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406)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406화(407/674)
EP.407 비원 – 9
“해독제를 만들어주신다면,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해독제를 만들어 줄 수는 있으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비용은 부담해달라. 당가의 요청에 모용세가의 초청단의 대표인, 모용섭은 바로 승낙했다.
“좋아. 바로 해독제 만들기부터 들어가죠.”
당화린은 비원으로 돌아와, 의각주와 독무후에게 말했다.
“서두를 필요 없다. 모용세가의 사람들에게 해독제를 만드는 데 몇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따로 이야기해놓았다.”
의각주는 서둘러 끝내고 싶어 하는 당화린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당거호의 연구 자료는 가지고 있다. 문제는 소가주에게 쓴 독이 해독제를 염두에 두지 않은 독이라는 거다.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당거호가 당가를 집어삼키기 위해 만든 독이다. 애초부터 해독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가 있더라도 해독제를 찾기에는 난해했다.
일반적이라면 말이다.
“쿡쿡. 해독제는 이미 있거든요.”
당화린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손이?”
의각주는 당화린의 검지와 엄지에서 일렁이는 하얀 기운과 녹색 기운을 바라보았다. 두 기운은 서로 접촉하더니, 금세 무해한 연기로 변해갔다.
“독기공을 익히니까, 흡수한 독을 중화하는 법도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이 기운을 약재로 만드는 건 별개지만요.”
“…….”
의각주 당무기는 눈앞에서 목격한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필요한 약재가 아마 황백(黃柏), 마황(麻黃), 파두(巴豆), 어성초(魚腥草), 초오(草烏)? 약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해서 다 파악되진 않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될 거예요.”
“허어……. 필요한 약재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냐.”
“네. 해독제가 만들어지면 저에게 주세요. 먹어보고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해드릴게요.”
특별한 독을 해독하기 위한 약을 만들려면, 수많은 동물실험과 인체실험이 필수다. 하지만 당화린은 완전한 독인. 원래라면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 일을 한순간에 단축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되었다. 나와 의각주가 약과 독 조제를 맡을 테니, 수련에 임하고 있거라.”
“네. 연무장에 있을게요.”
당화린은 스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수련을 하러 사라졌다.
——–
“독기를 원하는 대로 움직여, 몸에 담을 수 있는 건 알았지만, 해독제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당거호의 독을 몸 안에 가지고 있고, 완전한 해독법이 무엇인지도 체득하고 있다.
거기에 해독제를 먹으면, 무엇이 부족한지 효과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독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독제를 찾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의각주는 당화린에게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독기공을 가르치니 곧 깨우치더구나. 나도 완전한 독인이 독기공을 익히면 저런 능력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독무후는 웃으며, 제자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했다.
“사천당가에서 수십 년 동안 독공과 의학을 연구한 누구라도, 입을 다물 수 없는 능력이군요.”
“나도 가끔 당혹스럽네. 어떤 부분은 내가 익히는 데 한 세월이 걸린 걸 눈 깜짝할 새에 이루고, 너무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건 왜 못하는지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지.”
독무후도 반독인이지만, 예상치 못한 완전한 독인의 능력을 목격할 때면 속으로 혀를 내두르기도 하였다.
“완전한 독인……. 어쩌면 다음 대의 당가에서 천하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무인을 배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무림인으로서 함부로 천하제일인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당화린이라면,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무기는 당가의 무인으로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저 아이는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보다, 20대에 첫째를 가지고 싶어 할 게다.”
“허허허. 자식들 사춘기는 걱정 없겠군요.”
“그렇겠군.”
독무후와 의각주. 두 사람 모두 연무장을 향해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
“자네들! 당가풍운 3권은 보았나?”
비원에서 조용히 해독제를 개발하고 있을 무렵, 사천당가는 당가풍운 3권에 들썩거렸다.
“봤지! 당정 덕분에 어제 가슴이 뛰어서 잠을 못 잤네!”
“두 여인이 당정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게 왜 이리 흥미진진한지!”
“다서각에선 여인끼리의 사랑싸움을 두고, 묘투(猫鬪)라고 하더군요.”
다서각에 다녀온 온 호위 하나가 첨언했다.
“묘투? 고양이 싸움이라!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말도 잘 지었군.”
“색마에게 중독되어서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청홍이화랑 거사를 치르는 이야기가 될 줄이야. 호필 작가님의 전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네.”
“움직이는 독살공간이 나왔을 때는 얼마나 감탄했는지!”
