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439)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439화(440/674)
EP.439 선언 – 3
사업이란 잘 안될 때도 문제이지만, 잘될 때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업이 커지면 부려야 할 사람이 많아지는 법이지요.”
“맞습니다. 객잔 운영은 가맹점주들의 자율에 맡겼지만, 배달원 훈련, 전서구 육성, 재료 배달 등.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게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사업의 규모가 커지니, 고용한 사람들이 많아진다. 고용한 사람들이 많아지니, 중간 관리직도 필요해졌다.
배달원은 수가 늘어나니, 교관직을 만들어 통솔해야 하고, 전서구는 하연 소저가 기적을 산 은퇴 기녀들이 육성한다. 음식 관련은 그나마 쉬웠다. 안 숙수님이 있으니까.
나는 현장을 돌며, 필요한 인력들을 어떻게 배치해나갔는지 직접 보여주었다.
“인력 배치도 현명하게 하셨군요. 그러나 외연 확장에만 너무 크게 중심을 두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먹구구식은 아니지만, 덩치만 불린 것 같다. 정작 중요한 뼈대는 강윤호 너 혼자 지탱하고 있는 거 아니냐. 전운엽은 본점 집무실에서 서류를 살피며, 시찰 소감을 넌지시 말했다.
날카로운 지적이네.
다서각 무한과 의창 지점. 운기객잔 본점, 전길산의 업장, 조선인 계모임 가맹점까지.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다 보니,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버렸다.
‘내 업무 부담이 너무 늘어나고 있어.’
각종 지출, 장부, 거래처 관리, 세금 등. 특히 돈과 관련된 업무들이 문제였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으니까.
하연 소저와 제갈 소저가 업무 분담을 해줄 때는 할만했는데 말이야.
유비가 와룡봉추 중에 방통을 잃은 기분이 이러할까. 방통이 떠나니 제갈량 혼자 과로사할 판이다.
제갈 소저가 불쌍해서 사장은 직원에게 휴일을 보장해라! 주7일 16시간 근무 물러가라! 외치고 싶은데, 내가 사장이야.
물론, 바쁜 시기가 지나면 좀 나아질 순 있겠지. 그래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앞으로 계속 소설도 써야 한다고.’
소설을 써서 유명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돈을 벌어 중원에 다서각을 늘려가야 한다.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하다 보니, 소설을 쓸 수가 없다.
악순환이잖아.
“외연 확장을 하느라, 내실을 많이 다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운엽의 발언을 긍정했다.
“돈과 관련된 일은 타인에게 쉽사리 맡기지 못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래서 오늘 보여드릴 것이 있다고 한 겁니다.”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해결책을 강구해두었으니까.
——
사업 전반의 잡무를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
돈을 만져야 하니 숫자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각종 서류 작업까지 해야 하니, 나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인성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어야 하고, 내가 주는 월급에도 만족하며 충성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다.
말이 쉽지.
내가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오랑캐 새끼 밑에서 일하기 위함인 줄 아느냐. 한 소리 듣는 세상. 믿을만한 사람을 구할 방법이 있을까.
물론 답은 있었다.
“회주님.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세 녀석입니다.”
내 마음대로 인재를 골라 쓸 수 있는, 조선인 향우회가 있으니까.
안 숙수님은 회주 앞에서 예의를 차리며, 내 앞에 세 명의 조선인을 데려왔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직각 인사라니. 인사성 좋네.
“그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저희는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니고, 가진 재주를 중원에서 펼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먹고 살길이 막막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요.”
무한의 조선인들은 대부분 사회의 하층민들이다.
외노자들이 자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타국에 나가 힘쓰는 일을 하는 것처럼, 대부분은 막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분명 향우회 사람 중에 지금은 힘들게 살고 있지만, 배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일자리는 만들어줄 수 있다.”
빨리 야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잠시 참자. 나는 조금 시큰둥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러나 한 자리뿐이야.”
“한 자리 말입니까?!”
시작은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부터.
오늘 방에 찾아온 사람 중에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단 하나뿐. 화색이 돌던 세 사람의 얼굴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춘삼이는 어디 보자. 산수를 잘한다고?”
