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utcast Writer of a Martial Arts Visual Novel RAW novel - Chapter (494)
무협 미연시의 오랑캐 글쟁이-494화(495/674)
EP.494 제갈향의 모험 – 3
“커피 가지러 가서 안 오시길래, 무슨 일인가 걱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아아아.”
검은 머리 남자의 등장과 함께, 강매 현장은 손쉽게 처리되었다.
강윤호는 제갈향과 함께 멀리 장강이 보이는 언덕 위 의자에 걸터앉아, 걱정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두가 떨어졌으면, 없다고 말씀만 해주셔도 되었는데.”
“강 공자님을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오.”
강윤호가 도문향주와 싸우다가 장강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회복하자마자 두 번째 시험을 치르며, 삼안검 앞에서 목숨을 걸고, 감찰어사를 넘어, 지주대인까지 상대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제갈향이 모를 리가 없었다. 심지어 강윤호가 고생하고 있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지 않은가.
그녀로서는 강윤호가 마시고 싶어 하는 음료를 어떻게든 구해오고 싶었던 것은 당연했다.
‘겸사겸사 정실 탈락의 위기도 막고요.’
물론 다른 사소한 이유도 있었지만.
“확실히 실망이긴 했습니다.”
“으읗!”
제갈향은 실망이라는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무거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시장에 갈 거였으면 저도 부르셨어야죠.”
제갈향은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에?”
“창문 밖으로 가을 하늘 청명하여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고 있어서, 제갈 소저랑 어디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설마 혼자 나가실 줄이야. 이거 정말 실망입니다.”
은발벽안 여인의 가슴을 찌르르 떨리게 하는 미소에는, 그 어떤 악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앟.”
다행이다. 농담이셨구나. 제갈향은 안심하면서도 쉽게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그건 더 어려운 일인데요.’
강 공자님에게 먼저 나들이 가자고 말한다니. 정말 쉽지 않아요. 아니 많이 어렵다고요.
강윤호가 분위기를 가볍게 넘기기 위해 건넨 농담이건만, 제갈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의 저울추 속에 도통 어찌 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혼자 돌아다니니, 상인들을 상대하기 아주 까다로우셨겠군요.”
강윤호는 제갈향의 반응을 보자마자, 그녀가 받아넘기기 힘든 농담이었음을 깨닫고는 부드럽게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그,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도대체 문을 나설 때 용기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니까요. 근데 이런 말 하면 강 공자님이 절 한심하게 바라보지 않으실까요.
제갈향은 약혼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도 옛날에 상인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한심했던 일을 먼저 꺼내는 건 강윤호였다.
“가, 강 공자님이요?”
“조선에 살 때, 용산이라고 잡화를 파는 거리가 있었거든요. 워낙 상술로 유명한 곳이라 각오하고 갔지요. 근데 듣던 것보다 사람들이 친절한 겁니다. 이야. 역시 소문은 믿을 게 안 되는구나, 하고 기분 좋게 돌아왔는데, 글쎄!”
“무,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집에 돌아와 포장을 벗기니, 샀던 녀석이 아니라 싸구려 물품이 들어있는 겁니다!”
“세상에. 말도 안 돼요오오.”
강 공자님이 당했다니. 제갈향으로서는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웃는 얼굴로 대하니 너무 믿은 거죠. 끝까지 보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건지 몰랐던 겁니다. 달려가서 멱살잡이하고 싶어도, 증거도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괜히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 같아 몇 날 며칠 분을 삭여야 했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막 부들부들 떨립니다.”
“강 공자님도 저 같은 적이 있으셨다고요오?”
“네. 딱 제가 제갈 소저 나이 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뿐입니까. 또 옛날에 말입니다…….”
제갈향은 타인과의 대화가 어려운 것이지, 대화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조금 전 일로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어떻게 처음부터 잘할 수 있겠는가. 기운 내라. 강윤호가 하는 말의 저의를 파악 못 할 그녀도 아니었다.
일상 대화 속 배려 넘치는 말에, 강매 때문에 떨리던 가슴이 놀랍도록 빠르게 진정되어 간다.
제갈향의 경직된 얼굴에서 미소가 번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엏? 강 공자님 바지가?’
제갈향이 진정된 마음으로 강윤호를 바라보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그의 바지 밑단이 진흙투성이다. 신발도 엉망진창이 되어있다. 제갈향은 그제야 조금 전 강윤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일을 떠올렸다.
‘강 공자님이 저를 찾아다니셨던 거였어요.’
커피만 산다고 해놓고 너무 시간을 소모해버렸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하셨겠죠. 강 공자님이 놀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찾으러 다녔을 게 분명했다.
“제갈 소저는 그래도 저와 다르군요.”
“네?”
“호기롭게 가서 실패한 것도 아니고, 물건도 제대로 사셨으니 성공하신 겁니다.”
제갈향은 다정한 눈길로 자신을 칭찬해주는 약혼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쁜 업무를 제치고 와서 화내실만한데. 조금 전 일로 위축되었을까 봐 다정하게 위로해준다.
오히려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며 자신을 칭찬해준다.
“강 공자니임. 그, 그, 그게요오오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그녀의 가슴 속 깊이 들어찼다.
지금 그의 마음에 답할 방법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실 거라니까 가게 주인이 막 화를 내시더라고요. 어떻게 커피로 구정물을 만들 수 있냐면서요오.”