“그러게 말이야! 색마 놈이 마교도만 아니었으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었겠지!”
“하여간 마교도 새끼들!”
기대하면서 기다리길 잘했다. 역시 호필 작가님이시다.
당가의 내원이든, 외원이든, 가문의 일원이든, 손님이든, 사람들이 모이면 당가풍운에 대해 떠들어댔다.
“3권이 재미있긴 했는데 말이야. 독살공간이 움직인다는 건 너무 무리수가 아닌가?”
너나없이 떠들어대니, 반감을 품고 지적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뭐? 지금 호필 작가님을 의심하는 건가?”
“아니! 들어봐. 독살공간이 뭔가. 독과 암기로 일종의 진법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근데 당정이 움직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진법 자체가 움직이진 않을 거 아닌가.”
“청홍이화와 잠자리를 가지고 경지가 상승하지 않았나.”
“경지가 상승했어도 색마와 당정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격차가 있네. 이거, 조금 무리수가 아닌가? 내가 아직 당가풍운을 다섯 번밖에 못 읽었지만, 짚고 넘어갈 건 넘어가야겠네!”
“그, 그건.”
정말 호필 작가님의 고증 오류인가. 무인의 지적에 다른 당가의 애독자들이 흔들렸다.
“쯧쯧. 이 친구들 독살공간을 보지 못했군.”
누군가가 혀를 차며 나타나, 고증을 지적한 자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자네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갑자기 나타난 자들의 정체는 의각의 무인들이었다.
“이 친구들, 그럼 움직이는 독살공간도 못 봤나?”
“못 봤겠지. 마교도와 상대한 우리나 실제로 목격한 영광을 얻은 거고.”
의각의 무인들은 다른 당가의 무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도대체 의각놈들이 왜 저러는 걸까. 당가의 무인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가운데, 누군가 단서를 떠올렸다.
“잠깐만! 자네 호필 작가님을 호위했었지!”
“뭐?! 독살공간이 실존한다는 건가? 움직이는 독살공간도? 자네들 아는 게 있나?!”
“이래서 호필 작가님과 직접 여행도 못 해본 가짜 독자들과는 대화도 섞지 말아야 하는데.”
“내 말이. 요새는 저런 애들도 독자 취급을 하는 건지. 다서회 회원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네!”
의각의 무인들은 서로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리며, 코웃음을 쳤다.
“제발 말 좀 해보게! 답답해 죽겠네!”
당가풍운의 애독자들은 가슴을 쳐가며 답을 보챘지만, 의각의 무인들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독살공간이라니. 호필 작가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애독자들은 너무나도 궁금한 시선으로 의각의 무인들을 바라보았고, 결국 당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독살공간은 실존하네.”
“뭣?!”
“호필 작가와 당화린 소저. 둘이 만들어낸 무공이지. 마교도들이 독살공간에 녹아내리는 걸 직접 자네들이 봤어야 했는데.”
“세상에. 당패 정말인가?”
모두의 경악 어린 시선이 당패에게 향했다.
당패는 사람들의 주목이 못내 즐거웠다. 그는 주목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해, 마교도 앞에서 당당했던 한 여인의 동작을 따라 하면 외쳤다.
“그렇다니까. 화린 소저가 마교도 앞에서 ‘나는 어둠을 거니는 나비. 어서 와, 나의 독살공간에!’라고 외치는데 크으으으!”
이제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지겠지. 당패는 당시의 모습을 표현할 준비를 마쳤지만, 아무런 반응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왜 조용하지?’
이상하게 싸늘하다. 특히 뒤가. 이거 어째 한번 겪어본 것 같은데. 당패는 서늘해진 뒷목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야. 당패. 내가 언제 그랬어.”
독살공간의 주인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화, 화린 아가씨?! 여긴 어떻게?”
“약재 가지러 가는 길이었거든.”
“하하하…….”
망했다. 당패는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가볍게 열리는 입을 저주했다.
“화린 소저. 정말 독살공간을 사용하실 수 있으십니까?”
“어둠을 거니는 나비! 한번 보여주십쇼!”
“뭐?! 그 명대사를 직접 하신다고? 모두 모여!! 다 같이!!”
“““어서 와. 나의 독살공간에!”””
당가풍운의 애독자들은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궁금증을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꺄아아악! 당패! 넌 걍 죽어어엇!”
“살려주십쇼!!!”
**
“드디어 완성했구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봄날의 훈풍이 사라지고, 사천의 더위가 찾아올 무렵. 독무후 앞에 완성된 해독제가 놓였다.
