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42)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 (42)화(42/674)
Chapter 42 – 칠곡현의 검은 머리 2인조 – 1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음식 취향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한창 덕질할 때는 캐릭터 생일 정도는 기억했다. 캐릭터 생일이 되면 SNS에 그 캐릭터 생일이라고 고퀄짤들이 많이 올라왔으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캐릭터의 음식 취향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좋아하는 캐릭터가 작중에서 자신의 음식 취향을 꾸준히 어필하면 알 수 있다.
당근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파일럿이라던가 피망을 싫어하는 사고뭉치라던가.
이 정도면 그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상식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캐릭터 설정 시트에 한 줄로만 나와 있는 좋아하는 음식 설정. 거기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까.
물론, 덕질에 끝은 없는 것은 나도 안다. 캐릭터 생일이라고 좋아하는 음식까지 준비해서 거의 종갓집 제사상에 준하는 생일상을 차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덕질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중에 자신이 크게 관심 없는 빌런의 음식 취향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캐릭터 정도만 설정을 잠깐 훑어보다가, 좋아하는 음식 관련으로 한 줄 나오면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잠깐 스쳐 지나가며 생각하고 말지 그걸 기억까지 하진 않는다.
근데, 웃기게도 히로인도 아닌 천살성이 좋아하는 음식은 너무나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고?
보고 너무 화가 나서 피드백에 썼거든.
천살성이 좋아하는 음식.
무협지에는 없는 음식.
그건 바로.
“로제 떡볶이 나왔습니다!”
로제 떡볶이다.
—————————
“따뜻할 때 드세요. 맛있어요!”
점소이는 우리 앞 식탁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로제 떡볶이를 올려다 놓았다.
정말 나오는구나. 로제 떡볶이.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음식을 보며 이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정말 피드백에도 썼지만, 꼭 이래야 했나 싶다.
무협지에 맛있는 음식 많잖아. 왜 꼭 그런 걸 집어 넣은 거야. 경장육사, 어향육사, 궁보계정 좋은 음식 많은데.
너무 흔해서 싫다면, 먹기만 해도 핵심 라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남전계퇴같은 요리도 있다.
그것도 싫다면 한국 요리로 파전이라던가 국밥이라던가 그런 걸 넣던가.
로제 떡볶이라니.
천살성이 좋아하는 음식이 로제 떡볶이라니.
도저히 피드백에 적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음식이었다.
“소ㅎ, 아니 옥분아 맛있게 들자.”
“이게 뭐야?”
천살성은 로제 떡볶이에 의아한 시선을 던지며 나에게 말했다.
“응? 로제 떡볶이잖니.”
모를 리가 없는데. 분명히 천살성이 좋아하는 음식에 로제 떡볶이라고 쓰여 있었다.
“처음 먹어봐.”
처음 먹어 본다라. 그럼 지금 이 시기에는 천살성이 평소에 즐기던 음식은 아니고, 어딘가에서 한번 맛보고 좋아하게 되는 음식인가.
음식이라는 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한번 먹고 반하게 되는 음식도 있는 법이니까.
“그럴 리가 있니. 어릴 적에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먹고 가던 음식인데.”
그럼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되지.
“내가 이걸 먹었어?”
“그래. 어렸을 적 신나게 놀고 우리 집에 들러 식사를 하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대접해준 게 이 로제 떡볶이란다. 네가 너무 맛있어해서, 집 안에서 놀면 은근히 또 로제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였지. 물론 나도 네가 먹고 행복해하는 걸 좋아해서 먹고 가라고 했단다.”
그리운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선의 전통 음식 로제 떡볶이. 토마토소스에 카레 한스푼, 크림 조금, 거기에 떡볶이. 여기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구하는 거야.
“기억에 없어.”
“차차 날거다.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옥분아.”
진짜 기억이 나버리면 큰일 나거든.
“응?”
“조선어는 잊어버리지 않았지?”
오랜만에 내 입에서 조선어가 흘러나왔다.
“안 잊어먹었어.”
천살성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조선어가 나왔다. 다행이다.
“그럼 우리 조선어로 지금 대화하는 게 어떻겠니?”
“조선어로? 왜?”
“내가 소희를 옥분이로 불러야 하는데, 자꾸 소희라고 부를까 봐 걱정이란다. 방금도 실수할 뻔했잖니. 조선어로 대화하면 이곳 사람들을 못 알아들을 테니, 그런 실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니.”
나는 말하면서 로제 떡볶이를 주문한 사이에 온 객잔 손님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서 내가 실수할 수 있다. 그런 어필을 한껏했다. 천살성도 납득할만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다른 이유때문이다.