“네! 어릴 적에 이방이신 아버지가 산학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주판도 잘 다뤄서 머릿속에 주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 음……. 산수를 잘한다라……. 덕배는? 잘하는 게 뭐 있지?”
“춘삼이처럼 암산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저도 주판을 잘 다룹니다. 소싯적에 상단 서기 일을 하며, 장부와 서류 정리를 하였습니다.”
“만식이는? “
“조선에서 마름 일을 했었습니다. 서자라 가산의 관리도 했지요. 두 사람보다 숫자는 조금 달릴지 몰라도, 남 뒤치다꺼리는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
한 자리밖에 없기 때문인지, 다들 서로의 장점을 잘 어필하는군.
확실히 향우회에서 A급들을 뽑아줬네. 하지만 바로 고용할 생각은 없거든.
저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나는 기쁜 내색을 감추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회주님.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가족과 길바닥에 나앉을 판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회주님. 처자식들 밥이라도 챙겨주고 싶습니다. 식은 밥이라도 얻어갈 수 있는 일을 시켜주신다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내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착각했나. 세 사람은 무릎을 꿇어가며 나에게 애걸했다.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그들의 인적 정보가 담긴 서류와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한 사람에게 시선이 갈 때마다, 선택받지 못한 자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이대로 돌아가면 처자식을 굶겨야 한다. 어쩌면 셋 다 탈락일 수 있다.
누가 이 자리에 있더라도, 저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 때쯤.
“내일부터 객잔 본점으로 다들 출근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셋 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다들 일하기 싫어?”
“아, 아닙니다. 한 자리라고 말씀하셔서…….”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켜 놨으면, 이제 구해준 이유를 말해줘야지.
“너희들은 도움이 필요한 거지, 능력이 부족한 놈들이 아닌 것처럼 보이니까.”
“……!”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너희들이 증명해라.”
내가 무리해서 너희들 다 꽂아주는 거야.
부하가 될 세 사람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나를 드높인다. 몇 마디 말로 충성심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회주님!”
울지마. 남자 놈들이 왜 다 울려고 해.
“너희들은 내 총무다. 이제 내 뒤치다꺼리를 아주 많이 해야 할 거야.”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회주님! 절 받으십시요!”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 하나를 꺼내었다.
“이 돈이면 되겠군. 다들 옷 한 벌씩 말끔한 걸로 사 입어. 다들 판자촌 산다며. 숙수님이 저택 셋방을 내어줄 거다. 가족들이랑 이사해서 맛있는 거 사 먹고, 내일부터 출근해.”
나는 일말의 고민조차 안 하고 내 지갑을 그들에게 선뜻 건넸다.
회주님께서 우리를 걱정하셔서 주머니를 통째로 넘겨주셨다. 감동적인 장면이지?
“가, 감사합니다!”
세 사람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은 지금의 연출을 위해 따로 준비한 주머니지만,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
“강 공자의 자산을 다루게 될 자들입니다.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신 것은 아닙니까?”
하나가 끝났으니, 다음 하나인가.
능력이 있다고 바로 고용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전운엽은 조선인들이 사라지자, 조금 미심쩍은 눈치로 말했다.
“춘삼이는 수 계산이 능한 대신 자기주장이 약해, 항상 자기 몫을 챙기기 어려워했지요. 월급만 제때 챙겨준다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입니다.”
“네?”
“만식이는 어머니가 여진족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조선 놈도 되놈도 아니라면서, 멸시받다가 중원에 왔지요. 그래서 그런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나는 다음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덕배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날 때부터 다리를 접니다. 딸도 둘에 노모도 있지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억척같이 일하지만, 사사로이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아 평판이 좋았습니다.”
“그게…….”
나는 웃으며 어리둥절해하는 전운엽을 바라보았다.
“오래 걸렸습니다. 무한의 조선인들에게 믿을만하고 재능있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했지요. 내 손발을 찾는다고요.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찾아주더군요.”
사람을 찾는 건 꽤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오래 걸렸을 뿐.
“허어.”
“저 셋의 평판이 유별나더군요. 숙수님에겐 함구하라고 했지만, 사실 전부 다 고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뜻을 정하셨는데, 굳이 함구하라고 한 이유가 있습니까.”