“마지막까지 고생시키더니만, 설마 마지막 약재가 인삼이었을 줄은 몰랐네요.”
당화린은 허탈한 표정으로 해독제를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뭉쳐 약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장기간 독에 중독된 자를 어떻게 일으키냐였다. 결국 해독과 치료를 병행할 방법을 고심하느라, 예상보다 시간을 더 소모해버렸다.
“실력 없는 의원이 명의 소리를 듣고 싶으면. 조선 인삼을 가지고 다니라는 말이 괜히 있겠느냐.”
결국 세 사람이 고민한 끝에 꺼내 든 것은, 모용세가에서 선물로 가져온 최상급 인삼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영약이네요. 이 정도면 조선은 밭에서 금덩어리가 나오는 거 아니에요?”
당화린은 약혼자의 고향이 새삼 궁금해졌다.
“조선 인삼을 오죽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으면, 당가에서도 제대로 된 조선 인삼을 구하기가 어렵겠느냐.”
쓰임새가 너무나도 많은 조선 인삼이다. 해가 뜨는 나라 조선에서 출발한 인삼을, 해가 지는 사천 땅에서 사려면,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했다.
“저도 새삼 놀랐습니다. 인삼의 효과야 진즉 알고 있었으나, 특상품 조선인삼이 이 정도 효능일 줄은…….”
의각주는 완성된 해독제에 필요한 약재들을 하나하나 적으며 말했다.
종이에는 모용세가에서 가져온 만능의 영약, 인삼에 대해 탁독합창(托毒合瘡), 보기구탈(補氣救脫), 익혈복맥(益血復脈) 등. 수많은 효능 때문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쓰여있었다.
“모용세가는 좋겠네요. 귀하디귀한 인삼을 펑펑 쓸 수 있으니.”
당화린은 기가 찬 듯 말했다.
“사천에서 조선 인삼을 쓴 해독제를 장복해야 한다고 하면, 집안 기둥뿌리를 뽑으라는 뜻이겠지만, 모용세가라면 가능하겠구나.”
“듣자 하니 인삼 무역로는 다 장악했다더라고요. 그럼 도대체 얼마를 버는 거야?”
실험에 쓴 인삼만 하더라도, 윤호랑 당가풍운을 얼마나 팔아야 그 돈이 나오는지 가늠이 잘 안됐다.
당화린은 손가락으로 모용상아의 수입을 세어보려다가, 아득한 금액에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흐음……. 다 만들었으니 모용세가의 사람들을 만나봐야겠구나. 화린아. 왜 일어나는 게냐?”
독무후는 의욕적으로 일어나는 제자를 향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왕창 뜯어내러 가야죠!”
당화린은 두 손을 움켜쥐고는. 당장이라도 모용세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갈 기세였다.
독무후는 제자의 모습에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고는, 미간에 힘을 준 채 제자에게 충고하려 입을 열었다.
“네 귀중한 시간을 날리며 한 고생도 이해하지만, 너무 과한 요구는 하지 말거라. 강호에서 곤경에 처한 이를 보고, 재물부터 노린다면 사파 놈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걔도 지 남편 죽여서 번 돈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당화린은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화린아.”
제자가 왜 이리 심술궂은 태도일까. 독무후는 제자를 조용히 타일렀다.
“몰라요. 모용상아라는 여자. 왠지 생각할수록 이상하게 계속 짜증이 나고 마음에 안 들어요.”
당화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마교의 음모라느니, 자신과 같은 당거호의 피해자니. 동정심으로 약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상하게 모용상아라는 여자만 생각하면 못마땅한 기분이 든다. 여자로서 묘한 적개심이 피어오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당화린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흐흠.”
“독무후 님. 둘 다 조선인 남편이라 그럴 겁니다.”
의각주는 당화린을 이해한다는 듯, 한마디 하려는 독무후를 제지했다.
“그래도 그렇지. 애초에 가문에서 모든 편의를 봐주거늘. 모용세가에게 큰돈을 받아, 무엇을 하려는 게냐?”
독무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했다.
당화린은 재물을 탐할 이유가 없다. 완전한 독인으로서 직계의 대우를 받는 이상, 모든 편의는 당가에서 봐주니까.
의식주는 물론이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당가에서 구해준다. 애초에 큰돈이 필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모용세가의 돈을 가져와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독무후는 제자의 의중을 알기 위해 물었다.
당화린은 그러자 당당하게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윤호를 위해 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