옥분이라는 이름은 곡예단에 천살성이 들어갔을 때 쓴 가명이다.
옥분이라는 이름 자체가 암살자의 가명인 것은 저쪽에서도 눈치챘겠지만, 괜히 이름을 부르고 다니면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분란이 생겨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상황 정도야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니까. 분란의 가능성 정도만 염두에 두면 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옥분이라는 이름이 가짜 이름이라는 것이다.
가명. 가짜 신분. 결국 가짜 관계로 부르는 이름은 일종의 심리적인 장벽을 형성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행동일 것이다.
소희라고 계속 부를수록, 천살성의 마음속에 있는 심리적 장벽을 점점 녹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를 더 친밀하게 느낄 것이다.
거기에 조선어로 이야기한다.
이곳에서는 사용할 리 없는 고향의 언어. 그것을 서로가 공유한다.
천살성의 이름을 부르며 둘만이 계속 비밀을 공유하는 관계. 천살성의 소꿉친구 오빠라는 무게추의 중량이 늘어나는 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 그럼.”
“다른 사람들 눈치 봐야 할 때나 중원 말을 쓰자꾸나. 그럼 소희야. 먹자.”
“응.”
천소희는 눈앞에 떡볶이를 하나 젓가락으로 집고는 그걸 먹지 않고 계속 노려다 보았다. 그 떡볶이에서 과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거겠지.
“소희야?”
그거 보고 있는다고 기억 안 돌아와. 나올 리 없는 기억이 나오겠냐.
“먹을게.”
천소희는 로제 떡볶이를 한입에 집어넣었다. 오물오물 주의 깊게 먹는 천살성. 무슨 독극물 검사하냐. 그런 검사는 리트머스 종이를 사용해야지.
천소희는 로제 떡볶이를 삼킨 순간 눈이 조금 커졌다. 천살성은 손바닥 끝으로 입술을 가리더니 커진 눈으로 로제 떡볶이를 바라보았다.
“소희야. 어떠니? 옛날 맛이 나니?”
어때 놀랐지. 맛있지? 완전 고향의 맛이지? 딱 네 취향일 거야.
“기억은 안 나.”
날 리가 없지. 그래도 옛날에 먹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천소희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번 빠르게 먹고 로제 떡볶이 바라보고 다시 먹고 로제 떡볶이 바라보고 반복했다. 맛있게 먹으면서 옛날 기억을 찾는 건가.
“소희야. 떡 말고 분모자(粉耗子)도 한번 먹어보렴. 이곳 중원 음식을 더 넣었다는 데 이것도 맛있다더구나.”
나는 젓가락으로 분모자를 덜어 천소희 앞 접시에 놔두었다. 역시 떡볶이에는 요새 핫 한 분모자지. 여고생들이 좋아한다고.
“…….”
천소희는 앞 접시에 놓인 분모자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음식에 아직 손 안 댔어. 침도 안 묻었어. 착하게 군다고 너무 오지랖 부렸나.
천소희는 나를 조금 쳐다보다가, 분모자를 먹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식감 특이하지? 요새 애들이 좋아한다더라.
천소희는 분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번 먹고는 떡볶이 안에 들어있는 다른 분모자도 건져서 먹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눈앞의 로제 떡볶이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 먹는 거 아니냐.
난 아직 한 입도 안 댔는데.
“나도 오랜만에 한 입 해볼까.”
무협 미연시에서는 로제 떡볶이가 무슨 맛이 날까.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로제 떡볶이를 보며 젓가락을 움직였다.
————–
결국 별로 못 먹었다.
천소희에겐 인생 음식을 만난 격이었을 테니까. 처음엔 몇 번 먹고 기억을 더듬는 척하더니 나중에는 그냥 진공청소기 모드였다.
“소희야. 오랜만에 먹으니 어땠니? 맛있었니?”
“맛있었어.”
어제는 내가 말만 하면 다 부정하더니 빠르게 긍정했다. 역시 사람이 음식 앞에서는 솔직해지는 법이지. 그렇게 먹어놓고 맛없다고 했으면 천살성이고 뭐고 한 소리할뻔했다.
천소희는 눈앞에 빈 로제 떡볶이 그릇을 보며 무언가 아쉬운 느낌마저 내비쳤다. 이거 이거 완전 빠져버렸구먼.
로제 떡볶이는 분명히 천살성의 취향이다. 천살성의 음식 취향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천살성의 소꿉친구 오빠라는 증거가 된다.