전운엽은 조심히 나의 의도를 물었다.
그래. 사람을 시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면 끝이긴 했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사람은 힘들 때 흔쾌히 손 내밀어준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하지요.”
나는 사람을 얻고 싶은 거지, 직원을 얻고 싶은 게 아니거든.
돈으로 맺어진 관계는, 배부르면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지만, 자신을 인정해준 사람은 삶의 어느 날에 뒤돌아봤을 때라도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빛을 못 받고 힘들게 살아가던 자신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손을 내밀어준 회주님.
오늘 내가 연출한 무대였다.
“허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단순히 고용관계가 아니라, 내 사람을 얻기 위해 작은 수를 썼다고 너그러이 봐주십시요.”
“곤궁한 자에게 손을 뻗는 일에 어찌 책잡힐 게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면 됐어.
“괜히 조선인들에게 존경을 많이 받으시는 게 아닌가 봅니다.”
“무한에서 삼시세끼 걱정 없이 사는 놈이라 그런 것뿐입니다.”
감탄해도 뭐 나올 거 없어요.
“오늘 강 공자님과 시찰하면서, 수많은 조선인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돈 많은 사람에게 보내는 눈빛이 아니라, 다들 하나같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경외심과 존경심이 섞인 표정으로 강 공자님을 바라보더군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주위에 그런 시선을 매일 받는 분은 한 분이 유일하지요.”
“네?”
전운엽은 나를 향해 묘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오늘 일은 다 보았습니다. 만금전주님의 남은 전언을 전해드려야겠군요.”
“무엇입니까?”
시찰 말고 또 할 게 있나?
“몸만 추스르면 얼굴 보러 오겠다는 놈이 왜 안 오느냐. 이상입니다.”
아차. 하오문 사건 끝나고 찾아가기로 했지.
“내일 가겠습니다.”
좋아. 새로운 직원들에게 짬처리시키고 가야지.
**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학 숙제를 미처 끝내지 못하고, 담임 선생님을 마주하게 된 학생의 기분이 이러할까.
다음날. 나는 별로 만나고 싶진 않지만, 결국 만나야 하는 사람과 마주해야 했다.
“몸이 매우 아팠던 모양이군.”
만금전주는 사전에 건넨 업무 보고서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번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바로 움직일 수 없더군요.”
제가 만나고 싶지 않아서 안 간 게 아니라, 어수선해진 주변 상황을 정리해야 해서 그런 겁니다.
사실은 만나기 싫었던 게 맞지만.
“상인은 그래서 언제나 자기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법이지.”
“명심하겠습니다.”
왜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거지. 쓴소리를 더 할 줄 알았는데?
“그래.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는 모양이군.”
마음에 들었나. 만금전주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순풍이 불고 있으니 돛을 펼치기만 할 뿐입니다.”
“흘흘. 배를 만들어놓고, 바람 덕이라 하는구나. 그래. 언제까지 어리석게 손에 먹물 묻히고 밤을 지새우나 했는데, 아주 어리석지는 않았던 모양이군.”
내실을 다져줄 직원을 이제야 구한 일 때문인가. 다소 책망하는 듯한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원래는 분담해서 할 만했어요. 돈 문제인데 함부로 누굴 맡길 수 없었고요. 변명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으나, 머릿속에 나온 답은 하나였다.
“돈으로 고용할 직원이 아니라, 먹물을 묻힐 제 손을 구하다 보니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만금전주는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베풀다 떠난 백가장주 님의 친구.
나는 화린이의 약혼자이자, 백가장주 님의 외손녀 사위로서, 장사란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컨셉이긴 하지만.’
백가장주 님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은 꽤 잘 먹히니까. 지금처럼 만금전주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게 하는 건 꽤 뿌듯하다고.
“외손녀와는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네.”
“마음이 맞다 보니, 서로 신뢰하며 의지하고 있습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산 지가 몇 달째인데. 제갈 소저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건 웃긴 일이니까.
“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만금전주의 입에서 무언가 만족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통과입니까?”
드디어 채무 탕감이야?
“이 정도면 누구 앞에서 말하기 부끄럽진 않겠구나.”
하지만 만금전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 후계자가 될 자격 말이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