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고 하나, 의제라고 말해 죄송합니다.”
장인어른과 기 싸움을 할 바에는 교환하자. 은근슬쩍 당시에 위기 상황이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네가 해준 일이 몇 개인데 고작 그런 걸로 그러나? 내 자네가 무슨 말을 했어도 용서했을 걸세.”
왕 아저씨는 오히려 서운하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로요?
무슨 말을 해도 용서해주신다고요?
“그럼, 장인어른.”
다시 한번 기습 공격을 가했다.
이 자식이? 왕 아저씨의 얼굴에서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후후후. 인정하고 시작하시죠. 결국 이번에 하연 소저를 구한 건 또 저 아닙니까. 저만한 사윗감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천살성 이야기는 딸이 알고 있나?”
예상치 못한 완벽한 반격기가 내 가슴을 관통했다.
“왕 형님…….”
“강 동생.”
역시 하오문의 대표 의형제.
나이 차를 뛰어넘은 진정한 형동생이 웃는 얼굴로 손을 마주 잡으며, 극적 합의에 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