원래는 천살성이 좋아하는 로제 떡볶이를 옛날에도 좋아하던 음식이었다고 말하려고 했다.
내가 사기꾼이라면 천살성의 음식 취향까지 알 리 없으니까. 내 말의 신뢰를 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
자신이 옛날에 좋아한 음식을 아는 오빠 강윤호. 심지어 자신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하지만 고작 한번 먹었을 뿐인데 천살성의 인생 음식이 되었다.
천살성의 묵직한 가슴 속에 오빠라는 무게추가 더 묵직해질 것이다.
원래는 공감대 형성 정도로 끝날 수준의 계책이었는데 이거 완전 계 탔는데.
“소희야. 잠깐 고개를 이쪽으로 대보렴.”
나는 천살성에게 내 쪽으로 고개를 대라고 손짓했다.
“응?”
천살성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면서도 머리를 내 쪽으로 가져와 줬다. 이야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내 말도 따라주네. 앞으로 기분 나쁜 일 있을 때마다 로제 떡볶이다.
“떡볶이를 먹었으면 입가를 정리해야지.”
나는 흰 소매로 대수롭지 않게 천살성의 입가를 훔쳐주었다.
다행히 천살성은 대경실색해서 내 손을 쳐낸다거나, 쓰레기가 왜 내 입술을 만지냐는 시선은 보내지 않았다. 맛있는 거 먹고 배부르니까 까칠함이 덜해진 건가, 이 타이밍엔 추억의 토크지.
“소희 어렸을 적에도 이렇게 소희 입가를 닦아주고, 행복한 얼굴을 하는 소희 손잡고 집으로 데려갔는데 말이야. 그립구나.”
옆집에 여자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걸 알고, 같이 밥 먹자고 데려와서 밥 먹고 만화영화도 보고 그랬는데 말이야.
소꿉놀이할 때도 내가 항상 남편하고 소꿉친구가 아내하면서 놀았지. 아직 어려서 이목구비가 박살 나기 전에는 나도 누군가의 남편이었는데 말이야. 생각할수록 그리운 추억이다.
나는 그 시절의 그리움을 담아 천살성을 바라보았다.
“그만.”
천살성은 내 느끼한 시선을 참기 힘들었는지 입가를 훔치던 내 손을 쳐냈다.
아프다야.
“미안하구나. 내가 너무 무신경했구나. 이제 소희도 나이가 들었으니 어릴 때처럼 이렇게 닦아줄 필욘 없겠지.”
나는 천살성이 다 커버려서 내 손길을 이제 거부하니 씁쓸하다는 느낌으로 웃어보았다.
천살성이 쳐낸 손을 한번 흔들어 대수롭지 않지만, 살짝 아픈 척을 했다. 그리고 일부러 떡볶이 소스에 더럽혀진 소매로 시선을 던져 천살성이 소매를 의식하게 했다.
야. 이거 얼마짜리인 줄 아냐.
왕 씨 아저씨에게 무려 공짜로 받은 헌 옷이야.
로제 떡볶이 소스 얼룩 빼려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나 해봤냐.
네가 빨래해줄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손을 쳐내냐.
“미안.”
응?
뭐라고?
천살성이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한 거지?
“소희야. 방금 뭐라고…….”
천살성에게 사과를 받다니.
쿵!!
놀라서 되물으려던 순간 객잔의 문이 격하게 열렸다.
“여기!! 여기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일련의 무사들과 한눈에도 무공과는 상관 없어 보이는 똥배 나온 대머리 아저씨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칼을 찬 무사들이 다섯 명이나 있고 비굴해 보이는 아저씨 하나가 객잔을 둘러보고 있다.
“확실히 여기겠지.”
무림인 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똥배 아저씨에게 말했다.
“확실합니다. 분명 어제 제가 두 눈 똑똑히 봤습니다.”
“그런 거치고는 술 냄새가 많이 나는데.”
“에이~ 그 정도는 마신 것도 아닙니다! 제가 술에 꼴았으면 어젯밤에 본 그놈이랑 방문(榜文)에 쓰여 있던 그놈이랑 같은 놈 같다고 가겠습니까?”
사태가 좀 싸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무협지 객잔 이벤트의 냄새가 난다.
“술에 취해 착각했을 수도 있지.”
“아닙니다요! 제가 그놈을 확실히 지목해 보이겠습니다.”
똥배 나온 아저씨가 홀로 객잔 안으로 들어와 서성이더니, 구석에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어, 이거 혹시…….
똥배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여기! 갑수상단 상단주 살인범이 있다아아아아아!”
역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