“구정물이라니! 커피를 즐겨 마시는 조선에서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속담도 있는데 말입니다.”
호감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약혼자의 앞에서 하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 시원한 가을바람은 설명에 몰입 중인 여인을 위해,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흫. 조선에서는 그러시는가 봐요. 가게 주인의 고향인 이태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래요오.”
“왠지 출신을 들으니, 사천 명물 요리도 싫어할 것 같군요.”
어머니가 들었다면 그렇게 해서 언제 시집갈래 하며 타박했을 만한 이야기. 하지만 지금 제갈향의 눈앞에는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남자가 있다.
자신이 힘겹게 말하면 건성인 웃음을 지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아가씨. 또 저러는구나.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놀라주고 웃어준다.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준다.
“정말 가게 주인이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겁니까?”
많이 성장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다른 사람 앞에선 이야기도 잘 못한다.
이상하게도 강 공자님 앞에선 다르다. 심장이 이리 두근거리는데.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진다.
이 대화가 너무나도 즐겁다.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제갈향은 계속 바라보고만 있어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밤하늘 같은 검은 눈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가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떠드는데요.”
제갈향은 분노가 이성을 뛰어넘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어떻게 강 공자님을 욕할 수 있죠. 하연 언니가 사천제일미가 첩실이고, 호북제일기녀가 정실이라고 했을 때보다 더 화가 났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요.
“이상한 이야기요?”
“벼, 별거 아니에요오오.”
말하려고 보니 쑥스러워요. 강 공자님에 대한 비방을 전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제갈향은 강윤호를 변호했다는 것에 은근히 자랑스러우면서도,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자랑을 삼가기로 했다.
“이왕 나온 김에 다른 곳도 들러볼까요?”
강윤호는 대화를 마치고는 제갈향이 진정된 듯 보이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안했다.
“그게…….”
제갈향은 난처한 표정으로 강윤호의 시선을 피했다.
“좀 더 앉아있을까요?”
“그게 아니라요오오.”
“네?”
제갈향은 어리둥절해하는 강윤호를 향해, 부끄러움을 짜내며 외쳤다.
“지쳤어요오오오.”
오늘 하루 치 기력을 다 써버렸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강 공자님이랑 대화는 좋았지만, 이미 정신력이 바닥이에요.
“……하하하!”
“으으읗. 죄송해요오오오오오오!”
제갈향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요 앞에 사천요리를 잘하는 음식점이 있다더군요. 배고프실 텐데 식사하고 가는 건 어떠십니까?”
“네에? 그, 그건 쬬아요오.”
듣고 보니 배고파요. 너무 기운을 많이 썼나 봐요. 제갈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지요.”
제갈향은 당연하다는 듯 내민 약혼자의 손을 쉽게 잡지 못했다.
“…….”
오늘 자신의 외출은 어쩌면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을 수도 있다. 자다가 이불을 뻥뻥 찰 수 있을 수 있는 경험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손이 바꿔준 거예요.’
힘들지만 즐거웠던 경험으로.
누군가 들어줄 수 있는 모험으로 만들어주었다.
“제갈 소저?”
“앟! 그, 그게! 이따가 제가 집에 가서 맛있는 커피 해드릴게요오.”
푸르른 가을 하늘에 멋들어진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여인의 붉디붉어진 얼굴은 노을로도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 다 그 사실을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기대하겠습니다.”
남자는 기쁘게 웃어 보였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여인은 누구보다도 듬직한 손을 붙잡았으니까.
“흐힣!”
———
“제갈 아가씨! 별일 없으셨나요? 강 공자님 어서 오세요!”
“힘든 여정이었어요오오.”
제갈향은 시비가 보든 말든 그대로 거실에 쓰러졌다.
힘겨운 모험이었어요. 그래도 어디서 구하기 힘든 원두를 얻어와서 다행이지만요.
“죄, 죄송합니다! 주문해놓았던 블루마운틴 원두를 들여놨으니 언제든지 말만 하세요!”
“네?”
제갈향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상인이 블루마운틴이라고 좋은 품종을 가져와 줬습니다. 언제든지 바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설마. 제갈향은 오늘 가게 주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一 이 원두가 말입니다. 부잣집에 먼저 넘겨야 한다는 걸, 내가 먼저 사정해서 받아온 겁니다.
“으아아앟! 내 고생이…….”
“아가씨? 아가씨!”
***
“내일 마양백 도련님의 관을 장지로 옮긴다고 합니다.”
제갈 소저와의 멋들어진 식사가 있은 다음 날. 만금전장에서 총관의 아들 전운엽이 찾아왔다.
“내일이요? 더 오래 하지 않고요?”
길게는 몇 달도 하는 게 장례인데. 너무 빠른데.
“아무래도 좋지 못한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지 않습니까. 마씨 집안 사람들로서도 망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더 퍼지는 걸 원치 않는가 봅니다.”
“그런 거였군요…….”
현대에도 망자의 사인이 극단적인 선택이라면, 장례를 짧게 치르는 경우가 있다. 마씨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인지, 망자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경우인가 보네.
“사흘 후에는 세 번째 후계 시험이 있을 겁니다.”
“그 때문에 오셨던 거군요.”
왜 왔나 했더니만. 전운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만금전주님이 강 공자님에게 특별히 하신 전언이 있습니다.”
“전언이라니요?”
“다음이 마지막 시험이 될 테니, 각오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